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기다림의 미학

KOTRA 밀라노무역관 정원준 관장
온라인팀 | eco@ecomedia.co.kr | 입력 2014-02-25 08:4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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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는 '기다림'이 생활화된 나라이다.

 

장인이 한 땀 한 땀 만드는 수제품에 설레는 기다림이 있는 반면 관공서나 은행에서의 짜증스러운 기다림도 있다. 특히 행정서비스는 타 유럽 국가에 비해 확연히 느리고 일관성이 없는 것으로 유명하다.

 

예를 들어 관공서에 가면 줄을 선 민원인들이 아무리 많아도 직원들의 업무 처리는 여유롭기까지 하다. 한번은 현지 주민등록증을 발급받기 위해 구청을 간 적이 있다. 한참을 기다려 이제 막 차례가 돌아왔지만 또다시 인내심 있게 기다려야 했다. 민원처리 담당 직원이 점심에 무엇을 먹을지 잡담을 하기 시작했고 그 잡담이 끝날 때까지 업무를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탈리아의 이런 분위기는 역사적으로도 이유가 있다.

중세 이후 도시국가들이 독립적으로 발달해왔고 근대에 중앙집권체제를 확립한 후에도 지방분권의 풍습이 강하게 남아 공무 처리 기관이 주·현·자치시 단위로 중복되어 방만한 조직이 되었다. 같은 업무도 어느 지역의 어느 기관에 가느냐에 따라 업무 처리 절차와 시간이 달라진다. 게다가 같은 업무를 여러 기관에서 처리하다 보니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 상황이 빈번하다.

 

최근 이탈리아는 세계은행이 발표한 '세계 각국의 비즈니스 환경에 관한 보고서'에서 65위를 기록했다. 독일(21위), 네덜란드(28위)에 비해 확연히 뒤떨어진 순위이다. 건축 허가 취득(112위), 신용(109위), 조세(138위), 계약이행(103위) 등 행정업무와 관련된 주요 분야는 심지어 100위권 밖이다.

 

다행히 최근에는 이탈리아에도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경제 위기로 정부가 몸집 줄이기에 나섰고 행정 간소화를 위해 전자정부 활성화를 추진하는 중이다. 밀라노 시에서는 이제 거주 등록이나 여권 신청 등 일부 민원업무가 인터넷을 통해 사전예약이 가능하기 때문에 관공서의 대기시간이 많이 줄었다고 한다.

 

이제 이탈리아의 '기다림의 미학'은 장인정신, 슬로푸드 같은 문화에서만 나타난다면 좋겠다. 이탈리아가 우리 기업에게 보다 매력적인 곳으로 다가오기를 기대해본다. 

 

※ 본 칼럼은 해외투자진출정보포털(www.ois.go.kr) 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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