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트 교토의정서’를 대처할 새로운 협의 도출을 위해 개막된 이번 COP15에 전 세계의 이목이 집중되었지만 실효성 있는 협의 도출에는 끝내 실패하여 절반의 성공이라는 평가를 얻고 말았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 원자바오 중국 총리, 만모한 싱 인도 총리 등 온실가스 감축의 열쇠를 쥐고 있는 세계 정상들을 포함, 세계 105개국 정상과 192개국 대표 등 약 2만 명이 참여해 구체적 대안 마련에 머리를 맞대었지만 당사국간의 이해 차이가 커 의견조율에 실패하고 말았다.
혹자들은 이번 총회를 선진국과 개도국간의 대결이라 명명할 정도로 지구 온란화의 주범인 탄소 배출 규제의 명제에 관해서는 대체적으로 찬성의 의견을 표하면서도 해법의 실마리가 되는 규제 방법에 있어서는 서로 상이한 이견의 대립으로 주목을 모아왔다.
탄소배출 규제의 목소리를 높이는 선진국들의 주장과 개발논리의 당위성을 주장하는 개도국간의 팽팽한 줄다리기 속에 교토의정서 체제와 같이 5년이라는 단기간의 규정이 아닌 2050년까지의 장기 규정 논의가 한차례의 총회를 통해 응집된 협의안 도출이 애초부터 무리라는 지적이 일기도 하였다.
산고 끝에 발표된 구속력 없는 협정문
비난과 비판의 목소리로 의미는 퇴색
이번 총회의 유일한 성과인 ‘코펜하겐 협정’(Copenhagen Accord)은 결국 참가국들 승인을 받지 못한 채 못하고, 이 내용에 ‘유의한다(take NOTE)’는 수준에서 합의가 이루어져 법적 효력을 갖는 데는 끝내 실패하였다.
합의안에는 지구 평균 기온 상승분을 산업혁명 이전 대비 섭씨 2도 이내로 제한하자는 내용을 명시했으나 2050년까지 1990년 대비 50% 감축해야 섭씨 2도로 제한할 수 있다는 유엔 산하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위원회(IPCC) 권고 내용에도 미치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지구 기온 상승을 2도 이하로 유지하는 부분에서 비록 한 목소리를 내긴 했지만 이를 실행하기 위한 법적 구속력 있는 장기 온실가스 감축 목표치는 설정하지 않았고, 지구온난화로 국토 대부분을 잃게 될 저고도ㆍ도서 국가들이 주장한 목표 1.5도에는 못 미친다는 혹평도 피할 수 없었다.
일단 선진국은 2010년 1월31일까지 2020년 감축 목표를, 개도국은 실행방안을 담은 감축 계획을 제출하기로 하여 탄소배출에 관한 논쟁은 구속력 있는 협의안 도출까지 끝임 없는 논쟁이 예상된다.
또한 선진국의 온실가스 감축 기금(GREEN CLIMATE Fund) 출현을 명시, 내년부터 3년 동안 300억 달러를 긴급지원하고, 2013년부터 2020년까지는 매년 1,000억 달러를 개도국 및 빈국에 대한 자금지원을 약속했지만 그나마 누가 얼마씩 낼 것인가의 명확한 명시가 없어 이에 대한 당사국들의 의견조율이 쉽지 않으리란 전망이다.
당초 개도국이 요구한 연간 4,000억 달러와 유럽연합(EU)이 제안한 1,500억 달러보다도 적은 금액 연간 1,000억의 자금지원이 발표 되었지만 협상테이블에 앉은 개도국은 단순한 금융지원이 아닌 실질적 기술이전을 필요로 하고 있어 개도국의 목소리가 배제된 선진국의 일방적 합의라는 비난을 받고 있다.
검증방법에 있어서도 나라간 이견을 좁히지 못해 개도국은 2년에 한 번씩 자신들의 온실가스 배출 노력을 유엔에 보고하지만 개도국의 주권을 최대한 존중한다는 이례적인 단서 아래 국제적인 검사를 받기로 했다.
이는 중국이 국제 규제를 받아들이는 것을 거부함에 따라 취해진 조치로 자국 산업보호를 이유로 교토의정서 서명을 거부했던 미국과 중국이 양자 대화를 통해 이 같은 합의안을 만들었다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또한 산림 파괴로 인한 온실가스 배출 증가를 감소시키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는 공감대 아래 선진국들은 산림 파괴를 막고 산림 보호를 위한 행동을 유인하기 위해 재정적 지원을 제공키로 협의, ‘산림 파괴로 인한 온실가스 배출 감축(REDD+)’ 프로그램 운용을 협정안에 포함시켰는데 미국, 영국, 일본, 프랑스, 호주, 노르웨이가 35억 달러를 내놓기로 합의하였다.
한국, 비의무감축국가 분류로 실익 챙겨
이대통령 GGGI와 NAMA 주창으로 큰 호응
총회 개최 전부터 실질적 협의의 전제조건으로 온실가스 감축의 열쇠를 쥐고 있는 미국, 중국, 인도 등이 얼마나 양보하여 합의를 이끌어 내느냐에 관심이 모아졌지만, 자국의 논리를 앞세워 결국 소극적인 협정안을 만들고 말았다는 지적이 대세로 이를 저지하지 못한 EU를 향한 비난도 쇄도하고 있는 실정이다.
