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사능 피폭, 제대로 파악도 할 수 없어
후쿠시마 제1원전사고 발생 이후 일본 정부는 피난(소개) 범위를 반경 3km에서 10km, 20km로 계속 늘려왔다. 후쿠시마 현의 6월 초 발표에 따르면 9만 9천200명이 원전사고로 현재 대피해 있는 상황이다.
지난 5월에는 사고원전 30~40km 반경도 계획적 피난지역으로 지정하고 주민들의 대피조치가 취해졌는데, 1만 여명의 주민들 가운데 여전히 1천700명이 남아 있는 상태다. 후쿠시마 지역 역시 체르노빌의 예처럼 최소한 반경 30km 이내는 앞으로 영원히 사람이 살 수 없는 죽음의 땅이 될 수 있기 때문에, 당장의 10만 여명에 달하는 주민들에 대한 대책마련도 쉽지 않다.
후쿠시마 원전에서 수습작업을 진행하고 있는 노동자들의 경우 직접적인 피폭을 감수하고 현장에 투입되고 있다. 지난 6월 14일 일본 후생노동성에서 도쿄전력과 협력업체 노동자 2천367명을 대상으로 간이 검사한 발표한 자료를 보면 피폭선량이 250mSv(일반인 연간선량 한도 250배)를 초과한 도쿄전력 노동자가 8명으로 늘어난 상황이다.
ICRP(국제방사선방호위원회)에서 암 발생을 일으킬 수 있는 수치로 보는 100mSv를 초과한 숫자도 94명에 달한다.
후쿠시마 및 인근 현의 채소와 우유, 수돗물에서 방사성물질이 검출되었다. 후쿠시마 제1원전에서 30km 떨어진 곳에서도 치명적인 방사성물질인 스트론튬이 발견되었다. 모유에서도 방사성물질이 나와 충격을 더해주고 있다. 하지만 사고수습에 여력은 이러한 부분에까지 미치지 못하고 있다.
일본 원자력안전보안원은 지난 6월 6일 후쿠시마 제1원전에서 방출된 방사성 물질의 총량 추정치를 37만 테라베크렐(테라=1조)에서 85만 테라베크렐로 상향 조정해 국제원자력기구(IAEA)에 보고했다. 이는 체르노빌 사고로 방출된 방사성물질의 총량 추정치인 520만 테라베크렐의 16%정도에 해당한다.
하지만 후쿠시마 사고가 여전히 진행형이라는 점과 일본 정부가 지금까지 모든 발표를 늦게 해왔다는 점에서 이 숫자는 앞으로 계속 늘어날 것이다.
한국의 원전은 안전한가
21기의 원전을 가동 중인 한국은 어떠한가. 정부는 3월 21일부터 4월 30일까지 국내원전의 안전점검을 실시하여 지난 5월 6일 국내안전점검 결과를 발표하였다.
이주호 교과부장관은 브리핑에서 “현재까지 조사연구를 통해 예측된 최대 지진과 해일에 대해서는 국내 원전이 안전하게 설계 운영되고 있음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수명이 끝났음에도 가동 중인 고리1호기가 공교롭게 점검기간 동안 전원계통 고장으로 불시정지(4월 12일)한 사고가 있었다. 그런데도 정부는 점검결과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발표해 재가동을 서둘렀다.
하지만 실제 점검보고서만 보더라도 교과부장관의 브리핑과는 다르게 지진발생시 자동정지 기능이 없는 등 원자력 안전에 중대한 문제를 일으킬 수 있는 사항들이 포함된 것으로 드러났다.
현재 국내 원전은 지진발생시 자동정지시스템이 갖추어져 있지 않다. 일본의 후쿠시마 원전도 지진발생시 자동 정지되는 시스템은 갖추고 있었음에 비교하면, 한국의 원전은 지진발생에 기초적인 대비조차 안 되어 있음을 보여주는 결과다. 지진발생 시 사람이 즉각적인 대처를 하기 쉽지 않다는 점에서 이는 안전성에 치명적인 문제를 드러낸 사항이다.
또한 정부가 그동안 국내 원전은 수소제거 설비가 되어 있어 수소폭발의 위험은 없다고 자랑한 것도 문제가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고리1호기를 제외한 20개의 원전에서 전력공급이 끊긴 상황에서 수소제거 설비가 가동되지 않기 때문이다.
즉 후쿠시마처럼 전기 공급이 끊긴 상태가 되면 국내 21개 원전 중 20개에서 수소 폭발의 위험에 노출되어 있다. 더구나 월성1호기에는 수소제거설비 조차 설치되어 있지 않았다. 결국 이번 조사에 의해서 국내원전들이 지진과 해일에 대한 대비책이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음이 드러났다.
