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주가 된 대통령 그리고 수백만 노란리본의 혈서

김영민 | eco@ecomedia.co.kr | 입력 2014-05-02 10:48: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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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들아 절대 용서하지 마라."

 

송학가루가 날리는 5월2일, 사고 보름이 훌쩍 지났다. 터지는 가슴을 억누르고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현실. 목매어 망자(亡者)의 바다를 향해 소리쳐봐도 대답은 없다.

 

어느 실종자 부모는 퉁퉁 부어있을 아들의 시선을 차마 볼 수 없을 거라 또 다시 무너진다.

 

모든 국민에게도 지난 보름간의 일기는 평생 안고가야할 슬픔의 악몽, 분노의 아픔, 배신의 나라, 희망을 찾을 수 없는 나라로 깊이 깊이 심해(深海)로 빠져들었다.

 

잘잘못을 따지는 모든 이들에게나 배를 버린 선장이나, 뒤에서 허겁지겁하는 관료들 모두가 한패거리였다.
 
항간에는 "세월호 참사에 대한 애도나 조문은 이 정도면 충분하다. 하늘은 나라를 쉽게 나두지 않는다. 혹자들은 '업보'라고 애둘러 말한다.

 

 

희생자들을 기리는 추모의 발길이 천근만근 무겁고 힘겹다. 마치 골도다 언덕을 오르는 그 고통만이다.

 

그 떨리는 걸음걸음마다 국민들이 가슴에 품은 것은 무엇인지, 헤아려 달라 주문하지 않은 채 망자와 그의 가족들을 위로하기 위해 산 자들의 가족, 직장동료, 또래 친구들은 국화꽃 한 송이로 헌화할 뿐이다. 

 

굳게 믿었던 국가에 대한 신뢰, 그 누구 깼는지에 대한 망자와 그의 가족, 친구, 학교, 사회 더 나아가 정치인들에게 묻지 않아도 된다.

 

감히 누가 누구에게 무슨 위로가 통용이 될 것인지 참회하고 속죄해야 할 질문을 던진다면 바로 정부, 그리고 대한민국 모든 국민들을 대표하는 상주인 대통령이다.

 

하지만 매우 불평하고 불쾌하다. 권력의 향수를 그리 오래 가지 못한다. 잘못을 감추려 한다고 감출 수 있는 사안이 아니기 때문에 더더욱 그렇다.

 

지난 보름동안 보여준 실제상황은 적나라했다. 우려스럽게 북한과 전쟁이였다면 어떻게 됐을까. 끔찍하다. 

 

상주가 된 대통령은 더 이상 슬퍼할 수만은  없을 것이다. 슬픔과 고뇌보다는, 박차고 일어나야 할 새시대 새나라의 거창한 구호가 또 필요하질 모를 일이다. 

 

대통령 스스로 몇 가지 풀어야 할 과제는 던진다.

 

지금껏 정부가 보여준 전시행정의 행태에서 허울을 벗겨내야 한다. 이를 벗겨낼 수 없다면 전국적으로 수백만의 노란리본의 한 자 한 자에 새겨진 문구 하나하나는 혈서(血書)와 같다. 어미와 아내를 둔 전쟁터 병사의 비장함처럼 말이다.

 

정치의 반은 허구이며 정치의 반은 쇼맨십이라고 했다. 그래서 남은 장사가 아닌 것이 정치다. 그 단면이 총리의 사표가 말하지 않는가. 


 

우려스럽다. 분향소 향불이 들불처럼 횃불처럼 타오르는 민심 말이다. 조국이 국민을 지키지 못하는 나라는 상주 조차 허구로 보일 뿐이다.

 

하루 속히 얼음속 왕국을 깨야 한다. 스스로 깰 수 없다며 범국민적인 호소로 깰 수 있는 방법론을 찾는 진정한 리더자의 배려도 소통이 필요하다. 과거 우리는 독선과 독재와 압제의 뼈저리게 사무친 우리가 아닌가. 그 얼마나 의심과 두려움과 허탈함과 꿈틀거리는 민족의 DNA가 아닌가.

 

MB정부 시절 천안함 사건 때와 사뭇 다른 분위기를 연출하는 모습들이 곳곳에서 발견되고 있다. 원시적이지 않을 수 없다.

 

상주가 분향소를 버리지 말라는 외침에 귀기울려야 한다. 분향소를 찾지 않는 국민들이 많다고 그들의 슬픔까지 외면한다고 착각해서는 더더욱 안될 말이다.

 

염려스럽다. 엉뚱한 역발상의 하든카드로 내미는 위기관리시스템의 매뉴얼을 또다시 추악했던 아픔 역사의 망령을 깨우는 우를 범하는데 정조준하지 않기를 바란다.

 

추모는 태생부터 정치와 무관해야 한다. 추모의 성격을 위장한 불순세력들이 촛불행진 집회한다고 애써 집회를 막는다는 저개발국 독재국가의 모습이다 

 

상주된 대통령, 정치리더십의 회복이 빠르게 필요하다. 회복은 올바른 역사인식의 전환이며, 회복없는 역사의 정치는  국민들을 고통으로만 채워졌다는 사실도 기억해야 한다. 치밀하고 오밀조밀한 계산된 정치이벤트 극복에만 기웃거리는 꼼수를 더 이상 용납하지 않는다.

 

늘 피해자는 국민들이였다. 애도의 긴긴 행렬을 거리로 내몬 이 시대의 자승자박한 정치는 2014년의 문제가 아니였다. 이미 5년전 10년전 20년전 아주 오래 묵은 능구렁이였다. 

 

지금의 유족은 모두가 국민이며 그 역시 아픔으로 남는다는 것, 그래야 진정 국민이 상주를 더 보듬어야 줄 수 있지않을 것이며 힘을 보탤 것이다.

 

상주되신 대통령님,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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