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소화합물로 대표되는 현대 산업기술의 성장 배경이 전 지구적인 기상이변, 물 부족, 식량부족이라는 환경재앙에 직면하면서 ‘하나뿐인 지구를 보존하며 성장하자’는 이른바 녹색성장의 시대를 달려 가고 있다.
녹색성장이 새로운 산업발전을 선도하는 와중에 세계시장이라는 치열한 전쟁터에서 우리나라의 환경산업 또는 녹색성장을 선도하는 실탄 역할로써의 환경예산의 적정성, 그리고 미래 성장동력을 이끌어 낼 역량이 있는지를 점검해 본다.
환경예산 5조원 시대 돌입
환경부가 발표한 2012년 환경예산(안) 편성방향을 보면 녹색성장·수질개선이 성과를 맺을 수 있도록 지원을 강화하고 쾌적한 생활환경 조성 및 국민공감·친서민 사업에 중점 투자하기 위해 세입예산 4조 5,301억 원, 세출예산 5조 1,516억 원으로 편성했다. 환경예산이 5조 원을 넘어선 것은 정부수립 이후 처음이다.
이번 2012년 예산에서 부문별 증감을 보면 수질 36.1%, 대기보전 8.4%, 폐기물관리 5.3%, 자연보전 4.5% 등이 증가한 반면 환경보건은 0.5% 감소로 나타났다.
이를 부문별로 보면 전국 공공수역 수질·수 생태계 회복 지속 추진, 취약 계층 수돗물 안정적 공급, 가축 매몰지 환경관리 강화, 음식물쓰레기 종량제 기반 확대, 폐기물의 안정적 처리 및 자원화·에너지화 지속 추진, 기후변화 대응 본격 추진, 대기 질 개선 지속 지원, 전기자동차 보급 인프라 대폭 확충, 한반도 3대 생태축 보전이 있다.
또 나고야의정서 대응 생물주권 강화, 생태관광 활성화, R&D 성과물과 환경산업 연계 강화, 녹색도시 수범사례 창출, 환경·경제가 상생하는 녹색경제 실현, 석면의 전주기 관리체계 마련, 환경성 질환 인프라 지속 확대, 빛 공해 등 새로운 환경문제에 대한 신규 투자를 중점 투자방향으로 하고 있다.
환경예산이 사상 최초로 5조 원을 넘어서서 녹색성장과 미래 성장동력 확보라는 정부정책의 일관성을 유지하고 있는 듯 하지만 내부를 들여다 보면 보다 적극적이고 실질적인 예산책정이 필요함을 알 수 있다.
구제역 매몰지 후속조치에 2,667억 원 신설증액
환경부 예산안의 증액된 항목 중 단연 눈에 띄는 부문은 구제역 관련 예산이다. 구제역 매몰지 인근 지방상수도 보급에 따른 국고 채무부담 상환을 위해 2,667억 원이 증액되었고, 집중호우 피해복구자금, 국고 채무상환 등 사실상 특별예산에 해당되는 이들 예산을 환경부 예산에 편성하여 예산증액 효과가 반감될 뿐만 아니라 다른 부문의 예산 증액 의지를 상쇄시키고 있다.
또한 수질개선시설 확충을 위한 하수관거 정비와 BTL사업 임대료지급, 공단폐수 처리시설, 가축분뇨 공공처리시설, 산업폐수 완충저류시설, 생활쓰레기 처리시설지원 등의 항목은 SOC부문과 근접한 부분이 많아 실질적인 환경예산 증액이라고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지적이다.
또한 2012년 신규사업에 대한 항목을 살펴보면 이 같은 문제는 더 뚜렷해진다.
환경부가 발표한 신규사업현황을 보면 총 20개 사업에 3,224억 원을 투입하는데, 구제역 매몰지 상수도 보급 등 재해복구 국고채무 부담행위 상환이 전체 금액의 88.2%를 차지하고 있다.
이를 보면 사실상 내년도 신규사업의 대부분이 구제역 관련예산으로 편성되었다고 볼 수 있다. 2011년 초에 발생되어 집행된 구제역 관련 예산을 2012년도 예산에 편성해 국고에 채무상환하는 것으로써 이와 관련하여 전문가들도 구제역관련 사업이 환경부에서 속해져 있어야 하는가에 대한 논란이 있다.
아울러 2012년 예산안에서 예산이 삭감된 부분을 살펴보면, 정부의 녹색성장 미래성장동력 확보가 내실 없이 추진될 공산이 크다.
상수도시설 확충 및 지원부문에서 990억 원이 감소되었다. 수질개선시설 사업의 초점이 하수처리장 등 사후처리 관점에서 하수관거, 비점오염 저감 등 근원적인 개선점으로 바뀌고 있는 추세를 감안하더라도 30% 이상의 예산이 삭감되는 예산공백을 완충할 수 있는 방안이 마련되어야 한다.
이들 삭감된 예산항목 중 기후변화, 생물다양성 보전 등의 분야는 미래성장 동력을 찾기 위한 기초 환경분야로써 장기적인 관점에서 지속적이고 다양한 투자가 필요하다.
