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뜩이나 전력난이 심각한 마당에 국내 현재 총 전력생산량의 30%를 담당하는 원전마저 고장 등으로 가동 중단돼 그 심각성을 더해 주고 있다.
화력발전의 환경적 단점을 극복할 수 있는 대안으로 건설됐던 국내 원전은 방사능의 위험요소 등 환경에 반하는 요소로 인해 환경시민단체 등에서는 원전폐쇄를 주장하고 있다.
최근 일련의 원전 문제는 이들 환경론자들의 주장에 힘을 실어주는 형국이다. 더이상 안전성이 보장되지 못하는 원전이라는 환경론자들의 주장이 그대로 맞아 떨어지는 것처럼 보여 불안감만 증폭되고 있다.
올 겨울 ‘블랙아웃’의 위기사항을 앞둔 현실에서 그 극복대안은 무엇일까?
한겨울 ‘블랙아웃 위기’ 대처를 위한 한전의 눈물겨운 사투
지난 11월 6일 한국전력의 김중겸 사장이 청와대에 사의를 표명했다. 그는 그동안 전기요금 인상 등과 관련해 지식경제부와 잦은 마찰을 빚어 온데다, 최근의 원전 문제 등으로 지난 국정감사에서도 의원들의 질타 대상이 됐다.
김 전 사장은 사의를 표할 당시 “우리나라의 전력수급이 위험한 상황”이라며 예비전력량의 일정수치 이하를 거론하며 그 심각성을 경고했다.
그의 경고는 단순한 으름장이 아니기에 한전에서는 이번 겨울철 전력수급의 상당한 차질로 인한 심각성과 그에 따른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한 대비책 마련에 분주하다.
전력비상 상황에서 한전은 전력수급 상황실을 24시간 풀가동하는 한편 14개 지역본부에도 상황실을 설치해 만약의 사태에 대비하고 있다. 원전마저 제대로 가동되지 않는 상황에서 한전의 전력 사수를 위한 처절한 몸부림이 눈물겨울 정도다.
문제는 원전이 제대로 가동된다고 해도 당장 이번 연말에만도 171만kW. 내년 1월의 예비전력은 127만kW까지 하락할 것이라는게 지식경제부의 판단이다.
그런데 내년 1월 최대 하락폭인 127만kW라는 수치는 현재 가동이 중단된 영광원전 5, 6호기가 정상화된다는 것을 감안한 것인 만큼 현재 중단된 원전의 문제가 해결되지 못한다면 그 심각성은 우리가 생각하는 이상이 될 수도 있다는 여지를 남긴다.
또 어떤 측면에서는 원전이 가동돼도 현 전력난을 제대로 해결하지 못하는 상황이 지속되는형국이라면 굳이 위험한 원전을 계속 짓고 가동시켜야 하느냐는 일부 환경론자들의 주장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한전은 현재 겨울철 전력수급 안정을 위해 설비관리와 수요관리에 사투를 벌이고 있다. 먼저 수요관리 고객전담제를 통해 4,560호 수요관리 고객별로 2,492명의 직원이 각각 책임지고 1,392개 송전선로, 763개 변전소, 9,250개 배전선로 및 전력설비 취약 포인트 별로 전력설비 담당책임자 5,447명을 임명해 전력설비 관리 강화에 돌입했다.
현실성 낮은 전기요금 블랙아웃의 ‘폭탄’으로
그러면 왜 이렇게 전력수급이 불안정한 가운데 한겨울 ‘블랙아웃’의 위기감을 맞이하게 됐을까? 지경부는 그 원인을 우선 서민생활과 산업 경쟁력에 대한 고려 차원에서 상대적으로 낮게 유지돼 온 전기요금 때문으로 보고 있다.
한 마디로 전기요금이 현실에 맞지 않게 낮게 책정됨으로 전력수요가 매년 크게 증가했으며, 이는 결국 동계전력 예비율이 지속적으로 감소되는 추세를 불러왔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작년 9월 17일 한전 사장으로 취임한 김중겸 前사장은 전기요금 인상에 온 힘을 기울였다.
