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09년 전 세계가 신종플루로 홍역을 앓았다. 많은 사람들이 신종플루로 쓰러졌다. 그때 신종플루 치료제로 등장한 것이 ‘타미플루’라는 신약이었다.
타미플루는 스위스 로슈에서 개발한 신종플루 치료제로서 매출액이 30조 원에 육박했다. 그런데 이 타미플루는 중국의 자생식물인 팔각회향(스티아니스)에서 추출한 신약이었다.
그런데 신약 개발국인 스위스 로슈가 타미플루로 인해 30조 원의 매출을 올린 반면 원천 제공국인 중국은 수입이 하나도 없었다.
이후 2010년 UNCBD-COP10(유엔 생물다양성협약 당사국 제 10차 총회)에서 새롭게 탄생된 생물다양성(生物多樣性)의 문제를 다룬 ABS의정서(나고야의정서)가 만들어지게 됐다.
만약 나고야의정서가 일찍 만들어졌다면 스위스와 중국 간에는 수익이 공평하게 분배됐을 것이다. 특히 생물다양성협약과 관련된 생물 산업의 시장규모는 2010년에 1,540억 달러에 이어 오는 2015년에는 3조 달러가 예상된다.
그런 만큼 세계적으로 가속화되고 있는 고령사회는 인류의 건강과 식량 문제를 더욱 가중시키게 될 것이다. 이 경우 생물 산업 시장의 비약적 성장은 명약관화한 상황이다.
생물 다양성에 대한 기업들 인식·대응방안 부족
생물다양성의 개념은 하버드대학의 생물학자인 에드워드 윌슨이 1987년 처음으로 사용했다. 그에 따르면 지구상에는 약 3,000만 종의 생물이 서식하고 있으며, 그 중 4.7%인 140만 종만이 밝혀져 분류되고 있으며, 매년 2만 7,000종이 지구상에서 사라지고 있다.
또한 세계적 과학전문주간지 네이처는 현재와 같은 속도로 지구온난화가 지속된다면 2050년에는 생물종이 현재의 4분의 1로 감소될 것으로 분석·경고했다.
이러한 가운데 나고야 총회에서의 채택된 ‘나고야 의정서’가 발효되면 해외의 생물자원을 활용해 사업을 전개하는 국내 기업들에게는 접근·유통·연구개발·브랜드·이익공유 리스크 등 다양한 위협요인이 전개된다.
반면 나고야 의정서 발효로 인해 각국의 생물자원 정보공개가 의무화되는 만큼 해외 생물유전자원에 대한 접근과 이용이 쉬워짐으로써 이로 인한 새로운 사업기회를 얻을 수 있는 장점도 있다.
문제는 생물다양성의 논점들이 단순히 관련기업의 리스크 확대나 사업기회를 제공하고, 기업의 사회적 책임 실천의 핵심요소로 그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는 데 반해 아직까지 국내 기업들의 관심이나 인식들은 아직 부족한 실정이다.
이제라도 국내 기업들은 생물다양성의 의미와 가치를 올바르고 명확하게 이해한 가운데 생물다양성이 기업의 경영활동에 미치는 영향을 파악할 수 있어야 한다.
아울러 생물다양성보전을 계기로 생산제품의 차별화나 서비스 차별화와 같은 전략을 고려하는 등 대응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다시 말해 생물다양성을 기업들이 해왔던 기존의 환경보호 노력과 구분하고 경영활동에서 기업에 미치는 영향을 파악해 대처해야 한다는 것이다.
자원접근 승인권한 남용 등 기업의 위협요인들
나고야 의정서는 한 마디로 생물자원에 대한 권리 강화를 통해 생물자원 보유국에게 허가권을 준 것이다.
따라서 그동안 모든 인류의 공유자산이라고 생각돼 왔던 생물자원이 해당되는 보유국들의 자산이라는 것인 만큼 각국이 보유한 전통지식에 대해 토착지역 공동체의 권리를 인정한 것이다.
이와 더불어 생물자원 이용국이 다른 나라의 생물자원에 대해 신속하게 접근할 수 있도록 하는 투명한 절차의 조성 기반을 제공함으로 생물자원 이용자의 편의를 증진시키도록 도모하게 된다.
