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습기 살균제 문제 ‘현재 진행형’

사전 위해성 평가 제대로 이뤄져야 더 큰 피해 막아
편집국 | eco@ecomedia.co.kr | 입력 2012-03-06 08:39: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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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을 들썩이게 했던 ‘원인미상 폐 손상’ 사건. 출산 후 안정을 취하고 있어야 할 임산부들을 중환자실로 이끈 소리 없는 범인은 바로 ‘가습기 살균제’로 밝혀졌다.

이는 세계 최초의 생활용품 중 화학물질 사용에 의한 환경 보건 사건으로 기록됐는데, 이 사건의 더 큰 문제는 이러한 피해자들이 앞으로도 더 추가될 수 있는 현재 진행형이라는 것이다.

시판된지 10년, 사용행태 등 실태파악조차 안돼

여름이 지나고 가을이 오면 언제 습했냐는 듯 건조함이 찾아온다. 이렇게 건조해지는 가을철에는 화장품을 바꾸고, 물을 많이 먹는 등 내 몸의 습도를 알맞게 유지시키기 위해 여러 대책을 마련한다. 이때 필수로 사용하게 되는 것이 ‘가습기’이다.

우리나라의 가습기 보급률은 현재 30% 이상이며, 이 중 가습기살균제 사용비율은 18.2%로 나타났다.

‘가습기살균제’는 가습기를 좀 더 편리하고, 깨끗하게 사용할 수 있게 해주는 고마운 제품이었다. 그런 제품이 ‘독성물질’이었다니, 가습기를 사용했던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식겁할 일이었다.

가습기 살균제는 1998년부터 시판됐으나, 정확한 사용규모와 사용행태에 대한 실태파악조차 제대로 진행되지 않은 상태로, 현재까지 가습기 살균제 사건의 규모와 심각정도를 정확히 파악하기 힘든 실정이다.

특히 흡입되는 물질이 폐로 바로 흡수되고 손상을 줄 수 있는 것을 감안할 때, 가습기처럼 반복적으로 흡입되는 제품에 사용하는 물질이 외용제와 같은 수준으로 관리되고 있었음은 매우 심각한 문제이다.

정부 대응 미흡, 신속히 조치 취해야

2011년 4월 25일 서울시내 한 대학병원 중환자실에서 중증폐렴 임산부 환자의 입원이 증가하고 있다는 신고가 질병관리본부에 접수됐다. 신고 당시 상황은 임산부에게서 급성 호흡부전을 초래하는 질환이 단기간에 집중적으로 발105생한 유례없는 상황이었다.

이에 ‘신종 감염병’ 여부를 판단하는 실험실 감시가 신속히 이뤄졌고, 그 결과 감염성 질환일 가능성은 극히 낮게 밝혀졌으며 질환의 위험요인을 본격적으로 규명하기 위한 심층조사에 따라 가습기살균제가 위험요인으로 밝혀졌다.

작년 12월 12일 열렸던 ‘환경독성포럼’에서 충북대 김용화 박사는 이번 사건에 대해 “만약 판매 전 단계에서 초기 위해성평가가 수행됐더라면 예방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밝혔다.

또환경독성보건학회 학술위원장인 이종현 박사는 “생활용품 중 화학물질 사용에 대해 규제할 수 있는 기초적인 자료수집 및 사전위해성평가를 수행할 수 있는 체계 구축이 필요하다”며 정부에서 신속히 체계를 구축하고,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질병관리본부에 의하면 가습기 살균제 관련 32명 발병자 중 9명이 사망한 것으로 확인됐으며. 전체적인 피해규모를 파악하기 위해 관련 학회를 통한 전국적인 사례조사를 진행 중에 있다.

가습기살균제 6종 수거명령, 식약청서 관리할 예정

2011년 11월 보건복지부(장관 임채민)와 질병관리본부(본부장 전병율)는 가습기살균제에 대한 역학조사 및 동물흡입실험을 실시했고, 실험 결과와 전문가 검토에 따라 위해성이 확인된 총 6종의 가습기살균제에 대해 수거를 명령했다.

앞으로 대상 제조업체는 관할 식약청 지방청을 통해 주기적으로 수거 진척상황과 결과를 보고하게 된다.

또한 보건복지부는 이번 사건과 무관하다고 확인되는 살균제에 대해서도 다른 영향 발생 가능성을 고려해 의약외품으로 지정하여 관리하기로 했으며, 나머지 모든 제품에 대해서도 순차적으로 실험을 실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전체 제품에 대해 당장 수거명령을 내리지 않은 이유는 실험결과, 인과관계가 규명되거나 의심되는 경우에만 수거 명령을 발동하는 것이 관련 법령인 제품안전기본법상 원칙이며, 최종적으로 원인미상 폐손상과 관련 없는 제품에 대해서까지 미리 수거할 경우 불필요한 오해가 발생할 우려가 있다는 것이 질병관리본부 측 설명이다.

‘생활용품 사후감시체계’ 구축해야

가습기는 기계 특성상 세균 번식이 쉽고, 세균 등이 공기 중에 분사되어 인체 내에 흡입 될 수 있기 때문에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질병관리본부 감염병관리센터 역학조사과의 곽진 연구원은 “한국소비자원에서 제시한 세척요령에 따라 가습기를 세척하여 오염된 미생물을 줄이는 것이 필요하다”며 가습기 세척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가습기를 세척할 때는 진동자 부분 및 물통은 이틀마다 부드러운 천으로 닦아주고, 일주일에 한번은 중성세제를 이용해서 세척해야 한다.

단 중성세제를 이용할 경우에 세제가 남지 않도록 3회 이상 깨끗이 헹궈야 하며, 하루에 한번 물통을 헹구되 가습기 안에 물이 남아 있더라도 하루가 지난 물은 새 물로 교체해야 오염된 미생물을 줄일 수 있다.

결국 이번 사건의 가장 큰 문제는 제품의 시판 전 안전성검사가 충분히 이뤄지지 않은 점이었다.

따라서 앞으로는 사전 위해성 평가를 제대로 실시해 안전성 검사를 철저히 해야 할 뿐만 아니라 생활용품이 사용허가를 받은 후에도 유해사례를 파악하는 ‘생활용품 사후감시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또한 6개 제품에 대한 수거명령이 떨어졌음에도 아직도 버젓이 판매되고 있는 살균제품들을 신속히 수거하여 추가 피해를 막아야 한다.

정부가 앞장서서 우리나라의 소비자들을 보호하고, 문제를 개선해야만 앞으로 가습기살균제 사건과 같은 참혹한 일들을 방지할 수 있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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