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재생에너지 의무할당제(RPS : Renewable Energy Portfolio Standard)’란 발전사업자에게 총발전량에서 일정비율을 신재생에너지로 공급하도록 의무화하는 제도다.
이는 신재생에너지의 보급 확대를 위한 것으로 국내에서는 금년 1월 1일부터 발전설비용량이 500MW 이상인 발전사업자를 대상으로 시행됐다.
이렇게 시행된 지 1년밖에 안된 RPS에서 최근 산림바이오매스산업 분야별 다른 의견이 제기되면서 논란이 가중되고 있다. 이에 본지는 RPS시행에 따른 논란, 각기 다른 목소리를 조명하고 앞으로의 방향에 대해 짚어보고자 한다.
목재 재활용 vs 에너지 자원화
정부는 신재생에너지 정책의 일환으로 에너지합리화자금(esco자금)을 지원해온 바 있다. 이후 나무를 잘게 파쇄한 우드칩(woodchip)을 태워 스팀이나 전기를 생산하는 민간 목질계 열병합발전소가 수년 사이에 우후죽순처럼 생겨났다.
그런데 올해부터 전력사업자를 대상으로 RPS까지 시행되면서 한국전력의 자회사들도 태양광, 풍력 등 자연에너지보다 손쉽게 접근가능하고 경제적인 폐목재를 태워 전기를 만드는 열병합발전소 건설에 열을 올리고 있다.
RPS 대상 업자들은 매년 2%의 발전량을 신재생에너지원으로 공급해야 하며, 2020년에는 의무비율이 10%까지 늘어난다. 이에 발전사업자가 신재생에너지 사용할당량을 채우기 위해 대량의 폐목재를 발전용으로 확보하고 나섬으로써 기존 목재재활용 업계에 교란을 불러왔다.
올해 초 한국동서발전(주)와 (주)경동 간의 합의로 대규모 목재파쇄 우드칩공장이 건설된다는 것이 보도 되면서 그 반발이 더 거세진 것이다.
동서발전(주)는 이미 작년에 목질계 바이오매스발전소 건설과 기존 화력발전소에 우드칩을 혼소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으며, 동서발전에 공급할 우드칩 공장을 건설하는 ㈜경동은 합작회사인 ㈜그린바이오매스를 통해 강원 삼척에 100억 원을, 자회사인 ㈜경동바이오테크를 통해 경북 경주에 570억 원을 투자한다고 알려졌다.
이에 전국의 영세한 목재재활용업자들은 수년 이내 모두 도태될 수밖에 없다는 위기에 직면, 우드칩 공장 건설에 반대의 목소리를 높였다.
목재 품귀현상… 폐목재는 부족한데 공장은 ↑
기존의 폐목재는 산림, 개발지, 건설현장, 사업장 등에서 다양한 발생원으로 발생·수집돼 폐목재 재활용 공장에서 파쇄되고 그 등급에 따라 퇴비, 톱밥, 합판, 고형연료제(WCF), 파티클보드(PB) 등으로 물질 재활용되고 있다.
특히 가구 소재인 PB로 생산시에 반복적인 물질 재활용이 가능하다. 그러나 국내 우드칩 조달이 어려운 상황에서 발전업자들이 폐목재를 대거 발전용으로 사용한다면 목재 재활용 영세업체가 받는 타격은 매우 크다.
환경부의 ‘폐목재의 종류별 발생량 및 처리현황(2011년)’에 따르면, 폐목재 발생량은 2010년 223만 4,000톤에서 2011년 214만 톤으로 2010년 대비 95%로 감소했지만, 그 중 재활용되는 폐목재는 134만 5,000톤에서 137만 2,000톤으로 2%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즉 총 발생량은 감소한 반면 총 발생량 대비 재활용(물질 및 에너지 재활용 포함) 비율은 60.2%에서 64.1%로 3.9% 증가한 것이다. 이를 보면 발전사업자가 아직 목질바이오매스 발전을 시작하지 않았는데도, 유가상승 이후 스팀을 다량 사용하는 제지업·목재업·시멘트업·섬유업과 심지어 지역난방공사까지 포함해 올해 연 소요량이 80만 톤을 상회함으로써 향후 폐목재 연료를 둘러싸고 ‘물질재활용업계-민간 열병합업계-RPS 적용발전사업자’까지 치열한 경쟁이 불가피한 상태다.
