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타운 재개발 사업과 석면공해 문제

환경보건시민센터·한국석면추방네트워크 최예용
편집국 | eco@ecomedia.co.kr | 입력 2010-05-04 16:4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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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면공해 - 문제성의 제기
작년과 올해 대한민국에서는 거의 매달 석면사건이 터져 나오고 있다. 작년의 경우 1월에는 충남 석면광산지역의 주민건강피해문제가 확인되었고, 2월에는 서울지하철과 충북제천지역 석면광산문제가 불거졌으며 (제천초중교 운동장의 석면오염 확인), 3월에는 서울 태평로 삼성본관과 주변지역의 석면오염 문제가 조사되었고, 경북 영주의 석면광산 오염문제도 확인되었다. 4월에는 베이비파우더 탤크 석면문제가 터졌으며, 이어 화장품과 의약품석면문제로 온 국민이 석면공포에 떨었다. 이어 대구 재개발지역 석면오염문제가 알려졌고, 5월에는 서울 뉴타운 재개발지역의 석면오염과 시멘트의 석면문제, 6월에는 정부종합청사와 은평구청, 한국토지공사등 공공기관의 불법적 석면문제가 고발되었다. 정부는 작년 석면종합대책을 수정 발표하면서 우리나라에서 앞으로 매년 5,120명씩 30년간 153,600명의 석면피해환자가 발생할 것으로 추정했다. 매년 악성중피종암환자가 400명, 폐암환자 400명, 석면폐환자 320명, 흉막질환자 4,000여명 등이다. 모두 치료가 불가능할 뿐 아니라 중피종과 폐암의 경우 예후가 극히 나쁜병으로 평가된다.즉 잔여수명이 매우 짧은 악성질병이라는 말이다. 석면폐나 흉막질환자의 경우 암으로 악화될 가능성마저 있다. 프랑스에서는 석면에 의한 폐암피해보상이 중피종보다 2배나 많아 이를 적용할 경우우리나라에서 매년 석면폐암피해자가 800명씩 발생할 것으로 우려된다. 뉴타운과 석면공해 한국의 경우 일반적인 석면 사용국가와 다른 두 가지 특징이 있다. 하나는 30여개가 넘는 석면광산 주변의 석면비산문제와 전국적으로 벌어지는 대규모 재개발로 인한 석면함유건축물의 대대적인 철거과정에서의 석면 비산 문제이다. 재개발로 인한 석면문제의 심각성은 석면함유 건축물을 대규모로 일시에 철거하는 과정에서 다수시민들이 석면먼지에 노출되는 것으로, 건축물의 자연노화과정에서의 일반적인 석면노출문제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의 많은 피해가 우려된다. 인위적으로 짧은 시간에 대규모의 석면철거가 진행되지만 많은 경우 안전조치하나 없이 진행되거나 형식적으로 취해지기 때문이다. 특히 수십만 명의 시민들이 개발지역 주변에서 거주하는 상황에서 철거가 진행되는 것이 가장 큰 문제다. 왕십리 뉴타운 어린이집 석면문제는 뉴타운으로 대표 되는 재개발사업에서의 석면문제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다. 그런데 건물철거가 진행되는 현장 한가운데서 7개월 동안이나 홍익어린이집이 운영되어 120여명의 원아들이 아침저녁으로 철거현장 사이로 등하교를 해야 했다. 학부모들이 수차례 시정건의를 했지만 묵살 당했고, 학부모들의 의뢰로 필자가 어린이집과 주변에 대한 조사를 해보니 어린이집 창틀먼지에서 석면이 검출되었으며, 등하교길의 토양과 대기에서도 기준치를 넘는 석면이 검출되었다. 인근 아파트단지의 창틀에서 까지 석면이 검출되었다. 이 어린이집은 서울시가 자랑하는 서울형 어린이집으로 구청에서 직접 관리한다. 석면오염을 확인한 학부모들은 아이들을 앞세우고 서울시청 광장에 모여 석면문제를 알리는 행동에 나섰고. 환경단체는 물론이고 국회의원 여럿과 시의원 등 정치권이 현장을 찾는 등 문제가 커지자 그제서야 서울시와 구청은 어린이집을 옮겼다. 대책의 부제가 심각하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는 철거현장 한가운데 위치한 어린이집에서 국정감사를 열고 서울시부시장, 성동구청장, 노동부 청장, 환경부 국장 등을 불러 정부와 지자체의 책임을 따지며 대책을 촉구했다. 서울시는 향후 재개발지역에서 석면철거에 대한 감리제도 도입, 주민감시단 가동, 석면철거관련정보 제공 동의 대책을 제시했다. 서울시는 금년 4월초에 석면종합대책을 다시 제시하면서 환경영향평가에 석면대책을 포함시키겠다는 등의 내용을 발표하기도 했다.하지만 최근 필자가 서울시의 약속이행여부를 확인해보니 한마디로 눈 가리고 아웅하는 상황이었다. 주민감시단은 작년에 실질적으로 석면감시활동을 전개했던 철거지역의 세입자들을 모두 배제하고, 한국석면추방 네트워크 소속 환경단체와 노동단체 활동가 및 회원들 역시 하나도 포함하지 않았다. 대신 각 구청의 관제주민단체 회원들과 학교장 및 동장 등이 추천하는 학부모들이 감시단원 명단에 올라있었다. 왕십리뉴타운지역의 석면감시활동에 앞장서온 한 주민은