전체 예산대비 낮은 증가 비율
환경에 대한 지속적인 투자 확대가 되지 않을 것이라는 예상은 장기 국가예산운용방향을 보더라도 확연히 드러난다.
기획재정부가 발표한 2011〜2015 국가재정운용계획을 보면 환경예산이 전체 정부 예산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사회복지·보건, 일반공공행정, 교육, 국방 등에 비해 여전히 낮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더구나 연도별 예상 추이를 살펴 보면 2013년부터 환경분야에 대한 예산 변화가 전체예산의 추이변화에 비해 낮은 증가율(연 0.9〜1.3%증가)을 유지하고 있어 체감추이로는 예산감소로 비쳐지고 있다.
만약 이러한 때 구제역 발생이나 조류독감, 전염병 확산 등 환경보건 분야에서 자연재해성 사태가 발생할 경우 순수 환경예산의 삭감은 불을 보듯 뻔하다.
재정적자 증가로 환경예산 감축 현실
이러한 현상은 비단 우리의 현실뿐만 아니라 세계 주요국의 상황도 별반 다르지 않다. 세계경제의 불확실성과 금융위기로 세계 각국은 정부의 예산 감축과 재정지출을 축소하는 것으로 정부재정 건전성을 확보하는데 주안점을 두고 있어 예산감축의 주 대상이 환경부문으로 치우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미국의 경우 연방정부 환경청 예산을 보면 2010년 102억 8,100만 달러에서 2011년 100억 2,000만 달러로 줄었다가 2012년도 예산은 그보다 11억 달러 가량 감소된 89억 7,300만 달러에 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계속된 불경기와 정부 재정적자 증가로 인해 국방비, 사회보장 예산 등 주요예산 배정순위에서 환경부문의 예산이 삭감되는 쪽으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풀이 된다.
일본의 환경예산은 대지진과 원전사고로 인한 영향으로 내년도 예산배정이 대폭 늘어 올해 2,009억 엔에서 내년에 1조 1,043억 엔으로 증액 배정되었다. 그러나 일본의 경우도 환경예산의 경우 매년 평균 2,000억 엔대에서 배정 편성되고 있다.
이탈리아의 경우 정부가 강도 높은 긴축 재정을 추진하는 가운데 올해 환경부 예산을 다른 부서보다 대폭 삭감해 논란이 일었다.
외신보도에 따르면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정부는 2008년 출범 당시 총 16억 4,900만 유로였던 환경부 예산을 2011년에는 5억 1,300만 유로만 배정했다. 예산이 60% 이상 삭감된 부서는 환경부가 유일한데다 그나마 2012년엔 5억 400만 유로, 2013년엔 4억 9,800만 유로로 줄여 나갈 계획이다.
세계 각국이 환경예산을 최우선 순위에 두지 못하고 복지나 국방 등의 예산을 최우선시 하는 이유는 ‘당장의 급한 불이 아니다’라는 인식이 팽배해 있기 때문이다.
환경사업의 특성상 단기간 내에 그리고 국민 각자에게 직접적인 혜택이 돌아가는 경우보다 장기간에 걸친 사업진행과 인프라 조성 등에 투입되는 경우가 많아 실제 수혜자인 유권자들에게 혜택이 돌아가는 체감속도가 복지예산보다 느리기 때문이다.
미래성장 동력 찾는 계기 되어야
이러한 세계 각국의 환경예산 감축 내지 동결이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는 전 지구적인 재앙을 대비하는 노력이 한 국가만의 노력으로 되지 않는다는 전제가 있기는 하지만, 다른 나라들이 환경예산을 동결 내지 축소하는 등 잰걸음을 하고 있을 때 미래 성장동력 산업으로서의 환경산업에 대한 투자가 선행된다면 여타 국가보다 한발 더 빠른 걸음을 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된다는 점이며, 이를 인식하여 정부내 예산배분과 책정에 있어 좀 더 적극적인 시각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
또한 일반공공행정, 국방, 복지부처의 환경관련 사업을 각개 부처에서 개별적으로 진행했을 때의 중복투자, 효율성 저하 등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환경부 중심의 부처 구조조정 등이 점진적으로 이루어져야 하고 환경사업의 재원마련을 위한 세입창출을 독창적으로 할 수 있는 권한 이양이 시급하다.
이와 함께 투명한 행정집행을 위한 조직력 강화와 외부감시를 위한 제도마련도 뒤따라야 한다.
이는 글로벌 경제시대를 맞이하여 우리의 환경산업이 여타국가의 환경산업에 롤 모델로 자리매김하면 시장선점이라는 측면에서 뿐만 아니라 환경보호 일등국가라는 국격 제고에도 상당한 기여를 한다.
이에 따라 환경예산이 더 확충되어야 함은 물론이며, 특히 R&D부문에서 환경분야의 사업선정이 획기적으로 늘어 미래 성장의 동력원을 발굴하고 전 지구적인 환경이슈에 대응해야만이 산업사회 초기의 후발국가에서 출발한 우리가 신 산업사회의 선도적 역할을 담당할 수 있다.
윤장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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