기존의 목재재활용 영세업자들이 가장 우려하는 부분은 ‘목재 공급의 부족 및 가격상승’이다. 이미 폐목재를 활용해 PB를 생산하는 공장 4개소 중 1개 공장이 원재료 부족으로 인한 경쟁력 상실로 2011년 1월 영구히 문을 닫았다.
또한 남아있는 3개 공장도 폐목재 조달 부족 때문에 전체 사용량의 60%만 폐목재로 사용하고, 그 외에는 고가의 국내 원목과 수입 우드칩을 사용하는 형편이다. 게다가 최근에는 건설경기 침체가 더해져 임목폐목재 등 전체 폐목재 시장이 지속 감소추세로 목재재활용 공장들의 동절기 가동률이 50% 수준까지 떨어졌다.
발전업자 “건설폐목제 등 RPS 적용 안돼”
폐목재 공급 부족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에 대해 동서발전과 경동 관계자의 의견을 들어봤다. 우드칩 공장 투자 규모에 대해 동서발전의 한 관계자는 “경동과 합작으로 삼척에 건설하는 우드칩 공장의 투자규모는 알려진 100억 원보다 적은 규모”라며 “합작회사(SPC) 지분의 반 이상을 경동이 소유한 상태로 경주에 설립되는 우드칩 공장과는 관계가 없다”고 밝혔다.
또한 동서발전 관계자는 “올해부터 시행된 RPS의무 때문에 사업이 시작됐다”며 “지경부가 이미 우드칩 중 물질로 재활용되는 특정한 품목에 대해서 RPS적용을 인정하지 않도록 법제화했다”고 말했다. 즉 우드칩을 원료로 사용하는 것 자체가 올해부터 도입된 RPS 때문인데 RPS 적용을 받지 않는 품목을 사용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한편 지경부 신재생에너지과 관계자 역시 “그동안 의견을 수렴한 결과 RPS지침으로 ‘공급인증서(REC) 발급시 건설 폐목재, 사업장 폐목재 중 신축현장 폐목재 등 물질로 재활용이 우선 시 되는 특정품목에 대해서는 공급인증 가중치를 적용하지 않는다’는 규정을 넣어 이를 활용시 RPS 적용을 인정하지 않는다”라고 밝혔다.
또 동서발전 관계자는 “물질업계와 쓸 수 있는 품목·양이 다를 뿐만 아니라 에너지업자들이 사용하는 WCF는 물질 재활용에 사용하기 어렵다”며 이런 상황을 고려했을 때 폐목재 부족의 책임을 모두 발전업자에게 돌리는 것은 논리에 맞지 않다는 의견이다.
아울러 경동 관계자는 경주에 건설되는 우드칩 공장에 대해 “지난 4월 경주시와 우드칩 관련 MOU를 체결한 것은 맞지만, 경주 지역의 공장건설은 현재 법적인 부분 때문에 잠정적으로 보류된 상태”라며, “투자액도 570억 원이 될지는 미지수며, 그보다 낮게 측정될 가능성이 높다”라고 밝혔다.
한편 동서발전과 경동 모두 이 달 완공 목표였던 삼척우드칩공장 건설 완공시점은 실질적으로 물량이 필요한 시점인 내년 2월 이후로 내다봤다.
공급인증서 가중치 적용 문제 ‘긍정 검토중’
여기서 중요시 봐야할 점은 전력생산량의 일부를 신재생에너지로 대체했다고 확인하는 ‘공급인증서(REC)’의 가중치 문제다. 한국목재재활용협회는 이달 초 폐목재의 바이오매스 RPS ‘공급인증서 가중치 적용’ 재검토에 대한 의견 제출 공문을 녹색성장위원회를 거쳐 지식경제부, 에너지관리공단에 제출했다.
