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과 인공의 친밀한 조화를 통한 친환경건축

‘환경 변화’와‘삶의 질’끌어안는 게 과제
편집국 | eco@ecomedia.co.kr | 입력 2010-11-05 17:22: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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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현대건축의 산실‘공간(空間)’
건물이 역사를 말해주듯 칭칭 감아올린 담쟁이넝쿨이 건물의 속살을 감싸고 있어 마치 도심의 녹지숲을 연상케 한다. 높다란 현대사옥건물 아래 자리한 탓인지, 아님 건물 옆으로 한옥
이 자리하고 있어서인지 작지 않은 건물임에도 다소곳하게 내려앉은 모습이 새색시 같기도 하다.

 

싸리비로 돌계단에 쌓인 낙엽을 쓸어내며 관리인이 위로 오르는 길을 안내해줬다. 시를 쓰듯 쌓아올린 좁다란 돌계단을 빙글빙글 돌아올라 건물 꼭대기쯤 오르자 다락방처럼 천정 낮은 집무실이 손님 맞을 준비를 마친 듯 한켠에 잘 정돈되어 있었다.

 

공간이란 표현만큼 내부는 오밀조밀 벽돌을 잘 짜 맞춘 반층 구조로 되어 있어 아기자기하게 공간을 최적화하고 있음을 한눈에 알 수가 있다. 자잘한 공간들이 미로처럼 뒤섞여 있지만 통일감 있게 중첩된 공간들은 퍼즐처럼 꼭 맞게 유기적인 구조를 이루고 있어 조화롭다는 느낌도 준다.

 

‘공간’은 1960년에 설립된 우리나라 최고의 건축설계사무소이다. 창립자는 한국 현대건축을 대표한 거장으로 일컫는 故김수근 선생이고, 그의 사후 제2대 수장으로 故장세양 선생이 공간을 이끌었으며, 지금은 (사)한국건축가협회 회장으로 있는 이상림 대표가 맡아 경영하고 있다.

“건축은 시대를 반영한 문화의 총체”
은빛 구레나룻이 인상적인 이상림 대표가 외미닫이 문을 열고나와 반갑게 맞아주었다. 지금까지 한국의 건축문화와 예술진흥을 위해 다각적인 활동을 펼쳐온‘공간’의 역사는 우리나라 현대건축사의 증인이요, 종합예술의 한 축을 이룬다.

 

여기서 발행되는 월간 SPACE(공간)는 올해로 44주년을 맞았다. 이 대표는‘공간그룹’이나 월간 를 단순히 건축에국한시키지 않고“시대를 반영한 문화의 총체”라고 말한다. 건축이 삶을 아우르는 의식주 중에 주의 모든 것을 담고 있기 때문이며, 그 속에서 개개인의 삶이 창조되므로 창조 작업이자 문화와 예술을 망라하는 종합예술이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그동안‘공간그룹’은 서울의 대표적인 건물인 잠실올림픽주경기장, 자유센터, 대학로 아르코미술관/대극장, 중앙우체국 등과 광명돔경륜장, 용인시문화복지행정타운, 부산아시아드주경기장을 비롯, 해외에 앙골라컨벤션센터, 리비아 에코트호텔, 적도기니 대통령궁복합시설 등 국내 1500여 점, 해외 100여 점에 이르는 건축물들을 설계했다. 이들 가운데 상당수는 아름다운 건축물로 선정돼 건축상을 받았다.


“건축하는 사람에게 있어 아무도 해보지 않은 건축을 설계하는 일은 영광이고 보람입니다. 국제행사나 기회를 타서 하는 여타 건축이나, 이외의 모든 건축물들이 저마다 다른 성격을 내포하고 있어 설계할 때마다 문화와 철학, 그리고 사람에 대해 연구하고 배웁니다.”


최근 이 대표는 남극의 테라 노바 베이(Terra Nova Bay)에 세워지는 제2세종기지 건립을 위한 건축설계에 참여하고 있다. “제2세종기지는 뉴질랜드 쪽에 가까운 남극 동남단에 세워집니다. 2014년 완공까지는 2년이 소요되지만 현실적으로 공사는 1년에 65일 정도밖에 할 수 없는 기후조건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고난도의 기술을 요하는 프로젝트입니다. 건축 과정에서 발생하는 폐기물은 전량 회수되는 건 물론이고, 오염원 발생을 최대한 억제하는 등 주변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할 계획입니다. 태양광, 풍력, 지열 등의 신재생 에너지가 주로 사용되고, 발전설비에서 나오는 배기가스와 배출수를 정화하는 장치도 설치하게 됩니다."


이 대표는 해외시장 개척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건축설계를 수출하는 건 한국의 문화를 전파하는 것과 같아서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가치를 지닙니다. 건축에 동반되는 건축자재나 디자인 등에 한국적인 요소가 적용되기 때문에 또 하나의 외교라고 볼 수 있습니다. 현재 저희 지사가 필리핀·리비아·알제리 등 해외 7개국에 설립돼 있는데 앞으로 해외시장 비중을 35%에서 50%까지 확장할 계획입니다."

