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를 위협하는 홍수 수해방지시스템을 다시 생각한다

홍수 예방과 안전을 위한 대비와 대피 시스템 갖춰야
편집국 | eco@ecomedia.co.kr | 입력 2011-09-01 16:40:15
  • 글자크기
  • -
  • +
  • 인쇄
서울의 홍수 사태, 이유가 뭘까

지난 7월 27일 서울과 중부권에서 집중호우로 인해 도시가 물에 잠기는 재앙이 일어났다. 산사태, 침수, 도로 유실, 하수도 역류의 물난리로 사망·실종자가 수십 명에 침수 차량이 수 천대다.

우리나라는 화강암, 편마암의 암석류가 국토 면적의 3분의 2를 차지하고 있기 때문에 토양의 피복심도가 얇다.

하천 연안의 저지대를 중심으로 발달한 도시는 그런 환경 속에서 수해 위험 요인을 안고 그대로 급속한 발전을 거듭하면서 성장했다.

물이 나갈 구멍은 적고 아스팔트로 덮인 길만 가득한 위험한 도시가 만들어진 것이다.

서울은 눈에 보이는 성장을 거듭하는 동안, 침수에 취약한 구조를 가진 도시가 되었다. 마구 할퀴듯 개발된 도시에 호우가 발생하면 예방책이 부족한 도시는 그것을 제대로 수집하고, 저장하며, 분산하는 제어 기능을 하지 못해 그대로 넘쳐나게끔 하는 방법 밖에 취할 수 없다.

그나마 산림, 습지, 유수지, 나대지 등 우수를 저류할 수 있는 지역이 도시 곳곳에 존재하면 다행이지만 그 마저도 개발이라는 이름하에 파헤쳐지면 폭우에 대해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다.

이번 우면산 산사태에서 많은 말이 오가는 이유도 그것이다. 무분별한 자연 개발로 폭우의 빗물을 지체하고 저류하는 기능을 해야 할 자연이 힘을 잃었기 때문에 산사태나 홍수 등의 피해를 입게 되는 것이다.

도시홍수, 국제적 문제로 비상불

대도시들이 겪는 도시홍수는 이제 전 세계가 풀어야 할 긴급 현안으로 대두되고 있다.

예상치 못하는 기후변화를 감당하기에 도시의 방재시설은 취약한 부분이 많다. 이미 세계은행은 지난 5월 정책연구보고서에서 ‘인구와 시설이 밀집한 도시의 홍수 피해가 막대하다’며 이에 대한 방재를 긴급 과제로 지적한 바가 있었다.

또한 벨기에 재난역학연구센터(CRED)에서는 2010년을 지난 20년 간 통틀어 가장 자연재앙이 큰 해로 기록했는데, 그중에서도 홍수가 7,486건으로 가장 많았다. 이 기록에 의하면 큰 홍수는 주로 인구가 밀집된 도시에서 일어났고, 아시아의 피해가 89%를 차지한다고 밝혔다.

지난 1월 호주에서도 20년 만에 최악의 도시홍수를 겪었는데, 북동부를 집중 강타한 폭우로 인해 7만 7,000명이 사는 퀸즐랜드 록햄튼 지역은 도로가 침수되어 육지 속의 섬으로 변했다. 뒤이어 남동부 빅토리아 주에도 폭우로 인한 홍수가 있었다.

중국 역시 지난 6월 기록적인 폭우로 제방이 무너지고 가옥이 잠기면서 수백 만 명의 이재민이 발생했다. 이 기습 폭우로 베이징은 취약한 배수시설의 문제점이 그대로 드러나 공항까지 침수되기도 했다.

같은 6월 필리핀의 수도 마닐라에서도 42년 만에 찾아온 최악의 홍수로 4,000명 이상의 시민이 고립되고 72명 이상의 사망·실종자가 발생했다. 남동부 다바오 시에서는 폭우로 마티나강의 수위가 불어 200여 명이 집을 잃었다.

예방에 철저한 일본의 하천 관리

폭우나 태풍과 같은 재해에 가장 먼저 떠올리게 되는 일본은 어떻게 대응하고 있을까. 우리보다 자연재해를 더 많이 입는 일본은 수해에 대한 대책으로 도쿄에 방재 시설을 설치했다.

그중에 대표적인 시설이 지하저류시설과 지하저류터널, 슈퍼제방, 수도권외곽방수로 등이다.

지하저류시설은 갑자기 내리는 폭우를 지하저장시설에 일단 저장함으로써 많은 양의 물이 일시적으로 하천으로 내려가지 못하도록 막는 것이다.