내용을 살펴보면 2011년 지경부 신재생에너지과·에너지관리공단 신재생에너지센터와 동서발전·한국합판보드협회·한국목재재활용협회가 합의하여 목질계 바이오매스의 신재생에너지‘REC가중치 1.5적용’에서, 2012년 건설폐목재 및 사업장 폐목재 중 신축현장 폐목재, 목재팔래트, 목재 포장재, 전선드럼 등은 REC가중치를 적용하지 않으며, 1년 경과 후 목재 수급현황 등을 고려해 REC 발급 제외 대상을 재검토하기로 한 바 있다.
그러나 협회는 당초 동서발전의 바이오매스 발전계획이 2012년 중 혼소발전 시행 및 전소 발전 시설을 시험가동 하는 것이었으나, 가동이 내년 상반기로 연기됨을 감안해 국내에서 폐목재를 WCF로 사용하는 전력사업자가 없으므로 “REC 발급제외 대상 기간을 올해가 아닌 2013년 완공 후, 정상 가동되는 2014년의 시장상황을 검토해 2015년에 REC 적용여부를 확정 짓는 것이 바람직하다”라고 의견서를 제출, 적극적인 검토를 요청했다.
아울러 협회는 “올해 한시적으로 공급인증 가중치 제외대상으로 돼있는 신축건설·사업장폐목재 등은 가중치 적용 제외대상으로 지속 관리해 주길 바란다”고 건의했다.
지경부, 에너지관리공단 측은 이에 대해 현재 긍정 검토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지경부의 한 관계자는 “단기간에 결정할 수 있는 사항은 아니지만, REC 가중치는 제도를 통해 3년마다 제정하도록 돼 있다”며, “충분한 의견수렴을 위해 노력 중”이라고 전했다.
목질계 바이오매스 공급확대 방안 ‘임지잔재’
한편 이같은 상황에서 제조업계가 주목하고 있는 것이 바로 ‘임지잔재’다. 한국목재재활용협회는 “목질계 바이오매스 공급 확대 방안으로 공급확대가 가능한 유일한 발생원이 임지잔재”라고 전했다.
산림에 버려지거나 수거되지 않고 있는 임지잔재의 효율적인 수거체계와 지원이 갖춰지면 발전사업자가 미이용목재(임지잔재)를 전적으로 매입하여 발전연료로 활용할 수 있는 가능성이 높아진다.
RPS 시행국 선진 사례중 일본의 경우, 임지잔재를 고정 가격매입제도(FIT)에서 타 바이오매스에 비해 2배 이상 높은 가격으로 발전사가 매입하도록 했다. 이와 유사하게 우리나라도 임지잔재의 경우 공급인증 가중치를 최대한 상향 조정하여, 발전사가 적극적으로 매입할 수 있는 길을 열어주는 것이 유일한 대안이라고 보고 있다.
문제는 부산물 회수에 있어 막대한 회수비용 때문에 활성화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환경부와 산림청 모두 이를 자원화 해야 하는 데는 동의하고 있지만 경제성을 고려하면 쉽지 않은 문제다.
RPS 효용성 검토 필요해
에너지 고갈에 따른 신재생에너지의 개발은 이제 필수적으로 요구되고 있다. 선진국에 비해 원자력 위주의 에너지 정책에 탈피하지 못한 우리나라에 있어 신재생에너지 개발은 시급한 과제임에 틀림없다.
또한 RPS는 시장규모가 확실하고 탄소 배출 저감목표와 할당량을 직접 연계해 정책을 시행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국내 목재자원 소비량의 85%를 수입에 의존하는 실정으로 최대한 반복 재활용을 한 후 최종적으로 에너지 재활용하는 시스템이 절실한 상황인데, RPS의 효용성 검토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면 목재재활용업계가 어려움을 겪음은 물론 우드칩 수입으로 인해 또 하나의 ‘자원낭비’가 초래된다고 할 수 있다.
새로운 제도 시행에 있어 기존의 산업 환경을 고려하는 것은 필수적이다. 하나의 이익을 위해 기존의 것을 돌보지 않는다면 빛 좋은 개살구밖에 될 수 없다. 국내 바이오매스의 최대 공급원인 산림 바이오매스 자원의 효과적 운용을 위해 제도의 재검토 및 대안이 필요한 시점이다.
정부는 RPS로 인해 발생하는 최대한의 피해를 줄이고 재활용업자, 발전사업자 모두 상생할 수 있는 구체적인 해결책을 찾도록 최선을 다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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