[인터뷰]서울의 전자폐기물 순환체계 지켜온 이동현 에코시티서울 대표

버려진 가전의 마지막을 공공으로 돌리다
황원희 기자 | eco@ecomedia.co.kr | 입력 2026-04-21 15:0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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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디어= 황원희 기자] 서울에서 버려지는 소형가전과 중형 전자제품들은 대부분 시민의 눈에 띄지 않는 경로를 따라 움직인다. 집 앞에 내놓인 전기밥솥과 선풍기, 오래된 컴퓨터와 전자레인지, 더는 켜지지 않는 휴대전화와 소형가전은 수거망을 거쳐 선별·분해·재활용의 과정을 밟는다. 이 보이지 않는 인프라의 한가운데에 서울시 도시금속자원회수센터, 이른바 SR센터가 있다. 그리고 그 현장을 지켜온 인물이 이동현 ㈜에코시티서울 대표다. 그는 재활용을 단순한 폐기물 처리 사업이 아니라, 도시의 공공성을 지키고 취약계층의 일자리를 만들며 시민의 자원순환 감수성을 키우는 사회적 시스템으로 봐야 한다고 말한다.

공공성과 사회적 의미에 뜻을 두고 설립

▲이동현 대표
에코시티서울은 일반 민간 재활용업체와 다르다. 수익을 우선하는 영리기업이 아니라, 전기·전자폐기물의 공공적 관리체계를 구축하고 취약계층 고용과 시민교육까지 수행하는 사회적기업이라는 것이다. 실제로 이곳의 운영 철학은 ‘이윤의 사회화’에 가깝다. 비영리 방식으로 회사를 운영하고, 수익은 다시 노동자 복지와 자원순환 네트워크, 사회적 목적을 위해 재투자한다. 폐전자제품을 얼마나 빨리 처리해 얼마를 남기느냐보다, 그 과정이 얼마나 안전하고 공공적이며 사회적으로 유의미한가를 더 중요한 가치로 둔다는 설명이다.

SR센터의 시작도 이런 문제의식에서 비롯됐다. 대형 냉장고나 세탁기처럼 비교적 잘 갖춰진 회수 체계와 달리, 컴퓨터나 소형 주방가전 같은 중소형 전자제품은 2000년대 후반까지만 해도 국내 처리체계가 충분히 발달하지 못했다. 사용 주기가 짧고 일상적으로 배출되는 품목이 늘어나는데도 지역 단위의 관리체계는 빈약했다. 이 대표와 사회적경제 네트워크는 이 공백을 문제로 보고, 서울 같은 대도시 안에 전자폐기물을 직접 처리할 수 있는 시설이 필요하다고 서울시에 제안했다. 그 제안은 2008년 채택됐고, 이듬해인 2009년 서울도시금속자원회수센터, 즉 SR센터 설립으로 이어졌다. 당시 서울시는 생산자책임재활용제도(EPR) 아래 생산자 중심으로 짜여 있던 기존 체계에서 한발 더 나아가, 서울 안에서 발생한 전자폐기물을 도시 안에서 처리하는 선도적 모델을 구축했다.

서울시 자원순환정책의 분기점이 된 SR센터

이 과정에서 SR센터는 단순한 재활용 시설을 넘어 서울시 자원순환정책의 분기점이 됐다. 2009년 사업 추진과 함께 중소형 가전에 부과되던 배출 수수료가 폐지됐고, 이후 대형가전 무상 방문수거 체계도 서울에서 시작돼 전국으로 확산됐다. 시민들은 지금 무상배출을 일상적으로 이용하고 있지만, 그 제도의 배경에 서울시의 선제적 시설 구축과 사회적기업의 운영 경험이 있었다는 사실은 잘 알려지지 않았다. 이동현 대표는 “시민들이 편리하게 버릴 수 있어야 재활용도 작동한다”는 점을 강조해 왔고, SR센터는 바로 그 ‘배출의 편의’와 ‘처리의 책임’을 잇는 거점이 됐다. 

▲다양한 전자폐기물 

그러나 명칭에는 약간의 혼동도 있었던 것이 사실이었다. 이 대표는 이에 대해 “SR센터는 시설 이름이고, 에코시티서울은 그 시설을 운영하는 사회적기업”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그만큼 현장에서는 두 이름이 자주 혼용된다. SR센터는 서울시의 자원순환 시설이고, 에코시티서울은 서울시와의 협약에 따라 3년 단위로 이를 위탁 운영하는 독립된 사회적기업이다. 다시 말해 행정의 공공성과 사회적기업의 전문성이 결합된 구조다. 이 대표는 바로 이 점에서 지자체와 사회적기업의 협력 모델이 재활용 분야에서 특히 중요하다고 본다. 지자체 직영은 공공성이 강하지만 전문성과 유연성에서 한계가 있을 수 있고, 반대로 일반 민간위탁은 효율성은 높아도 공공성과 사회적 목적이 약해질 수 있다. 사회적기업은 이 둘 사이를 잇는 현실적 대안이라는 것이다.

