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건의 개요
지난 9월 27일, 오후 3시 43분경에 경북 구미시에 있는 구미 제4국가산업단지에서 불화수소산 가스(Hydofluoric Acid Gas)가 작업자의 실수로 누출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는 2004년에 제정한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에 명시한 명백한 인적 재난에 속한다.
사고는 주식회사 휴브글로벌 구미 공장에서 탱크로리에 실린 플루오린화 수소산(불화수소산, 불산) 가스를 공장 내 설비에 주입하던 중 20톤 탱크에서 불산 가스 약 8~9톤이 유출돼 발생했으며, 이로 인해 공장 근로자 5명이 사망하고 18명이 중상을 입었다.
뿐만 아니라 구미시 발표에 따르면 대기 중에 유출된 불산을 흡입해 병원 치료를 받은 사람이 398명이며, 사고지역 주변을 중심으로 약 90여 ha의 농작물 피해와 소 약 1,000여 마리 등의 피해 신고가 접수됐다고 한다.
그 후 2차 피해가 진행되면서 지역 주민 1,954명이 치료를 받았고 농경지 312ha 달하는 농작물 피해, 그리고, 산업단지 내 77여개 업체가 약 177억 원의 피해를 신고하는 등 피해가 늘고 있는 추세이다. 사고 후 11일이 지난 10월 8일, 정부는 구미시 산동면 봉산리 일대를 중심으로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했다.
자연 재난과 인적 재난
재난과 투쟁해온 인류의 역사는 참으로 길고 험난하다. 과거에는 대부분 홍수, 폭염, 가뭄, 산불 등 자연재난이 재난의 주류를 이뤄왔다. 그러나 오늘날은 인적 재난이 점점 더 잦아지고 대형화되고 있는 추세다.
18세기부터 시작된 산업혁명 이후 인류는 과거 인류사에서 전혀 경험해 보지 못했던 소위 과학과 기술의 혁명시대를 맞았다. 이를 통해 인류는 어느 때보다 풍요로운 삶을 구가하며 수준 높은 문명사회를 이룩했다.
전기, 토목, 건축 등 기술 분야의 발달은 초고층 빌딩의 건축과 거대한 교량 건설, 수 킬로미터 길이의 터널공사 등을 가능케 했으며, 특히 지하철이나 방대한 지하상가 등 대규모 지하 구조물의 건설을 가능하게 했다.
뿐만 아니라 눈부신 유기화학의 발전은 농업 생산성 향상과 일상생활의 편의성을 혁신시키는 등 과히 합성화학 물질의 천국시대를 가져오게 했다.
그러나 세상 이치가 늘 그러하듯 과학과 기술의 발전이 항상 긍정적인 측면만 있는 것이 아니다. 동전의 양면처럼 때론 심각한 부정적인 측면이 있다. 온실 가스로 인한 기후 변화 문제를 굳이 들먹이지 않더라도 전 세계적으로 지진, 태풍, 해일 등 자연재해뿐만 아니라 화재, 붕괴, 폭발 등의 인위적 사고가 끊임없이 일어나고 있으며 대형화 되고 있는 추세이다.
예컨대 1984년 인도 보팔(Bhopal)에서 일어난 유니온 카바이드 사의 매틸 아이소사언네이트(Methyiso cyanate) 가스 유출사고는 한밤중에 자고 있던 지역 주민 1만 6,000여 명의 목숨을 앗아간 적이 있다.
우리나라 또한 예외가 아니다. 지난 수십 년 동안 와우 아파트 붕괴 사고, 삼풍백화점 붕괴 사고, 성수대교 붕괴 사고, 대구 지하철 화재사고 등 대형 인적 재난을 수차례 경험한 바 있다.
우리나라 재난관리의 발전
우리나라의 재난관리 역사를 보면 1961년 홍수피해에 대응하기 위해 국토건설청 예하에 ‘수해복구사무소’를 설치한 것이 최초의 재난관리기구의 시작이다. 1967년 풍수해대책법에 따라 편성된 ‘재해대책위원회’가 주로 자연재해 업무를 관장했다.
그러나 30여 년간 건설부에서 담당해왔던 자연재해 총괄업무기능이 1991년 내무부로 이관됨으로써 국가행정조직과 연계돼 중앙 및 지방의 재난조직이 형태를 갖추게 됐다.
이때 재난담당기구로 1991년에 ‘중앙재해대책본부’가 개편됐으며, 2008년에는 행정자치부가 행정안전부로 개칭되면서 행정안전부가 국가재난관리 총괄부서로서 역할을 하게 됐다.
특히 재난 형태의 다양화 및 대형화 추세에 따라 과거 자연재난 관리에 추가해 인적 및 사회적 재난 관리에 대한 통합적 대응을 위해 2004년에는 ‘재난 및 안전관리기본법’을 제정하고 이에 따라 국가재난관리체계가 전반적으로 개편됐다.