특히 생물자원 이용자와 제공자 간 사적 계약을 통해 이익을 환원하게 함으로써 생물자원 제공자의 이익을 증진하도록 하게 했다.
나고야 의정서는 기업의 생산 활동이 생태계와 밀접하게 연결돼 의정서 발효 때에는 다양한 위협에 노출된다. 즉 접근리스크에 있어 생물자원의 권리자가 자원접근에 대한 승인권한을 남용함으로 과도하고 부당한 접근 허용대가를 요구하는 경우 등이 그것이다.
실제로 최근 중국이 자국 내에서도 부족한 한약재에 대해 수출을 금지하거나 제한하는 것이 대표적인 접근리스크의 사례인 것이다.
그리고 생산자가 생물자원을 직접 조달하지 않고 중간 유통상을 통해 조달함으로 발생할 수 있는 위험성이 있는 유통리스크가 있다. 즉 대부분 영세규모의 중간 유통상이 나고야 의정서 규범을 모르는 상황에서 자원을 조달함으로 생산자에게 악영향을 미치게 하는 것이다.
이러한 대표적인 사례가 화장품업계라고 할 수 있다. 원료수입 가공업체의 나고야의정서 규범위반은 완성품 업체의 평판저하 등을 불러올 수 있기 때문이다.
연구개발 리스크에 대해서는 생물자원을 활용해 연구개발을 거쳐 특허출원을 했지만 생물자원과 관련 전통지식의 출처 공개 등을 요구하는 특허소송 발생 위험성 여부다.
실제로 일본의 시세이도사는 인도네시아 생약을 활용해 51건의 특허를 출원했으나, NGO에서 ‘생물유전자원 접근과 이익 공유 규범’ 저촉을 주장하는 바람에 해당기업은 기업이미지 훼손을 우려해 자발적으로 특허를 취소하기도 했다.
이러한 기업의 위협요인들을 대비하고자 환경 분야 주요 국제기관들은 기업의 생태계 리스크 관리강화를 위한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2008년 미국의 세계자원연구소(WRI)는 ‘기업을 위한 생태계 서비스 평가 가이드라인’을 제공하고 있으며, 작년에는 세계지속가능발전기업협의회(WBCSD)와 함께 생태계 변화에 따른 기업들의 전략수립 지원을 위한 생태계 서비스 가치 평가지침인 ‘Guide to Corporate Ecosystem Valuation’을 공동 개발했다.
일본 역시 경제산업성 주관으로 ‘바이오산업협회’를 구성해 기업들에 대한 계몽활동과 함께 ‘생물유전자원 접근 매뉴얼’을 해당 기업에게 배포하고 기업 상담창구를 운영하고 있다.
또한 기업차원에서 경제단체연합회를 중심으로 생물다양성에 대한 대응전략을 강화하고 있다. 그 결과 일본의 제조업 상위 100개 기업들 가운데 80% 정도가 생물다양성 관련 활동을 전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생물다양성 보전과 기업의 사회적 책임
우리나라는 지구상에 서식하고 있는 전체 생물종 가운데 약 1%만 보유하고 있다. 따라서 향후 산업화에 따른 해외자원 의존도가 높을 것으로 예상된다.
즉 지구상의 전체 생물종이 약 1,000~3,000만 종으로 예상되지만 파악된 생물종은 동물 150만 종, 식물 50만 종 정도다. 이 가운데 한반도에 서식하는 생물종은 약 10만여 종이며 지난 2월 현재 국외반출 승인대상 생물자원으로 지정된 1,534종에 437종을 추가해 총 1,971종을 지정·관리하고 있다.
아울러 환경부는 나고야의정서 채택에 따른 자국의 생물주권확보와 고유 생물자원을 보호하고, 국외반출 승인대상 생물자원도 2014년까지 3,000종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한편 작년에 발효된 기업의 사회적 책임 국제표준(ISO26000)은 생물다양성을 포함한 자연서식지 복구를 환경 분야 4대 이슈 가운데 하나로 선정하고 생물다양성 보전활동을 기업의 사회적 책임 이행을 위한 주요 사항으로 강조하고 있다.
기업의 친환경성을 평가하는 다우존스지속가능성지수(DJSI)는 환경 분야에 생물다양성 항목을 포함해 평가를 시행하고 있다. 생물다양성보전은 기업의 사회적 책임이행 3대 요소 가운데 환경 분야의 기초를 토대로 그 중요성은 지속적으로 확대될 전망이다.
