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이 창 석 한국생물과학협회 회장 |
생태학을 전공하는 사람으로서 탄소중립을 이루어내겠다는 계획이 반갑지 않을 리 없다. 그러나 탄소중립위원회 설치 소식은 반갑지 않게 들린다. 탄소중립을 실현해내기 위한 실질적 노력보다는 탄소중립이라는 주제를 놓고 탁상공론만 벌일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이런 필자의 예단을 두고 중요한 일의 시작을 앞두고 찬물을 끼얹는 것은 아니냐는 비난이 있을 줄 안다. 그러나 시작도 하지 않은 일에 이런 예단을 해야 하는 필자의 마음도 편치 만한 것은 아니다. 필자가 이러한 예단을 하는 근거는 지금까지 진행된 환경관련 위원회 활동의 성과 평가 결과에 바탕을 두고 있다.
우선 유사한 내용으로 활동했던 국가 기후환경회의의 미세먼지 저감을 위한 활동 성과를 보자. 여론조사 참여자까지 포함하면 수천 명, 국민정책 참여단 500명 그리고 전문가만도 100명이 넘게 참여한 이 조직의 성과가 무엇인지 전혀 눈에 뜨지 않는다. 코로나바이러스 사태로 세계의 공장들이 가동을 멈춘 상태에서 잠시 하늘이 맑아졌던 것을 제외하면 미세먼지 상태가 전혀 나아진 것 같지 않다. 미세먼지 정보 수집체계는 여전히 선진국 수집체계와 차이를 보이고, 지역 별로 나타나는 발생량 차이도 신뢰가 가지 않는 상태 그대로다.
달라진 것이 있다면 미세먼지를 핑계 삼아 국민의 혈세를 쓴 것이었다. 미세먼지 흡수를 목적으로 전국 여기저기에 숲을 조성한 사업이다. 그러나 오염피해지의 생태적 복원과 그것을 통한 오염 피해 저감을 30년 이상 연구해 온 필자의 시각으로 볼 때 그 사업은 전문성이 전혀 없는 수준 이하의 사업으로 평가되었다.
우선 도입한 식물의 선정이 도입한 장소에 적합하지 않고, 식물의 오염물질 흡수능력에 대한 검토가 없으며, 그들의 배치방법 또한 내세운 목표와 거리가 멀기 때문이다.
현 정부에서 그토록 강조한 지속가능발전위원회 활동성과도 보자. 지속가능한 발전의 의미는 환경에 대해 피해를 주지 않으면서 경제발전을 이루어내겠다는 뜻이다. 탄소중립과 유사한 의미를 담고 있다. 아니 탄소중립 자체가 지속가능한 발전의 한 부분이다.
예를 더 들어 보아야 마음만 더 아플 것 같으니 이쯤에서 마무리하고 이 글의 본래 주제인 탄소수지와 관련한 우리의 실태를 점검해보기로 하자. 현재 우리나라에서 산업 활동을 비롯한 인간 활동으로 배출하는 이산화탄소량은 7억 톤을 넘어서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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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우리나라 지자체 별 이산화탄소 발생량 (a), 흡수량 (b) 및 수지 (c). 수지에서 음의 값은 흡수량이 발생량보다 많은 것을 의미한다. |
그렇다고 하더라도 20배도 넘는 발생량과 흡수량 사이의 차이를 어떻게 극복하겠다는 계획이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그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 것이라고 믿는 전문가는 거의 없을 것 같다. 더구나 그 전 10년 동안 계획한 목표에서 양자 사이의 차이가 더 벌어지는 상황에서는 더욱 믿음이 가지 않는다.
이런 점에서 필자는 진정으로 탄소중립을 실천할 의지가 있다면 발생원 대책에 더해 흡수원 대책을 반드시 마련할 것을 권하고 싶다. 발생원과 흡수원 사이의 차가 너무 크기 때문이다.
흡수원을 확보하려면 우선 신중한 검토를 거쳐 산림의 숲을 다듬을 필요가 있다. 흡수원으로 인정받을 수 있는 인공조림지가 다듬어야 할 숲에 해당한다. 우리나라의 조림지는 현재 주어진 기능을 다 한 경우가 많다. 그들이 탄소흡수원으로 보다 나은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다듬을 필요가 있다.
그러나 여기에 적용할 방법은 기존의 숲 가꾸기 차원은 넘어서야 한다. 조림지의 지형적 위치를 고려할 때 마을 숲을 대표하는 상수리나무숲으로 가꾸는 것을 권하고 싶다. 그들은 이산화탄소 흡수기능도 높기 때문에 특히 권장하고 싶다.
그 다음은 하천경관을 복원하는 것을 권하고 싶다. 하천은 본래 수역과 수변구역이 조합된 복합생태계, 즉 경관 (landscape)이다. 그러나 논농사 중심지역인 우리나라는 부족한 주식인 쌀을 확보하기 위해 하천의 수변구역을 논으로 전환한 것은 물론 남겨진 수변구역도 양지식물인 벼의 경작에 방해된다는 이유로 수변식생 (riparian vegetation)을 모두 제거해왔다.
그러나 수변구역에 성립하는 버드나무 우점식생은 소나무 숲의 네 배에 달할 정도로 이산화탄소 흡수기능이 탁월하다. 이러한 수변식생을 복원하면 탄소흡수원으로 큰 효과를 거둘 수 있다.
일부 유휴농지를 탄소흡수원이자 생물연료를 생산하는 장소로 전환할 수 도 있다. 현재 우리나라의 식량 자급률은 1/4 수준에 머물고 있지만 주식의 자급률은 거의 충족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하천을 전용하여 마련한 논의 일부를 하천의 배후습지 수준으로 되돌려 탄소흡수원이자 생물연료 생산장소로 활용하면 이 시대에 어울리고 보다 효율적인 토지이용을 이루어낼 수 있을 것이다.
그 다음은 우리가 외국에 확보한 토지를 생태적으로 복원하여 탄소흡수원으로 확보하는 것이다. 남미, 연해주, 마다가스카르 등 우리나라가 외국에서 확보한 토지를 지역 특성에 어울리는 자연으로 복원하여 그곳을 탄소흡수원으로 삼는 것이다. 국내의 자연이 확보하고 있는 생태적 역량이 우리나라의 경제구모에서 배출하는 발생원을 감당하기에 벅차기 때문에 생각해보는 방법이다.
끝으로 필자가 꼭 권하고 싶은 것은 거창한 위원회 구성보다는 실질적인 전문가의 솔직한 자문을 듣는 편을 권하고 싶다. 여기서 전문가는 실제 연구나 실무를 담당하는 자로 권하고 싶다.
실제 연구자는 해당분야 연구를 오랜 기간 수행하여 그 실적을 국제 저널에 발표한 수준의 연구자를 추천하고, 실무자는 그 실적을 국제적으로 인정받은 자로 권하고 싶다. 국내의 평가체계가 신뢰도가 높은 수준은 아니기에 드리는 고견이다.
※ 외부 필자의 원고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음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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