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료 수입 70% 화장품 업계, '나고야의정서' 어떻게 대응 하나?

우리나라, 8월 17일부로 나고야의정서 당사국, 업계 대응 살펴본다
강유진 기자 eco@ecomedia.co.kr | 2017-10-11 11:02:25

우리나라에만 있는 특산종 ‘구상나무’. 세계자연보전연맹이 지정한 국제적 멸종위기종이기도 한 이 나무를 아는 사람이 몇 명이나 될까.

 

△ 구상나무<사진제공=구글코리아>

‘구상나무’라는 이름을 듣고 떠오르지 않았다면 다르게 설명해 보겠다. ‘크리스마스트리’. 딱 하고 떠오르는 바로 그 나무가 ‘구상나무’다. 우리나라 특산종임에도 해외에서 크리스마스트리로 더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생물자원의 중요성을 일찍이 인식하고 우리나라의 생물자원을 이용해 품종을 개량하고 상품화한 경우는 구상나무 외에도 많다. 우리나라의 특산종을 이용했음에도 상품의 이익은 상품을 만들어 판매한 나라가 가질 수 있었다. 하지만 점차 생물자원의 중요성이 인식되고 소유권을 지키기 위한 보이지 않는 싸움이 생겨나며 2010년 나고야 의정서가 채택됐다.  

 

나고야의정서는 ‘생물유전자원의 주권’이 핵심이다. 유전자원이란 ‘현재는 물론 미래의 농업 및 식량 생산에 유용한 유전적 소재로서 보존가치가 있는 종자, 미생물, 곤충, 동물 등의 생물체’를 총칭한다. 이런 유전자원을 자국이 아닌 다른 나라의 것을 써야 할 경우, 자원 보유국의 ‘사전접근승인’을 받아야 하고 자원으로 인한 이익이 발생하면 ‘이익을 공유’해야 한다.

 

우리나라는 2011년 9월 서명을 마치고 공식적인 준비에 들어갔으며 지난 8월 17일 나고야의정서의 98번째 당사국이 됐다.

 

나고야의정서 서명 당시부터 예상되는 어려움이 있었다. 해외자원의 수입 비중이 높은 제약, 화장품, 바이오 산업은 원료 사용에 따른 이익을 나눠가져야 하고 원가 상승을 피할 수 없는 것. 또는 해외식물자원 이용 자체가 금지 될 수도 있었다.

 

△ 나고야의정서 대응 세미나<사진제공= 대한화장품협회>

환경부와 국립생물자원관 등은 나고야의정서 당사국이 되기 전부터 다방면으로 준비를 해왔다고 하지만 업계에서는 나고야의정서에 대한 인식이 부족한 게 사실이었다.  

 

최근 화장품협회와 바이오협회는 세미나를 개최해 업계 차원에서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지 토론하며 코스맥스 전용석팀장을 필두로 ‘나고야의정서 선제적 대응 TF팀’을 구성했다.

 

이는 정부차원이 아닌 업계에서 대응의 의지를 보여준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환경미디어는 세미나를 주최한 대한화장품협회와 ‘나고야의정서 발효와 화장품업계의 대응’을 주제로 이야기를 나눴다.  

 

Q 화장품에서 수입 원료가 차지하는 비중은?
A 나고야 의정서 당사국이 되면 해외로부터 생물자원을 들여와 이용할 때 해당국가의 사용 승인을 받아야 하고, 생물자원 이용으로부터 발생되는 이익도 함께 나누어야 한다. 우리나라 화장품 산업은 원료자원의 약 70%를 수입에 의존하고 있어, 철저히 준비하지 않으면 자칫 큰 타격을 받을 수 있다.

 

생물자원 제공국이 과도한 로열티를 요구할 경우, 원료가격이 상승할 수 있고, 생물자원 접근 자체를 제한할 경우, 생물자원의 수입이 지연될 수 있다. 또한 생물자원의 주권 분쟁 일어나거나, 이익 공유 문제 등 여러 분야에서 어려움이 발생할 수 있다.  

 

Q 환경부는 나고야의정서 당사국 준비를 잘 해왔다고 하는데, 업계 분위기는?
A 우리협회와 한국바이오협회가 지난 8월 31일에 공동 주최한 ‘화장품업계 나고야의정서 인식제고 세미나’에 약 350여명이 참석하는 등 화장품 업계 내에서 나고야 의정서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그러나 나고야의정서의 취지나 기본 개념 정도는 알고 있으나 실제 적용 대상은 어떻게 되는지, 이익 공유는 어떤 방식으로 해야 하는지, 자원 제공국과 분쟁이 발생할 경우 어떻게 해야 하는지 등 구체적이고 세부적인 부분에 대한 준비는 아직 많이 부족한 상황이다.  

