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기후위기 시대, 물관리 패러다임이 바뀐다

수질기술 정교해졌지만, 물환경 변화는 더 빨라져
황원희 기자 | eco@ecomedia.co.kr | 입력 2025-12-07 18: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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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디어= 황원희 기자] 지난 11월 12일부터 14일까지 대구에서 열린 대한민국 국제물주간 2025에서 개최된 데이터 기반 지속가능 물환경관리 포럼에서는 수질오염총량제, 하수도, 수질·수량 관측 전 분야에서 동적 모델링과 빅데이터, 디지털 트윈을 결합한 ‘스마트 물관리’ 구상이 잇따라 제시됐다. 기후위기 시대, 물환경 관리의 무게중심을 정적 규제에서 지능형 통합관리로 옮겨야 한다는 데 전문가들은 한목소리를 냈다.

할당부하 지켜도 수질은 악화… 정적 총량관리의 한계


㈜에스제이워터 이성준 대표는 대한민국 국제물주간 2025 – 데이터 기반 지속가능 물환경관리 포럼에서 ‘동적 모델링 기반 스마트 수질오염총량제 적용방안’을 발표하며 기후위기와 유량·수질 변동성 심화로 기존 수질오염총량제가 한계에 부딪히고 있다고 지적했다.

우리나라 수질오염총량제는 수계 구간별 목표수질을 설정한 뒤, 이를 달성·유지할 수 있도록 유역별 허용총량(배출부하량)을 산정하고, 다시 지자체·오염원별 할당부하량을 나눠 관리하는 구조다. 목표수질은 환경정책기본법상의 총량목표, 물환경보전법상 중권역별 BOD·T-P 기준, OECD 중영양 수준(0.010~0.020mg/L)을 향한 단계적 목표 등을 종합해 설정하며, ‘악화방지 원칙’에 따라 전 단계 목표수질과 현재 수질보다 나빠지지 않도록 정하도록 돼 있다. 

▲수질오염총량관리 개념도(제공=에스제이워터) 

그러나 기후변화에 따른 유량·수질 변동이 커지고 비점오염원의 영향이 확대되면서, “할당부하량을 지켜도 목표수질이 달성되지 않는” 사례가 반복되고 있다는 것이 현장의 체감이다. 이 대표는 “물환경 여건 변화를 정교하게 반영할 수 있는 수질모델의 필요성이 커졌다”며 “정적 상태 모델에만 의존해온 총량관리 체계를 재검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적 모델에서 동적 모델로… ‘지능형 총량관리’ 제안
현재 총량관리에서는 QUAL-MEV 등 하천 수질모델을 활용해 목표수질과 허용배출부하량을 산정한다. 오염원 조사를 통해 기준년도 배출부하량을 계산하고, 유달율을 적용해 유달부하량–수질의 관계를 맞춘 뒤, 기준유량에서 목표수질을 만족하도록 허용부하량을 역산하는 방식이 일반적이다.
 

이 대표는 여기에 ‘동적 모델링’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환경부가 2023년 12월 마련한 「정밀원인분석 가이드라인(안)」을 언급하며 “수질과 오염부하량의 연계 부족, 시행계획에 포함되지 않은 오염원으로 인한 수질 악화 등 기존 총량제의 구조적 한계를 보완하려면 시간·공간 변화를 함께 보는 유역모형이 필수”라고 설명했다. 가이드라인은 취약지역 선정–현장조사–정밀원인분석–맞춤형 대책으로 이어지는 체계를 제시하고 있다.
 

