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적합업종제도, 실패하지 않으려면?

정책목표에 부합하는지 여부를 검토한 후 지정해야
온라인팀 | eco@ecomedia.co.kr | 입력 2014-05-28 16:59:24
  • 글자크기
  • -
  • +
  • 인쇄

중소기업적합업종제도는 중소기업의 사업영역을 보호한다는 명분으로 2011년 도입된 제도로서 적합업종으로 지정된 업종·품목에 대해서는 3년간 대기업의 사업활동이 제한된다. 3년 지정기간이 종료되면, 한 차례 더 연장될 수 있다. 지금까지 LED, 두부 등 100개 업종·품목이 지정돼 있으며, 올해 재지정 대상이 되는 품목은 2011년에 지정된 82개 품목이다.

 

중소기업적합업종제도는 도입 당시부터 이미 2006년에 폐지된 중소기업고유업종제도와 본질적으로 같다는 점에서 많은 논란을 안고 있었다.

 

이 제도는 1979년 도입 이후 대기업의 참여가 장기간 배제됨으로써 고유업종 영위 중소기업 간 과당경쟁 및 영세화, 구조개선 및 기술개발 투 자 부진, 국제경쟁력 약화, 기술·품질 저하에 따른 소비자후생 감소 등 많은 부작용으로 실패한 제도이다.

 

실패한 제도가 왜 폐지된 지 5년 만인 2011년에 이름만 바꿔서 부활하게 됐을까? 적합업종제도를 찬성하는 측의 주장이 정서적 공감을 얻었기 때문.

 

고유업종제도의 폐지 이후 순대, 떡볶이 등 대기업의 무분별한 중소기업 사업영역으로의 진출이 이뤄졌고, 대중소기업 간 양극화가 심화됐다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하지만, 이러한 주장은 통계적 근거가 미흡하다. 우선, 공정위가 2012년 2월에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11년 적합업종 도입 당시 35대 그룹 신규계열사의 4년간(2008~2011년) 대기업 신규계열사 652개사 중 대부분은 수직계열화 기업(372개사, 57%)과 사업재편(150개사, 23%)에 따른 경우이며, 사업다각화는 가장 작은 비중(130개사, 20%)을 차지한다.

 

사업다각화 사유 중에서도 중소기업 분야는 1.8%(12개사)에 불과하며, 신성장동력(30개사, 4.6%), SOC(14개사, 2.2%) 등이 더 큰 비중을 차지한다. 대기업들이 중소기업 분야를 영위한 것은 극히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양극화가 심화됐다는 것도 설득력이 없다. 한국은행 기업경영분석 통계를 통해, 노무현정부(2003~2007년)와 이명박 정부(2008~2010년)의 영업이익률을 비교해보면, 대기업 영업이익률은 7.5%에서 7.0%로, 중소기업 영업이익률은 4.4%에서 5.3%로 변화됐다. 그 결과 대·중소기업 영업이익률 격차는 3.1%p에서 1.7%p로 크게 좁혀졌다. 대·중소기업간 양극화가 심화된 것이 아니라 오히려 개선된 것이다.

 

적합업종제도는 규제의 범위, 위반 시 제재강도 측면에서 고유업종제도보다 강력하다. 고유업종제도는 해당업종에서 대기업의 신규 진입과 확장만 금지할 뿐이고, 지정 이전에 사업을 하고 있는 경우에는 대기업이라 해도 계속 사업이 허용되었다.

 

심지어 대기업이 OEM을 통해 간접 진출하는 것도 가능했다.

 

하지만 적합업종제도는 대기업의 신규 진입과 확장은 물론이고, 사업 축소와 사업 이양까지 압박할 수 있다. 대기업이 위반할 경우, 고유업종제도는 5000만 원 이하 벌금 또는 1년 이하의 징역인데 반해, 적합업종제도는 1억 5000만원 이하 벌금 또는 2년 이하의 징역으로 처벌 수위가 높다.

