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각국이 환경오염과 유해제품으로부터 자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기 위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생활의 풍요로움 속에 도사리는 각종 안전사고를 예방하기 위한 철저하고 체계적인 정책은 오늘도 진화되고 있는데, 글로벌 시장경제체제로 교역량이 증가되면서 중국 등지의 불량제품 수입과 리콜건수도 급증하는 추세이다.
뿐만 아니라 세계 각국은 안전기준을 지키지 않고 판매되는 제품을 가려내기 위한 각종 조치를 강화하고 있으며, 상시 위험에 노출된 어린이의 안전을 위해 어린이용품 안전관리에 더욱 만전을 기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최근 지식경제부 기술표준원이 문제가 되고 있는 모형장난감 가스라이터의 유통·판매를 금지하는 등 어린이용품의 유해물질 안전기준을 강화하고, 어린이용품에 대한 종합적인 안전관리 대책을 마련·시행하였다. 발암물질인 석면의 사용을 전면 금지하고, 새집증후군의 원인이 되는 가구의 유해물질에 대한 안전요건을 강화하는 등 생활용품에 있어 위해물질 관리를 더욱 강화해 나가고 있다.
환경호르몬의 유해성 가장 심각
일상의 삶속에서 우리가 접하고 있는 환경에 의한 유해물질의 노출은 불가피하지만 관심과 주의만 기울인다면 충분히 위험을 줄일 수 있어 상식적인 정보가 요구된다. 우리 인체 내에는 호르몬 분비를 교란하는 일명‘환경호르몬’과 피부·호흡기에 자극을 주는 휘발성 유기화합물((VOCs)은 물론 독성이 강한 중금속과 살충제 성분이 포함된 제품들이 일상적 공간 곳곳에 널려 있다.
각종 곰팡이 휘발성 유기화합물의 용매로 쓰이는 스타이렌, 접착제와 페인트에 사용되는 자일렌, 진드기, 접착제 또는 얼룩제거제 용매인 트리클로로에틸렌과 피부자극성 휘발성 유기화합물인 포름알데하이드가 함유돼 있을 가능성이 높다.
그중 특히 환경 속에 극미량 존재하면서 식사 등을 통해 체내에 흡수되어 내분비계 등을 교란시키는 화학물질로 환경호르몬의 유해성은 이러한 유독물질 중에서 가장 많이 문제의 시급성이 논의되어 왔다.
일본 환경성은 환경 호르몬을 배출하는 것으로 의심되는 화학물질로서 다이옥신과 PCB를 비롯하여 약 70종류를 열거하고 있다. 이 중에는 다이옥신과 같이 비의도적으로 배출되는 물질이 있는 반면, 농약, 의약품, 합성세제, 플라스틱 가소제와 같은 합성물질도 있다.
환경 호르몬이 급성 독성을 일으키기보다는 내분비계나 생식계에 영향을 끼쳐서 차세대 이후에 심각한 영향을 준다는 점에서 종래의 환경오염(유기수은 등)과는 큰 차이가 있다. 또한 다이옥신을 제외할 경우, 환경 호르몬의 배출원은 일상적으로 사용되는 제품이므로 쉽게 그 물질을 줄일 수 없다는 특징이 있다.
호르몬처럼 작용해 생식, 발달, 행동 등에 관여
환경호르몬은, 환경으로 배출된 화학물질이 몸에 들어와서 마치 호르몬처럼 작용한다고 해서 붙여진 것이다. 정확하게는 외부물질이 체내로 들어와서 호르몬의 생산과 분비, 전달, 배출뿐만 아니라 호르몬이 작용하는 데도 영향을 끼쳐서 내분비계의 정상적인 기능을 방해 또는 교란시키며 몸의 항상성을 유지하고, 생식이나 발달, 행동에 깊게 관여한다.
