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치를 산다 '미닝아웃(Meaning Out)'...친환경 소비로 이어져

강유진 기자 | eco@ecomedia.co.kr | 입력 2020-04-13 11:5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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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미디어= 강유진 기자] 소비 패턴도 유행이 있다. 소득 수준이 높지 않던 과거에 소비자들은 ‘가성비’를 따졌다. 가격대비 성능이 좋은가 말이다. 비슷한 기능을 갖췄다면 싸면 쌀수록 더 많이 팔렸다. 최근엔 ‘가심비’라는 말이 등장했다. 가격대비 심리적 만족감이 큰 제품을 고르겠다는 뜻이다. 즉 가격은 조금 비싸더라도 유명 브랜드 제품을 샀다는 만족, 내 취향에 맞는 제품을 찾았다는 만족 등 다양한 이유에서 가격보다는 소비자의 심리적 만족감이 높은 제품을 고르겠다는 소비패턴이다.

‘미닝아웃’이란?
여기에 더 해 ‘미닝아웃’이 떠오르는 소비 트렌트로 자리 잡고 있다. 미닝아웃은 신념을 뜻하는 ‘미닝(meaning)’과 벽장 속에서 나온다는 뜻의 ‘커밍아웃(coming out)’이 결합된 단어다. 이전에는 함부로 드러내지 않았던 정치적·사회적 신념 등을 소비행위를 통해 적극적으로 표출하는 것을 말한다.

 

미닝아웃은 서울대 소비트렌드분석센터가 출간한 ‘트렌드 코리아 2018’에 처음 소개된 용어로써, 과거에는 개인이 나서는 것을 유별나게 생각했던 것과 달리 최근에는 SNS를 중심으로 자신의 가치관을 표현하고자 하는 소비자 욕망이 미닝아웃 트렌드를 키운다고 설명한 바 있다.

 

미닝아웃 소비가 가장 적극적으로 드러난 사례를 일본제품 불매운동으로 꼽는다. 2030세대에서 활발하게 일어난 현상으로, 전문가들은 자신의 신념을 소비를 하지 않는 것으로 드러낸 대표적 미닝아웃 현상으로 보고 있다. 또한 영화관에 가지 않지만 영화표를 구매하는 일명 ‘영혼 보내기’ 열풍도 미닝아웃의 일종이다. 가성비를 따진다면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다.


2030세대가 일으킨 변화
미닝아웃을 잘 이해하기 위해서는 2030세대를 이해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들은 소위 MZ세대로 불리는데 밀레니얼 세대와 Z세대의 특징이 함께 나타나는 것을 뜻한다. 남들의 시선보다는 나의 행복, 소확행(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이 중요한 세대, 나의 개성과 취향을 드러내는데 익숙한 세대, 마음 가는 것에 소비하기를 두려워하지 않는 세대이다. 이들이 주요한 소비자 층으로 급부상하면서 착한소비는 트렌드를 넘어선 하나의 사회현상이 되고 있다.

지속가능한 소비와 맞닿아
이처럼 미닝아웃은 소비자가 자기만족뿐 아니라 사회, 환경 등에 미치는 영향까지 고려해 소비하는 것을 의미한다는 점에서 윤리적 소비, 친환경 소비와도 맥이 통한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지속가능한 소비’와 ‘동물권 보호’이다.

 

심각한 환경문제가 세계 곳곳에 대두되면서 그 어느 때보다 기후, 환경, 동물권 등 모두가 공존하며 살아갈 수 있는 지속가능한 미래에 대해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이러한 경각심은 소비로 이어져 친환경 마크가 부착된 상품, 동물 테스트를 거치지 않은 화장품, 사회적 약자를 고용하는 기업 제품 등을 꼼꼼히 알아보고 자신이 지향하는 가치를 가진 제품의 경우 가격이 다소 비싸도 기꺼이 소비한다. 또한 자신의 친환경 소비를 SNS에 사진을 올려 인증하거나, 해시태그로 환경보호 캠페인에 참여하고 있다.


환경운동연합이 소개한 자료에 따르면, 이러한 미닝아웃 의지는 2030세대로 갈수록 더 강하게 나타났다. 소비를 할 때 ‘지속가능성의 실천’이 ‘매우 중요하다’는 의사를 표시한 Z세대의 비율은 약 20%로 전체 세대(15%)에 비해 5%p 더 높다. 또한 나이가 어릴수록 지속가능한 패션 아이템 구매에 대한 의지가 강한 것으로 나타났는데 친환경 상품을 사는 데 돈을 더 투자할 의사가 있다고 답한 18세~24세 응답자의 비율은 52%에 달했다. 이는 55세 이상(28%)의 두 배에 가까운 수치다.

기업이 변하고 있다
이러한 요구에 발맞추어 많은 기업들의 생산방식도 변화하고 있다. 겨울마다 논란이 되는 동물 털이 들어간 패딩 점퍼나 모피 코트가 최근에는 윤리적으로 채취한 동물 털 또는 인공 충전재를 사용한 제품으로 대체되어 각광받고 있다. 최근 구찌, 샤넬, 버버리, 코치, 조르지오 아르마니, 베르사체 등 명품 기업들이 모피 반대 ‘퍼 프리(Fur Free)’ 운동에 동참하기 시작했다. 동물권을 존중하며 동물의 털가죽을 대체할 신소재 개발을 약속한 것이다.


이러한 동물복지의 흐름은 채식주의 즉, '비건'으로부터 파생되었다고 볼 수 있다. 건강과 환경, 동물권을 위해 채식을 하는 이들이 늘어나면서 비건이 식품에 국한되지 않고 패션과 뷰티 등으로 범위를 점점 넓혀갔기 때문이다.