친환경 건축설계, 디자인의 최적화가 긴요
최근 세계적으로 기후변화의 심각성이 대두되고 있는데 건축계에선 어떤 대책과 변화를 모색하고 있는지에 대해 물었다. “건축 변화의 핵심에는 기후변화의 주원인인 총에너지 사용량의 25~30%를 건축이 소비하고 있고, 이산화탄소의 40%가 건축에서 발생된다는 통계는 건축가의 어떤 역할이 필요한지에 대한 역설을 담고 있습니다. 현재 국가정책인 저탄소녹색성장에 부응하기 위한 성장전략과 이에 대한 작업을 진행 중에 있습니다. 세계건축가협회(UIA)에서도 건축이 기후변화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한 건축가의 역할을 강조하고 있고, 본 협회에서도 이미 건축가 환경선언과 동시에 심포지엄, 세미나, 출판활동 등을 전개하고 있습니다.”


그는 건축설계에 있어서도 건물의 외관과 인테리어의 미적 측면, 경제적인 측면 등의 기존 개념뿐만 아니라 에너지소비량과 온실가스 배출을 고려한 디자인의 최적화가 필요하다고 설명한다. “친환경건축물을 에너지와 재료, 녹지와 토양, 그리고 대기에 미치는 영향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지구환경변화에 미치는 영향과 인간의 쾌적성을 어떻게 동시에 담보해내는가를 고민해야 합니다. 이 요소들 하나 하나가 생태계의 순환체계 속에서 디자인되고 작동될수 있는 건축물이 필요해졌습니다. 이를 위해 건축설계프로세스가 초기단계부터 통합적(Integreted design)으로 적용되어야 합니다. 기존 건축이 심미적이고 직관적이며 비과학적인 일련의 설계 프로세스를 거쳐서 진행되었다면, 과학적이고 객관적이며 정량적인 프로세스를 거쳐 대지의 위치 선정, 주변의 에너지원 분석, 건물의 주향과 형상의 결정단계부터 친환경적 고려가 반영되어야 합니다. 건축가들은 할 일이 더 많아졌지만 기존의 건축적 행위를 반성적 성찰의 연장선상에서 노력하고 연구하고 있는 것입니다.”

지형, 주변 환경과 가장 조화로운 친환경건축
‘친환경건축물인증제도’의 시행을 놓고 일부에서 이를 홍보차원으로만 사용하고 있다는 부작용도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어서 이 제도가 제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인지에 대한 견해를 물었다. “‘친환경건축물인증제’는 아직 미흡한 부분이 없지 않지만 친환경 건축문화가 보편화되지 못한 초기에 여러 가지 인센티브와 홍보적 효과 등으로 건축시장을 많이 변화시킨 점은 높이 평가돼야 합니다. 이젠 이 제도가 안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초기단계에 미룰 수밖에 없었던 지표들을 수정해야 합니다. 우선, 건축물의 ‘혁신적 디자인’에 대한 배점과 배려가 없습니다. 친환경건축물은 단지 성능만 높이는 건축물이 아니라, 친환경디자인을 견인해줘야 합니다.” 


국내에서도 적용되고 있는 미국의 친환경건축물인증제도인‘리드(LEED)’에 대해서도 그는 구체적인 의견을 피력했다. “‘리드(LEED)’도 큰 배점을 할당하고 있긴 하지만 에너지소비 총량과 이산화탄소 감축량에 대한 개량화 방안도 정부에서 연구, 보급하여 명시할 필요성이 있습니다. 국내에선 최근 ‘에너지효율등급인증제’가 일반건축물에도 확대 적용되어 운영되고 있지만 건축물이 사용하는 에너지의 양이 건물의 친환경적 성능을 평가하는 핵심임에도 효과적이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앞으로는 미국(LEED), 영국(BREEAM), 일본(CASBEE) 등 외국의 사례와 마찬가지로 체계적으로 통합한 인증체계를 마련할 필요가 있을 것입니다.” 


대규모 프로젝트만을 주로 수행해온 이 대표가 실제 살고 싶은 집은 어떤 집일지 궁금해 물었으나 의외로 너무나 소박했다. 마치 돌을 보며 그 속에 이미 작품의 형상을 떠올렸다는 미켈란젤로처럼 역시 장인정신의 혼을 느낄 수가 있었다.“지형을 고려해서, 주변 환경을 흐트러뜨리지 않고 조화로운 건축이 되도록 하는 게 중요합니다. 삶을 꾸리는데 최소한의 공간을 최적화한 집이면 좋을 듯합니다.”


그는 대화의 말미에 월간에 대한 남다른 애정을 표현했다. “건축에 있어 가장 중요한 요소는 공간과 시간, 그리고 인간입니다. 그 중에서도 인간을 중심으로 건축을 완성해왔습니다. 그래서 인간 사이의 소통과 교류, 즉 커뮤니케이션이 중요한데 월간을 통해 지속적인 가치를 함께 추구해왔기에 여기까지 올 수 있었습니다. 이제 욕심이라면 건축이 문화의 대변자로써 사회적인 발언을 활성화하고 상호 의사 교류의 터전을 마련하기 위해서는 학교가 필요하단 생각을 갖게 되었습니다.”

영국의 정치가 처칠은 “인간은 건축을 디자인하고 건축은 인간을 디자인한다”는 말로 공간환경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사람이 건물의 영향을 받기 때문에 눈에 보이는 것만 건축은 아니라는 것이다. 중요한 요소는 ‘관계’라든가 ‘삶’의 전반에 관한 것이니만큼 건축이란 공간에서 생활하는 사람의 생태를 아는 건 어쩜 가장 친환경의 근본가치를 발견하는 일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가져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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