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리를 바꾼 ‘간판정비사업’ 그 허와실의 대차대조표

편집국 | eco@ecomedia.co.kr | 입력 2010-01-06 00:02: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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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로구의 대학로 실개천 조성사업이 거리의 특성과, 행인의 안전성을 고려하지 않아 골칫거리고 전락하고 있어 문제라는 지적이 일고 있다. 대학로의 실개천은 서울시가 도심 속 실개천 조성사업의 첫 번째 작품으로 36억원의 예산을 들여 완공한 것이다. 개통 후 50cm 깊이로 조성한 실개천 일부 구간에서 보행자가 빠지거나 넘어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종로구는 결국 예산을 들여서 강화유리로 덮는다고 밝혔다.
종로구 삼청동에 조성하는 디자인서울거리 조성에 대해 문제가 많다. 서울시가 거리 조성을 위해 디자인이 좋은 간판들을 뜯어내고 서울시 간판가이드라인에 맞는 간판으로 교체한다는 것이다. 이를 두고 시민들과 관련 시민단체들은 디자인의 다양성을 죽이고 통일화 시키는 행정을 멈추라고 촉구하고 있다.
2006년도부터 거리 환경을 유해하는 간판들에 대해 문제점을 제시하면서 막대한 예산을 들여서 간판정비사업을 벌여왔다. 디자인서울의 거리 역시 간판정비사업을 포함하고 있는 사업으로 50개소의 거리를 대상으로 하고 있다. 하지만 지금까지 실시한 간판정비사업에 대해 긍정적인 측면보다는 부정적인 측면이 많다. 가장 논란이 되는 것은 막대한 예산을 들여서 획일적인 디자인으로 통일했다는 것이다.

간판은 공해, 간판정비 사업 대 유행 그리고 나타나는 문제점
거리에 간판을 교체하는 이른바 간판정비사업은 파주시가 최초로 시작했다. 2006년에 한 개의 거리를 지정해 점포들의 무질서한 간판을 철거하고 새로운 디자인의 간판으로 교체한 사업이다. 간판정비사업은 파주시를 필두로 각 지자체, 행정안전부, 문화체육관광부, 서울시청 등으로 마치 유행처럼 번져나갔다. 하지만 시행되는 사업마다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의정부시는 중앙로에 거리 환경 개선사업을 실시했다. 간판의 크기가 작아 시민들이 점포를 알아보기 어렵다는 이유로 가로수들을 베어버리고 전선 지중화사업을 실시했다. 사업 종료 후 노후화된 건물에 작게 붙어 있는 간판들과 획일적인 디자인으로 인해 거리는 황량하며 어수선하고 지저분해 졌다.
인천시는 2007년에 일본 문화의 거리 조성 사업을 위해 많은 예산을 투입해 점포들의 파사드를 일본의 전통 가옥 모습으로 바꾸었다. 이로 인해 많은 전문가들의 비난을 받았다.
안양시의 경우 번화가 일대의 간판정비사업을 실시했다. 지역별로 테마를 잡아서 비슷비슷한 디자인으로 통일시켰다. 노후화돼 구저분한 건물의 외관을 가리기 위해 나무판을 데고 그 위에 간판을 부착했다. 이로 인해 거리의 간판디자인은 획일적이게 변해 버렸다.
의왕시도 역시 테마별로 분류해 간판정비 사업을 진행했다. 대부분 입체형문자간판으로 차세대 광원인 LED를 사용했으나, 조도가 낮아서 야간에 광고효과가 없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간판정비사업 거리 환경 개선에 도움 못돼
간판정비 사업에 대해 가장 많은 논란이 되고 있는 것은 획일화된 디자인에 있다. 거리에 무질서하게 설치된 거대하고 조악한 디자인 간판을 처단하다는 이유로 간판을 다 떼어내고 디자인된 간판을 부착하고 있다. 그 의미는 좋으나 디자인 혹은 문화 예술의 다양성을 헤친다는 주장이 많다. 수많은 제작업체들이 제작했던 다양한 디자인의 간판들을 1개의 디자인 회사에서 제작했기 때문에 다양한 디자인은 기대할 수 없다. 점포의 특성도 고려하지 않은 획일적인 디자인이라 거리의 매력을 살려줄 수 없다는 것이다.
간판정비 사업을 펼치기 위해서는 해당 점포주들의 허락이 받아야 한다. 점포주 소유의 간판을 교체하고 행정당국에서 제작한 간판을 설치하는 것이기 때문에 점포주의 허락은 필수다. 행정당국이 가장 꺼려하는 작업이 바로 허가를 받는 것이다. 점포주들이 완강하게 반대하기 때문이다. 주민들이 반대하는 이유는 간판의 크기 작기 때문에 광고 효과가 없다 것과 매출액 감소다. 행정당국은 간판을 바꾸고 거리 환경을 개선하면 거리가 살아나기 때문에 매출액이 상승할 것으로 보았다. 하지만 오히려 매출액이 떨어지는 결과를 초래했다. 안양 1번가의 몇몇 상인들은 자신들의 점포의 간판이 크기가 작아서 대중의 눈에 띄지 않고 어필하지 못하기 때문에 매출액 감소로 이어졌다고 설명했다.

