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하지도 경제적이지도 않은 핵발전 전면 재검토해야-
안재훈 | 환경운동연합 일본원전비상대책위원회 정책팀
지진 이후 산자들의 공포, 핵
지난 11일 일본에 진도 9.0의 강진과 쓰나미로 인한 사망자가 20일 현재 7700여명, 행방불명자는 1만 1651명을 기록하고 있다. 확인되지 않은 숫자까지 더하면 희생자가 4만 여명까지 이를 것이라고 한다. 하지만 더욱 심각한 것은 핵발전소 사고가 이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에서 전력공급중단, 냉각장치고장 등으로 1호기부터 4호기까지 폭발로 이어지는 대형사고가 일어났다. 일본정부는 초기에 ‘방사능유출은 없을 것’이라고 장담했지만, 하루 만에 이를 번복했다. 방사능 피폭 위험이 커지면서 처음에 3km였던 주민대피 반경도 30km까지 확대했다. 도쿄의 수돗물에서, 후쿠시마에서 나온 우유와 채소에서도 방사성 물질이 검출되었다는 보도가 이어지고 있다
미래세대는 후쿠시마를 기억할 것
이번 사고는 원전을 아무리 안전하게 튼튼하게 짓는다고 해도 예상치 못한 사고가 날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그동안 내진설계가 잘되어 있다고 안전을 자랑하던 일본의 핵발전소 기술 역시 이번의 강진과 쓰나미에는 속수무책이었다. 안정성에 대한 문제제기와 우려를 무시하며 ‘원자력 안전신화’를 자랑하던 국제원자력산업계는 이번 사태로 큰 충격에 휩싸였다. 일본정부는 사태가 점점 심각해짐에 따라 사고등급을 초기 4등급에서 5등급으로 상향조정했다. IAEA(국제원자력기구)에서는 경중에 따라 0~7단계로 핵시설 사고등급을 정하고 있다. 이 수치는 높을수록 심각함을 의미한다. 1986년 체르노빌사고(구 소련)의 경우 7단계, 1979년 쓰리마일사고(미국)는 5단계로 기록되었다.
하지만 일부 전문가들은 이번 사고 이후 핵시설사고에 대한 등급이 새로 매겨져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25년의 기술발전의 시간도 원전의 위험을 막을 수 없었다는 점을 보아야 한다. 후쿠시마 원전사고의 경우 폭발의 강도는 약하지만, 위험상황이 유지되고 있다. 벌써부터 체르노빌 사고처럼 발전소 인근지역에서 살 수 없게 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아마도 지금세대 이후는 핵발전의 공포로 체르노빌이 아닌 후쿠시마를 기억하게 될 것이다.
한국은 제대로 대비하고 있는가
원전의 공포는 일본에만 머무르지 않고 한국까지 퍼지고 있다. 하지만 한국정부는 대비는 허술하기 짝이 없었다. 원전사고 등으로 방사능유출시 행동요령을 찾아보려했지만, 관련기관의 홈페이지 등에 이런 내용을 찾기 어려웠다. 관련부서인 지식경제부와 교육과학기술부도 원전운영중인 한수원(주) 홈페이지에서도 “방사능유출행동요령”을 검색했을 때 검색결과는 없었다. 어렵게 찾은 곳은 국가재난정보센터 홈페이지의 한 페이지 정도의 자료였다.
이 자료 역시도 언제 만들었는지, 과연 이 요령을 보고 행동하면 방사능피폭을 막을 수 있을지 강한 의문이 들었다. 한국이 대부분 농촌이었던 시절에 만든 자료인지,“우물이나 장독 등은 뚜껑을 덮어두시기 바랍니다”, “가축은 축사로 옮기고 사료는 비닐 등으로 덮어 두시기 바랍니다” 등 대부분이 도시에서 살고 있는 지금과는 맞지 않는 내용들이었다.
방사능유출에 대비한 약품도 충분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국가방사선비상진료센터에 따르면 방사성옥소(요오드)에 대비하기 위한 약품인 안정화옥소(요오드)-KI는 총 1,257,430정, 약 12만 명(성인기준 10일) 정도 복용 가능한 양이다. 세슘의 치료제로 알려진 인프루시안블루(Prussian blue)는 약 130명 정도 치료할 수 있는 양이 준비되어 있다. 이런 양을 볼 때나 일본의 상황과 비교해봤을 때 한국의 준비정도는 너무나 부족한 듯 보인다.
어떤 기준에서 대비 약품을 준비했는지 모르겠지만, 원전이 지극히 안전하다는 자만심으로, 그리고 원전지역 인근에만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는 가정 하에 준비된 양인 듯 하다. 정부는 지금이라도, 국민들이 공포에 떨지 않을 수 있도록 다시 한 번 최악의 상황을 대비, 특히 일본의 상황악화 등을 대비해 약품을 구비해야 한다. 또한 국민들이 피폭이 되었을 경우, 연락해야 할 병원과 먹어야할 약품에 대한 정보를 상세하게 알려야 한다.
세계는 긴장, 한국은 안심
전 세계가 이번 일본원전사고를 보면서 자국의 원전에 대한 긴급 안전진단을 하겠다는 입장을 속속들이 밝혔다. 나아가 독일, 스위스, 중국 등은 원전확대정책에 회의적인 입장까지 신속하게 발표하고 나섰다. 독일은 원전운영체들과 합의 없이 정부령을 통해 1980년 이전 건설된 원전 7기의 가동을 잠정 중단을 결정했다. 전체 전력생산의 39.9%를 원자력에 의존하고 있는 스위스도 수명이 다한 원전을 새로운 원전으로 교체하려던 계획을 보류한다고 밝혔다. 중국 역시 신규원전에 대한 승인을 새로운 안전기준이 마려되기 전까지는 하지 않는 것은 물론 현재 건설 중인 원전도 안전성 문제를 검토하여 문제가 될 경우 건설을 중단하겠다고 밝혔다.