동적모델은 기후변화, 국지성 강우, 계절별 유량·수질 특성, 하수처리장 방류수질 개선 효과, 점·비점오염원의 기여도 등을 시간축 위에서 통합적으로 모의할 수 있는 유역모형이다. 이 대표는 “그동안 총량관리는 사용자 편의성과 입력자료 간편성에 초점을 둔 정적 모형(QUALKO, QUAL-MEV 등)에 의존해 왔다”며 “이제는 물환경 변화를 시간·공간적으로 예측하고 관리할 수 있는 동적모델(Dynamic model)에 대한 수요가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동적모델링 도입 효과로는 ▲수체손상도 세부 분석 ▲오염원 그룹별 영향 분석 ▲맞춤형 삭감대책 설계가 제시됐다. 유량·계절 조건별로 하천이 어느 정도 오염에 취약한지, 어떤 시기에 수질이 특히 악화되는지를 정량적으로 파악할 수 있고, 생활계·축산계·산업계·토지계 등 오염원 그룹별 기여도를 비교해 수질 기여도가 큰 오염원을 우선 삭감 대상으로 선정하는 ‘타겟팅 관리’도 가능해진다.

한국환경공단, 117억 투입해 ‘유역하수도 통합 정보플랫폼’ 구축
동적모델링을 뒷받침할 데이터 인프라 구축도 본격화되고 있다. 한국환경공단은 포럼에서 빅데이터와 인공지능(AI)을 결합한 ‘유역하수도 통합 정보플랫폼’ 구축 계획을 소개했다. 2022년 6월 하수도법 개정으로 신설된 유역하수도지원센터의 업무를 지원하고, 공공하수도 관청의 관리·기술·정책을 디지털 기반에서 뒷받침하겠다는 구상이다. 

▲플랫폼 로드맵 구축(제공-한국환경공단)

공단이 설계한 통합 플랫폼의 기본 구조는 ▲빅데이터 수집·분석(On/Off Big Data) ▲데이터 기반 의사결정(Digital·AI) ▲사전관리(Pre-management) ▲분석·지원(Assistance) 등 네 단계로 요약된다. 기상자료, 관로·하천 수위, 하수처리장 운영자료, 수질측정망, 자산 DB, 원격감시(TMS) 등 하수도 관련 데이터를 종합적으로 수집·분석해 ▲하천 녹조 발생 최소 수질 조건 도출 ▲강우 빈도별 침수 예측과 사전 대응 ▲가뭄 시 전국 거점 하수처리수 공급망 설계 ▲관로 노후도와 CCTV 조사 결과를 활용한 보수 시기 판단 ▲시설 설치 현황과 정비계획의 적정성 검토 등을 수행할 계획이다.
 

공단은 이를 통해 기후변화로 심화되는 녹조를 억제하고, 집중호우 시 인명·재산 피해를 줄이며, 가뭄 때는 재이용수를 신속히 공급하고, 지반침하를 예방하는 한편, 하수도 행정 절차를 추적·관리해 투명성을 높이는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한국환경공단 관계자는 “유역 단위에서 하수도 정보를 통합 관리하는 플랫폼은 기후위기 시대에 필수 인프라”라며 “빅데이터와 AI를 활용한 유역하수도 통합 정보플랫폼이 녹조, 침수, 가뭄, 지반침하 등 복합적인 물 문제를 선제적으로 관리하고, 하수도 행정의 투명성과 효율성까지 높이는 기반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통합관측·디지털 트윈으로 물안보 강화

기후위기와 가뭄·홍수가 반복되면서 물 수량과 수질을 동시에 관리해야 할 필요성도 커지고 있다. 지표수와 지하수, 수량과 수질 정보를 한 번에 다루는 통합 모니터링 체계와 디지털 트윈 기반 관리 시스템이 대안으로 떠오른다. 

▲포럼에 함께한 사람들(제공=한국환경공단)

오정선 한국건설기술연구원 연구원은 포럼에서 ‘수질·유량 통합관리를 위한 모니터링 및 시스템’을 주제로 발표하고, 미국 지질조사국(USGS)의 차세대 물관측 체계를 소개하며 우리나라 실정에 맞는 ‘지능형 수질·수량 통합관리 시스템’ 구성을 제안했다.
 