원자력 마피아
이렇게 큰 사고가 바로 옆 나라에서 발생했음에도, 또 한국의 원전도 많은 문제를 갖고 있음에도 정부차원의 정책적 변화의 목소리가 나오지 않고 있다.
심지어 이명박 대통령은 후쿠시마사고가 발생했을 당시 UAE에 원전기공식에 가 있었다. 또 이 대통령은 방사성물질은 절대 한국에 날아오지 않는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대체적 의견이라며 금방 탄로 날 거짓말을 했다.
문제는 바로 이명박 대통령에게 잘못된 정보를 제공한 이 전문가들이다. 이들은 그들만의 리그를 형성하고, 연구부터 정책, 원전건설과 운영, 안전점검까지를 다 독점하고 있다. 또한 고리1호기 수명연장이나 경주방폐장 건설 때처럼 주요한 결정을 할 때 작성되는 심사보고서조차 정보가 제대로 공개되지 않아 비판과 의견제시를 원천적으로 차단하고 있다.
지난 6월 말 대통령 소속 원자력안전위원회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 등이 국회에서 통과되었다. 올 10월부터는 원자력관련 안전 및 규제를 할 수 있는 독립기구가 구성 운영된다. 하지만 기존처럼 원자력을 찬성하고 진흥하는데 앞장서왔던 인사들만으로 이 위원회가 독점된다면 변할 것이 없다.
반드시 원전에 대한 비판적이고 제대로 안전과 정책을 결정할 수 있는 인사들의 참여가 보장되어야 한다. 또한 원전 관련한 안전, 증설, 운영 등과 관련한 정보들이 반드시 공개되어야 한다.
원자력에 대해 편향되고, 왜곡된 정보를 광고하고, 유포하는 원자력문화재단에 대한 공적 지원도 당장 중단해야 한다. 현재 전기요금에 포함된 전력산업기반기금의 100억 원 정도를 원자력문화재단에 지원하고 있다.
그런데 이런 비용으로 원자력문화재단은 원전의 안전과 우수성을 왜곡 일방적으로 광고하고 홍보하는데 쓰고 있다. 원자력문화재단은 심지어 연구용역까지 해서 교과서에 원자력관련 내용을 왜곡해서 매년 수정하는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이런 비용을 우리가 왜 내야 하는가.
핵 발전을 줄여나가는 것이 대세
후쿠시마 사고 이후 전 세계는 원전에 대한 안전점검과 정책검토에 들어갔다. 독일은 1980년 이전 원전 7기의 가동중단을 즉각 결정했다. 나아가 현재 23%인 원자력발전을 2022년까지 0%로 만드는 법안을 승인했다.
전체 전력생산의 39.9%를 원자력에 의존하고 있는 스위스도 5기의 원전을 모두 폐쇄하기로 결정했다. 일본역시 2030년까지 예정되어 있던 14기의 원전건설을 재검토하고, 지진발생의 가능성이 높은 하마오카 원전 가동을 중단했다.
핵 발전의 안전성 문제가 이처럼 불거지면서, 국내에서도 원전 확대 정책을 재검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원전이 아닌 에너지 대안이 있는가라는 반론도 만만치 않은 것이 사실이다. 과연 전 세계인의 안전을 걸고 계속해서 전기를 만들만큼 핵에너지는 청정하고 경제적인가.
결론부터 말하면 핵 발전은 결코 경제적이지 않으며, 사고가 일어나지 않는다고 해도 청정하지 않다. 물론 핵 발전은 기존의 화석연료를 이용한 화력발전에 비해 탄소를 적게 배출하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핵 발전은 전기만을 생산할 수 있기 때문에 전력과 (난방 등) 열 생산을 동시에 고려했을 때 또 버려지는 전기에너지의 양을 고려했을 때 탄소저감 효과가 생각보다 크지 않다.
사고가 안 나도 문제는 없어지지 않아
결정적으로 핵 발전이 청정할 수 없는 이유는 바로 발전과정에서 핵폐기물이 발생한다는 점에 있다. 핵 발전과정에서는 사용후핵연료(고준위폐기물)와 중저준위폐기물(핵 발전에 사용된 각종 장갑, 작업복 등)이 발생한다.
이러한 핵폐기물은 짧게는 수 십 년에서 길게는 수 만 년 이상 그 위험성이 없어지지 않기 때문에 인간에게 영향을 미칠 수 없는 장소에 보관하게 된다. 하지만 그 안전성은 쉽게 보장되지 않는 위험한 물질이다.
한국은 지난 30여 년 간의 핵 발전으로 이미 많은 핵폐기물을 만들어냈다. 중저준위폐기물은 2008년 이후 발전소 내에 저장하는 양이 포화상태에 이르렀다. 기어코 작년 안전성문제로 완공이 지연되고 있는 경주 방폐장에 핵폐기물을 반입하는 사태도 있었다.