세계는 이렇게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지만, 우리 정부의 대응은 미온적이고 신속하지 못했다. 초기에 우리는 안전하다는 말만 되풀이하며, 국민들의 불신만 키워나갔다. 지식경제부 안현호 차관은 “우리나라 원전은 쓰나미가 온다고 해도 침수가 안되는 구조로 되어 있다”고 호언했다. 그럼 과연 한국은 지진으로부터 안전한가.
한국도 지진으로부터 안전지대가 아니라는 것은 지질학자들의 공통적인 지적이다. 다만 그 세기가 일본에 비해 약할 뿐이다. 역사적으로도 리히터규모 7.0~7.3의 지진이 한반도에 일어났던 기록들이 있다. 지진 가능성은 구조지질학적인 측면에서도 뒷받침된다. 지질학적으로 가장 가까운 시기인 제 4기(180만년전)까지 지각활동을 하면서 지진을 발생시킨 단층을 활성단층이라고 하는데 고리와 월성원전 지역 부근인 양산단층과 울산단층이 활성단층이다. 양산단층은 울진 밑 영해부터 부산 옆 양산까지 이어져 있고, 이와 이어져 있는 울산단층 인근에는 포항, 경주, 울산, 부산 등 대도시에서 800만 명이 살고 있고 석유화학단지가 밀집해있다.
원전, 안전하지도 경제적이지도 않다는데
일본원전사고의 예로 보면 안전한 핵발전은 없다는 것을 증명했다. 그동안 한국에서도 핵발전소, 핵폐기장을 건설하는 과정에서 끊임없이 논란이 되어왔던 것이 바로 안전성문제다. 이번 사고에서 알 수 있듯이 핵사고는 단지 그 자체의 사고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넓은 지역에 걸쳐 지속적으로 악영할을 미치게 된다. 한번 방사성 물질이 유출되면 그 피해는 상상을 초월한다.
원전은 당장에 전기 생산에 들어가는 생산단가가 다른 에너지에 비해 낮을 수 있어도, 폐로비용, 폐기물처리비용 등을 보면 결코 경제적이지 않다. 30~40년이 수명인 원자로 1기를 폐로하는 데 들어가는 비용만 최소 1조원에 달한다. 또 핵연료인 우라늄도 가격이 계속 상승하고 있고, 80년 정도면 그것마저도 고갈될 예정이다.
한국은 이미 전력생산에서 원전에 대한 의존도가 높다. 발전량 비중으로 봤을 때 2010년 기준으로 원자력발전 전력생산에서 발전량 비중은 34.2%정도에 이른다. 정부는 이것을 2030년까지 59%로 늘린다는 계획인데, 정말 위험천만한 계획이 아닐 수 없다.
비판적 시각에서 철저한 안전점검부터 선행해야
이번 사태를 전 세계적으로 탄소저감 정책으로 잘못 택해지고 있는 핵발전소 확장 정책에 대한 자연의 경고로 인식해야 한다. 이제라도 안전하지 않은 위험한 에너지인 핵발전의 비중을 줄여나가는 정책으로 전환이 필요하다. 이명박정부는 초기에 한국의 원전은 안전하다는 말만 되풀이하다가, 미국 등 대부분의 나라에서 원전 안전점검을 결정하자, 떠밀리듯 안전점검을 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 역시 제대로 할지 의문이다. 안전성에 비판적인 시민단체 등의 목소리가 포함될 수 있는 민관공동안전점검기구를 만들어서 철저한 검증이 필요하다.
나아가 현재 건설하고 있는, 예정중인 핵발전소에 대한 전면적인 재검토가 필요하다. 당연히 정부는 지금 당장 필요하지도 않은데 진행 중인 삼척, 울진, 영덕 등의 원전신규부지선정절차부터 중단해야 한다.
<방사성물질 유출 시 시민행동요령>
1. 방사능 유출 상황 및 대피방법에 안내방송에 귀를 기울이고, 이에 따라 신속히 행동한다.
2. 방사능 유출이 영향을 줄 수 있는 지역을 벗어나야 한다.(정부와 지자체지시) 방사능 물질과 멀어져야 그만큼 안전하다.
3. 실내대피명령일 경우, 모든 문을 밀폐하고, 외출은 하지 않는다. 방사선 차단 능력은 목조건물보다 콘크리트 건물이 높다.
4. 물이나 음식은 방사성물질 오염 여부가 확인되지 않은 것은 먹지 않는다.
5. 피폭이 의심될 경우, 119, 정부나 지정병원에 연락하여 지시에 따른다.
6. 방사성물질 낙진의 오염 우려가 있을 시, 외출을 하지 않는다. 부득이한 경우 마스크, 우산이나 우의를 반드시 착용해야 한다.
7. 밖에서 대피경보를 들었을 때 콘크리트 건물 안으로 대피하거나, 힘들 경우 높은 곳으로 대피한다.
8. 전화사용을 자제해야 한다. 위급한 연락이 어려울 수 있게 된다.
[저작권자ⓒ 이미디어.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