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소중립, 멸균팩이 대안이다?

살균팩 재활용 품질이 저하된다는 이유로 소중한 자원인 멸균팩을 폐기물 취급
음식물 장기 상온보관, 플라스틱보다 상대적으로 낮은 탄소배출량으로 멸균팩의 환경적 가치 외면
플라스틱 줄이기에 땀 흘리는 시민, 단체들의 실천의지 상실, 현실왜곡 우려
멸균팩 버리자는 주장
김한결 기자 | eco@ecomedia.co.kr | 입력 2021-10-26 16:2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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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환경부가 멸균팩 분리배출 활성화를 위해 단체·업계 간담회를 거쳐 개정안(2022년 1월부터 시행) 발표 <제공=(사)소비자기후행동>

 

[이미디어= 김한결 기자] 올해 7월 환경부는 <분리배출 표시에 관한 지침> 개정을 통해 2022년 1월부터 멸균팩을 일반팩과 분리해 종이자원을 살리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이후 관련 생산자, 재활용업계 등이 모여 멸균팩 자원순환을 위한 프로그램 보강에 더욱 힘을 모았다. 한 예로 멸균팩을 사용하는 매일유업, 서울우유 등의 생산자, 시민단체, 재활용업계 등은 ‘멸균팩협회’를 구성, 자원순환율을 높이기 위한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멸균팩은 살균팩과 다르게 알루미늄 코팅이 있어 빛과 공기의 투입을 차단한다. 이런 이유로 살균팩과 다르게 수년 동안 상온에서 음식물을 보관할 수 있다. 우리나라도 멸균팩 사용이 증가하는 추세다. 탄소중립 실현이 절실한 시기에 음식물 낭비를 줄이고 냉장 보관·유통 시 발생하는 탄소발생량도 최소화 할 수 있는 대안이다.

이러한 이유로 선진국에선 멸균팩을 활용해 물, 음료, 식용유, 세제 등을 담는다. 일본, 유럽 국가들은 종이팩 자원의 사용 가치를 높이기 위해 자원순환에도 적극적이다. 벨기에의 경우 멸균팩 재활용률이 84% 수준이다. 멸균팩 종이는 생활필수품, 유통·건축 자재 등으로 다양하게 재활용된다. 우리나라도 멸균팩을 회수하면 종이는 페이퍼타월로, PE나 알루미늄 소재는 유통자재, 생활용품 등으로 재활용한다. 100% 재활용이 가능한 자원이라고 할 수 있다. 

 

종이팩의 재활용률을 높이기 위해서는 살균팩과 멸균팩을 별도로 분리배출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이미 제로웨이스트샵이나 주민단체, 생협 등은 멸균팩을 별도로 모아 재활용 업체에 전달하고 있다. 이렇게 모인 멸균팩은 살균팩과 다른 별도 공정을 거쳐 페이퍼타월 등으로 재활용된다. 모 생협은 멸균팩 자원순환에 적극 참여해 최근 9월 6일 자원순환의날 환경부장관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멸균팩 자원순환의 가치를 높게 평가한 결과다. 환경부는 2022년부터는 이러한 사례를 더욱 늘려 지자체가 멸균팩을 일반팩과 별도 구분, 회수해 재활용하도록 촉진할 예정이다.

 

▲ 멸균종이팩을 회수해 재활용한 페이퍼타올 <제공=(사)소비자기후행동>

 

플라스틱 생산을 줄이기 위한 대안으로도 멸균팩이 언급되는 이유는 종이팩이 플라스틱보다 자원재활용이 용이한 소재일 뿐 아니라, 그 자체로도 탄소배출 절감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종이팩의 생산-폐기 시에 발생하는 탄소발생량은 플라스틱에 비해 1/3 수준으로 나타난다. 아이쿱협동조합연구소는 500ml PET 생수병 용기를 종이팩 소재으로 바꿀 시 병당 55.3gCO2e의 탄소 절감 효과가 있는 것으로 추산한다.

 

▲ 위 자료에 따르면 (생산부터 폐기까지의)플라스틱 페트의 탄소배출량은 각각 0.29, 0.229다. 반면 종이팩(carton)의 탄소배출량은 0.11, 0.082로서 플라스틱에 비해 약 3배의 차이를 보인다. (종이팩은 재사용 PET에 비해서도 탄소배출량이 적다) <제공=(사)소비자기후행동>
 

플라스틱 대안이 무엇이냐를 두고 논쟁해 온 지난 10년, 플라스틱 사용량은 끊임없이 늘었다. 플라스틱 재활용률이 80%로 나타나기에 더 친환경적이라는 논리 속에 신규 플라스틱 사용, 수입은 증가했다. 하지만 단순히 재활용률이 높다는 이유만으로 권장되거나 친환경적이라고 말할 수는 없다. 여전히 탄소 집약적 생애주기를 가진 플라스틱은 생산부터 폐기까지 막대한 온실가스를 배출한다. 그린피스 보고서에 따르면 국제환경법센터(CIEL)는 2019년 기준 연간 전 세계에서 플라스틱을 생산해 폐기까지 전 과정에 걸쳐 배출되는 탄소량은 500㎿ 용량의 석탄 화력발전소 189개를 1년간 가동하는 탄소 배출량과 맞먹는다고 밝혔다. 이런 현실 속에서 멸균팩 사용은 대체재로서 무척 가치가 높다. 최근 모 생협이 출시한 멸균종이팩 생수의 경우, 생산량에 비례해 플라스틱 사용량을 줄이는 효과가 있다.

이렇게 소중한 자원인 멸균팩이 지난 20여 년간 고착된 살균팩 재활용업계와 일부 환경·시민단체로부터 폐기물 취급을 받고 있다. 살균팩을 재활용해 화장지로 만드는 과정에서 멸균팩이 섞이면, 백색 화장지의 질을 저하시킨다는 것이 이유다. 하지만 자원으로서 효용가치가 큰 멸균팩을 버리자는 주장보다 멸균팩 재활용률을 높이기 위해서 제대로 인프라를 구축하고 시스템을 만들어 가야한다는 주장이 필요한 때다. 지금도 열심히 멸균팩을 펴서 씻고 말려 차곡차곡 모아 주민센터, 생협, 제로웨이스트샵 등에 배출하는 시민들의 실천에 발맞춰 변화해야 한다. 환경부도 이런 움직임에 발맞춰 그간 혼합 배출돼 온 종이팩을 구분하기 위해 고심하고 있다.

 

소비자기후행동 관계자는 “멸균팩 회수량을 높이기 위해 수거 인프라를 어떻게 늘릴 것인지, 지자체와 지역별 자원순환센터에 무엇을 요구할 것인지, 정부와 기업에게는 어떤 정책과 실천을 주문할 것인지를 고민해야 할 때”라면서, “멸균팩의 구분 회수량이 늘어날수록 살균팩과 종이자원의 재사용 가치도 동반 상승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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