한전 사장으로 취임하자마자 9·15 블랙아웃 사태 수습에 매달릴 수밖에 없었던 김 前 사장은 현실적인 전력요금 체계를 통해 그동안 누적될 대로 누적된 한전의 적자폭을 줄이기 위한 방안으로 전기요금 인상에 집착하며 여기에 주력해왔다.
하지만 그의 이러한 업무추진은 지경부와 갈등을 빚었고 끊임없는 경질설과 함께 결국 등 떠밀리다시피 옷을 벗었다.
물론 지경부는 올 겨울의 전력난이 향후 계속될 것이라고는 판단하지 않는다. 내년 말까지는 700만kW의 전력이 신규 공급될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그래서 늦어도 2014년에는 전력수급의 어려움이 상당부분 호전될 것으로 전망한다.
그 희망적인 전망을 뒷받침하는 것이 내년 말 쯤에는 원전인 100만kW의 신월성 2호기와 140만kW의 신고리 3호기를 비롯해 화력발전인 57만kW의 율촌복합 2호기, 56만kW의 신울산복합, 48만kW의 신평택복합발전소의 가동이다.
그러나 당장 발등에 떨어진 불부터 꺼야 할 처지의 한전은 올 겨울 전력난의 숙제해결이 시급하다. 그래서 내년 1월말 준공 예정인 평택에너지서비스의 83만㎾급인 오성복합발전소를 한 달 앞당겨 연내 가동키로 했다.
또한 구역전기 사업자와 민간상용 발전기 활용, 폐지를 위해 그동안 중단됐던 남제주내연발전소 재가동 등을 통해 총 127만㎾의 전력을 확보했다.
고양이에게 생선 맡긴 최근의 원전 사태
지난 1980년대 후반부터 원전과 연관된 사고는 고리·월성·영광·울진원전 등에서 끊임없이 일어났다. 거기에다 최근 원전문제인 한수원 관계자들의 원자력발전소 부품 품질검증서 위조에 따른 납품된 불량 부품 문제는 갈수록 심각성을 더하고 있다.
이미 기존에 드러난 사실들보다 더 많은 원전에서 불량품이 사용된 것으로 알려지고 있기 때문이다. 원자력안전위원회에 따르면 민관합동조사단의 조사 결과, 계전기 등 53개 품목 919개 부품이 위조 품질검증서로 납품됐다. 당연히 원전 안전성에 치명적일 수밖에 없다.
이런 문제점은 원전반대론자들의 원전 반대와 폐쇄 목소리에 힘을 실어주기에 충분하다. 그야말로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긴 꼴이다. 철저하게 관리해 안전에 이상이 없도록 해야 할 임무를 망각하고 위조부품으로 원전안전에 빨간불을 켜놓았다.
기존의 안전성 여부에도 문제점을 드러낸 마당에 이제는 일부 직원들의 부정부패로 원전의 불신을 더 초래하게 됐다. 하지만 현재의 국내 전력난 해결을 위해서는 원전이 필수적인 측면이 있다. 현 국내 에너지 수요량을 본다면 원전이 차지하는 비중이 결코 적은 것이 아니다. 그래서 일부 환경론자들의 원전의 반대에 대해 ‘하나는 알고 둘은 모른다’는 것이 정부나 원전 찬성론자들의 시각이다.
최근 IEA(국제에너지기구)는 마리아 반 더 호벤 사무총장(여)이 우리나라를 방문해 의미 있는 발언을 했다.
“(한국에서) 원자력은 전력 총 생산량의 30%를 담당하고 있다. 현재 원전 5기가 건설 중이며, 6기를 추가로 건설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원자력발전이 차지하는 비중을 높이겠다는 정부의 공언과 같이, 원자력은 한국 에너지 정책의 주요 요소다. 에너지 수요에 비해 부족한 국내 부존자원이라는 한국의 상황을 고려하면 타당한 정책방향이다.”
호벤 사무총장은 또 “한국은 강력한 원자력 산업 발전을 효과적으로 이뤄냈고, 높은 수준의 가용성과 신뢰성, 효율적 원전운영과 저비용 건설을 통해 동 부문에서 전 세계 리더 반열에 들어섰다. 그 결과 높은 수입 의존도에도 불구하고 원자력은 한국이 저렴한 가격에 에너지를 공급하는 데 큰 기여를 하고 있다”고 평했다.