 

국제채식인연명 등에 따르면 국내 채식인구는 약 100만~150만 명으로 추정된다. 해외에서는 오래 전부터 채식을 하나의 식문화로 인정하고 있지만 우리나라는 채식 불모지나 다름없었다. 하지만 미닝아웃 열풍이 이어지면서 우리나라도 최근 들어 식품업계에 변화의 바람이 불었다. 대형마트와 편의점 등에 채식 제품이 출시되고 있는 것이다. 영국 비건 협회인 ‘비건 소사이어티’에서 비건 인증을 받은 비건 라면이나, 계란노른자나 오일을 대신 대두를 넣은 순식물성 마요네즈가 출시됐다. 또한 2030세대가 즐겨 이용하는 편의점에서도 미닝아웃 소비를 겨냥한 채식 상품이 연달아 출시 됐는데, 지난해 11월 최초로 출시된 도시락과 햄버거, 김밥으로 구성된 채식주의 간편식에는 모두 고기 대신 통밀 또는 콩에서 추출한 단백질을 사용해 만든 식물성 고기가 들어있다. 그 후로도 식물성 고기를 이용한 만두 등이 편의점에 등장했다.  

 

동물복지 뿐 아니라 지속가능한 생산을 위한 기업의 노력도 이어지고 있다. 이는 기업이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동시에 지속가능한 라이프스타일 실현에 앞장서서 소비자들과 가치관을 공유한다는 것을 나타내고 있다.

친환경 제품 클라우드펀딩
자신의 사회적 신념이나 가치관에 부합하는 기성 제품이 없을 경우 적극적으로 찾아나서는 크라우드펀딩 플랫폼도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크라우드펀딩이란 사업자금이 부족한 사람이 인터넷을 통해 익명의 다수에게 투자를 받는 것을 뜻한다. 와디즈, 텀블벅 등 크라우드펀딩 플랫폼에 프로젝트의 목적, 목표 금액과 모금 기간 등을 공개하면 누리꾼이 그 내용을 보고 투자를 결정한다.

 

동물의 가죽으로 만든 가방보다는 재활용 소재만든 가방이 뜨거운 관심을 받고, 의류 및 액세서리로 인조퍼(fur)을 선호하는 소비패턴이 인기를 얻는다. 선한 영향력 메시지가 담긴 굿즈가 많은 투자를 받는 것을 보면 미닝아웃은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다.

환경교육열 높아
미닝아웃은 교육과 의식개선에서 시작하기에 환경교육에 대한 중요성도 날로 늘어나고 있다. 작년 12월 국가환경교육센터는 전국 고등학생 600명을 대상으로 환경문제 및 환경교육에 대한 인식조사를 실시했다. 본 조사에는 학생들의 환경교육에 대한 인식과 요구가 잘 드러나고 있는데, 환경이슈에 좀 더 경각심을 갖고 적극적으로 참여하기를 원하는 학생들이 과반수 이상을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조사에 참여한 청소년들은 ‘2022년 대통령 선거에서 선거권이 있다면 어떤 대통령을 뽑겠는지 순서대로 번호를 표시해 달라’는 질문에, 1순위와 2순위를 묶어서 비교하면, 환경 대통령이 47.7%로 가장 높았고 그 다음으로 경제 대통령이 47.5%로 2위를 차지했다.


또한 ‘최근 심각해지고 있는 기후변화와 미세먼지 등 환경재난에 대응하기 위해 모든 초·중·고등학교에서 1주일에 1시간씩 환경 과목을 필수화하는 정책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를 물었을 때, 응답자의 60.0%가 ‘매우 찬성’ 또는 ‘꽤 찬성’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아울러 ‘매우 반대’ 또는 ‘꽤 반대’하는 응답자는 11.8%에 불과해 찬성이 반대의 약 6배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응답자들은 고등학교 1주일 동안 34시간의 수업을 한다고 가정했을 때, 학생들이 원하는 대로 수업 시간표를 짜보도록 한 결과, 환경 과목을 주당 평균 2.22시간 배정했으며, 필리핀처럼 기후위기에 대처하기 위해 초등학교에서 대학까지 학교를 졸업할 때마다 반드시 10그루의 나무를 심게 하는 정책에 대해 69.4%가 꽤 또는 매우 찬성한다고 표했다. 조사에 참가한 청소년의 약 53.7%은 개인적인 노력만으로 기후변화나 미세먼지 등 지구적인 환경문제를 해결하기 어렵다는 주장에 대해 찬성하며 사회적 국가적 노력을 촉구하기도 했다.


조사를 진행한 국가환경교육센터는 청소년들의 미래 가치가 담겨 있다고 할 수 있는 여러 항목에 대해 종합적으로 살펴본다면, 환경이슈에 대한 경각심을 갖고 있는 청소년들은 자발적으로 환경보호활동을 할 의지가 있고, 더 나아가 개인의 노력만으로는 역부족임을 인식하며 제도적인 지원이 반드시 필요함을 느끼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과도한 비판 자제해야
하지만 이런 미닝아웃도 과도하게 행해질 경우 변질되는 문제도 있다. 개개인이 자신의 가치관을 표현하는 것을 넘어, 누군가를 비판하는 도구로 사용되기도 한다. 또한 자신의 신념에 동의하지 않은 사람들을 향한 과도한 비판은 타인의 권리를 침해·위협하기도 한다. 또한 기업들은 미닝아웃을 마케팅 수단으로 활용해 과장된 홍보 등을 하는 점도 주의할 사항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2030세대에서 시작된 미닝아웃은 현재 산업 전반의 트렌드로 자리 잡아 가고 있다. 지속가능한 친환경 소비를 이끌어 내는 선한 영향력을 계속 미칠 수 있길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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