 

업계가 나고야의정서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기 어려운 점 중 하나는 나고야의정서의 비준국의 동향을 확인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현재 나고야의정서 비준국 101개 국가 중에서 나고야의정서 이행법령이 정비되어 ABS-CH 사이트에 정보가 게시되어있는 나라는 35개국에 불과하며, 해당 법령도 자국 언어로만 올라가 있는 경우가 많아 세부내용 파악이 어렵다.

 

다행히 환경부 (국립생물자원관)에서는 ‘나고야의정서 당사국의 이행 경험과 과제’와 같이 국제동향을 파악할 수 있는 다양한 세미나를 개최하여 나고야의정서 관련 정보를 안내하고 있다. 협회에서는 더 많은 화장품업계가 정보를 접할 수 있도록 나고야의정서 포럼 등을 통해 관련정보를 적극적으로 안내할 예정이다.  

 

우리나라 화장품은 원료자원의 약 70%를 수입에 의존

<사진제공=코스맥스 홈페이지 갈무리> 

Q 당장에 닥친 문제는 뭔가?
A 국내 기업의 화장품 원료 구매 방식을 살펴보면 직접구매가 33%, 자가생산이 3%, 원료업자를 통한 위탁구매 비율이 약 64%를 차지하고 있다.

 

원료업자를 통한 위탁구매의 경우, 생물자원의 출처에 대해 정확하게 알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이로 인해 나고야의정서 적용 대상에 해당하는지 여부 확인에 어려움이 발생할 수 있다. 한다.  

 

또한 개별 기업이 자신이 이용하고 있는 다양한 수입원료의 출처를 파악하더라도 해당 생물자원 제공국의 나고야 의정서 관련 국내법 현황과 이행 절차, 이익공유 방법 등에 대해 일일이 파악하는 것이 쉽지 않다.  

 

Q 생물유전자원의 ‘이익 공유’에 있어 합의된 내용이 있나?
A 이익 공유의 방식에는 금전적인 방식(로열티 지급, 인프라 구축)과 비금전적인 방식(공동연구, 지식재산권 공동 소유 등)이 있으나 생물유전자원의 이익공유는 통상적으로 제공자와 이용자간의 상호 합의 조건에 따라 이루어지기 때문에 추후 분쟁의 소지를 없앨 수 있도록 이익 공유 계약 체결을 세밀하게 잘 해야 할 것이다.  

 

Q 해외 화장품업계는 나고야의정서를 어떻게 대응하나? 사례가 있다면?
A 미국화장품협회에서는 2015년에 브라질협회와 ‘화장품업계를 위한 나고야의정서 가이드라인’을 발간하여 협회 회원사들에게 제공한 바 있다.

 

유럽 화장품 산업에서는 나고야 의정서 관련하여, 각 나라 협회들을 위한 교육 훈련 및 세미나를 개최하고, 화장품 분야의 best practice(모범 사례)를 작성하여 유럽위원회에 2016년 2월에 제출 하는 등 유럽위원회의 화장품 분야 가이드라인 작성에 협력했다.  

 

Q 정부와 화장품 업계 관계자들에게 각각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
A 화장품 기업들이 나고야의정서의 관련법규 불이행으로 억울한 상황이 발생하지 않아야하겠다. 나고야 의정서의 적용 대상 생물자원 및 이행 절차, 이익공유 방법 등에 대해 관련법규를 명확히 이해하고, 이에 대응할 만반의 준비를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Q 앞으로 협회 차원에서 나고야의정서에 대해 어떻게 대응할 계획이 있나?
A 우리협회에서는 나고야의정서 비준에 따른 국내 이행법을 이미 시행하고 있는 국가(인도 등 약 35개국)의 해당 법령 정보를 수집하여 화장품 업계에 제공할 예정이다.

 

또한 우리나라의 화장품 원료 주요 수입국(중국 등)의 나고야의정서 관련 정책 및 입법 추진 동향에 대해서도 세미나 개최 등을 통해 화장품 업계에 정보를 제공할 예정이다.

 

마지막으로 환경부 및 국립생물자원관에서 나고야의정서 관련 지원하고 있는 사항(찾아가는 기업컨설팅 등)에 대해서도 업계에 적극적인 홍보를 할 것이다.

 [환경미디어 강유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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