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디어= 황원희 기자] 지난 60년 동안 전 세계 논에서 배출되는 온실가스가 두 배 가까이 증가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쌀은 세계 인구 절반 이상을 먹여 살리는 핵심 식량이지만, 침수된 논에서 발생하는 메탄과 아산화질소가 기후변화의 새로운 부담 요인으로 부상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보스턴 칼리지 한친 티안 교수 연구팀은 최근 국제학술지 네이처 푸드에 발표한 연구에서 1961년부터 2020년까지 전 세계 논의 메탄, 아산화질소, 토양 탄소 변화 등을 종합 분석한 결과, 논 온실가스 배출량이 1960년대 이후 약 두 배로 늘었다고 밝혔다.
연구진에 따르면 논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 배출량은 현재 연간 약 11억 톤의 이산화탄소 환산량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된다. 특히 메탄은 이산화탄소보다 대기 중 체류 기간은 짧지만 단기 온난화 효과가 큰 온실가스로, 국제사회가 2030년까지 메탄 배출량을 2020년 대비 최소 30% 줄이겠다는 ‘글로벌 메탄 서약’의 핵심 감축 대상이다.
이번 연구는 2만1000건 이상의 현장 관측 자료를 기반으로 머신러닝, 생태계 과정 기반 모델, 글로벌 메타분석을 결합해 이뤄졌다. 연구진은 논 온실가스 배출 증가의 주요 원인으로 개발도상국을 중심으로 한 쌀 재배 면적 확대와 수확 후 볏짚 등 작물 잔여물을 침수된 토양에 다시 투입하는 관행의 증가를 지목했다.
지역별로는 동아시아에서 볏짚 환원과 관련한 메탄 배출 증가가 두드러졌고, 아프리카는 쌀 재배 면적이 빠르게 늘면서 새로운 배출 ‘핫스팟’으로 떠오른 것으로 분석됐다. 연구진은 특히 아프리카의 쌀 재배 면적이 1961년부터 2024년까지 약 7배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한친 티안 교수는 “이번 연구의 목표는 메탄만이 아니라 주요 온실가스 전체를 포함해 쌀 생산 시스템의 기후 영향을 이해하고, 현실적인 완화 경로를 찾는 데 있었다”고 밝혔다. 그는 논 배출량 감축이 식량 생산을 희생하는 방식이 아니라, 농업 관리 개선을 통해 달성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연구진은 물 관리 최적화, 볏짚 등 잔여물 투입량 조절, 질소비료 사용 효율 개선 등을 통해 수확량을 줄이지 않으면서도 논 온실가스 배출량을 약 10% 줄일 수 있다고 봤다. 상시 담수 상태를 완화하고, 토양 내 유기물 분해 조건을 조절하면 메탄 발생을 억제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공동 저자인 수잔 팬 보스턴 칼리지 교수는 “이러한 방법들은 오늘날 농민들이 채택할 수 있는 실용적이고 확장 가능한 해법”이라며 “농업 부문이 메탄 감축 목표를 포함한 단기 기후 목표에 기여할 수 있는 의미 있는 경로를 제공한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는 쌀 생산을 기후위기의 원인으로 단순 지목하기보다, 식량 안보와 온실가스 감축을 동시에 달성할 수 있는 ‘기후 스마트 농업’의 필요성을 제기한다. 쌀은 여전히 아시아와 아프리카를 비롯한 세계 여러 지역의 주식이지만, 논 관리 방식의 전환 없이는 식량 생산 확대가 또 다른 배출 증가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경고다.
특히 한국처럼 논농업 비중이 큰 국가에서는 이번 연구가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벼 재배 과정에서 물 관리, 볏짚 처리, 비료 사용 방식은 농가의 관행과 직결돼 있는 만큼, 감축 정책은 단순 규제보다 농민이 실제 적용할 수 있는 기술 지원과 보상 체계를 함께 설계해야 한다. 쌀의 기후 부담을 줄이는 길은 생산을 줄이는 것이 아니라, 논을 더 정교하게 관리하는 방식에서 출발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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