작년에 발효된 기업의 사회적 책임 국제표준(ISO 26000)은 생물다양성을 포함한 자연서식지 복구를 위한 환경 분야 4대 이슈 가운데 하나로 선정하고 생물다양성 보전활동을 기업의 사회적 책임 이행을 위한 주요사항으로 강조했다.
야생동물 보호 위한 펜스 설치 동물 구조 활동 시행
국내외적으로 생물다양성에 의한 기업들의 규제 등이 강화되면서 국제적으로 주요 기업들이 나름대로 대응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스페인의 건설업체인 Saipem사는 라비다 송유관의 교체공사를 맡았는데 공사구간 가운데 일부를 습지 자연보호지역을 점유하게 됐다.
Saipem사는 조류서식지에 대해 미치는 영향을 조사하는 한편, 영향 최소화를 위해 통행로에 펜스를 설치했다. 그리고 작업지역 전체를 조망할 수 있는 고정저점에서의 조류 종류와 이동행태를 관찰하는 등 조치를 취했다.
일본의 건설업체인 JGC사도 하수시설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사우디아라비아 주바일 지역에 지난 2008년 미생물을 활용한 생활폐수 정수시설을 설치했다. 이렇게 정수된 물로 식물재배에 나서 약 800그루의 나무와 기타 식물들이 자랄 수 있는 환경을 조성했다.
역시 일본의 전자업체인 후지쯔(Fujitsu)사는 2009년 10월 그룹 차원에서 ‘생물다양성 행동원칙’을 마련했다. 여기서 경영활동 전반에 걸쳐 생물다양성에 미치는 영향을 저감하기 위한 정량적 평가를 시행했다.
공급망에서의 생물다양성에 대한 영향 저감을 위해 협력사에 대한 활동을 전개하는 한편, 생물 다양성 보전에 IT솔루션을 적용하고 생물다양성에 대한 일반 시민의 인식제고에도 앞장섰다.
국내 사례로는 삼성엔지니어링의 활동이 본이 되고 있다. 삼성엔지니어링은 멕시코 서부 항구도시 만사니오 연안에서 연간 365만 톤의 LNG를 재기화해 발전소 등에 공급하는 시설구축 공사 당시 멕시코 정부가 제시한 맹그로브 숲 보전 조건에 따라 멕시코 환경규정인 NOM-059-SEMARANT-2001의 야생 동식물 보호규정에 의거 야생동식물 포획 및 이주 작업인 ‘Fauna Rescue’를 실시했다.
이 당시 삼성이 지킨 준수사항으로는 야생동식물이 끼어 죽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가시철조망 사용을 금지하고, 펜스에 끼어 있는 동물 구조, 철거작업 전 야생 동식물이 피해를 입지 않도록 철저한 점검을 실시하는 것 등이었다.
한편 생물다양성과 관련 배병호 지구살리기22-생태보상실천가는 “기후변화협약에 따른 탄소시장 규모보다 8배나 큰 생물다양성협약의 생물산업은 미래 전략산업으로, 모든 기업들은 생물다양성에 대해 철저한 준비가 있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는 또 “특히 일본만 하더라도 기업을 평가하는 6개 항목에 생물다양성이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지만 대한민국의 모든 기업들은 생물다양성이 빠져있다”면서 국내 기업의 무관심에 안타까움을 표시했다.
또 삼성지구환경연구소 관계자는 기업들의 대비책 마련과 관련 “나고야 의정서 발효와 상관없이 기업들은 정부정책 시행에 앞서 생물자원 조사 및 기술개발에 투자해야 한다”면서 “자원조사 및 기술개발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파괴 및 훼손 여부에 대한 철저한 조사와 사전예방 활동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한다.
현재 국내 기업들은 무엇보다도 생물다양성 보전의 주체와 이용자 입장 모두에서 정부와 지역사회, 민간단체 등과 충분한 소통을 통한 공감대 형성에 소홀히 해서는 안된다.
물론 나고야 의정서 발효에 대비한 사전준비에 철저를 기해야 한다. 이러한 측면에서 일본의 ‘바이오산업협회’를 통한 기업의 대응방안 모색은 국내기업들의 대응방안을 위한 좋은 본보기가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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