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프랑스에서 유전자 변형 농산물을 대표하는 GMO 일부 품종인 ‘NK-603’이 생명체에 위험하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해 우리에게 충격을 줬다.
프랑스 생물학자 세라리니(Seralini) 교수가 이끄는 프랑스 칸 대학의 연구팀은 지난 2년 동안 200마리의 쥐를 상대로 GMO 유해 연구를 실시했다.
그 결과 11%의 유전자 변형 농산물이 섞인 옥수수를 먹은 암쥐의 사망률이 2~3배, 숫쥐는 5배나 상승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이를 바탕으로 이 연구진은 “GMO가 내분비선을 위협하는데, 11% 소량의 제품을 먹은 쥐의 치사율이 더 높았다”고 밝혔다.
GMO와 그 위험성
GMO(Genetically Modified Organism)란 우리말로 ‘유전자재조합생물체’를 의미한다. 물론 그 종류는 동식물을 모두 포함하지만, 통상 유전자재조합농산물(GMO농산물)을 의미하는 경우가 많다.
한 마디로 말해 유전자재조합기술을 이용해 어떤 생물체의 유용한 유전자를 다른 생물체의 유전자와 결합시켜 특정한 목적에 맞도록 유전자 일부를 변형시켜 만든 것이다.
유전자 변형 농산물의 사례를 살펴보자. ‘Bt 옥수수’라는 GMO옥수수가 있다. 이 옥수수는 바실러스 튜린겐시스(Bacillus thuringiensis)라는 토양미생물의 살충성 단백질 생산 유전자를 옥수수에 삽입시켜 만든 옥수수다. 이렇게 탄생한 옥수수는 옥수수를 갉아 먹는 치명적인 해충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할 수 있게 됐다.
이러한 GMO는 정부의 안전성 평가를 거쳐야만 식품으로 사용될 수 있게 돼 있다. 문제는 이러한 ‘GMO 품종이 우리 생명에 위협이 되는가’이다.
GMO를 반대하는 사람들은 유전자변형농산물이 인간의 인체에 어떠한 영향을 주는지 정확하게 밝혀지지 않은 부분이 많아 위험하다는 것을 강조한다.
또 유전자조작농산물은 더 많은 농약을 사용케 함으로써 환경오염의 가속화는 물론 종간의 경계를 허물어 돌연변이를 만들게 된다고 주장한다. 서두에서 사례를 든 프랑스의 실험결과는 그 위험성을 대변하는 사례인 셈이다.
수입 콩 99%가 GMO식품(?)
프랑스 사례에서 언급된 NK-603는 현재 세계에서 가장 많이 이용되는 농약제인 ‘라운드업(Round Up)’에 저항하기 위해 미국 소재 다국적 기업인 ‘몬산토’에 의해 만들어진 유전자 변형 농산물이다.
2001년부터 재배가 시작된 이 작물은 작년 기준으로 세계 12개국에서 재배 중인데 미국과 아르헨티나, 브라질 3국에서의 생산량이 대부분에 해당하고 나머지 소량이 캐나다, 일본, 남아프리카공화국, 필리핀, 콜롬비아, 파라과이, 우루과이, 엘살바도르, 온두라스에서 재배되고 있다. 근래 콩의 81%, 옥수수의 40%, 캐놀라의 73%, 면화의 73%가 유전자 변형작물이다.
그럼 국내 농업시장에서 GMO 농산물 유통현황은 어떠한가? 한국종자협회(회장 배인태) 관계자는 국내에서 GMO농산물은 유통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그런데 이 협회에는 한국몬산토도 회원사로 있다.
그래서인지 이 관계자는 거대 다국적기업으로 인한 한국농업의 잠식상황 등 관련 추가 인터뷰는 응하지 않았다. 하지만 생태 전문가 배병호 사무처장(UN CBD 한국위원회)은 미국에서 수입되는 콩의 99%는 GMO식품이라고 항변했다.
물론 정부 차원에서는 2002년 7월부터 GMO식품 표시 제도를 실시하고 있으며, 2004년 초부터는 GMO식품의 안전성평가 심사를 의무화해 오고 있다. 따라서 GMO식품 제조·수입업자는 사전에 해당 식품의 안전성에 이상은 없는지 평가하고 승인을 받도록 하고 있다.