일부에서는 이런 이유에서 내분비계 교란물질로 부르며, 우리나라에서는 98년에 환경부에서 환경호르몬을 내분비계장애물질로 명명하였다. 그 종류는 각 국가마다 조금씩 다르나 내분비계장애물질의 대부분은 산업용 화학물질과 농약류가 차지하고 있다. 그 밖에 약으로 사용되는 합성 에스트로겐류나 식물이 갖고 있는 식물성에스트로겐 등이 포함되어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세계자연보호기금에서 분류한 67종 중에서 42종을 법으로 규제하고 있다. 이중에서 최근 가장 문제가 되고 있는 것은 전 세계적으로 프탈레이트라는 가소제가 가장 많이 생산되고 사용되고 있다. 프탈레이트는 PVC, 그러니까 플라스틱 제품을 유연하게 만들기 위해서 첨가되는 물질인데, 우리의 일상생활에서 인식하지 못하는 사이에 지속적으로 노출되고 있다는 데 심각성이 있다.
플라스틱을 유연하게 해주는 프탈레이트류 가운데 가장 대표적인 가소제가 바로 DEHP라는 것인데, 이것은 전체가소제 사용량 중 75% 정도를 차지할 정도로 가장 많이, 폭넓게 사용된다. 가소제는 마루, 바닥타일, 지붕도장, 벽지 등 건축자재와 자동차 좌석 등에 많이 사용되고, 이 외에도 비닐 장식이나 의류, 랩 같은 음식물 포장재, 장난감 제품, 의료용품 등 다양한 분야에서 사용되고 있다.
2007년 환경부에서 내분비계 장애물질 배출량을 조사한 바에 의하면, DEHP의 배출량이 126
톤가량으로 전체 내분비계 장애추정물질 배출량의 88.1%를 차지하는 것으로 조사됐을 정도로 흔히 쓰이고 있다. 그래서 우선 환경부에서는 어린이들이 활동하는 인조 잔디 또는 포설 등의 공간에서는 프탈레이트류의 사용금지를 시행할 예정이다. 장난감 같은 완구에는 DEHP 사용 규제를 2009년부터 시행하고 있고, 수액백이나 혈액백은 2007년부터 DEHP가 없는 NON PVC 백을 사용하고 있다.
프탈레이트류는 체내에 유입된 후 24시간 안에 90% 이상이 배출되지만 다양한 일상용품에 프탈레이트류가 포함되어 있기 때문에 우리가 인식하지 못하는 사이에 반복적이고 지속적으로 노출되고 있다는 점이 문제이다. 오랫동안 지속적으로 노출되는 경우, 대사성 장애나 간암, 수컷에서 생식기계 독성, 출산 전 노출은 항안드로겐 작용으로 생식기 이상 등을 야기할 수 있다. 이러한 영향이 사람에서도 나타날 수 있다는 우려가 증가하고 있다.
프탈레이트류를 포함한 PVC 제품의 유해성이 알려지면서 최근 대체재로 폴리우레탄이 개발되었다. 이것은 프탈레이트류에 비해서 생산이 어려워 비용이 상대적으로 비싸다는 단점이 있기 때문에 아직까지 프탈레이트류처럼 다양한 용품에 사용되지는 못하고 있다.
그러나 가소제가 건강에 끼치는 악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이러한 대체재로의 사용으로 전환해야 할 것이다.
두통, 불면증 유발하는 화학물질 과민증 심각
화학 물질의 리스크 대책은 지구 온난화, 순환형 사회 형성 등과 더불어 미래 환경 대책 중에서 가장 중요한 과제이다. 하지만 현재 일부 소수의 환경 호르몬 물질에 대해서만 연구 자원이 투자되고 있다. 우선적인 대처가 필요한 특정 물질에 대하여 집중적으로 연구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앞으로는 다른 물질에 대해서도 더 많은 연구가 실시되어야 할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현재 다이옥신과 PCB에 대한 관심이 확대되고 있으나 모유중의 다이옥신 농도는 감소 경향을 보이고 있다.