발표에 따르면 USGS는 이미 국가 차원의 물 정보를 통합하는 여러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차세대 물관측시스템(NGWOS)은 지표수·지하수의 수량과 수질 등 물순환 전 단계를 통합 관측해 일 단위 물 운영현황 데이터를 제공한다. 통합 물가용성 평가(IWAA)는 생태학적 물가용성까지 포함한 물 사용·가용성을 평가해 장기 계획 수립에 활용되며, 통합 물예측(IWP)은 물순환과 생태·수질 특성을 예측하고 국가·기관 간 물 수요를 전망한다. 국가 물정보시스템 현대화(NWIS)는 다양한 형태의 물 관련 데이터를 표준화해 시스템 차원에서 제공하는 프로그램이다.
 

오 연구원은 “국가와 지역의 경제복지, 국민 생명·재산 보호, 수자원 효율적 관리를 위해 물 사용과 가용성 정보를 통합적으로 제공하는 체계가 필수”라며 “우리나라도 유량·수질 측정 기술은 발전했지만 관측망은 여전히 수량 관측소와 수질자동측정망이 분리돼 있어, 통합 모니터링과 디지털 트윈 구축 기반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제2차 수문조사 기본계획(2021년)은 ‘통합관측소 활용기술 및 활용체계 개발·확대 구축’을 과제로 제시하고 단계별 추진 로드맵을 마련했다. 오 연구원은 “유량·수질을 같은 지점에서, 같은 시간해상도로 관측해야 홍수 시 오염물질 부하량, 가뭄 시 수질 악화, 사고 시 오염 이동경로를 정량적으로 파악할 수 있다”며 통합관측소 전환의 필요성을 거듭 강조했다.

현장 분석, 자원관리는 물론 데이터 처리 부담 줄여
건설연이 제시한 지능형 수질·수량 통합관리 시스템의 핵심은 고정형 관측소와 가변형(이동형) 장비, 원격운영 시스템, 디지털 트윈을 하나의 구조로 엮는 것이다. 고정형 관측소는 주요 하천·호소 지점에서 수위·유량·수질을 상시 관측해 장기 추세와 기준 정보를 제공하고, 가변형 관측 장비는 오염사고 발생 지점, 홍수·가뭄 취약 구간 등 필요한 곳으로 이동해 감시 범위를 확장한다. 

▲통합모니터링 시스템 개발(제공=건설연)

센서와 장비에서 들어오는 데이터는 하천 인근 엣지 디바이스에서 먼저 1차 분석·처리를 거친 뒤, 필요한 정보만 클라우드로 전송된다. 이를 통해 통신이 불안정한 상황에서도 현장에서 실시간 분석과 자원 관리가 가능하고, 대용량 데이터 처리 부담도 줄일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렇게 수집·가공된 데이터는 물수지·물질수지 분석, 홍수 시 오염부하 산정, 가뭄 시 수질 악화 예측, 사고 시 오염농도 정확 계측 등에 활용되며, 디지털 트윈 상에서 다양한 시나리오 기반 가상 모의로 이어진다. 예를 들어 특정 지점에서 유출 사고가 발생했을 때, 유량·유속·수질 데이터를 결합해 오염물질 이동 경로와 도달 시간을 예측하고, 하류 취수장·취약 시설의 대응 시점을 산정하는 식이다.

스마트 총량관리, 하수도 플랫폼–통합 모니터링 하나로 이어져야

이번 포럼에서 제시된 동적 모델링 기반 스마트 총량제, 유역하수도 통합 정보플랫폼, 통합관측·디지털 트윈 시스템은 각각 다른 주제를 다루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데이터와 모델, AI를 기반으로 물환경을 선제적으로 관리하자”는 하나의 방향으로 수렴한다.
 

기후위기로 유량·수질 변동성이 커지는 상황에서, 단일 지점·단일 시점 수질만을 기준으로 한 정적 총량관리의 여지는 점점 좁아지고 있다. 오염원 기여도를 정밀하게 파악하는 동적모델링, 하수도 전 주기의 데이터를 아우르는 통합 플랫폼, 수량·수질을 한 번에 보는 통합 모니터링과 디지털 트윈이 맞물려 돌아갈 때 비로소 ‘지능형 물환경 관리’가 가능해진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메시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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