즉 국가재난관리의 전담기구로서 ‘소방방재청’이 개청됐다. 소방방재청은 자연 및 인적재난관리 업무를 전담하고, 행정안전부는 국가 재난관리의 최상위기관으로서 재난관리업무를 총괄하며, 중앙 부처 간 업무조정, 법령 및 제도의 개정 등과 관련한 기능을 수행하게 됐다.
재난과 관련해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지자체)는 재난으로부터 국민의 생명·신체·재산을 보호할 책무를 지고 있다. 특히 국가나 지자체는 재난의 예방과 피해경감을 위해 노력해야 하며, 재난관리책임기관의 장은 발생한 재난을 신속히 대응·복구하기 위한 계획을 수립해 이를 시행하도록하고 있다.
또한 일반 국민은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의 재난 및 안전관리업무 수행에 최대한 협조해야 하고, 개인이 소유하거나 사용하는 건물·시설 등으로부터 재난발생을 최소화 하도록 지속적으로 노력해야 한다.
그러나 이와 같은 국가적 차원의 재난관리 시스템의 개선 노력에도 불구하고 실제 재난관리와 관련한 많은 문제점이 제기되고 있다.
이중 하나는 재난이 발생할 때마다 사안별로 개별 입법화 함으로 각종 재난관리와 관련한 189개의 개별 법률이 존재할 뿐만 아니라 그 책임기관 또한 다양해 통합적 대응체계가 미흡하다는 지적이 지속적으로 제기돼왔다.
예컨대 이번 구미시의 불산 사고와 같은 인적재난의 경우 재난의 원인 별로 소관부처가 각각 다르고 관련법도 복잡하고 다양하다. 이번 구미시 불산 사태와 같은 산업재해는 고용노동부가 주관 부처이며 ‘산업안보건법’을 기본법으로 해 ‘석유사업법’, ‘유해화학물질관리법’, ‘도시가스사업법’, ‘고압가스안전관리법’ 등의 개별법을 적용하고 있다(표 참조).

구미 사건의 교훈
어느 사회이든 사회가 발전함에 따라 위험시설은 증가하게 된다. 대형가스 집적소, 원자력발전소, 주유소, 대형건물 등의 설비 노후와 관리 부주의에 의한 폭발, 초대형 건물 신축 시 설계·시공 상의 규정 미 준수 등은 이미 우리가 경험한 대로 대형재난의 요인이 된다.
구미시 경우와 같은 수명의 사상자만 발생하는 소규모 사고로부터 수천, 수만명의 사상자와 수천억 원의 재산피해를 발생시키는 대규모 재난에 이르기까지 그 규모는 예측하기 어렵다.
따라서 평상시 재난에 대비한 완벽한 대응계획의 수립이 요구된다. 또한 전문교육을 통해 유해화학물질을 취급하는 종업원이나 사업주에게 관련 지식을 충분히 습득할 기회를 제공해야 하며, 반복적이고 주기적인 훈련으로 유사시 대응능력을 갖추도록 해야 한다.
그러나 재난관리는 그 특성상 아무리 완벽하게 준비하더라도 항상 실제 상황에서는 당황하게
된다. 따라서 재난은 관리가 가능하다는 인식하에 대비 및 대응 단계별로 체계적인 관리가 필요하며, 불가피한 자연재해의 경우에는 완벽한 대응을 통한 피해의 최소화가 중요하고 예측 불가한 인적·사회적 재난은 평시 대비를 통한 발생원인 파악과 철저한 예방에 주력할 필요가 있다.
그러나 본 사고는 국가산업단지에서 일어난 인적 재난이므로 일차적인 주관부서는 고용노동부가 되어야 하며 환경부 등은 관련 독성 자료를 제공하고 그 처리 방법 등의 정보를 제공하는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
미국의 경우에는 산업안전보건 당국에서 물질안전데이터(MSDS)에 따라 주기적으로 비상대응가이드북(Emergency Response Guidebook)을 발간하고 모든 유해화학물질을 취급하는 사업주
와 작업자는 매년 일정시간 교육을 받도록 하고 있다.
또한 이 기회에 재난발생 시 각 중앙 행정기관 및 산하기관이 관리하고 있는 안전관리 관련 기능별 정보시스템을 연결하는 범국가적인 정보시스템을 개발해 재난관리책임 기관 간 및 유관기관 간에 신속한 상호정보교환이 가능토록 할 필요가 있다.
유해화학물질 관리의 경우 국립환경과학원의 ‘화학물질안전관리정보시스템(KISchem)’에 잘 정리되어 있으나 산업현장에서 그 활용도가 저조한 편이다.
한발 더 나간다면 유해화학물질을 누출하거나 그 우려가 되는 사업장에 대해서는 지역 주민이나 민간단체를 현장 모니터 위원으로 위촉해 재난발생 징후가 있거나, 재난이 발생했을 때 즉각적으로 현지상황을 제공받아 지역 내에 전파토록 하는 등 주민들이 즉각적으로 대처할 수 있도록 하는 것도 피해를 감소시키는 좋은 제도가 될 것이다.

양 임 석 소장(환경독성학 박사)
한국 환경안전재난관리 연구소 / (주)미리암 인터내셔널 부설
[저작권자ⓒ 이미디어.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