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디어= 김한결 기자] 재활용을 명분으로 폐기물을 농지 등에 성토·복토하는 이른바 ‘불법 성·복토’를 근절하기 위해서는 폐기물의 발생부터 재활용, 운반, 최종 사용, 사후관리까지 전 과정을 하나의 체계로 연결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특히 과거 폐기물을 한곳에 쌓아두던 ‘쓰레기산’과 달리 최근에는 폐기물을 흙과 섞어 땅속에 묻는 방식이 확산되면서 외관상 정상적인 농지와 구분하기 어렵고, 문제가 드러난 뒤에는 원상복구에도 막대한 비용이 들어가는 만큼 사후 단속보다 성토 전 단계에서의 추적과 확인이 중요하다는 데 토론자들의 의견이 모였다.

지난 15일 국회 의원회관 제5간담회의실에서 열린 ‘불법 폐기물 성·복토 근절 방안 마련 토론회’에서는 기후에너지환경부와 농림축산식품부, 국토교통부, 지자체, 시민사회, 관련 업계 관계자들이 참석해 불법 성·복토의 실태와 제도 개선 방안을 논의했다.
김기현 의원실이 최근 5년간 언론 보도 사례를 조사한 결과 불법 성·복토 사례는 75건, 확인된 폐기물 규모는 135만톤을 넘는 것으로 제시됐다. 다만 토론회에서는 언론에 드러난 사례만으로는 전체 규모를 파악하기 어렵기 때문에 전국적인 실태조사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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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기현 국민의힘 국회의원 |
“폐기물은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땅속으로 들어간다”
이날 발제를 맡은 김성수 변호사는 불법 성·복토 과정에서 책임 주체를 특정하기 어렵고, 지역별로 분산된 사업자를 하나의 사건으로 연결해 수사하기도 쉽지 않다는 점을 지적했다.
김 변호사는 폐기물 발생지에서부터 재활용업체, 재활용 제품 생산, 운반차량, 최종 반입 토지와 개발행위허가까지 연결해 추적하는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하지만 이날 토론의 핵심은 특정 불법행위자를 어떻게 처벌할 것인가를 넘어 현재 여러 부처와 지자체로 나뉘어 있는 관리체계를 어떻게 연결할 것인가에 맞춰졌다.
특히 기후에너지환경부와 농식품부, 국토부가 각각 폐기물과 농지, 개발행위를 담당하고 있지만 성토재가 실제 현장에 들어가는 순간부터는 관리의 연결고리가 약해질 수 있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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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성수 법무법인 엘프스 변호사 |
현장 취재진 “폐기물과 흙 구분 어려워…전국 전수조사 필요”
김영민 기후에너지기자클럽 사무국장은 현장 취재 경험을 바탕으로 불법 성·복토의 가장 큰 문제로 ‘발견의 어려움’을 꼽았다.
김 사무국장은 자신의 취재 과정에서 확인한 사례들을 언급하며 불법 성토가 완료된 이후에는 폐기물과 일반 토양을 육안으로 구분하기 어렵고, 주민들 역시 농지에 어떤 물질이 반입됐는지 알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그는 침출수가 발생할 경우 농작물과 농업용수 등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현재 드러난 사례보다 실제 불법 성·복토 규모가 훨씬 클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전국적인 전수조사를 실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김 사무국장은 농지가 폐기물을 흙 속에 숨기기 쉬운 공간으로 악용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폐기물과 토사를 여러 층으로 섞어 매립한 뒤 표면을 일반 토양으로 덮으면 외부에서는 정상적인 농지와 구분하기 어렵다는 설명이다.
그는 또 폐기물 운반차량의 이동경로를 확인할 수 있는 GPS 추적체계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현재 일부 분야에서는 이동차량에 대한 추적관리가 이뤄지고 있는 만큼, 폐기물 운반 과정에도 유사한 관리체계를 도입해야 한다는 것이다.
김 사무국장은 영국과 일본, 독일 등의 사례를 언급하면서 토양과 폐기물을 처음부터 구분하고, 폐기물의 발생·이동·재사용 과정 전체를 관리하는 체계가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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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영민 기후에너지기자클럽 사무국장 |
기후부 “재활용 이후 최종 사용처까지 추적”
전원혁 기후에너지환경부 자원재활용과장은 현재 폐기물이 성·복토재 등으로 재활용되는 규모가 상당하다는 점을 설명하면서, 재활용 과정 이후의 관리체계를 강화해야 한다고 밝혔다.
전 과장은 “2024년 기준 약 500만톤 정도가 성·복토재로 재활용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이 가운데 폐기물을 재활용해 만든 순환골재나 토사 등이 인증을 거쳐 ‘제품’으로 취급되면서 이후 이동경로에 대한 추적이 약해질 수 있다는 점이다.
