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디어= 황원희 기자] 산불에서 발생하는 짙은 갈색 탄소가 기존 기후 평가에서 과소평가돼 왔으며, 지구 온난화에 강력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일부 산불 연기 속 갈색 탄소는 가시광선 영역에서도 빛을 강하게 흡수해, 온난화 효과가 블랙카본과 비슷하거나 이를 넘어설 수 있다는 분석이다.
중국과학원 대기물리연구소, 샤먼대학교, 미국 텍사스 A&M대학교 등이 참여한 국제 연구팀은 최근 국제학술지 Nature Geoscience에 발표한 연구에서 산불 유래 짙은 갈색 탄소의 기후 영향을 정량적으로 분석했다.
일반적으로 갈색 탄소는 바이오매스 연소 과정에서 발생하는 유기 에어로졸의 한 종류로, 주로 근자외선 영역의 햇빛을 흡수하는 것으로 알려져 왔다. 이 때문에 기존 기후 모델에서는 갈색 탄소의 온난화 영향이 블랙카본보다 제한적인 것으로 평가돼 왔다.
그러나 최근 관측에서는 일부 산불에서 배출된 갈색 탄소가 짙은 갈색 또는 거의 검은색에 가까운 형태를 보이며, 가시광선 영역에서도 강한 빛 흡수 특성을 나타내는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연구진은 이러한 물질을 ‘짙은 갈색 탄소’, 즉 다크 브라운 카본으로 구분하고, 기존 기후 평가에서 충분히 반영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연구팀은 항공기 관측, 지상 관측, 위성 자료를 결합해 북미와 남미, 시베리아, 아프리카, 호주 등 세계 주요 산불 지역의 연기 기둥을 분석했다. 그 결과 태양 복사 에너지의 중심 영역에 가까운 500나노미터 파장에서 산불 기둥 속 유기 탄소의 질량 흡수 효율은 0.5~1.5㎡/g 수준으로 나타났다. 이는 약하게 빛을 흡수하는 일반적인 갈색 탄소의 기준값인 0.1㎡/g보다 훨씬 높은 수치다.
특히 가시광선 영역에서 짙은 갈색 탄소는 블랙카본의 빛 흡수 효과와 맞먹거나 이를 초과할 수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이는 갈색 탄소가 블랙카본에 비해 훨씬 적은 빛을 흡수한다는 기존 통념에 도전하는 결과다.
연구진은 관측 자료를 바탕으로 도출한 광학 특성을 지구 기후 모델에 반영해 짙은 갈색 탄소의 복사 효과를 처음으로 정량화했다. 분석 결과 산불에서 유래한 갈색 탄소의 전 지구적 직접 복사 효과는 +0.097W/㎡로 추정됐다. 불확실성 범위는 +0.050~+0.276W/㎡였으며, 상한값인 +0.276W/㎡는 블랙카본의 복사 기여도인 +0.163W/㎡를 넘어서는 수준이다.
짙은 갈색 탄소의 영향은 산불 발생 지역에만 머물지 않았다. 연구팀은 이 물질의 온난화 효과가 중위도와 고위도 지역, 나아가 북극권까지 확장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특히 눈과 얼음으로 덮인 지역에 짙은 갈색 탄소가 침착되면 표면의 반사율, 즉 알베도가 낮아지고 더 많은 태양에너지가 흡수된다. 이는 눈과 얼음의 융해를 촉진하고, 다시 온난화를 강화하는 ‘눈·얼음 알베도 피드백’을 유발할 수 있다.
논문의 제1저자인 중국과학원 대기물리연구소의 룰루 쉬 박사는 “이번 연구는 짙은 갈색 탄소가 중요하지만 오랫동안 과소평가돼 온 기후 온난화 요인임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연구진은 지구온난화로 산불의 빈도와 강도가 증가하고, 다시 산불이 온난화를 증폭시키는 악순환이 강화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에 따라 향후 기후 평가와 모델링에서는 산불 유래 짙은 갈색 탄소의 온난화 기여를 보다 정밀하게 반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번 연구는 산불이 단순히 지역적 재난에 그치지 않고, 대기 중 에어로졸과 복사 균형을 변화시켜 전 지구 기후 시스템에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보여준다. 기후변화 시대 산불 관리와 탄소 배출 평가에서 짙은 갈색 탄소가 새로운 핵심 변수로 부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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