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속기획]도시침수 해결 알아본다 5/5:표준이 없으면 책임도 없다

글: 최경영(한국저영향개발협회 최경영 회장 / 서울대학교 겸임교수)
황원희 기자 | eco@ecomedia.co.kr | 입력 2026-07-01 14:11:46
  • 글자크기
  • -
  • +
  • 인쇄

기후위기로 잦아진 폭우와 도시침수에 대응하기 위해 빗물을 땅으로 흡수하는 '투수포장'이 도심의 핵심 인프라로 떠올랐다. 하지만 현재 이 방어선은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고 있다. 기술의 부재가 아닌 '기준의 혼선' 때문이다. 조달청, 서울시, 환경부, 국토교통부 등 관련 기관이 제각기 다른 평가 잣대를 적용해 판단의 차이를 낳고, 이는 결국 책임의 부재로 이어진다. 명확한 국가 표준이 없으면 현장에서 책임질 주체도 흐려진다.
 

가장 큰 문제는 투수포장의 성능을 공장에서 생산된 제품의 '실내 시험성적서'에만 의존한다는 점이다. 실제 현장의 투수 성능은 제품 스펙이 아니라 하부 저류공간, 기층의 구조, 시공 품질, 유지관리 방식 등 복합적인 요인에 의해 결정된다. 서류상 완벽하더라도 현장에서 1~2년 만에 빗물이 고이는 불투수층으로 전락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따라서 국가 표준은 실험실을 벗어나 현장 조건, 책임소재, 장기적인 유지관리까지 아우르는 굳건한 통합 기준으로 진화해야 한다.
 

이런 측면에서 서울시가 도입한 '투수성능 지속성 검증'과 'K-SWIFT/K-Shift' 방식은 중요한 이정표이다. 탁상행정을 넘어 현장에서 투수성능의 지속성을 신속하게 확인하는 실효성 있는 접근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현장 중심의 방식은 전국의 공통 기준으로 확대되어야 하며, 공공 발주의 척도인 조달청 납품 기준에도 반드시 의무화되어야 한다.
 

책임 있는 인프라 구축을 위해서는 흩어진 기준을 단단히 통합해야 한다. 단순 투수율을 넘어 내구성과 막힘 저항성을 종합 평가하도록 시험방법을 단일화하고, 성능 등급과 유지관리 조건을 명시하는 통합 인증체계가 필요하다. 또한, 유지관리 매뉴얼을 의무화해 정기 점검과 보수 기준을 계약에 명시하고, 하자 보증 범위에 단순 파손을 넘어 '투수성능 유지'를 반드시 포함시켜야 한다. 나아가 현장 성능 데이터를 투명하게 공개해 시민 모니터링 체계와 연계해야 한다.
 

도심의 투수포장은 단순한 보도블록이 아닌 시민의 생명을 지키는 방어선이다. 이제는 설치라는 결과보다 '성능'이라는 본질에 집중할 때이다. 최근 한국저영향개발협회와 회원사들이 선도적으로 '생산자 책임'을 선언한 것은 바로 이러한 절박함의 발로이다. 이 결단은 결코 생산자만의 다짐으로 끝나선 안 된다. 이를 마중물 삼아 시공사, 발주처, 조달청, 환경부, 국토교통부 등 인프라를 둘러싼 모든 주체가 막중한 책임을 공유하고 구체적인 실천으로 나아가는 연대의 계기가 되어야 한다.
 

막연한 선언이 아닌 깐깐한 현장 검증으로, 감이 아닌 명확한 데이터로 증명할 때 투수포장은 온전한 재해 대응 시스템으로 작동한다. 명확한 표준이 책임을 만들고, 그 책임이 성능을 지켜 시민의 안전한 내일을 보장할 것이다.

 

[저작권자ⓒ 이미디어.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 카카오톡 보내기
  • 카카오스토리 보내기
  • 글자크기
  • +
  • -
  • 인쇄
  • 내용복사
뉴스댓글 >

헤드라인

섹션별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

오늘의 핫 이슈

ECO 뉴스

more

환경신문고

more

HOT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