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묵의 살인자, 석면

인천 뉴타운 재개발 현장에 스며든
편집국 | eco@ecomedia.co.kr | 입력 2010-05-04 15:42: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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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도심 재개발 사업의 복병 - 석면
인천광역시의 전통 있는 주거지역 도화동. 언덕 밑으로 멀리 내려다보이는 인천산업공단과 인천의 관광지라고 할 수 있는 동인천, 연안부두, 월미도, 송도 등을 쉽게 갈 수 있는 도심 교통의 요충지임이 바로 여기 도화동에 경인고속도로 도화 나들목이 있는 것으로도 충분히 알 수 있다. 인천시는 지난 2월 25일 도시계획위원회를 열고 도화거점구역을 분할하는 도시 주거환경정비 기본계획 변경안을 심의 의결했다. 이에 따라 도화거점구역은 경인고속도로 동측과 경인전철 남측 23만6천100㎡만 남고, 경인고속도로 서측 및 경인전철 북측 29만3600㎡ 는‘도화역 북측구역’으로 명칭이 바뀌면서 사업유형이 주택재개발로 결정됐다. 이는 인천시가 추진해 온 경인고속도로 가좌 나들목~용현시점 구간의 간선화가 난항을 겪으면서 사업시기와 방식이 불투명해지고, 도화역 북측(고속도로 서측) 지역의 재개발추진위원회 구성이 진행되면서 정비예정구역 분할을 요구하는 민원이 제기되었기 때문이다.
석면-상황의 공유
그리스어로‘불멸의 물질’이라는 뜻을 가진 석면 (Asbestos)은 뛰어난 단열, 방음 효과와 경제성 등으로 건축, 조선, 자동차 등의 산업 전반에 널리 사용되어 온 물질이다. 하지만 1970년대 이후 석면이 인간의 건강에 치명적인 영향을 끼친다는 보고가 나오기 시작했다. 호흡을 통하여 가루를 마시면 폐암이나 폐증, 늑막이나 흉막에 악성종양을 유발할 수 있는 물질로 밝혀져, 세계보건기구(WHO) 산하의 국제암연구소(IARC)에서 1급 발암물질로 지정한 위해한 물질이다. 석면의 잠복기는 보통 30~40년이어서 그 역학조사가 어려웠으나 최근 조사에 따르면 영국의 경우 1979년부터 2001년 동안 석면으로 인해 4만여 명이 사망했고, 미국도 매년 2천500여명이 석면으로 목숨을 잃고 있다고 한다. 우리나라도 2000년 이후 석면으로 인한 공식 사망자 수만 48명이 보고 되었고, 그 수는 시간이 갈수록 점점 더 늘어날 추세이다. 이런 위해성 때문에 대부분의 선진국에서는 석면의 제조 사용을 금지하고 있으며, 석면이 함유된 모든 제품의 생산 유통 판매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1997년부터 청석면 등 5개 석면 및 이를 1% 이상 함유한 혼합물질을 취급금지물질로 관리하여 모든 용도의 제조 수입 판매 보관 저장 운반 사용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으며, 백석면 및 이를 1% 이상 함유한 혼합물질을 취급제한물질로 관리하여, 석면 시멘트 제품 및 석면마찰 제품 용도로 제조,수입,판매,보관,저장,운반,사용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2009년부터는 사실상 석면이 함유된 모든 제품의 생산,사용,수입을 전면 금지하고 있는 실정이다. 2002년 미국에서 발생한 9.11테러사태 피해 영상을 보면 세계무역센터 건물이 붕괴되면서 엄청난 먼지들이 피어오르는 것을 볼 수 있다. 이 먼지의 많은 부분이 석면가루였다는 사실은 AP통신 등 세계 많은 언론들이 보도 한바 있지만, 유독 우리에게만은 그 내용이 알려지지 않았다. 