조도 낮아 상업지역의 활력 잃어버려
간판정비 사업에 사용된 간판은 입체형문자간판이다. 이 간판에 사용하는 광원은 LED로 2008년부터 각광 받기 시작한 광원이다. 비싸고 조도가 낮다라는 단점을 갖고 있다. 또한 LED는 검증 받지 않았기 때문에 간판에 적용하기에는 무리라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하지만 행정당국은 새로운 광원이기에 이를 적극 사용했고 일부 지자체는 LED광원 활용을 권장하는 내용을 옥외광고 조례에 포함시키기도 했다.
의왕시의 경우도 LED 광원을 사용했으나 조도가 너무 낮았기 때문에 제 시공하는 사례가 발생해 사업자체가 지체됐다. 간판정비사업을 실시한 안양시의 경우 간판들이 발산하는 빛이 없어져 거리가 어두워졌다. 상가번영회 회장은 거리가 어둡기 때문에 간판 정비 전보다 성추행 범죄의 빈도수가 높아지고 노상방요가 급증해 거리가 더욱 더러워지고 있다고 말했다. 안양시는 다시 예산을 들여서 해당거리에 가로등을 늘릴 수밖에 없었다.

디자인거리 조성은 어떻게 해야 하는가
삼청동과 인사동의 공통점은 우리나라를 대표는 하는 특색 있는 거리라는 것이다. 늘 활력이 넘치고 상권이 고정적으로 형성돼 있다. 또 하나의 공통점은 우리나라 현실에 맞는 아름다운 간판들이 있는 거리로 유명하다는 것이다.
간판의 크기도 작고 개수도 적다. 저마다 이색 소재로 제작된 간판들이기 때문에 눈길을 끈다. 인사동은 우리나라 전통 문화가 살아 있는 거리기 때문에 간판 디자인 역시 이와 닮아 있다.
인사동의 스타벅스 간판은 국내에서 유일하게 한글 간판이다. 원래 인사동에도 영어로 표시한 스타벅스 간판이 설치되려고 했지만, 지역 주민들에 의해서 한글로 간판을 설치할 수밖에 없었다. 한국의 전통이 살아 숨 쉬는 인사동 거리의 지역적 특성을 감안하면 영문의 스타벅스 간판은 어울리지 않다는 게 이유다.
삼청동은 다양한 간판이 존재하는 거리다. 각종 갤러리들이 많기 때문에 훌륭한 스트리트 퍼니처와 벽화들이 있어서 아름다운 거리다. 경복궁 근처라 한옥도 많으며 반면 서양식의 건물도 많다. 동서양이 공존하는 그런 거리다. 서울시와 종로구청은 삼청동 거리의 간판정비사업을 실시한다고 밝혀 다양한 디자인이 즐비한 거리에 행정이라는 칼을 대 망가트린다는 비난을 받기 시작했다. 현재는 디자인서울거리 사업 중 간판 정비만 마친 상태다. 종로구청 관계자는 삼청동 하면 모두 디자인이 좋은 간판이 있는 줄 아는데 이는 잘못된 생각이라며 삼청동 역시고 법적 규격에 맞지 않는 간판들이 많다고 말했다. 이번에 실시한 간판 정비는 적법하지 않은 간판을 교체하고 점포주가 원하는 디자인으로 바꾸는 것까지만 실시했다고 종로구 관계자는 설명했다.
간판정비가 완료된 삼청동의 거리는 그동안 사업이 진행된 다른 거리들과는 다르다. 바로 다양성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물론 행정당국에서 해준 간판은 확연히 티가 난다. 간판정비사업이 조성된 타 거리의 것과 유사하기 때문이다.

