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변화 시대, 움직이는 해안선에 맞는 법제 필요

황원희 기자 | eco@ecomedia.co.kr | 입력 2026-07-11 22:44: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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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디어= 황원희 기자] 해수면 상승과 해안 침식이 심화되면서 기존 해안법 체계가 기후변화 현실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해안선이 후퇴하고 해변이 사라지는 상황에서, 누가 해안을 보호할 책임을 지고 비용을 부담해야 하는지를 둘러싼 갈등이 커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호주 서던크로스대학교의 해안관리 전문가 팀 스미스 교수가 이끄는 국제 연구팀은 최근 국제학술지 Ocean & Coastal Management에 발표한 논문에서, 서구 법체계가 전통적으로 사적 소유권을 우선시해온 방식이 기후변화로 빠르게 변하는 해안 환경과 점점 더 충돌하고 있다고 밝혔다.

호주 동부 해안을 중심으로 이러한 갈등은 이미 현실화되고 있다. 해안가 주택 소유자들은 해안 침식 위험이 커지는 지역에서 ‘관리된 후퇴’, 즉 위험 지역에서 점진적으로 물러나는 정책에 반발하고 있다. 바이런 샤이어와 뉴사우스웨일스주 미드 노스 코스트 등에서는 재건축이나 개발 승인을 제한하려는 움직임이 법적 논쟁으로 이어졌다. 방조제와 모래주머니 설치를 둘러싼 논쟁도 지역사회를 갈라놓고 있다.

연구진은 이러한 갈등의 배경에 해안 경계를 고정된 것으로 보는 법적 관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호주에서는 일반적으로 고조위선 아래의 토지가 국가 또는 공공 소유로 간주된다. 하지만 해안선은 파도, 조석, 침식, 퇴적에 따라 계속 움직이는 경계다. 스미스 교수는 “기후변화 영향이 더 극적으로 나타나면서 해안선이 안정적이고 부동산 경계가 고정될 수 있다는 전통적 가정은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고 밝혔다.

논문은 전 세계 해안 거버넌스가 사유재산권과 단기 경제적 이해관계에 크게 좌우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 결과 환경적 가치, 원주민 권리, 공공의 해변 접근권이 뒷전으로 밀리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해변은 생태계이자 공공공간이지만, 법적 분쟁에서는 해안가 토지 소유자의 권리가 우선되는 경향이 강하다는 지적이다.

연구진은 여러 사례를 통해 문제를 설명했다. 퀸즐랜드의 한 사례에서는 고조위선 해석을 둘러싼 법원 판단으로 그레이트 케펠섬의 사적 권리가 바다 방향으로 확장되는 결과가 나타났다. 이후 이를 바로잡기 위한 법 개정이 필요했지만, 그 사이 일부 사유지 소유자들은 자신들에게 유리한 방식으로 토지 권리를 주장할 수 있었다.

미국 캘리포니아에서는 민간 도로로 막힌 해변 접근권을 회복하기 위해 지역사회 단체들이 소송을 제기했다. 이탈리아 나폴리에서도 입욕 구역 관리를 위해 설치된 출입문이 해변 접근을 막으면서, 법적 절차를 통해 공공 접근권을 다시 확보해야 했다. 이는 해변이 사적 관리나 개발 논리에 의해 쉽게 폐쇄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다.

퀸즐랜드대학교의 공동 저자인 저스틴 벨-제임스 교수는 “법적 프레임워크가 해수면 상승, 침식, 극한기상이 해변에 미치는 영향에 대응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이는 공공 지출, 거버넌스, 부동산, 보험 문제에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누가 해변을 소유하는가, 누가 접근할 수 있는가, 해변 복원 비용은 누가 부담해야 하는가는 전 세계 지역사회가 마주한 공통 질문”이라고 말했다.

연구진은 단순한 정책 조정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해안 소유권의 의미 자체를 다시 검토하고, 보다 유연하고 공유적인 법체계로 전환해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해안선이 이동하는 현실을 반영해 토지 경계와 소유권을 고정된 개념이 아니라 변화 가능한 개념으로 다뤄야 한다고 제안했다.

스미스 교수는 향후 개혁 방향으로 사유재산이 해변 접근권을 막지 못하도록 하는 법리 발전, 원주민과 지역 공동체의 세계관을 소유권 개념에 반영하는 방안 등을 제시했다. 이는 해안을 단순한 부동산 자산이 아니라 공공재이자 생태계, 문화적 공간으로 다뤄야 한다는 의미다.

해수면 상승은 이러한 논의를 더 이상 미룰 수 없게 만들고 있다. NASA 자료에 따르면 호주 해안 주변 해수면은 1993년 이후 약 13cm 상승했으며, 현재 추세가 이어질 경우 2020년부터 2050년 사이 추가로 약 16cm 상승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번 연구는 기후변화 시대의 해안 관리가 단순한 침식 방지나 개발 허가 문제가 아니라, 사유재산권과 공공 접근권, 생태계 보호, 재난 위험 부담을 어떻게 조정할 것인가의 문제임을 보여준다. 해안선이 움직이는 시대에 법도 함께 움직여야 한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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