총 1천535만5천326개에 달하는 사용 후 핵연료는 더욱 문제가 되는데, 최근에 국회에 제출된 자료에 따르면 고리 2호기(96.6%), 영광 2호기(92.9%), 울진 1호기(95.7%), 울진 2호기(94.5%), 월성 1호기(91.5%), 월성 2호기(89.4%), 월성 3호기(93.5%), 월성 4호기(91.9%) 등은 이미 포화상태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고리1호기 월성1호기 폐쇄부터 출발하자
핵 발전의 문제점 중 하나는 수명이 다한 후 폐로할 때 생기는 문제점과 비용이다. 한국 역시 이제 폐로에 대한 문제에 직면하기 시작했다. 2007년 수명이 다한 고리1호기의 경우 온갖 편법(관련 법 개정, 비파괴검사로 변경 등)을 동원해 수명을 10년 연장했다. 하지만 얼마 전 128번째 사고를 일으켜 가동이 정지됐다.
안전에 위협을 감수하면서도 폐로 결정을 쉽게 하지 못하는 이유는 다름 아닌 비용 때문이다. IEA(국제에너지기구)는 고리1호기 폐로 비용을 1조원 정도로 추정했다. 폐로 하는데 들어가는 비용과 또 발전수익이 감소하는 비용 때문에 한수원은 고리1호기를 무리하게 계속 가동하고 있다. 고리1호기가 생산한 전기는 전체 발전량의 1%에 불과하다.
지난 1월 전력난에도 불구하고 평균 16%의 전기가 남았는데, 고리1호기를 위험을 무릅쓰고 계속 가동할 이유가 없다.
조기 수명이 다해 지난 2009년 4월부터 가동을 중지하고 압력관 등을 교체했던 월성1호기가 재가동에 들어갔다. 한국에서 두 번째로 오래된 원전 월성1호기는 2012년 11월 설계수명 만료를 앞두고 있는 상황이다.
월성1호기의 경우 연료봉을 매일 갈아 끼워야 하는 CANDU6 중수로 원전으로 아직까지 수명연장의 사례가 없다. 그런데도 한수원은 수명연장을 기정사실화하고 무리하게 압력관 등 부품교체를 서둘렀고 재가동을 한 것이다.
한국수력원자력 등은 수명연장에 대해 부품을 새로 갈아 끼웠기 때문에 문제가 될 것이 없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이번 수명연장을 해서 운영해 온 후쿠시마 핵발전소 사고가 그 위험성을 그대로 증명하지 않는가. 고리1호기와 함께 월성1호기 역시 폐로절차에 들어가는 게 순리다.
에너지도 줄이고, 핵 발전도 줄이고
에너지의 위기 시대인 지금 전 세계는 에너지를 줄이기 위한 전쟁에 돌입했다. 세계재생가능에너지정책네트워크 REN21(Renewable Energy Policy Network for the 21st Century)의 2011년 보고서에는, 신재생에너지에 대한 투자도 점점 증가해서 2010년에는 전년대비 30%가 증가한 211억 달러 (한화 223조원)가 재생에너지에 투자되었다고 한다.
반면 한국 신재생에너지 시장의 규모는 2년째 줄어드는 추세고, OECD 국가 중에서도 꼴지를 면치 못하고 있다. 더구나 한국은 여전히 특히 전력수요를 줄이기 위한 정책보다 전력공급을 늘려가는 그것도 원전을 현재보다 두 배 가량 확장하는 계획을 세우는 한국정부의 에너지정책은 전 세계의 추세를 거스르고 있다.
지금 세대는 30년 전 한국이 핵발전소 가동으로 누려왔던 혜택에 대한 고비용을 지불해야 한다. 고리, 월성의 수명이 다한 핵발전소를 폐기와 1천500만개의 폐연료봉과 핵 쓰레기들을 처리해야 하는 부담이 있다. 하지만 이러한 부담은 이 세대만의 몫은 아니다. 왜냐면 폐연료봉과 핵 쓰레기들은 금방 사라지지 않기 때문이다.
우리는 이제라도 과감히 핵 발전을 포기해야 한다. 대신에 지구환경에도 부담을 덜 주고, 무한히 사용할 수 있는 태양력, 풍력 등 재생 가능한 에너지 비중을 늘려나가야 한다. 2011년부터 2024년까지 원전건설에만 29조9천748억 원이 예정되어 있다.
당장에 이 돈을 핵발전소 짓는데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재생 가능한 에너지로의 전환에 사용한다면, 에너지 과소비를 막는데 사용한다면 그 효과는 적지 않을 것이다.
안재훈 | 환경운동연합 일본원전사고비상대책위 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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