 

국가경제적·국민후생적 관점에서 운영돼야

그렇다면, 고유업종제도와 진배없는, 아니 오히려 더 강력한 적합업종제도가 실패하지 않고 존속되기 위해서는 어떻게 운용돼야 할까? 무엇보다 적합업종제도의 정책 목표를 ‘중소기업의 경쟁력 제고와 산업발전에 대한 기여’에 두고, 이러한 정책목표에 부합하는지 여부를 신중히 검토한 후 제한적으로 적합업종을 지정해야 한다.

 

동반성장위원회는 적합업종으로 지정한 품목에 대해서는 관련 대기업의 준수 여부만 점검할 것이 아니라, 중소기업들이 얼마만큼 경쟁력 제고를 위해 노력하고 있는지를 철저히 조사하고, 만약 노력이 미흡하다면 적합업종해제조치도 내려야 한다.

 

적합업종제도를 단순히 중소기업의 사업영역을 인위적으로 보호함으로써 특혜적 지대를 제공하는 ‘중소기업 복지정책’으로 운용할 경우, 적합업종제도는 과거 고유업종제도와 같이 결국 실패할 수밖에 없다.

 

불행하게도, 2011년 82개 품목이 적합업종으로 지정된지 3년이 흘렀지만, 현재까지 적합업종을 영위하는 중소기업 전반의 경쟁력과 자생력이 제고되었다는 실증적 근거를 접하지 못했다. 매출액이 늘었다는 중소기업도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

 

지난 2월 중중소기업중앙회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업종·품목별 중소기업단체들 중 9.1%만이 지난 3년간 매출액이 증가했다고 했으며, 식품제조업의 경우 매출액이 증가했다는 응답은 한 군데도 없었다. 이러한 결과는 그동안 적합업종제도가 ‘중소기업 복지정책’의 일환으로 운용됐고, 2011년 82개 품목에 대한 지정 역시 충분한 검토 없이 서둘러 이뤄졌음을 방증한다.

 

적합업종으로 지정돼 3년의 보호기간이 지났다면, 원칙적으로 일몰 폐지가 마땅하다. 3년 일몰제가 원칙이 돼야 하는 이유는 적합업종제도가 과거 고유업종제도와 같이 장기간의 진입규제에 따른 정책실패의 경로를 따르지 않게 하기 위함이다.

 

추가적인 3년 재지정은 중소기업의 경쟁력 확보 여부 등 필요성이 객관적으로 입증되는 경우에만 예외적으로 허용돼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적합업종 신청 중소기업들이 동반위에 제출한 경쟁력 강화계획을 충실히 이행했는지가 공개적으로 철저히 밝혀져야만 한다.

 

아울러, LED, 음식점업 등과 같이 적합업종으로 인한 외국기업의 시장확대 사례는 없었는지, 두부와 같이 대기업들의 국산콩 구매 감소로 인한 농가피해 등 또 다른 사회적 약자의 피해 사례는 없었는지, 세탁비누 사례와 같이 특정 중소기업만 혜택을 받지는 않았는지, 그리고 물가상승·상품선택권 제한 등 소비자 후생을 침해하지는 않았는지 등 적합업종 지정으로 인한 사회적 폐해 여부를 신중히 조사한 후 재지정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흔히 규제의 이득이 특정 집단에 집중돼 있고, 규제의 비용이 다수의 국민, 즉 소비자 사이에 분산돼 있을 경우, 정치권과 정부가 특정 이익집단에 의해 포획(捕獲)되는 현상이 발생하기 쉽다.

 

이익집단 포획현상이 발생하면, 자원의 낭비는 물론 사회적 후생 손실로 이어진다. 중소기업적합업종제도가 국가경제적 관점, 국민후생적 관점에서 운영되어야 할 근본적인 이유이다

 

이상호 전경련 산업본부 산업정책팀장

 

 

[저작권자ⓒ 이미디어.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 카카오톡 보내기
  • 카카오스토리 보내기
  • 글자크기
  • +
  • -
  • 인쇄
  • 내용복사

헤드라인

섹션별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

오늘의 핫 이슈

ECO 뉴스

more

환경신문고

more

HOT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