“구청의 석면감시단이 활동하는 걸 한 번도 본적도 들은 적도 없어요. 아예 이 지역에 살지 않는 사람들도 있는 걸요.”라고 말했다. 홍익어린이집 학부모들이 요구한 암보험문제는 더욱 기가 막힌 상황이었다. 석면에 노출되면 10년에서 50년까지 긴 잠복기를 지나 암에 걸릴 수 있는데 서울시는 만기 20년짜리 암보험을 들게 했다는 것이다. 2008년 10월 국정감사장에서 공언한 환경부장관의 중피종환자에 대한 역학조사 약속은 지금도 지켜지지 않고 있다. 도시 곳곳에서는 뉴타운과 재개발의 이름으로 건축물이 마구 철거되면서 석면먼지가 시민건강을 위협하고 있으며, 전국의 많은 학교에서는 냉난방시설을 한다면서 석면건축자재를 함부로 뜯어내 아이들이 1급 발암물질에 노출되고 있다. 석면제품의 제조,사용,유통을 전면적으로 금지한다고 했던 2009년 기준치의 70배나 되는 석면에 오염된 베이비파우더가 버젓이 팔렸다. 전국 수백여 아파트 건축현장에서도 불법 석면시멘트가 사용된 사실이 지적되었지만 책임부서인 지식경제부는 제대로 된 시정조치를 취하지 않아 시민단체에 매일 불안한 시민들의 문의전화가 걸려온다. 이러한 상황에서 정부가 아무리 그럴듯한 대책을 내놓는다고 한들 신뢰할 수 있겠는가?
가해자없는 피해자 경기도 광명시 철산동에 사는 한 시민의 예는 재개발 지역의 석면노출이 얼마나 심각한 결과를 가져오는지 말해준다. 최형식씨는 1984년부터 현재까지 철산동에 살아왔다. 그런데 철산동에서는 1980년대와 1990년대 두 차례 대규모 건축재개발이 진행되었다. 1980년대에는 최 씨가 살던 곳 인근에서, 그리고 1990년대에는 최씨가 살던 바로 그곳에서 재개발이 진행되었다. 그러던 중 최씨는 2008년 석면암인 악성중피종 진단을 받았다. 최 씨의 직업은 학원강사, 음식점 운영 그리고 최근 건물관리인이 전부다. 직업관련성 석면노출의 가능성은 아파트 건물관리과정에서 지하실 등에서의 노출가능성이 있지만 암진단 이전 최근 5년 사이의 일이라 직접관련성이 없다고 봐야 한다. 직업력이 아니라면 환경력 즉 거주력을 봐야 한다. 최 씨의 경우는 두 차례의 대규모 재개발과정에서 건축물철거로 인한 석면비산에 노출된 것이 원인으로 보인다. 중피종 환자 최 씨가 국회에서 열린 석면문제 공청회에 참석하여 석면관련성에 대한 조사와 피해대책을 호소하자 환경노동위원회 국회의원들이 환경부장관에게 역학조사를 요구했고 장관이 알았다고 답했었다. 그런데 이후 환경부는 이 사례에 대해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다. 중피종에 걸렸다는 사실이 확인되는 것이 두려운 것일까? 최 씨는 국감 이후 환경부에 찾아가 대책을 호소했지만 담당 공무원은 예산타령만 하고 있다며 자신이 어서 죽어 조용해지기를 기다리는 것 같더라며 분통을 터트렸다. 정부정책의 문제점 우리보다 석면사용 기간이 길고 사용량이 많아 석면피해자가 많이 발생하고 있는 일본에서는 2006년부터 2년 6개월 동안 석면특별법을 통해 6천명의 피해자와 유족들을 지원했다. 우리의 경우 작년 하반기 노동부와 환경부 그리고 일부 국회의원들 사이에서 석면특별법 제정이 논의되다가 흐지부지 되었다. 그 사이에 석면피해자들은 하나 둘 고통 속에 죽어가고 있다. 산업발전을 위해 사용된 죽음의 광물 석면에 의한 피해는‘공해병문제’요‘산업재해’다. 한편 암 정복을 외치는 보건복지부는 조기발견, 조기 치료만을 앵무새처럼 되뇐다. 석면과 같은 발암물질의 발생과 노출을 줄이는 게 최선이 아니냐고 지적하면 그것은 자신들의 영역이 아니란다. 몸속에 높은 수준의 발암물질이 축적됐더라도 암이 발생하지 않으면 문제가 없다는 뜻인가? 암환자가 발생해야 자신들의 존재가치가 드러나기 때문인가? 얼마 전 한국을 방문해 일본에서의 석면피해 사례를 소개한 일본 환경학의 거두 미야모토 켄이치(宮本憲一)교수는“석면 피해가 미나마타 병보다도 훨씬 큰 세계적인 공해병 문제를 불러올 것” 이라고 경고한 바 있다.