전 과장은 이에 대해 앞으로 “최종 사용처까지 추적”하는 방향으로 관리체계를 강화하겠다는 취지의 입장을 밝혔다.
또 재활용시설에 대한 점검을 강화하고, 성토가 이뤄진 이후에도 침출수와 지하수 등에 대한 관리 범위를 확대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특히 현장 단속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점도 인정했다.
전 과장은 지역 단속과 특별사법경찰 등의 기존 체계를 활용하고 관계 부처와 협조하겠지만, “인력이 항상 부족하다”는 현실적인 한계도 언급했다.
이에 따라 단속 인력만 늘리는 방식보다는 주민 신고와 현장 모니터링 등을 함께 활용하는 다층적인 감시체계가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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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원혁 기후부 자원재활용과장 |
농식품부 “농지에 들어온 뒤에는 무엇이 섞였는지 확인 어려워”
농림축산식품부는 농지개량 신고제도의 한계를 지적하면서 사전 단계에서 불법 성토를 차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농식품부 홍경희 사무관은 폐기물이 농지에 들어와 흙과 섞이고 나면 실제 어떤 물질이 들어갔는지를 다시 확인하기가 매우 어렵다는 점을 문제로 제기했다.
농식품부는 지난해 1월부터 농지개량과 관련한 사전 신고체계를 운영하고 있지만, 현행 제도만으로는 모든 성토 행위를 관리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설명이다.
특히 농지개량 신고와 국토교통부의 개발행위허가가 서로 다른 절차로 운영되면서 관리 공백이 생길 가능성이 있다는 점도 지적됐다.
홍 사무관은 농지개량 신고와 개발행위허가를 연계해 어떤 토사가 들어오는지, 어디에서 발생한 토사인지, 실제 농지에 어떤 물질이 반입되는지를 사전에 확인할 수 있는 구조가 필요하다는 취지로 설명했다.
이는 불법 성토가 발생한 뒤 토양을 파내고 오염 여부를 조사하는 방식보다 농지에 반입되기 전에 차단하는 것이 효과적이라는 판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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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홍경희 농식품부 농지과 사무관 |
국토부 “개발행위허가 단계에서 성토재 확인해야”
국토교통부는 개발행위허가 단계에서부터 성토재에 대한 관리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임월시 국토교통부 도시정책과장은 개발행위허가가 단순히 토지의 형상 변경 여부만 확인하는 절차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는 취지로 설명했다.
특히 개발행위허가 과정에서 지자체가 성토재의 품질과 발생원, 반입 물량 등을 조건으로 제시하고 확인할 수 있는 제도적 근거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임 과장은 "개발행위허가는 지자체가 일정 부분 조건을 붙일 수 있는 제도인 만큼, 성토재의 종류나 품질, 출처 등을 확인하도록 하는 방안을 검토할 수 있다"고 밝혔다.
또 기후에너지환경부의 폐기물 관리체계와 농식품부의 농지 관리체계, 국토부의 개발행위허가 체계를 연결해야 한다는 데 공감했다.
결국 개발행위허가를 신청하는 단계에서 “어디에서 온 흙인지, 어떤 재료인지, 얼마나 들어오는지”를 확인하고 이를 폐기물 담당부서와 교차 확인하는 방식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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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임월시 국토부 도시정책과장 |
경실련 “서류보다 현장 확인과 시료 채취가 중요”
시민사회에서는 현재의 관리체계가 서류 중심으로 운영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윤철한 경실련 협동사무총장은 "2026년 이후 개발사업 증가와 함께 건설폐기물 발생량도 크게 늘어날 수 있는 만큼 사전에 관리체계를 갖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현재 확인된 75건이라는 숫자만으로 전국적인 불법 성토의 규모를 판단하기 어렵다며 전국 단위의 종합 실태조사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윤 사무총장은 또 부처별로 관리가 나뉘면서 발생하는 이른바 ‘칸막이 행정’을 문제로 지적했다.
그는 서류만 확인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실제 현장에서 성토재를 채취하고 검사하는 방식으로 관리체계를 전환해야 한다는 취지의 의견을 제시했다.
또 불법 성토로 피해를 입은 농민과 주민에 대한 복구와 보상 문제도 제도 개선 과정에서 함께 다뤄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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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윤철한 경실련 협동사무총장 |
산업계 “배출부터 지자체 확인까지 4단계 관리 필요”
강경진 한국산업폐기물매립협회 회장은 불법 성·복토가 폐기물 발생 이후 여러 단계를 거치면서 관리 사각지대가 만들어지는 구조에 주목했다.
강 회장은 불법 성·복토 과정을 크게 폐기물 배출→재활용 제품 생산→현장 성토→지자체 확인의 단계로 나눠 설명했다.
그는 이 가운데 마지막 단계인 지자체의 현장 확인을 강화하면 상당수의 불법 성토를 차단할 수 있다는 취지로 주장했다.