도심의 주요 지점에 지하저류시설을 설치하면 돌발적으로 내리는 폭우의 양을 54만 톤까지 조절할 수 있어 도시가 물에 잠기거나 하수구가 역류하는 일을 막아 낼 수 있다.

지하저류터널도 하수구와는 별도로 빗물을 저류시설로 이동시키거나 저장한 빗물을 조정하여 하천으로 내려 보내는 역할을 한다. 최근에는 자치단체들에게 우수저류시설 설치를 의무화하는 등 도시계획에 방재 개념을 포함시키고 있는 추세이기도 하다.

저지대에 위치한 도시의 안전을 위한 제방관리에 있어서도 제방을 높이 쌓아 범람을 막는 것보다는 일정 부분은 자연스럽게 범람시킨다는 개념으로 하천 관리를 하고 있다.

완만한 경사의 둑이 하천 양옆으로 50m이상 설치되어 있는 ‘슈퍼제방’은 처음에 3m 높이의 콘크리트 제방을 직각으로 쌓았다가, 만조가 되면 폭우와 함께 제방이 침수되는 사태를 겪고 난 뒤 개선된 첨단 제방시스템이다.

대도시의 취약점인 빗물 배수를 위해서는 오래된 작은 하수관 대신 지하 23m 아래 최고높이 20m에 달하는 대형 하수관으로 바꾸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하수관에는 지점마다 수위측정 센서를 달아 배수구 내의 수위를 실시간으로 측정하여 비상시 대비하는데, 배수량이 위험수위를 넘어서게 되면 자동으로 빗물펌프장을 가동하도록 되어있다.

빗물펌프장은 비행기에 이용되는 제트엔진이 달려 배수펌프를 가동하기 때문에 갑작스럽게 배수량이 늘어날 경우에도 시간당 18만 톤의 빗물을 한꺼번에 배수시켜 빗물이 역류하는 것을 막아준다.

지난 2006년에 완공한 수도권외곽방수로는 수도권의 침수방지를 목적으로 조성한 세계 최대 규모의 지하하천이다.

도쿄 인근의 사이타마현을 흐르는 나카천 유역은 최근 주택지가 급속도로 확대되면서 매년 침수피해가 발생하는데, 이 지하하천에서 태풍으로 쏟아지는 빗물을 재빨리 에도천으로 빼내게 된다.

미국의 지하터널과 저수지 사업

돌발폭우로 인한 홍수 피해는 미국도 예외가 아니다. 미국 중북부 최대의 도시인 시카고는 미시간호 남쪽에 위치하고 있기 때문에 폭우가 내리면 홍수 피해를 입기 쉬운 지역이다.

연 100회 가량 발생하는 강우 때마다 합류식 관거에서 물이 월류되어 저지대가 침수되는 피해가 반복되었다.

이에 대한 대책 마련을 위해 시카고는 하수와 홍수를 이송 또는 저장하는 지하터널과 저수지를 건설하는 ‘TARP(Tunnel And Reservoir Plan)’ 계획을 수립했다.

TARP는 2단계로 진행되고 있는데, 이 사업의 1단계는 지하터널과 관련된 시스템으로 폭우가 내렸을 때 심층터널에 저장된 우수를 하수처리장을 통해 처리한 다음 강으로 내보낸다. 이 공사는 1975년 시작했으며 그중 심층터널 시스템은 1985년부터 2006년까지 20년간의 공사가 끝나고 현재 운영되고 있다.

이 사업의 2단계 공사는 홍수를 제어하기 위한 대형 저수지 사업이다. 현재 공사 중인 맥쿡 저수지는 10억 갤런의 물을 저장할 수 있는 대형 저수지로 완공되면 37개 시 310만 명에게 일 년에 9,000만 불 이상의 홍수 피해액을 절감해 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연간 강수량이 2,000~2,500㎜에 이르는 말레이시아 수도 쿠알라룸푸르의 스마트 터널도 수방 시스템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스마트 터널은 그 자체로도 100만 톤을 가둘 수 있지만 터널 양쪽에 각각 140만 톤과 60만 톤의 빗물을 가둘 수 있는 저장소가 따로 있다. 이렇게 홍수에 대한 대비책을 마련하면서 평소에는 일반 도로로 도심 교통을 분산하는 효과까지 노렸다.

