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금으로 받은 대금 하청에는 어음발행

편집국 | eco@ecomedia.co.kr | 입력 2011-12-29 09:2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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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의욕적으로 추진하는 녹색성장·동반성장의 기치에 외면당하는 토양처리전문업체의 실태를 파악하고 대기업과 상생의 길을 모색하기 위해 ‘토양처리전문업체를 통해 본 녹색성장·동반성장’이라는 시리즈를 연재중이다.

지난호에서는 신기술 업체의 어려움등을 살펴 보았고 이번호에는 너나 할 것 없이 살을 깎는 수주전쟁 속에서 그나마의 일감이라도 따기 위한 전문기업의 생존현장을 짚어 본다.

다음호에는 하도급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으로 활용하는 컨소시엄의 문제점과 여전히 진입장벽에 가로막힌 전문기업의 실태를 중점으로 연재할 예정이다.

동반성장위원회는 12월 13일 대기업과 중소기업간 상생모색의 일환으로 38개 품목에 대해 ‘중소기업 적합업종 3차 선정’ 발표를 했다.

3차 선정 권고(안)에 따르면 진입자제는 냉각탑, 아연분말, 기타플라스틱포장용기 등 3개 품목이고 사업축소는 도시락(확장자제 포함), 부동액(진입자제 포함), DVR, 송배전변압기 등 5개 품목이다.

그리고 확장자제 30개 품목으로는 단무지, 옥수수유(2개 품목), 앙금류(진입자제 포함) 등이다. 가정용 유리제품(식기)에 대해서는 판단유보를 했으며 반려는 홈네트워크 장비, 탄산칼슘, 이온정수기, 합성섬유(2개 품목) 등 23개 품목이다.

유기계면활성제, 데스크탑PC, 배전반(2개 품목) 등 4개 품목은 심층 검토키로 했다.

갈수록 대기업 위주 산업구조 고착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상생을 모색하고 강한 중소기업을 육성하겠다는 당초의 취지와 달리 갈수록 대기업 위주의 산업구조가 고착되고 있다. 동반성장위원회가 대기업에게 이익공유제의 정착을 요구하자 대기업이 반발하는 모습은 이미 예견되었던 것이다.

정부에서 순대와 단무지 같은 품목에 대해 누구는 하고 누구는 하지 마라는 기준을 가르는 것 자체가 넌센스이다. 대기업은 규모에 걸맞는 행동을 해야 하고 중소기업은 끊임없는 기술개발과 창의적인 사업구상을 실천에 옮겨야 한다.

그러나 이미 고착되어 있는 대기업의 지배의식과 그런 틈바구니 속에서 생존을 위협받는 중소기업의 처지가 비단 토양처리 전문업체만의 일은 아니다. 대기업의 위세가 어느 정도 인지는 금융권의 동향을 봐도 알 수 있다.

한창 산업발전이 왕성한 시기였던 불과 10여년 전만해도 금융권의 대출 담당자를 만나기가 하늘의 별따기였던 적이 있었다.

지금도 일부 대기업을 제외한 대부분의 중소규모 기업의 자금담당직원이 은행의 대출 금융담당을 만나는 것이 쉽지만은 않겠지만, 최근 사내유보금이 천문학적인 규모로 늘어난 대기업의 자금관리담당자를 만나기 위해 은행에서 줄을 서고 있다는 보도는 대기업의 위세를 실감할 수 있게 한다.

이들 대기업의 여유자금을 유치하기 위해 은행들은 특별한 이자율을 적용해 소액예금자와의 형평성, 상대적 불이익등의 문제에 봉착해 있기도 하다.

우리나라의 경제성장에 대기업이 한 특별한 역할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지만, 지금은 예전과 같이 정부를 포함한 어느 누구도 대기업의 행보를 막을 재간이 없다.

정부에서 민간기업의 경제활동을 콩놔라 팥놔라 할 수는 없는 일이지만 중소기업이 건전한 경제활동을 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기에는 대기업의 인식변화 뿐만 아니라 정부정책에서도 개선책이 나와야 한다.

최소한 정부에서 시행하는 각종 조달사업만이라도 공정한 경쟁이 이뤄질 수 있어야 하고 건전한 기업생태계가 정착될 수 있는 바탕이 되어야 한다.

원청에서 어음으로 공사대금 받아

수도권 인근의 토양오염제거를 공사한 한 전문업체는 모 업체에서 수주받은 공사에 중장비 운전, 제거 약품살포 등의 토양오염제거를 하는 인력 등을 계약하고 공사를 하청받아 2년 가량을 공사하며 업력(業歷)을 쌓았다.

원청업체는 토양처리 분야에서는 메이저 급의 수주실력으로 많은 공사를 수주하고 있는데 이 업체와 2년여 기간 동안의 토양처리 공사를 하면서 제일 힘든 점은 공사대금을 어음으로 받을 수밖에 없는 현실이라고 토로했다.

처리인원의 임금은 다른 일반공사보다 높게 받는 것은 사실이지만, 현금으로 받지 않고 어음으로 받을 수밖에 없어 인건비 등의 공사대금 지급에 문제가 될 수밖에 없다.

공사를 수주한 원청업체는 현금으로 공사비를 받아 하청업체에는 어음으로 지급하고 있어 그 기간동안 금융이득을 보고 있지만, 이에 대한 뽀족한 방법이 없다.

공정위, 할인율 해당금액 요구할 수 있다

공정거래위원회에서는 이와 같은 어음지급에 대해 하청업체에서 자금이 필요해 어음만기 전에 어음할인을 할 경우, 하청업체에서 받은 손실을 보전하기 위해서 할인율에 해당되는 금액만큼 원청업체에 요구해서 받을수 있다고 했다.

