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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공=김석종 사진작가 |
모르는 척
-한영옥
누구신가, 알게 모르게
나를 조금씩 망가뜨려 주시네
누구신가, 알게 모르게
나를 조금씩 키워주시네
그래, 뭉글뭉글 뭉게구름
알고도 모르는 척
모르고도 모르는 척
오래 간수해온 나의 힘이라네
순순하게 발길 받아주는 들길
고마워 참 고마워 고개 들면
하늘이 오래 간질이네
그래, 뭉글뭉글 뭉게구름
『사랑에 관한, 짧은』, 문예바다, 2021.
저는 여러 번 몽골을 다녀왔습니다.
몽골은 초원만 광활한 게 아니라
하늘도 광활해서 하늘이 하나가 아니고 여럿 있는 것 같았습니다.
몽골의 하늘 한쪽은 뭉글뭉글 뭉게구름, 한쪽은 새털구름,
다른 한쪽은 구름 한 점 없는 텅 빈 하늘,
붉게 물든 구름과 솜털같이 하얀 구름이 하늘 가득 채우고 있었지요.
올해 우리나라도 유난히 하늘이 맑습니다.
맑은 하늘에 구름이 풍경을 만듭니다.
구름은 저 자신이 조금씩 망가져도, 조금씩 회복되어도
알고도 모르는 척, 모르고도 모르는 척합니다.
구름은 도심을 걸어도
들길을 걸어도 산을 타도 순순히 제 발길을 받아줍니다.
저도 알게 모르게 망가져도 다시 키워주는 구름처럼 살고 싶습니다.
고개 들어 하늘을 봅니다.
고마워 참 고마워하며 모르는 척 하늘을 간질이는
제 마음 한 자락이 걸려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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