몬산토·카길 등 거대 다국적기업 세계 농산물시장 장악
연 매출액이 75억 달러에 달하는 세계 최대 농업생명공학기업 몬산토는 1만 7,500명의 직원들이 근무하며 현재 전 세계 46개국에 진출해 있다. 문제는 이러한 몬산토가 전 세계 1억ha에 달하는 GMO 재배면적과, GMO의 90%에 대한 특허권을 가진 세계 최대 종자 기업이라는 데 있다.
현재 몬산토는 자신들의 획기적인 기술력을 바탕으로 세계 기아문제와 환경오염 문제를 GMO를 통해 해결할 수 있다고 자신한다. 그러나 환경론자들 등 GMO의 위험성을 경고하는 쪽에서는 몬산토처럼 거대 다국적 농산물 기업을 ‘죽음을 생산하는 기업’으로 치부한다.
특히 몬산토는 콩과 면화 종자 판매에서 미국 내 1위 기업이다. 전 세계에서 생산되는 콩의 53%, 옥수수와 면화는 각각 21%와 11%는 몬산토의 GMO 농산물로 알려지고 있다.
또 하나의 거대기업 카길은 미국 식품 소매업체인 크로거와 계약해 소매 시장에 진출한 것을 계기로 ‘종자에서 슈퍼마켓까지’를 장악하는 저력(?)을 보여주고 있다.
즉 카길은 농식품 체제 지배 전략을 현실화하면서 유전자에서 시작해 곡물의 생산, 가공, 사료 생산에서 육류 생산 가공 유통까지 그 영향력을 갈수록 확대시키고 있다. 더군다나 카길은 몬산토와 함께 합작을 통해 전 세계 농업시장의 기초인 종자에서부터 농산물 유통까지 장악하고 있다.
이외에도 세계 2위 곡물기업 아처 대니얼스 미들랜드(ADM)는 농업생명공학기업인 신젠타와 제휴를 통해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여기서 ADM은 종자보급을, 신젠타는 GMO 옥수수 종자 생산을 담당하고 있다. 특히 ADM은 농민협동조합인 컨트리마크 등을 인수하면서 미 동부지역의 옥수수를 싹쓸이하고 있다.
신젠타는 1997년 국내의 대표적 종묘회사인 서울종묘와 농진종묘 등을 인수해 다국적 거대기업의 국내 잠식의 한 전형을 보여주고 있다.
미국의 화학회사 듀폰은 북미 대형 가공식품회사인 콘 아그라(ConAgra)와 제휴, 농산물과 육류 등을 콘 아그라 상표로 세계 슈퍼마켓에 판매하는 등 그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거대한 벽에 막힌 국내 농업, 틈새시장 키워야
현재 몬산토를 비롯해 신젠타, 다우 아그로사이언스, 바스프, 바이엘, 파이어니아(듀폰) 등은 세계 농약시장의 약 70%를 장악하고 있으며, 전체 유전자 조작 종자 시장을 좌지우지하고 있다.
한 마디로 이들 기업은 세계 농약시장의 ‘Big Six’다. 국내는 연 1조 2,000억 원의 종자 시장이 형성돼 있지만 Big Six와 바티스, 사카다 등의 다국적 기업이 대부분을 장악하고 있다.
문제는 이들 Big Six를 포함한 거대 다국적 기업들로 인해 비싸진 농작물 가격은 농민들에게 고스란히 돌아가게 된다는 것이다.
이들 기업들은 농민들로 하여금 최대 수확을 미끼(?)로 더 많은 돈을 들여 자신들의 농화학제품에 지불하도록 함으로 농약 판매 증가 목적을 이룬다. 이로 인해 세계 곳곳의 생태환경에 엄청난 해를 끼친다고 환경론자들은 항변한다.
이들 다국적 농산물 기업들은 곡물과 유통망을 장악함으로 국내 농가가 이들 기업들의 종자들을 사용할 수밖에 없게 만든다. 이러한 독점 상황에서 우리 농민들은 피해가 커지는 것은 당연하다.
국내 농업계의 다국적 농산물기업들에 대한 시각은 어떠한가? 장병수 전국농민단체협의회 사무총장은 “거대 다국적 농산물기업들은 유통망이 좋은 장점이 있으나 주요 작물 1~2개 품목을 전체 면적에 심어 세계를 뒤흔드는 바람에 식량위기와 생물다양성 측면에서도 부정적인 측면이 다분하다”고 언급한다.