한편 이번 협정안에 대해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은 ‘모두가 희망했던 결과는 나오지 않았지만, 첫걸음을 뗐다’고 평가하면서 ‘내년까지 구속력 있는 협약으로 발전시켜야한다’는 희망을 피력하기도 했다.
그러나 영향력을 발휘한 G2(미국, 중국) 주도로 진행된 이번 총회의 결과에 대해 세계 주요 외신들은 총회 결과에 대한 회의적인 보도와 논평을 내놓으며 총회 분위기를 전했다.
총회 막바지 총회에 참석한 이명박 대통령은 정상회의 연설을 통해 국정과제인 저탄소 녹색성장을 새로운 글로벌 성장 패러다임으로 제시하고 ‘글로벌 녹색성장 연구소(GGGI)’ 설립 계획을 발표해 환영을 받았으며, 개발국이 자발적으로 등록부에 감축목표를 기재하고 이행실적을 엄정하게 측정·검증토록 하는 ‘나마(NAMA, Nationally Appropriate Mitigation Actions)등록부’를 채택할 것을 제안하여 주목을 받기도 하였다.
한국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으로 연간 온실가스 배출량 세계 9위라는 이유로 의무감축국으로 지정돼야 한다는 압박을 받아왔으나 의무감축국 지정이 미뤄지는 실익을 얻었다.
지난 2007년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개최된 총회에서는 부속서1 국가를 '선진국', 비부속서1 국가를 '개발도상국'으로 표기하여 선진·개도국 모두가 온실가스 감축노력에 동참토록 한 이른바 '발리 로드맵'이 이번 코펜하겐 협정은 '선진국'이란 표현을 '부속서1 국가'로, '개도국'이란 표현을 '비부속서1 국가'라고 바뀌어 의무감축국의 부담을 덜어내게 되었다.
의무감축국(Annex 1)이 분류되면 국제사회의 엄격한 검증과 감시 등 각종 제약이 뒤따르지만 감축 비의무국가로 남으면 자율적으로 감축 목표를 정하고 스스로 이행방식을 마련할 수 있다는 장점과 함께 단기적으로 경제 성장의 장애 요인을 줄일 수 있다는 긍정적인 평가다.
이번 총회에 앞서 온실가스 감축 의무가 없는 국가로는 처음으로 2020년 배출전망치(BAU)보다 온실가스를 30% 감축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해 많은 개도국의 자발적 감축 목표 선언을 이끌어낸 바 있는 한국은 스위스, 멕시코 등과 5개국과 함께 환경건전성그룹(EIG)을 이끌고 있는데 선진·개도국 간 교량 역할을 충실히 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를 발판으로 2012년 예정된 18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 유치를 공식 표명하여 참가국들의 높은 관심과 환영을 받았는데 유치 선정의 결과는 올해 말 멕시코에서 예정인 16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에서 결정될 예정이다.
차기 멕시코 'COP16'까지 1년의 기회
나부터란 마인드로 양보와 화합이 절실
비록 요란한 소문 속 잔칫상에 먹을 것 없는 모양새의 총회 결과에 대해 호평과 혹평의 대립적인 평가가 오가는 형국이지만 위기에 처한 지구 살리기에 전 세계가 함께 모여 고민하였던 점에 큰 의미를 둘 수 있었던 코펜하겐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
교토의정서를 대처할 구속력 있는 협의 도출을 차기 멕시코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로 미뤄놓았지만 2010 한해에 집중되는 관심은 그 어느 해 보다 더 뜨거울 전망이다.
세계 정상들이 모이는 G20 정상회의가 캐나다와 한국에서 올해 두 차례나 예정되어 있어 연말에 예정되어 있는 멕시코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 전 국가 별 이견을 사전에 조율할 기회가 충분히 있으리라는 예상이다.
그러나 선진국과 개도국 간 불협화음을 어떤 방법으로 풀어 낼 수 있느냐 하는 질문에 명쾌한 해법을 제시할 나라도 많지 않을 것이라는 것이 지배적인 생각이다.
이기적으로 자국의 입장만을 목 터져라 외칠 것이 아니라 직면해 있는 지구온난화 문제의 해법을 찾을 수 있는 현명한 하모니를 이뤄나가야 할 것이다.
“지금 시간은 인류의 편이 아니다. 선진국들은 환경오염이 어디서 시작됐는지 깨달아야 하고 이들의 책임은 다른 국가보다 무겁고 그들의 감축안은 보다 대규모여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인 프랑스 사르코지 대통령의 외침에서처럼 인간의 탐욕으로 인해 병들어가고 있는 현재 지구의 모습을 바로 깨달아 더 이상의 후회되는 행동이 되풀이 되어서는 안 될 것이다.
코펜하겐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 이례적으로 두 차례의 연설을 통해 깊은 공감대와 높은 호응을 얻었던 이명박 대통령의 연설에서처럼 각국이 ‘나부터(me first)’ 정신으로 행동에 나서지 않는다면 인류는 자연의 대재앙 속에 어리석음을 경험으로 깨닫게 되는 순간에 봉착할지도 모른다.
세계 각국에서 모여든 NGO 회원들의 과장된 퍼포몬스가 현실이 되지 않게 하기 위해서는 보다 결단력 있는 각국의 양보와 화합이 절실히 요청되고 있는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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