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님 작가, 2020 갤러리이즈 개인전

생성과 소멸의 근원으로서의 빛
김한결 기자 | eco@ecomedia.co.kr | 입력 2020-06-03 10:0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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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물의 근원인 빛은 바라보는 자의 감정 상태에 따라 다른 뉘앙스를 준다. 나의 작업은 감정의 변이와 오래된 기억, 경험들과 교감하는 시간이며 자신을 비워내고자 하는 자아 성찰적 행위로서 고요한 심리적 안정의 상태를 유지하게 하는 것이다. 이는 나의 작품에서 소통의 기호인 동시에 심상의 표현이기도 하다.    - 작가 노트 중

 

우리는 모두 세계의 중심점(中心點)인 동시에 언젠가 흩어져 소멸할 존재들이다. 이 우주에 영원히 존재하는 것은 빛, 그리고 어둠뿐이다. 우리는 모두 시작이 끝이며 끝이 시작인 영원회귀의 도상 위에 서있다.

 

박정님 작가는「내적 공간」연작을 통해서 그 무한한 생성과 소멸의 과정을 표현하고 있다.

 

작가는 그동안의 작업을 통해 여성으로서 자기자신의 정체성에 대하여 탐구하였고,「심우도(尋牛圖)」,「월인천강(月印天江)」연작에서는 시야를 확장하여 인간의 삶과 우주적 공간에 대한 관계성을 도교적 사유로서 표현하였다.

 

작가는 이번 작업에서 정신적 표현으로서의 회화적 방법을 지양하고 물질성 자체에 천착함으로서 밀도 높은 추상적 형태의 도상(圖像)을 창출하고자 했다.

 

작가에게「빛」은 존재의 근원이자 상징적 아우라로서 작품의 중심 소재이자 주제이다. 작가는 존재의 생성과 소멸, 무한성과 순간성을 빛이라는 매개로서 화면 위에 표현하고 있는 것이다.

 

작가는 캔버스 위에 물감을 여러층으로 두텁게 칠하여  물감이 마르면 도구를 통하여 마티에르를 내는 방식을 반복함으로서 예술행위 자체가 영원회귀의 선상 위에 있음을 증명한다. 작가에게 있어서 빛은 어둠을 담지하고 있는 빛이다. 즉, 어둠 속에서 태어나는 빛이며 어둠 속으로 사라지는 빛이다. 작가에게는 빛이 어둠이고 어둠이 빛이다.

 

박정님 작가는 자신의 내면에 존재하는 내적 공간과 우주에 존재하는 외부 공간을 동일시함으로써 작가 자신이 곧 우주이고, 우주가 곧 작가 자신인 물아일체(物我一體)를 경험한다. 그것은 작품을 통해서 확인할 수 있는데 작가가 그린 공간은 우주공간에 빛이 유동하는 광경이지만 그것은 곧 작가 자신의 내적 공간(內的 空間)이기도 한 것이다.

 

작가는 끊임없이 순환하는 생성과 소멸, 시작과 끝을 표현하기 위하여 주로 나선형(螺旋形) 구도를 사용하는데 이것은 매우 유용하고 타당한 방식으로서 자연 속에 존재하는 프랙탈(Fractal)구조와 동일한 것이다.

 

작가는 또한 일원론적(一元論)적 사유에  근거하여 기(氣)가 모이고(雧) 흩어지는(滅) 우주의 무한한 순환 과정을 빛의 유영(游泳)을 통해서 표현하고 있다. 작가는 우주공간 속에서 끊임없이 모이고 흩어지는 빛의 입자와 파동을 표현하기 위하여  자신만의 새로운 기법을 탐구함으로서, 회화로서의 물질성에 대해 매우 효과적인 방식을 도출했다.

 

박정님 작가의「내적 공간」-나선형 구도의 작품을 오래도록 바라보고 있으면 관람자의 몸이 그림의 중심점 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듯한 착시현상을 느끼게 된다. 그것은 우주의 시작, 즉 빅뱅(Bigbang)을 표현한 것이며, 공간 위에 떠 있는 거대한 자궁(子宮)을 표현한 것이기도 하다.

 

작가는 빛이 상징하는 각 존재의 다양성을 드러내기 위하여 꽃이 피어나는 듯한 형상을 떠올린다.빛의 입자들이 뻗어 나가는 모습은 꽃잎이 피어나는 것처럼 황홀하고 아름답다. 모든 존재는 황홀하고 아름답게 소멸을 향해 불타오른다. 실제로 작가의 작품 일부분을 확대해서 보면 꽃이 피어나는 모습처럼 보인다.작가는 견고하게 쌓아올린 두터운 물감 위에 각각의 색으로 채색을 함으로써 이런 황홀경을 만들어내고 있는 것이다.

 

박정님 작가의 이번 작업은 모신적(母神的)이고 우주적이며 물성적(物性的)인 특징을 가진 회화작업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미술평론가 박광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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