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 운전자 누구나 실제 도로에서 주행 시 체감하는 연비(이하 실용연비)는 공인연비와 상당한 차이가 있다는 것을 알고 있으며 이에 상당한 불만을 느끼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이번 호에서는 공인연비가 실용연비에 대해 알아보기로 하자.
공인연비와 실용연비
자동차는 ‘기계’이다. 즉, 동일한 조건에서 운전을 하면 기본적으로 같은 결과를 나타낼 수밖에 없는 ‘기계’이다.
공인연비는 소위 ‘뻥’이라는 이야기는 잘못된 말이다. 공인연비가 실제 체감하는 연비와 차이가 많다는 것은 사실이지만 공인연비가 엉터리 결과라는 것은 아니다.
그렇다면 왜 공인연비와 실용연비에는 차이가 있을까? 자동차는 출발점에서 목표지점까지 운행될 때 운행조건이 모두 다르다는 것이 우선적으로 연비차이를 나타내는 원인이라 하겠으며, 여기서 자동차의 연비에 영향을 주는 운행조건에는 운전자의 운전습관(가감속을 많이 한다든지 하는), 교통상황, 날씨, 바람, 승차인원, 도로의 상태(포장도로 종류, 눈길, 빗길, 언덕과 내리막 등) 등 여러 가지를 들 수 있다.
따라서 연비를 측정하여 나타내기 위해서는 연비를 측정하는 운행조건의 기준을 정하여야 하는데, 정해진 기준에 따라 운행될 때 측정된 연비를 ‘공인연비’라고 한다.
외국의 공인연비 측정 주행모드
미국은 1975년 이래 LA 지역의 주행상황을 고려하여정한 시가지 주행모드(최고속도 91.2km/h, 평균속도 34.1km/h)와 고속도로 주행모드를 측정하여 이 둘을 각각 55%, 45% 반영하여 조화 평균한 값을 공인연비로 표시해왔다.
최근 고속 및 급가속 주행, 에어컨 가동 및 -7℃의 조건 등 3가지 상황을 추가적으로 감안하여 연비를 보정하여 공인연비를 계산하는 방식을 채택하여 실제 운행하는 다양한 조건을 고려함으로써 공인연비가 실용연비에 근사하도록 보완했다.
유럽과 일본 심지어 중국까지 그 나라의 대표적인 운행조건을 고려한 공인연비 측정기준을 가지고 있으며, 이에 따라 동일한 차량으로 실험하더라도 나라별로 다른 공인연비 기준에 따라 측정된 연비도 다르게 된다.
기존의 미국식 측정방법이나 현행 일본식 또는 유럽식 측정방법에 의해 측정되는 공인연비는 우리나라의 공인연비 측정방법에 의한 결과보다 7~20% 연비가 더 좋은 것으로 나타난다(외국의 공인연비가 우리나라 보다 더 ‘뻥’이 많다고 해야 할지 모르겠다).
우리나라의 공인연비 측정 주행모드
우리나라의 경우에는 어떨까? 우리나라는 1970년대에는 공인연비 측정과 관련한 제도가 미비했으며(당연히 공인연비 측정을 위한 주행모드도 없었다).
1980년대 초 동력자원연구소(현 에너지연구소)에서 서울의 주행패턴을 측정하여 ‘Seoul-11모드’라는 시가지 주행모드를 만들었다. 차량이 많지 않던 시절이라 미국의 시가지 주행모드에 비해 평균속도도 높고, 우리나라 운전자의 특성상 급가감속을 하는 패턴을 보였다.
정부에서는 서울 시가지 주행모드를 우리나라 공인연비 및 배출가스 시험모드로 정할 생각이었으나, 자동차회사에서는 미국모드와 동일한 모드로 공인연비 및 배출가스 시험모드를 통일해줄 것을 요청하였다.
막 미국으로 자동차를 수출하기 시작하던 시절이고, 수출을 강력하게 드라이브하던 시절이라 자동차 회사의 추가적인 개발 부담을 고려하여 미국방식의 시가지 주행모드를 연비 및 배출가스 측정에 사용하기로 하여 적용하게 되었다.
이 후 오일 쇼크를 겪으면서 연비에 관심이 높아짐에 따라 우리나라 자동차회사들도 연비 경쟁이 치열했다. 이러한 경쟁이 과열되다 보니 공인연비 시험차량의 연비만 특별히 좋게 만드는 각종 기술(?)들이 나온 것도 사실이다.
2000년대 들어와서 공인연비 시험용 차량을 양산라인에서 직접 가져다가 시험하는 방식으로(그 이전에는 회사에서 6,400km 주행한 차를 제공하여 시험) 변경하여 적용함에 따라 우리나라 승용차의 공인연비가 2003년 기준으로 갑자기 그 이전보다 약 20% 가까이 떨어지게 되었고 이 제도가 현재까지 적용되어 왔다.
2003년 이후 국산차의 평균 공인연비는 연비향상을 위한 연구개발에 노력한 결과 차량의 크기가 약간씩 증가되고 자동변속기 차량의 비율이 커졌음에도 불구하고 해마다 지속적으로 증가되는 추세에 있다.
공인연비와 실용연비의 운행조건 차이가 연비에 주는 영향
공인연비 측정시의 운행조건은 자동차가 (1)평지에서 (2)바람이 불지 않을 때 (3)대기온도 20℃, 대기압 조건은 1기압에서 (4)핸들을 돌리지 않고 고정하여(핸들을 돌리면 파워스티어링 펌프에서 소모동력 증가) (5)에어컨이나 히터, 심지어 라디오까지 일체의 편의장치를 가동하지 않는 조건에서, (6)두 사람이 타는 것을 기준으로 한다.
실제 운행에서는 오르막/내리막 경사가 있는 도로를 운행하게 되는데 특히 오르막 경사로에서는 연비가 크게 악화되고 내리막에서는 브레이크를 잡아 감속함으로써 운동에너지 손실을 가져오고 평지주행보다 연비가 나빠지게 된다.
또한 맞바람은 물론이고 횡풍이 불면 자동차가 받는 공기저항이 증가하게 되므로 고속주행 시 연비가 특히 영향을 받게 되고 대기온도가 낮거나 높은 조건에서는 각각 마찰과 열부하가 증가하여 연비가 악화될 수 있다.
또한 자동차에 있는 각종 편의장치를 구동시킴으로써 이에 소모되는 연료의 양이 생각보다 매우 크다는 점이 실용연비와 공인연비 차이를 가져오는 주요원인이다. 에어컨을 켤 경우에는 차량의 크기에 따라 다르지만 10~20%의 연료가 추가로 소모된다. 심지어 경차의 경우 헤드라이트를 켜면 연비가 5%까지 차이가 날 수 있다.
에코드라이빙은 연비가 크게 나오도록 운전하는 방법을 말하는데, 한마디로 급가속과 급감속을 줄이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운전자의 운전습관에 따라서 연비가 30%이상 차이를 나타낼 수 있다.
아주자동차대학 이종화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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