홍수에 맞서는 도시의 대응

이번 도시의 물난리를 겪고 난 뒤, 서울의 수해방지 대책은 그 어느 때보다 바빠졌다. 사실 현재 서울시와 수도권 지역의 우수와 하수 관리 체계로는 집중 폭우로 인한 홍수를 피하기 어렵다.

서울시와 수도권 지역의 도시들은 대부분 빗물을 우수와 하수관거로부터 집수한 뒤 배수펌프장을 통해 한강이나 바다로 내보낸다. 그러나 지난 해 집중호우 때도 배수펌프장의 가동 문제로 피해가 더 커졌다.

배수펌프장의 배수용량 부족이나 낙후된 시설 등은 서울 및 수도권 지역의 침수를 막아내지 못하고 있다. 또한 높아진 한강 수위로 인해 배수펌프장에서 한강으로 토출되던 우수와 하수들이 도로 들어오는 역류 현상으로 인한 피해도 적지 않다.

이번 침수에서 수해방지와 침수관리로 가장 높은 평가를 받은 곳은 구로구였다. 구로구는 지난해 침수를 토대로 하여 침수 위치와 피해 상황, 원인, 방수시설 설치 유무 등을 기록한 침수지도를 작성했다.

침수지역에는 역류 방지 시설과 모터펌프, 방수판, 모래주머니 등을 지원하고 개봉1·2 펌프장과 신구로펌프장을 지난 5월 완공해 시간당 배수 능력을 대폭 확대했다. 총연장 18㎞의 하수관거 확장 공사도 마무리했다.

그런 수방대책으로 구로구는 지난 해 17억 원의 침수피해에서 올해는 3억 원에 불과한 피해로 그 정도를 대폭 줄일 수 있었다. 침수 대책을 꼼꼼하게 맞춤형으로 실시한 결과라 할 수 있다.

서울뿐만 아니라 지자체에서도 수해방지 시스템에 대한 관심도가 높아지고 있다. 그동안 전남 고흥읍은 집중호우가 내릴 때마다 시가지 침수로 많은 피해를 입었다.

이에 고흥군은 고흥읍 시내를 관통하는 지하 우회배수로 1,040m를 건설해 이번 집중 호우에도 상습침수지역인 남계천의 범람을 막고 시가지 침수피해를 면할 수 있었다.

다시 생각해야 할 우리의 수방 대책

현재 서울시의 하수관거 및 빗물펌프장의 상당수는 10년 빈도 설계 기준인 시간당 강우량 75㎜로 설계되어 있다.

그런데 이번 7월 27일 폭우로 관악구가 시간당 110.5㎜, 서초구가 85.5㎜의 강우량을 기록했다. 작년부터 ‘2010년 풍수해종합대책’을 마련해 2014년까지 30년 빈도인 95㎜로 상향 조정하고 대책을 수립, 추진 중에 있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앞으로는 도시계획을 수립할 때 방재 분야에 대한 사항도 의무화할 예정이다. 건물을 새로 지을 때는 지하저류시설을 갖추도록 제도화하는 방안이 추진된다.

집중호우가 내렸을 때 산사태에 대비하기 위해서 사방댐을 설치해야 한다는 대책도 나오고 있다. 물보다 5배나 힘이 세다는 토사와 목재를 막아내려면 사방댐이 필요하다는 의견이다.

홍수 예방도 중요하지만 안전을 위한 대비와 대피 시스템도 갖춰야 한다. 산을 절개하여 만든 고속도로나 철도에는 센서를 부착해서 위험에 대비시키는 방법 등이 나오고 있다.

하수도 등 배수시설의 능력을 확충하는 것은 물론, 도시를 덮고 있는 불투수성 포장을 투수성 포장으로 바꾸어 물이 땅 속으로 스며들게 해야 한다.

절반 이상이 콘크리트나 아스팔트로 덮여 있는 서울의 땅에게 숨 쉴 수 있는 구멍을 잘 내주면 그대로 우수를 뱉어내는 재해는 상당부분 줄어들 것이다.

지금부터라도 우리는 도심방재 부문에서 충분히 계획적이고 장기적인 안목으로 대책을 수립해야 한다. 단지 눈에 보이는 문제 해결에 급급하기보다는, 시스템적인 대책을 바로 세워야 바로 뒤만 살피는 안전관리에서 벗어날 수 있다.

[저작권자ⓒ 이미디어.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 카카오톡 보내기
  • 카카오스토리 보내기
  • 글자크기
  • +
  • -
  • 인쇄
  • 내용복사
뉴스댓글 >

헤드라인

섹션별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

오늘의 핫 이슈

ECO 뉴스

more

환경신문고

more

HOT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