환경오염 실태파악의 부재
환경부는 지난 2006년 환경보건원년을 선언하고 환경오염으로 인한 건강피해문제를 적극적으로 해결해 나가겠다며, 환경정책을 수용체 중심의 관점 즉 인간과 생물체의 오염물질 노출로 인한 건강영향이라는 정책적 패러다임 전환을 강조했다. 그러나 정작 환경부 자신이 목표로 세운 환경오염물질이 건강에 위험을 불러올 수준의 과노출 위험인구(population at risk)를 10년 내 절반으로 줄이겠다는 내용에서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위험인구인지 기본적인 실태파악조차 알지 못하고 있는 형편이다. 환경보건분야만이 아니라 일반적인 환경분야에서도 사전예방원칙 (precautionary principle, 질병중심의 관점인 prevention 개념과 구분하기 위해 사전주의원칙이라고 부르기도 함)이 강조되는데 이 원칙은 환경오염 물질을 낮은 노출단계에서부터 주의를 기울여 노출을 방지하고 통제해야 돌이킬 수 없는 질병상태로 악화되는 것을 막을 수 있다는 개념이다. 따라서 환경오염 위험인구가 얼마나 되는지에 대한 파악이야말로 환경보건분야의 기본적인 출발점인 것이다. 환경보건분야의 주무부처인 환경부와 보건복지부가 먼저 머리를 맞대고 석면과 같은 발암물질의 발생과 과노출로 인한 위험인구를 줄이는 범정부적인 캠페인을 벌여야 한다. 환경피해 해결의 원칙 중 하나는 가해자에게 책임을 묻는 것이다. 그런데 석면피해의 원인을 제공한 석면광산이 모두 문 닫은 지 오래되어 가해자가 사라져 버렸고 재개발지역에서의 석면노출의 경우 책임자를 지목하기 애매하다. 석면관련 재개발사업의 주체가 정부(지자체), 조합 등과 시행사, 건물철거사업자 등으로 다양하기 때문이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묻다
다음 그림은 작년 초 서울시내 한복판에 위치한 삼성그룹의 본관건물 리모델링 과정에서 주변을 오염시킨 석면비산문제를 조사한 결과표이다. 모두 3차례에 걸쳐 조사를 했는데 조사 때마다 석면이 검출되었었다. 그것도 1990년대에 사용이 중단된 청석면(crocidolite)이 검출되었다. 삼성본관에서 멀어질수록 석면검출율이 떨어지고 있고, 이 지역에서는 유일하게 대규모 석면해체 제거 작업을 한 곳이 삼성본관이었으며, 본관 건물 내에서 석면철거가 엉망으로 진행되고 있다는 것이 진작에 필자에 의해 2008년말 지적된 바 있다. 부분적이긴 하지만 노동부가 나서서 조사한 결과에도 주변식당의 먼지에서 청석면이 확인된 바 있다. 이렇게 오래된 건물을 리모델링하는 과정에서의 석면노출문제도 건축물 철거와 더불어 매우 심각하다. 2009년도의 석면탤크 문제는 화장품과 제약품 및 생활용품으로 확대되어 가히‘석면쇼크’에 빠졌었다. 석면문제는 채광->제조->사용->폐기의 전 과정에서 작업자들이 노출되는 산업재해문제에서 수많은 시민들이 노출되는 환경재앙으로 확대되고 있다. 관계당국이 문제해결에 적극 나서지 않는다면 베이비 파우더로 화난 엄마들이 나서는 것처럼 자발적 시민운동으로 이 중대한 석면문제를 해결하는 수밖에 없다. 수십 년이 흐른 후에는 왜 이렇게 한국에 폐암과 중피종암환자가 많은지에 대한 조사가 이루어질 것이며, 그 원인 이 과거 대규모 재개발과 뉴타운 사업이 추진되는 과정에서 석면철거가 엉망으로 진행되어 그랬다는 역학조사를 받아 보게 될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그 때는 재개발사업을 추진하고 허가했으며, 석면철거를 직접 담당한 정치인과 공무원, 건설업자들은 모두 그 자리에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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