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디어= 황원희 기자] 미국 중서부 옥수수 지대의 얕은 지하수와 관개, 대규모 농경지가 강력한 뇌우 단지의 발생 빈도를 높인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농업 활동과 지하수에서 공급된 수분이 대기로 방출되면서 폭풍 발달에 유리한 조건을 만들고, 이로 인해 중규모 대류 시스템의 빈도와 지속 시간이 증가한다는 분석이다.
미국 국립과학재단 국립대기연구센터(NSF NCAR) 연구진이 주도한 국제 공동연구팀은 미국 코른벨트에서 발생하는 중규모 대류 시스템, 즉 MCS에 주목했다. MCS는 여러 개의 뇌우가 조직적으로 결합해 수 시간 동안 이어지는 폭풍 시스템으로, 때로는 60마일, 약 100㎞ 이상 규모로 확장된다.
연구팀은 얕은 지하수층과 관개 시스템, 광범위한 옥수수 재배지가 결합하면서 해당 지역의 MCS 발생 빈도를 24~35% 증가시키는 것으로 분석했다. 폭풍의 지속 시간도 약 10% 길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MCS는 미국 옥수수 지대의 중요한 기상 현상이다. 성장기 강수량의 약 40~60%를 공급해 농업 생산에 필수적인 수분원이 되지만, 동시에 홍수와 우박, 강풍, 토네이도 등 심각한 기상재해를 동반할 수 있다. 특히 이 지역은 전 세계 옥수수 생산량의 3분의 1 이상을 차지하는 핵심 농업 지대인 만큼, MCS의 변화는 식량 생산과 재해 대응 모두에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미국 코른벨트는 오하이오주에서 네브래스카주에 이르는 중서부와 대평원의 12개 주에 걸쳐 있다. 이 지역은 최근 수십 년간 강수량 증가와 함께 점차 더 습해지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변화가 왜 나타나는지에 대해서는 최근 고도화된 컴퓨터 모델을 통해서야 보다 정밀한 분석이 가능해졌다.
Zhang 연구팀은 앞선 연구에서 미국 옥수수 지대의 토지 이용 변화, 관개, 빙하기 이후 형성된 얕은 지하수층이 지역 강수 패턴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한 바 있다. 당시 연구진은 컴퓨터 시뮬레이션에서 수증기의 이동을 추적하는 알고리즘을 활용해 지하수가 지표에 수분을 공급하고, 작물의 증산과 관개수의 증발을 통해 다시 대기로 이동하는 과정을 확인했다. 이번 연구에서는 같은 지역을 대상으로 지하수와 농업 활동이 MCS 발달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추가로 분석했다.
연구진은 4월부터 8월까지의 성장기를 대상으로 옥수수 지대 상공의 폭풍을 시뮬레이션했다. 이를 위해 NSF NCAR 기반의 고해상도 컴퓨터 모델 두 가지를 활용했다. 하나의 시뮬레이션에는 지하수, 작물 생장, 관개 과정을 포함했고, 다른 하나에는 이러한 과정을 제외했다.
두 시뮬레이션을 비교한 결과, 지하수와 작물, 관개를 반영한 모델만이 실제 관측과 유사한 폭풍 패턴을 재현했다. 연구팀은 2010년 습윤한 해, 2011년 평년 수준의 해, 2012년 건조한 해를 대상으로 실제 기상 패턴과 모델 결과를 비교했으며, 강우계와 위성 관측 자료와도 대조했다.
그 결과 지하수와 농업 활동에서 비롯된 수분이 대기 중 수증기를 늘리고 상승기류를 강화해 대기 불안정을 키우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조건은 더 강하고 오래 지속되는 MCS가 형성되는 데 유리하게 작용했다.
이번 연구의 특징은 날씨 변화의 수평적 이동뿐 아니라 지표 아래에서 대기 상층까지 이어지는 수분의 수직적 이동에 주목했다는 점이다. 많은 기상 연구가 한 지역에서 다른 지역으로 이동하는 공기 흐름이나 수분 수송에 초점을 맞추는 반면, 이번 연구는 지하수와 농업 활동이 지표면을 거쳐 대기로 올라가는 과정을 폭풍 발달과 연결해 분석했다.
연구진은 이러한 접근이 지구 시스템 모델 개선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농업 지대에서 토지 이용과 물 관리 방식이 지역 대기와 강수 패턴에 미치는 영향을 보다 정확히 반영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이번 결과는 멕시코만에서 유입되는 습한 공기, 습윤기와 건조기에 달라지는 지하수 양수량, 관개 방식, 작물 생장 상태 등 다양한 요인이 옥수수 지대 강우에 어떤 상대적 영향을 미치는지 파악하는 데 기여할 수 있다. 해마다 이러한 요인의 영향이 달라질 수 있는 만큼, 연구 결과는 작물 파종 전략과 수자원 배분에도 활용될 수 있다.
이번 연구는 농업 생산을 뒷받침하는 지하수와 관개 시스템이 단순히 작물 생장에 필요한 수분 공급원에 그치지 않고, 지역 대기와 폭풍 시스템까지 변화시킬 수 있음을 보여준다. 기후변화로 극한 강수와 악천후 위험이 커지는 상황에서, 농업 지대의 물 이용 방식과 토지 관리가 기상재해 예측의 중요한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한편 해당 연구는 국제학술지 Communications Earth & Environment에 게재됐다. NSF NCAR 연구진을 비롯해 스위스 ETH 취리히 대기·기후과학연구소, 스페인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 대학교, 홍콩과학기술대학교 연구진이 공동 저자로 참여했다.
[저작권자ⓒ 이미디어.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