물론 호벤 사무총장이 현재 국내 원전관리에서 문제가 되고 있는 한수원의 기술적 결함과 관계자들의 도덕성 결여, 운영의 미숙함 등을 고려한 후의 발언인지에 대해서는 의문이 제기되지 않을 수 없다.

산업용 요금 현실화, 피크타임 전력 운용의 지혜 필요
최근 지식경제부는 겨울철 전력난 극복을 위해 △절전실적을 소외계층에 기부하는 ‘에너지 나눔 운동’ 확산 △내년 1월부터 3,000kW 이상 전기 다소비 수용가 최대 10% 전력 사용 제한 △평시요금 할인 대신 피크요금 할증하는 선택형 피크요금제 시행 △민간 자가발전기 포함 全 발전기 풀가동, 공공기관 비상 발전기 일제 가동, 경계단계 시 공공기관 강제단전 시행 등의 방안을 내놓았다.
그런데 그 방안이 결국 국민들에게 전기를 아껴 쓰자는 캠페인성 홍보에만 그칠 뿐 구체적 방안 제시가 되지 못하고 있다.
안심할 수 없는 원전, 그러나 현 국내 전력상황에서 원전 중단과 폐쇄도 무리수다. 이런 상황을 타개할 해법에 대해 이은철 교수(서울대 공과대 ·원자핵공학과)는 1차 에너지의 97% 이상을 수입에 의존하는 자원 빈국인 우리나라는 당장 원전을 중단할 수 없고 다른 대안도 없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태양광·풍력 등 대체에너지 확대도 우리나라의 입지적 한계와 현재 기술 수준으로는 원전·석탄화력 등 대형 에너지원으로 대체는 아직 역부족이라는 시각이다.
결국 신재생에너지 등 대체에너지의 기술 개발 등으로 전력난 극복은 무리수이자 시기상조라는 지적이다.
반면 국회 지경위 간사인 오영식 의원(민주통합·강북갑)은 “설계수명이 다 된 원전은 가급적 지양하고 신규원전의계획도 폐지하는 등 원전정책의 수정이 필요하다”면서 원전 의존적 의식구조와 정책의 변화를 촉구했다.
특히 그는 “현재 국내 전력체계에서 산업용 요금이 지나치게 낮아 생산원가에 못 미치는 상황이기에 산업용 요금의 현실화를 통해 한전의 누적 적자를 해소해야 한다”고 피력했다.
오 의원은 또 “그동안 주어진 산업체의 특혜와 지원을 중단하고 전력 수요관리 부분에서 피크타임의 예비전력이 ‘주의단계’로 접어들면 공장의 운행을 중단하는 등의 조치를 내리는 등 운용의 묘를 살려야 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부족한 전력 공급의 문제는 신재생에너지로 보충할 수 있는 정부 차원의 방안마련도 필요함을 역설했다.
한편 환경운동연합 에너지기후변화/핵에너지 분야 안재훈 간사는 국가에너지기본계획이 현재보다 원전의 비중을 높이는 방향을 다른 방면으로 수정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즉 국내에는 풍력·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의 비중이 거의 없는 만큼 이를 더 늘려야 한다는 것이다.
전력수급 차원에서 원전이나 대형발전소를 건설하려고 예산을 낭비하는 것보다 대형발전소가 고장으로 멈출 때를 대비해 대용량이 아닌 신재생에너지를 개발해 발전에 사용하면 시설이 고장 나도 수리비용 등 재정적인 영향은 크지 않다.
오히려 원전 등 대형발전 시설에 대비해 더 효율적이라는 설명이다. 또한 “전력이 항상 부족한 것은 아닌 상황에서 전력피크관리를 잘해야 하는데 정부에서 현재 전력 전망치를 높게 잡는 것도 문제다. 전력을 많이 쓰는 철에만 대비할 게 아니라 평상시에도 대비하는 체제를 갖춰야 한다”고 대안을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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