문화가 살아야 거리가 산다
디자인서울거리 조성사업은 거리를 살리고 문화를 살기 위해서 실시하는 것이다. 거리와 문화를 살리기 위해서 기존에 있던 잡다한 간판들을 철거하고 모든 간판들을 비슷한 모양들로 통일시켰다. 우리나라는 거리도 좁고 복합 상가들이 많은 특성상 간판들이 많을 수밖에 없다. 그렇기 때문에 간판들은 한 건물에 덕지덕지 붙을 수밖에 없다. 이게 우리나라 거리의 문화이고 공간문화다. 하지만 이를 바로잡는다는 이유로 행정당국은 막대한 예산을 들여서 간판을 모두 철거하고 디자이너 한 사람에게 모든 것을 맡겼다. 결국 다양성을 포기하고 획일성을 택한 것이다.
간판문화에 대해 문제점을 지적하는 전문가들은 유럽을 예로 들고 있다. 소위 클레식한 느낌의 작은 간판들이 있는 거리를 좋은 거리로 인정하고 우리나라의 앞으로의 간판정비사업의 지표로 설정한다. 하지만 이는 우리나라 실정에 맞지 않다.
광고물의 크기와 매출액을 연관 지어 생각하는 점포주들의 고정관념과, 점포가 자주 바뀌는 문화 경제 수준을 고려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유럽의 경우는 한 곳에서 100년 이상을 영업한 점포들이 많다. 이들은 전통성을 중시하기 때문에 간판 역시 전통의 것(클레식한)을 그대로 상용한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프랜차이즈체인점이 많고 점포가 자주 바꾸기 때문에 유럽처럼 될 수 없다. 그렇다면 우리나라 현실에 맞는 그런 것이 필요한데 거리를 디자인하는 사람들의 생각은 다르다는 게 문제다.
대학로, 인사동, 삼청동은 특수한 거리다. 전통미와 서양의 미가 동시에 공존하는 그리고 겔러디들이 넘쳐나는 곳 삼청동, 우리나라 전통의 것들이 즐비한 인사동, 다양한 공연과 젊은이들로 활력이 넘치는 대학로 각자의 고유한 문화가 있기 때문에 상권이 발달돼 있다. 하지만 다른 거리들은 문화보다는 상권이 발달돼 있어 경기에 민감해 고정적인 상권이 형성돼지 못한다. 문화가 살아야 거리가 살고, 상인들이 살고, 그 지역의 간판이 스스로 바뀐다.
문화는 자생하는 것이다. 그 문화가 자생한다면 난립한 간판도 없고 조악한 간판도 없을 것이다. 간판이 거리의 유해 요소로 작용할 일도 없을 것이다. 우리는 문화가 조성될 수 있게 최선을 다해야 한다. 그리고 행정당국은 문화가 올바르게 들어설 수 있게 도와주는 존재가 되어야 한다. 막대한 예산을 들여서 문화를 통일시키는 그런 존재가 돼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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