즉 획일적 농업환경을 조성함은 물론 생산량을 고려해야 하는 만큼 위험성이 존재하지만 인체의 위해성 논란에도 불구, GMO를 통한 대량생산으로 나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럼으로 인해 빠져나가는 엄청난 로열티는 물론, 한국과 같은 농산물 수입국은 토종종자와 이에 따른 천연물질 분야의 위축을 불러 생물다양성 측면에서 고유종자의 주권을 지키기 어렵게 된다는 지적이다.
지난 1997년 말 국내에 불어 닥친 IMF위기로 인해 국내 종자회사들은 ㈜농우바이오(대표이사 김용희)를 제외하고모두 외국계 업체로 흡수됐다. 그렇다보니 우리 농산물을 지키기가 더욱 버거워졌다.
때문에 농업경제학자 김윤식 교수(경상대 농업경제학과)는 “거대 다국적 농산물 기업과 국내 기업 간의 규모 차이가 워낙 심하고, 이에 따른 연구개발비의 편차와 종자개발 능력의 간극이 커서 우리 업체가 이들을 따라잡기에는 사실상 버거운 실정”이라며 “우리가 이들 기업들과의 직접적인 경쟁은 불가능하다.
다국적 기업들은 대규모 생산량을 보이는 주요 작물에 투자하고 있는 만큼 우리 농산물을 지키고 우리 농업을 보호하려면 이들이 신경 쓰지 않는 소규모 틈새시장을 찾아 우리 농업을 키우고 경쟁력을 확보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국내 종자주권 되찾았나?
지난 9월 동부팜한농(주)이 한국몬산토를 인수함으로 종자주권을 되찾게 됐다는 보도가 각 언론매체를 장식했다. 동부팜한농이 한국몬산토를 인수한 것은 국내 종자기업이 IMF위기 당시 외국에 넘어간 상황을 극복하고 일궈낸 쾌거로, 국내 식량안보에도 이바지하게 됐다는 것이 보도의 요지였다.
그러나 모 환경계 인사는 “몬산토의 모든 지분이 우리 업체로 넘어온 것이 아니다. 청양고추 등 국내에서 소비가 많은 작물의 품목은 넘기지 않았으며, 비교적 매출이 오르지 않는 품목에 관한 것만 국내에 넘겼을 뿐”이라며 평가 절하했다.
이와 관련 동부팜한농 관계자는 “IMF 당시 국내 1~3위의 종자 기업들이 해외로 매각될 때는 우리에게는 고추품목밖에 없었다. 청양고추처럼 매운 풋고추는 몬산토가 개발한 것이 아니라 네덜란드 기술을 몬산토가 국내에 들여와 팔기만 했다. 몬산토의 기술이 아닌 품목을 어떻게 사온다고 해야 하나?”라며 “고추는 국내독점 판권만 가져왔을 뿐이다. 사실 매운 풋고추가 차지하는 시장의 비중은 미미하다. 이미 (유명 종자 기업들마다) 매운 풋고추 육성 기술력을 갖고 있다”고 반론을 제기했다.
한편 IMF 가운데서도 살아남았던 농우바이오는 현재 채소 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춰가고 있다. 농우바이오는 매출의 20%를 R&D에 투자하면서 매년 새로운 품종을 개발하고 있다. 농우바이오 관계자는 “1997년 말 IMF 당시 고희선 회장은 온 몸으로 외국기업들에 맞서 우리 농업을 지키려고 노력했다. 그 결과 이제 농우는 인도와 인도네시아, 미얀마, 미국 등에 해외법인을 세웠으며 연구소도 개설해 국제 경쟁력도 갖춰가고 있다”고 밝혔다.
물론 다국적 거대 농산물 기업들의 우리 농업을 향한 공세는 앞으로 더욱 거세질 것이며 우리농업이 앞으로 극복해야 할 새로운 도전거리다.
따라서 우리 농업을 지키기 위해서는 시민운동, 농민운동, 환경운동의 연계을 통해 거대 다국적기업들의 시장 장악을 봉쇄해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는다.
또한 무엇보다도 다국적 거대 농산물 기업들의 잠식에 대비한 식량 주권 문제를 본격적으로 논의하고 대안 모색에 나서야 할 때인 것만은 확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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