국내의 수많은 오래된 건물들이 폭파해체 공법이라는 기술로 철거되며 많은 먼지들을 흩날리고 있는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어느 누구도 그 먼지 속에 숨겨져 있는 석면의 위해성을 알리거나 문제시 삼지 않았던 것이다. 지난 70년대 이후 지어진 우리나라의 건물에는 다량의 석면이 함유된 건축자재가 사용되었다. 이 석면을 관리하기 위해서 건물의 철거·해체시 관련 법규에 따라 석면의 종류 및 함유량 등을 사전조사하고, 작업현장의 완벽한 석면비상방지 작업규정, 제거된 석면 및 폐자재의 처리 등에 대한 폐기물관리법과 정부의‘석면 종합관리대책’이 규정되어 있다. 이러한 법적 규정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수많은 도심 재개발 및 건축 현장에서 제대로 된 규정에 따라 작업이 이루어지는 곳이 거의 없다는 것이 환경단체들의 조사결과로 드러났다. 건물 철거 현장에서 작업하는 노동자의 건강은 물론 주변의 일반인들의 건강도 함께 위협받고 있는 것이다. 인체에 흡입 된 후 30~40년 후에 발병해서 죽음에 이르는 병이 된다면 이 석면 문제는 문제유발자가 결국은 석면 관리를 소홀히 한 정부가 될 수밖에 없는 그런 산업 재해이며, 피해 당사자인 노동자만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 모두의 건강과 생명을 위협하는 문제가 될 것이다. 인천 도화재개발 지역의 석면문제 빨리 철거하고, 빨리 건설해서, 빨리 분양해야 많은 이윤이 남는 도심 개발 뉴타운 사업. 인천시와 인천도 시개발공사는 옛 인천대학교가 포함된 도화구역 재개발 과정에서 약 1천687t의 석면 폐기물이 배출 될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다. 하지만 이는 개략적인 조사이어서 이 수치가 정확한 것은 아니라고 한다. 환경단체에서는 이 지역에서 발생하는 석면 폐기물은 수천 톤이 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으며, 특히 구 인천대 본관을 폭파해체 할시 발생할 수 있는 비산 석면량은 그 수치를 가름하기 어려울 정도라고 한다. 도화동 일대는 주거 밀집구역이기에 수만 명의 주민이 거주하고 있다. 개발지역 부근에 10개교 이상의 학교가 자리 잡고 있으며, 특히 사업현장 반경 2㎞이내에 10여 개의 초·중·고교가 집중되어 있고, 인근 주민과 통학 학생만도 2만5천명을 넘고 있다. 결국 이들 모두가 침묵의 살인자인 석면에 직·간접적 으로 노출되어 있는 것이다. 기자가 찾아간 지난 15일에도 여기저기 유리창에 깨어진 채 출입제한을 하고 있는 (구)인천대 건물 주변에는 석면이 함유된 건축 폐자재들이 나뒹굴고 있었고, 방진마스크조차 쓰지 않은 경비원들과 용역업체 직원들이 순찰과 작업을 하고 있었다. 주변 거리를 지나는 시민들은 입과 코를 막을 손수건 하나없이 무심한 표정으로 먼지를 마시며 거리를 지나치고 있었다. 인천 시민환경단체들의 주장 지난 4월 14일, 구 인천대학교 본관 앞에서는‘인천도심 재개발과 석면피해예방을 위한 시민건강권 대책위원회(이하 대책위)’가 출범하였다. 대책위는 발족취지에서 “도심 재개발과정에서 발생하는 많은 사고와 유해물질로 인한 시민피해와 건강을 지키고, 많은 철거 예상 건물에 포함된 석면 문제의 심각성을 알리며, 생명보다 이윤이, 환경보다 개발이 우선되는 무분별하고 무책임한 도심재개발 문제를 시민건강권 차원에서 제기하고, 보다 안전하고 건강한 삶을 위한 대책을 마련하기 위해” 시민건강권 대책위를 발족한다고 밝혔다. 석면과 건강권이라는 매우 전문성이 요구되는 이번 문제에서는 특수성을 고려한 전문단체가 주도적인 역할을 담당하도록대책위를구성하고있다. 