특히 재활용 제품으로 만들어졌다는 이유만으로 현장 반입 이후의 관리가 약해져서는 안 된다며 재활용 이후에도 실제 사용 과정에 대한 확인이 이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 회장은 또 토지 소유자에게 일방적으로 책임을 떠넘기기보다는 자신이 어떤 재료를 들여오는지, 그것이 어떤 위험을 가지고 있는지 충분히 알 수 있도록 하는 제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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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강경진 한국산업폐기물매립협회장 |
당진시 “폭우가 내려야 드러나는 불법 성토”
이날 토론회의 마지막 부분에서는 당진시의 현장 경험이 소개되면서 불법 성토의 ‘적발되지 않는 구조’가 구체적으로 드러났다.
당진시 자원순환과 박현 주무관은 지난해 하반기에만 당진시가 6건의 불법 성토를 단속했다고 밝혔다. 특히 신당리 사례가 적발된 계기는 단속이나 신고가 아니라 폭우였다.
박 주무관은 “작년에 단속이 많이 된 이유는 기습적인 폭우로 인해서 불법 업체들이 관리를 못 했다. 그래서 침출수가 발생해서 단속했다”라고 말했다.
이어 “드러난 것만 가장 큰 게 신당리 한 건”이라며 침출수가 발생하지 않고 이미 매립이 끝난 사례 가운데 상당수가 드러나지 않았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이는 불법 성토가 지표면에 그대로 드러나는 일반적인 불법투기와 달리, 침출수나 농작물 피해 같은 2차적인 환경문제가 발생하기 전에는 적발 자체가 쉽지 않다는 현실을 보여준다.
성토재 운반차량 GPS 추적 법제화해야
박 주무관이 특히 강조한 것은 운반차량의 GPS 추적이었다. 그는 현재 불법 성토를 추적하는 과정에서 실제 운반차량이 어디에서 출발해 어느 토지로 들어갔는지를 확인하는 데 한계가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런 법제화만 해 주신다면 지자체에서 충분히 이런 상황을 근절할 수 있습니다”라며 성토재 운반차량의 GPS 추적을 법제화해 달라고 요청했다.
당진 신당리 사례와 관련해서는 토지 소유자와 성토재 공급자, 개발행위 관계자 등이 서로 다른 지역에 걸쳐 있어 실제 책임 관계를 확인하는 데 어려움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특히 행정대집행 비용 문제까지 발생하면서 지자체가 불법 성토를 발견하고도 장기간 행정적·재정적 부담을 떠안을 가능성이 있다는 점도 언급했다.
50% 혼합 규정, 현장에서는 오히려 추적 어렵게 만들어
좌장을 맡은 박현서前전주대학교 교수는 현장에서 재활용 성토재와 토사를 혼합해 사용하는 현행 방식에 대해서도 문제를 제기했다.
그는 재활용 성토재를 현장에서 토사와 일정 비율로 섞을 수 있도록 허용하는 현행 제도에서는 오염이 발생했을 때 그 원인이 재활용 성토재인지, 함께 반입된 토양인지 기술적으로 입증하기 어려울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토론회에서 나온 각계의 의견을 종합하면 불법 성·복토 문제는 어느 한 부처의 단속 강화만으로 해결하기 어려운 구조적 문제라는 점이 분명해졌다.
기후에너지환경부는 폐기물의 재활용 이후 최종 사용처까지 추적하는 체계를 강조했고, 농식품부는 농지개량 신고와 개발행위허가의 연계 필요성을 제기했다.
국토교통부는 개발행위허가 단계에서 성토재의 출처와 품질을 확인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으며, 시민사회는 전국 실태조사와 현장 중심의 시료채취를 요구했다.
산업계에서는 배출→재활용→성토→지자체 확인으로 이어지는 전 과정 관리를 제안했고, 당진시는 가장 현장적인 대안으로 운반차량 GPS 추적의 법제화를 요구했다.
결국 핵심은 폐기물이 발생한 순간부터 최종적으로 땅에 들어가는 순간까지 이동경로가 끊어지지 않도록 만드는 것이다. 특히 성토가 완료된 뒤에는 정상적인 농지와 불법 매립지가 외관상 구분되지 않는 만큼, 사후 단속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이번 토론회가 제시한 과제도 여기에 모아진다. 폐기물 관리체계와 농지 관리, 개발행위허가를 하나로 연결하고, 반입 전 검사와 운반차량 추적, 현장 확인, 사후 환경 모니터링까지 이어지는 전 과정 관리체계를 구축해야 한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당진시의 사례처럼 폭우가 내려 침출수가 발생해야 비로소 드러나는 구조를 그대로 두어서는 안 된다는 지적은 향후 제도 개선에서 중요한 과제로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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