이에 반해 플라스틱 난연제 등에 함유되어 있는 폴리브롬화 디페닐에테르(Polybromide Diphenylether)의 농도가 증가 추세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환경 호르몬 외에 앞으로 큰 문제가 될 것으로 예상되는 것이 화학물질 과민증이다. 이는 극미량의 화학물질에 노출되기
만 해도 두통, 불면증과 같은 신체 이상을 나타내는 증상을 의미한다.
이 증상의 병리학적 원인은 분명하게 밝혀지지 않고 있다. 정신적인 원인에 불과하다는 의견도 있다. 한 예로 빌딩증후군은 화학물질 과민증으로서 공기 중에 존재하는 포름알데히드, 곰팡이, 실내먼지 등이 원인으로 생각된다. 화학물질 과민증을 겪는 환자들은 분명히 늘어나고 있으나 환경 호르몬 문제 이상으로 해명되지 않은 부분이 많으므로 화분증(花粉症)에 버금가는 문제로 확대될 수도 있다.
앞으로 실내공기 오염의 원인을 제공하는 건축 자재 등의 제품에 대해 더욱 엄격한 화학물질 대책이 요청될 것이다.
개체 차이, 발육단계 고려한 세밀한 대책 요구
화학 물질이 인체에 미치는 영향은 평생 동일한 것이 아니라 발육단계(태아기 등)에 따라 차이를 보이며, 개인에 따라서도 다르다. 지금까지 화학물질의 리스크 대책은 평균적 인간을 가정하여 수립되었으나 앞으로는 개체 차이, 발육단계를 고려해서 보다 세밀한 대책을 강구하여야 한다.
제품이나 공정을 통해 환경으로 방출되는 화학 물질이 인체 및 생태계에 끼치게 될 리스크는 물질 순환구조를 형성하는 데 큰 장애가 될 가능성이 있다. 세계 도처에서 화학물질로 인한 중독사고와 누출사고들이 빈발함으로써 공중이 화학제품의 위험성에 관심을 갖게 되었고, 유해성관리의 필요성을 인식하게 되었다.
급·만성의 건강 피해는 물론 생태계 폐해를 극적으로 보여 주었던 1968년의 가네미유증사건(PBC가 원인물질)을 계기로 일본이 1972년‘화학물질의심사및제조등의규제에관한법’을 제정한 이래 세계 각국들이 경쟁적으로 화학물질의 유해성을 심사하고 규제하는 근거법들을 제정하여 왔다.
우리나라는 1963년에 제정되어 급성독성 위주로 독·극물을 규제하여 왔던‘독물 및 극물에 관한 법률’을 폐지하면서 1990년 8월 1일 법률 제4261호로 유해화학물질관리법을 제정하여 화학물질의 유해성을 심사·관리하는 기틀을 마련하였고, 1996년 12월 30일에는 이 법을 전면 개정하여 유해성 심사 제도를 선진국 수준에 근접시키는 한편 유독물 등의 안전관리 기
준도 더욱 구체적으로 강화하였다.
유독물을 제조·수입하거나 판매·취급하는 원료물질의 위해성관리는 유해화학물질관리법의 적용을 받으며, 사용 후 배출되는 오염물질 및 폐기물의 관리는 대기·수질환경보전법 및 폐기물관리법의 적용을 받고 있다.
어린이 용품에 함유된 유독물질
환경부가 지난해 서울시내 대형유통매장과 도매시장 및 인터넷 쇼핑몰에서 유통되고 있는 완구와 학용품 17종을 구입하여, 프탈레이트계 가소제 함량과 어린이 안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표시사항에 대하여 한국 소비자원에 분석을 의뢰하여 조사하였다. 조사항목은 지식경제부 소관 법률인 「품질경영 및 공산품안전관리법」(일명 품공법) 하에 관리하고 있는 DEHP, DBP, BBP 3종과 미국과 유럽 등 선진국에서 규제하고 있는 DINP 등 프탈레이트계 가소제를 대상으로 분석했다.