이러한 하청업체들의 공사대금 지급방식에 대해 공사 책임기관에서는 전형적인 공무원의 태도를 보이고 있다.

즉, 일선 현장에서는 어떤일이 벌어지든 ‘내소관이 아니어서…’, ‘민원이 없어서…’, ‘난 다 줬기 때문에…’ 등 모르겠다는 자세로 일관하고 있다.

이와 관련하여 이 공사를 발주한 부처의 관계자는 “해당 공사는 우리가 직접발주 하지 않고 위임을 한 건이라 내용파악이 안 되고 관급공사의 경우 현금지급이 되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공사 전반에 대한 파악에 대해 떠넘기기에 급급했다.

이 공사를 위임 받은 담당직원은 “이 지역 공사의 경우 모 대기업과 모 업체의 컨소시엄에 발주를 하였고 공사대금은 민원이 발생하지 않아 실제 현장직원들에게 지급되는 노임등이 어음으로 지급되는지 파악은 하지 않았다”며 규정에 나와 있지 않은 부분에 대해서는 알려고도 하지 않는 공무원의 무사안일한 업무태도를 보였다.

이와 관련하여 공사를 맡은 모 업체의 한 관계자는 “대부분 현급으로 지급하지만, 자금에 엇박자가 날 경우는 일부 자재값, 장비 임대비 등은 어음으로 주고 있다”며 어음지급 사실을 인정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어떤 업체가 그런 말을 했는지 모르지만, 이제 와서 그런 말을 언론에 하면 어떻게 하느냐. 그럴 것 같았으면 애당초 우리와 계약을 하지 말았어야지. 어느 업체인지 알려 달라. 우리도 중소기업이다”라며 도리어 하청업체 단속에 급급한 모습을 보였다.

낙찰가 75%선에서 살 깎으며 공사

이 업체는 또 “수주하는 입장에서 적은 공사금액으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번 공사의 경우 정부조달공사 낙찰가가 원래 예상했던 공사금액의 75%선에서 공사금액의 4분의 1이 날아간 공사를 상상해 봐라. 정부에서는 공사비 줄였다고 예산 줄였다 하겠지만, 사실은 그만큼 우리같은 전문기업이 살을 깎으며 공사수주를 하고 있다”며 정부 조달체계의 현실을 토로했다.

이 관계자는 또 “이 공사의 경우 애초 공사예정금액에 대한 설계를 하였는데 막상 공사 낙찰 될 즈음에 설계반영은 되지 않고 Turn-Key공사로 둔갑되었다. 발주처에서는 예정보다 늘어나는 금액에 대해서는 더 이상 줄 수 없고 설계시 줄어든 금액에 대해서는 깎는 이중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지만 수주자 입장에서는 어쩔 수 없이 공사를 수주해야 하는 현실”이라며 고충을 토로했다.

공무원 사업이력제 인재 풀로도 활용 가능

동반성장위원회에서 제안한 이익공유제는 신선한 충격을 던졌으나 처음부터 난항이었다.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은 “듣지도 보지도 못한 말”이라며 공개적으로 반대했고 최중경 전 지식경제부장관과 홍준표 전 한나라당 대표 등 정부 여당 내에서조차 비판하고 나섰다.

최 전 장관에 대해서는 “지식경제부 장관이냐 대기업부 장관이냐”는 비판이 쏟아지기도 했다. 대기업의 반발이 커지자 정운찬 위원장은 “재벌 총수는 교체되지 않는 무소불위의 경제권력”이라고 비난하고 “동반성장에 대한 대통령과 정부의 의지를 국민들이 지켜보고 있다”며 아쉬움을 토로했다.

이명박 정부에서 야심차게 추진해서 대통령직속기구로 격상시키며 추진해온 동반성장위가 이명박 대통령의 집권이 마무리 되어가는 이른바 레임덕이 생기자 대기업은 노골적으로 반발하고 있다.

대기업의 독식본성이 어제 오늘만의 일은 아니지만 집권초기에는 마지못해 참여하는 듯한 태도를 보이다가도 집권말기가 되면 차갑게 등을 돌리는 모습이 정치변동에 동물적으로 감각을 익혀온 대기업의 속성을 극명하게 보여주고 있다. 이러한 대기업의 횡포를 저지하고 막아야 할 공직사회에서도 제도적인 취약점 때문에 공무원들의 복지부동과 무사안일이 횡행하고 있다.

공무원의 특성상 자기 소관이 아닌 일에는 털끝만치도 움직이지 않으려 하고 규정에 나와 있지 않으면 문제의 소지가 있어도 해결하지 않으려는 복지부동의 전형을 보이고 있다.

이러한 공무원의 업무 자세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사업이력제도를 시행해서 사업 프로젝트 마다 관련공무원의 참여 정도를 기록보관하여 사후관리와 독직사고를 방지하고 성취동기부여를 할 수 있다.

또한 이러한 사업이력제를 공무원의 개인 인사고과에도 이용할 수 있고 인재 풀 기능으로 전국에 산재해 있는 전문가 검색에 이용하면 중복투자를 막을 수 있고 적합한 전문가를 매칭하는데 활용할 수도 있다.

또한 하도급의 문제점을 방지하기 위해 관련업체들이 지분참여형태로 구성되는 컨소시엄 제도의 경우에도 여전히 실질적인 원청-하청의 문제가 산재해 있다. 오히려 대기업의 교묘한 제도 이용에 속절없이 당할 수 밖에 없는 하청업체의 시름은 깊어만 가고 있다.

윤장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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