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크린 도어(screen door)’는 지하철의 승강장에서 발생하는 사고 방지를 위해 설치된 안정장치로서 지하철 이동으로 인한 먼지까지 차단할 수 있어 2008년 이후 수도권 일대를 중심으로 본격 설치되기 시작했다.
그런데 최근 서울시보건환경연구원의 ‘수도권 지하철 전동차에서의 라돈 농도 분포 조사' 논문에 따르면 스크린 도어 설치 후 폐암의 유발물질인 ‘라돈’이 크게 증가했다고 한다.
스크린도어, 라돈 주 발생원 ‘터널’ 밀폐시켜
라돈은 암반 내에서 천연적으로 존재하는 자연 방사능의 일종으로 고농도에서 오랜 기간 노출되면 폐암을 유발할 수 있다. 무색무취의 라돈은 토양과 접한 지하건축물의실내공간에서 짙은 농도를 나타내며, 특히 환기상태가 불량한 지하공간에서 오랜 기간 작업하는 근로자 등에게 큰위해를 준다.
보건환경연구원은 최근 수도권 지하철을 중심으로 전동차의 실내공기질(라돈) 변화추이를 조사했다. 그 결과 2008~2010년 동안 서울지하철 2~8호선 전동차 내 라돈 농도가 평균 53%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스크린도어 설치 전인 2008년 3~5월 및 설치 후인 2010년 4~5월 중 2~6일간 비교조사에 의한 것으로, 전동차 실내 라돈 농도는 평균적으로 2008년 20.1Bq/㎥(공기 중 라돈기체의 농도를 표현하는 단위)에서 2010년 약 30.8Bq/㎥로 증가한 것이다. 이에 지하철 근로자뿐만 아니라 지하철을 이용하는 시민의 인체에 끼치는 유해성 여부에 대한 논란이 일어나고 있는 상황이다.
현재 라돈 농도의 증가 원인은 스크린도어 설치로 인한‘환기 부족’이 원인인 것으로 추정된다. 보건환경연구원은 공기보다 약 9배 무거운 라돈이 지하로 갈수록 농도가 높아지는 경향이 있는 데다 스크린도어 설치로 전동차 안과 터널의 공기 환기가 잘 이뤄지지 않아 농도가 올라간 것으로 보고 있다.
보건환경연구원의 한 관계자는 “스크린 도어 설치가 라돈의 주 발생원인 터널을 더 밀폐시켜 승강장과 대합실로 통하는 라돈의 확산 통로를 차단한 것이 농도 증가의 주된 요인으로 추정된다”라고 밝혔다.
한편 국내 라돈 연구의 권위자인 조승연 연세대 환경보건센터장도 이번 스크린 도어 라돈 검출에 대해 “지하 토양에서 다량 검출되는 라돈이 스크린 도어로 인해 환기부족 현상이 일어나 라돈 농도가 증가했다”라고 전했다.
조승연 센터장, “인체에 유해할 정도는 아냐”
서울시는 전동차 내 라돈 농도의 인체 유해성 여부에 대해 “현재 라돈 수치는 규제 기준에 미달인 상태로 인체에 유해하지 않을 정도”라고 말했다.
미국, 영국, 호주 등 외국에서는 라돈 권고(규제) 기준을 정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가장 엄격한 미국환경보호청(EPA)의 권고 기준인 148Bq/㎥을 적용하고 있다.
그런데 이번 조사에서 라돈농도가 가장 낮게 측정된 2호선은 15.1Bq/㎥으로 기준치의 10분의 1수준이며, 가장 높게 측정된 5호선의 경우에도 76.5Bq/㎥으로 기준치의 절반 수준 이하이므로 인체에 크게 영향이 없다.
조승연 센터장은 “시민의 대부분은 지하철에 오래 머무르지 않아 그 위해도가 생각보다 심각하지 않다”라며 “반면지하철 내에서 장시간 근무하는 근로자들에게는 영향을 끼칠 가능성이 높다”라고 말했다. 라돈을 포함한 대부분의 오염물은 그 농도도 중요하지만, 노출되는 시간의 정도에 따라 그 영향도가 달라진다.
따라서 장시간 근무하는 근로자들을 위해서라도 지하철 전동차 안과 사무실 내에 환기장치 설치를 통해 라돈 등 나쁜 공기질이 들어오지 않게 적절한 조치를 취해야한다.
아울러 대다수 시민의 지하철 이용시간이 짧고, 현재로서 당장의 심각한 위해도는 없다고 하나 출퇴근 시간 등 잦은 지하철 이용도, 노출되는 인구수로따지면 위해도가 아예 없다고 볼 수 없으므로 적극적인 향후 대책이 요구된다.
조 센터장은 “현재로서는 터널 내부에 환기장치를 설치하는 방법이 최선책”이라며, 이에 “환기 전문가들의 적극적인노력이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한편 연구를 통해 라돈의 농도 추이를 지켜봐야겠지만, 현재 스크린도어 미사용 시 정기적으로 스크린도어를 열어놓음으로써 최대한 환기시키는 방법은 터널 안에 농축돼있는 라돈의 확실한 감소 효과가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는 공기압과 관련돼 있는데, 스크린도어 바깥 방향의 공기압을 플러스로 높여서 터널 안에 있는 라돈을 밖으로 빠져나가도록 하는 것이다.
서울시, 15~24시간으로 환기 시간 확대
한편 서울시는 10여년 전부터 지하철 역사 내 라돈 문제가 발생돼 2001년 ‘지하역사 라돈관리 지침’을 수립하고 체계적으로 관리해왔다. 현재 지하철 양공사의 라돈 주요 발생 관리 역사는 서울메트로 6개, 도시철도공사 15개 역사다.
그 동안 라돈 저감을 위한 주요 조치내용은 지하철 터널내 집수정(물을 모아 하류로 보내는 큰 우물) 맨홀 덮개 16개 설치완료, 집수정에 라돈 전용 배기 송풍기 10대 설치 완료 및 주요 관리역사 21개역 역사 청소용 등으로 지하수 사용 금지 조치다.
시는 이번 라돈 증가 발표에 따른 향후 계획에 대해 터널 내 라돈 발생을 최소화하는 터널 환기량 증가 조치로 현 15시간 이내인 환기 시간을 15~24시간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또한 현재 환경부 가이드라인의 전동차 내 실내공기질 측정항목인 미세먼지, 이산화탄소 2가지에 향후 라돈을 추가해 2년에 1회 측정 관리할 것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서울시는 “스크린도어 설치로 인해 승강장·대합실 내 실내공기질이 개선된 반면, 터널 및 전동차내의 라돈농도가 다소 증가된 점을 인식해 라돈 관리대책 외에 추가로 강화된 대책을 마련하여 추진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이번 발표를 기회로 삼아 지속적인 관심을 갖고 지하철 내 라돈 농도를 줄이기 위한 철저한 관리가 이뤄지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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