그 결과 17개 제품 중 10개 제품에서 어린이 건강을 해칠 수 있는 프탈레이트계 가소제가 다량 검출되었다. 프탈레이트계 가소제가 다량 검출된 10개 제품 중 7개 제품에서 DEHP(디에틸헥실프탈레이트)가 11.5~36.7%까지 검출되었다. 이는 완구 및 학용품에 대한 자율안전확인기준 기준치(0.1%이하) 대비 115배~367배에 해당하는 값이다.
프탈레이트계 가소제가 다량 검출된 10개 제품 중 3개 제품에서는 DINP(디이소노닐프탈레
이트)가 27.6~37.7%까지 검출되었다. DINP가 함유된 완구나 학용품에 대해“입에 넣으면 프탈레이트계 가소제가 용출될 수 있으니, 입에 넣지 말 것”이라는 경고 문구를 표시하도록 되어 있다. 품공법에 따른 자율안전확인 마크인 KPS 마크가 표시된 9개 제품 중에도 3개 제품이 품공법에 따른 자율안전확인 기준 중 가소제 관련 기준에 부적합한 것으로 조사됐다.
국내 위해성 관리, 공산품 안전관리 차원에 그쳐
환경보건법에는 어린이 활동공간에 대한 환경안전관리기준을 정하고 있다. 시행령 제16조 별표2에 어린이 활동공간에 사용되는 재료는 표면이 부식되거나 노화되지 않는 재료를 사용해야 함은 물론 표면이 부식되거나 노화되지 않도록 관리하는 게 중요하다.
재료 표면의 부식이나 노화는 온도나 습도 및 일관의 영향을 크게 받는다. 어린이 활동공간에 도장·도금하지 않은 미가공 철판 등 부식되기 쉬운 재료나 기후조건 변화 등에 의해 노화되기 쉬운 재료를 사용할 경우 기간 경과에 따라 재료 자체 혹은 재료에 함유된 유해물질이 표면으로 용출되어 손 혹은 입을 통해 유입됨에 따라 어린이 건강을 위협할 수 있어 이를 방지하기 위한 것이다.
도료나 마감 재료에 함유된 납, 카드뮴, 수은 및 6가크롬의 합은 질량분율(質量分率)로 0.1퍼센트 이하일 것을 명시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제조업자가 인증시험기관에서 안전인증(제품검사 및 공장심사)을 받은 후‘안전인증표시’를 하여 시장에 공급해야 할 의무가 있는데 표시가 없는 제품은 판매·영업을 금지하도록 하고 있다. 인증대상 어린이 용품은 물놀이 가구, 어린이 놀이기구, 자동차용 어린이 보호장치 등 3개 품목이다.
공산품 안전인증제도 인증절차를 보면, 안전인증 신청(제조자, 외국제조자) 후 제품검사 또는 공장검사(안정인증기관)를 거쳐 안전인증서를 발급(안전인증기관) 받은 후 안전인증 표시판매(제조자, 외국제조자) 절차를 거쳐야 한다.
미국과 EU 등 선진국에서는 어린이용 품에 대해 발생 위해의 원인규명 또는 위해성평가 결과를 바탕으로 제품에 사용되는 유해화학물질을 규제하고 있다. EU 역시 완구의 유해물질 관리와는 별도로 환경호르몬 물질인 프탈레이트 함유 PVC 완구 및 유아용품을 규제하는 지침을 규정하고 있다. 일본은 20종의 유해화학물질에 대해 유해물질별 함량기준을 설정해 규제하고 있다.
하지만 현재 우리나라의 어린이용품 위해성 관리는 품질경영 및 공산품안전관리법에 따라 공산품 안전관리 차원에서 취급하는 정도에 그치고 있는 실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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