인천환경연합을 비롯한 10개의 전문단체와‘인천시민연대’를 포함한 9개의 시민단체가 연대한 것만 봐도 인천도화지구의 석면 문제는 인천 전체 시민의 건강권 문제 일뿐만 아니라 사회적으로, 국가적으로 큰 이슈가 될 수 있는 중대 환경 관련 사안임을 알 수 있다. 대책위의 주장은 다음 4가지로 크게 정리가 된다. 인천시 개발관련 시민모임인‘삶의 자리’도화주민 대책위원회 최미경 위원장은 기자와의 인터뷰에서“인천시와 도개공에서 세웠다는 석면대책이 명확하지 않습니다. 공개하지 못하는 대책수립을 주민들이 어떻게 믿겠습니까? 지금 상태에서는 법을 정확하게 지켜서 진행할 것인가가 가장 큰 문제이구요, 인천 도개공 같은 경우 다른 곳에서 석면 문제를 다루어 봤다든지 하는 경험이 있다면 조금 안심할 수 있겠지만 그런 경험이 전혀 없기때문에 오히려 법을 개정해달라고 국토해양부에 건의를 하고 그러는 상황입니다” “도개공의 계획을 보면 지금쯤이면 건물철거에 대한 안정성 계획이 모두 수립되어 있어야 합니다. 그러나 지난 2월에서야 겨우 석면조사 및 분석용역을 냈습니다. 결국 이런 상황을 볼 때 과연 인천시나 도개공이 석면에 대한 기본적인 문제성을 인식하고나 있는지 의심스럽습니다.” 시민단체들의 목소리는 단호했다. 그럴 수밖에 없는 이유는 아주 단순했다. 광역도시의 중심지역을 재개발 하겠다는 인천시와 인천시도시개발공사의 안이한 대책이나 늦장을 부리는 사업 추진 방식이 시민들을 불안하게 만들고 있기 때문이다. 2010년 2월에야 작성된‘도화구역 도시개발사업 석면조사 및 분석용역 과업내용서 “를 봐도 철거 시점이 눈앞에 다가온 시점에서 이런 지시서가 만들어지고 있다는 것이 졸속행정이 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인천도시개발공사의 도화지구 석면대책 이번 취재의 말미에 인천도시개발공사 홍보실에서 보낸 온 보도 자료를 손에 쥘 수 있었다. 이 자료에 의하면 도화지구 석면관리는 이상 무(無)이었다. 그 주된 내용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석면을 바라보는 기자의 눈
우리 인간의 삶에 있어 웰빙(well-being)도 중요하지만 웰다잉(well-dying)도 매우 중요하다. 개인의 문제가 아닌 정부의 관리소홀과 무관심으로, 개발 이익을 노리는 단체나 기업의 무책임한 행동으로 인해 우리의 건강을 해치게 되고, 행복하게 죽을 권리마저 잃게 된다면 억울하고 분통터질 일일 것이다. 바로 석면 문제가 그런 관점에서 우리 모두에게 경각심을 불러일으키게 하고, 대비와 대책에 대해 심도 깊게 논의하자고 하는 이유가 되는 것이다. 우리의 생활 터전 여기저기에서 개발되고 있는 재개발 지역 철거현장을 지나며 무심히 들이 마시는 먼지 속에는 우리의 폐를 망가트리는 무서운 발암물질인 석면 가루가 들어 있을 것이다. 나와 내 가족, 그리고 우리의 이웃들이 석면의 공포에서 벗어나는 길은 국민을 지켜야 할 정부의 굳은 의지와 정책, 도시개발 기업들의 윤리적이고 친환경적인 도시개발 방안 마련만이 해결책이다. 도화지구 취재를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서 만났던 도화지역 초등학교 학생들의 밝은 모습들이 아직도 눈에 선하다. 얼마 있지 않으면 철거를 시작할 인천 남구 도화재개발지구. 2~30년 후, 건강한 성인이 되어 있을 그들의 모습을 그리며, 지금 문제가 되고 있는 모든 석면 문제가 확실하게 해결된 후 도시개발을 위한 철거의 삽질이 시작되기를 바라는 마음이 간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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