단순 처리시설이 아닌 복합 공공인프라 자리매김

에코시티서울이 내세우는 공공성은 추상적인 구호에 머물지 않는다. 이 대표에 따르면 SR센터의 핵심 미션은 세 가지다. 첫째는 폐전자제품의 안정적 회수와 처리, 둘째는 시민 인식 제고를 위한 교육과 캠페인, 셋째는 취약계층의 일자리 창출이다. 실제 현장에는 장기근속 직원이 절반을 넘고, 취약계층 고용 비율도 높은 수준이다.

이 대표가 말하는 사회적기업의 가치는 “노동의 참여를 통한 사회화”라는 표현에 압축된다. 취약계층 고용은 단순한 채용 숫자가 아니라, 누군가가 다시 일상의 리듬을 회복하고 공동체 안으로 들어오는 과정이라는 것이다. 그는 노숙인 시설 출신 노동자와 장애를 가진 노동자, 오랫동안 안정된 일자리를 갖지 못했던 청년들의 사례를 들며, 이곳에서 일하는 경험이 단순한 생계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고 설명했다.  


물론 현장은 이상만으로 굴러가지 않는다. 재활용시장이 불안정할수록 공공형 재활용기관의 부담은 커진다. 수익성이 낮은 품목의 물량은 늘고, 시장가격 변동성은 커지며, 처리시설은 늘 안정적으로 돌아가야 한다. 이 대표는 오히려 이런 이유 때문에 공공의 완충장치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시장이 흔들릴 때도 폐기물은 멈추지 않고 발생하기 때문이다.
 

최근 들어 그 부담은 더 커지고 있다. 반입량이 빠르게 늘고 있기 때문이다. 이 대표에 따르면 SR센터 반입량은 2023년 약 3900톤 수준에서 2024년 4000톤을 넘겼고, 지난해에는 4800톤까지 급증했다. 특히 지난해 하반기에는 주당 110~120톤이 들어오는 시기가 이어졌고, 올해 1월 한 달 반입량만 약 460톤에 달했다. 서울시가 운영 예산을 늘리고 인건비를 인상한 배경에도 이런 현장 변화가 있다. 서울시는 현재 시설 현대화 공사를 추진 중이며, 새활용플라자 인근 부지에 보다 나은 작업환경을 갖춘 공간을 마련해 2028년께 이전하는 방안도 진행하고 있다. 열악한 작업환경 속에서도 현장을 지켜온 노동자들에게는 이 역시 중요한 변화다.
 

안전 문제 역시 더는 뒤로 미룰 수 없는 과제다. 소형가전과 초소형 전자제품이 늘수록 리튬배터리 화재 위험과 개인정보 유출 문제도 함께 커진다. 에코시티서울은 전용 보관함과 이차전지 보관 안전시스템을 운영하고, 배터리가 내장된 제품은 선별·분해 등 전처리 과정을 거쳐 별도로 관리한다.

재활용은 결국 기술, 제도, 노동의 복합체

이 대표는 앞으로 제도 보완도 필요하다고 본다. 무엇보다 재활용 의무량의 현실화가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국내 전기·전자제품 출고량에 비해 의무 재활용량이 낮아, 실제 발생 물량을 제도가 충분히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여기에 시민들이 더 편리하고 안전하게 배출할 수 있도록 수거 거점을 확대하고, 배터리 내장 초소형가전처럼 위험도가 높은 품목은 별도 관리체계를 촘촘히 갖춰야 한다고 본다. 전자담배처럼 판매처가 분명한 제품에 대해서는 역회수 체계를 넓혀야 한다는 제안도 내놓는다. 단순히 ‘버리면 재활용된다’는 수준을 넘어, 애초에 순환이 쉬운 제품 설계와 수리권, 재사용 활성화 정책으로 감량을 유도해야 한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작업장 내부 

이동현 대표의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재활용은 결국 기술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점이 분명해진다. 그것은 제도의 문제이고, 노동의 문제이며, 도시가 어떤 책임을 질 것인가의 문제다. 서울의 한쪽에서 묵묵히 돌아가는 SR센터는 폐전자제품을 해체하는 곳이지만, 그 안에서는 단지 제품만 분해되는 것이 아니다. 버려진 물건을 다시 자원으로 되돌리는 과정과 함께, 배제된 사람을 다시 노동과 공동체로 연결하는 작업도 동시에 이뤄진다. 이동현 대표가 오랫동안 붙들어온 것은 재활용 사업이 아니라, 도시의 공공성을 지탱하는 하나의 사회적 설계에 가까워 보인다. 그리고 그 설계는 지금도 서울의 전자폐기물 흐름을 조용히 바꾸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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