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스포저 제대로 규제 못하면 직접 행동 불사

“캔, 플라스틱 매립지에 파묻는 것과 같아”
편집국 | eco@ecomedia.co.kr | 입력 2012-12-05 17:4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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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당국이 지난 10월 15일 내놓은 가정 내 디스포저 일부 허용 정책을 놓고 환경계 안팎에서는 이번 정책의 의미와 전망에 대해 다양한 반응을 쏟아내고 있다.

특히 기존에 디스포저 도입을 반대해온 측에서는 환경부가 고시한 ‘주방용오물분쇄기의 판매·사용금지’ 정책을 두고, 같지만 다른 다소 엇가린 분석결과를 내놨다. 환경부의 이번 정책에 어떤 포석이 깔려 있느냐의 차이에 따라 달리 해석한 것이다.

이들 디스포저 반대론자들은 ‘디스포저가 다양한 문제를 유발’하기 때문에 이를 허용해선 안된다는 주의(主義)의 큰 줄기는 같았지만, 10월 22일부터 본격 시행된 이번 정책에 관해 한쪽에서는 오히려 환영한다는 의견을 보인 반면 다른 한쪽에서는 불편한 심기를 감추지 못했다.

과연 이번 정책으로 말미암아 디스포저가 활성화하는 데 어느 정도 기여를 할 것인가 아니면 오히려 디스포저를 제대로 규제하는 데 어느 정도 성과를 보일 것인지 등 어디에 포커스를 집중하는지에 따라 기존 디스포저 반대론자들의 반응도 함께 달라졌다.

암암리 유통, 환경당국도 인지했나?

우리나라는 앞서 1980~1990년대 사이 디스포저의 판매 및 사용이 가능했으나 분쇄물의 하수관거 내 퇴적, 악취발생 그리고 수질 오염 가중 등의 이유로 사용을 전면 금지해왔다. 하지만 디스포저 및 유사 디스포저가 암암리에 거래돼왔다는 점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심지어 환경당국도 알고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 당국의 허술한 디스포저 규제책이 충분한 효과를 발휘하지 못하며 홈쇼핑, 대형마트 등의 대중을 상대로 한 유통 플랫폼에서도 판매가 이뤄졌다.

이에 환경부는 10월 22일부터 디스포저(주방용 오물분쇄기) 중 음식물을 회수하거나 소멸시키는 방식으로 음식물 찌꺼기가 고형물 기준 80% 이상 회수되거나 20% 미만으로 배출되는 것으로 인증 받은 제품에 한해 제한적으로 허용할 방침이라고 10월 15일 밝혔다.

환경부는 이번 방침이 디스포저(주방용 오물분쇄기)의 허용기준을 명확히 해 그동안 불법 혹은 음성적으로 성행해온 디스포저를 규제하는 효과를 보일 것으로 기대한다고 10월 15일자 보도자료를 통해 밝혔다.

식습관·하수관거 변하지 않는 한…

하지만 신도시를 제외한 합류식 하수관거가 대부분인 우리나라 하수도 사정상 음식물쓰레기를 흘려보낼 경우 우천 불사시 범람할 수 있고 외부로 유출돼 수질오염을 일으킬 가능성이 있다는 문제점이 지적되고 있고. 또 하수관거 내 유속을 확보하지 못할 시 퇴적물이 쌓여 막힐 수 있으며 악취와 부식의 위험성도 커지게 된다.

사실 이는 환경당국이 디스포저를 반대하는 주요 이유였다. 이에 대해 환경부 관계자는 국내 하수도 시설이 많이 개선됐고 완전 분류식 하수관거 지역에 한정해 일부 도입하는 것이지 전면적인 도입은 아니라는 설명이다.

가정 내 디스포저를 반대해온 이유는 크게 두가지로 압축할 수 있다. 우선 우리나라의 문화적 특성상 음식물 성상이 기존에 디스포저를 활성화한 나라인 미국, 일본 등과 다르고 우리나라의 리사이클 배수처리 시스템의 정비가 필요하다는 취지에서 그러하다.

“유사 디스포저 규제할 발판 마련해”

그간 국내 디스포저의 도입을 반대해온 서울과학기술대학교 배재근 교수는 환경부의 이번 정책을 환영한다는 입장이었다. 디스포저가 국내 현실에 맞지 않는다는 생각 때문에 도입을 반대하는 건 달라지지 않았지만, 이번 조치를 통해 유사 디스포저를 규제할 발판을 마련했다는 데 큰 의의를 두고 있었다.

배 교수는 현재 음성적으로 유통, 설치되고 있는 디스포저를 잡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 기준이 필요하다고 판단하고 있었다. 따라서 음지에서 돌아다니던 디스포저를 이번에 확실하게 양지로 끌어올려 규제대책을 마련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하며 환경부의 입장과 궤를 같이 하고 있었다.

그는 환경부의 이번 고시가 우리나라의 음식물쓰레기 처리를 한 단계 진일보시켜줄 수 있을 것이라고 판단하고 있는 듯 보였다.

잘해온 정책을 10년 후로?

한편 기존에 음식물쓰레기를 주로 처리 및 활용해온 직간접적인 이해당사자들은 이번 조치를 두고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다.

사단법인 한국음식물류폐기물자원화협회 이석기 실장은 우리나라가 자원이 없는 자원빈국임을 예로 들며 음식물쓰레기를 충분히 재활용할 수 있는데 이를 갈아서 버리려 한다는 발상 자체에 문제가 있음을 강조했다.

더불어 “소중한 음식물쓰레기를 왜 갈아 없애려고 하는지 영문을 모르겠다”며 ‘음식물쓰레기=자원’이라는 생각을 조금이라도 갖고 있다면 조금 더 간편하다는 이유로 자원을 갈아 없애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하면서 환경부의 이번 정책에 대해 불편한 심기를 감추지 못했다.

세계적으로는 사료값이 폭등하고 있는데 음식물쓰레기를 통한 사료화나 퇴비화로 이를 대비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주장이다. 재활용할 수 있는 음식물쓰레기를 갈아서 버린다는 개념은 “기존에 재활용해온 플라스틱이나 빈병 같은 물질도 쓰레기매립장에 그냥 갖다 버리는 의미와 다르지 않다”고 강변했다.

또 이번 정책에 반대하는 사람들 중 “이왕 할 거라면 100%로 하지 20% 할 거라면 왜 하는지 모르겠다”며 격앙된 반응도 보였다. 단, 디스포저를 사용하면 발생할 것으로 우려되는 문제점들을 해결할 수 있는 적절한 대안이 있다면 반대할 명분이 없지만, 그게 아니라면 일부 허용도 인정할 수 없다는 입장이었다.

관련 산업 관계자는 그간 환경부가 말로만 금지해왔지 디스포저 유통을 제대로 막은 적이나 있냐며 부처가 이번에 발표한 대로 규제하지 못할 시, 직접 행동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기존에 설치된 디스포저는 전부 불법인데 모두 회수해야 하는 것 아니냐며 환경부의 미온적인 관리를 비판했다.

또 환경부가 이번 디스포저 정책을 위해 준비한 공청회에서 가장 큰 이해당사자인 기존 음식물쓰레기처리업 관련자들은 자신들을 배제하고 진행한 데에 황당하다는 반응이었다.

그는 “환경부가 여러 의견을 수렴하기 위해 마련한 공청회에서 가장 큰 이해당사자인 우리를 빼놓고 무슨 의견이 오갔는지 납득하기 힘들다”며 보여주기식 공청회로 끝났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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