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생물자원의 관리 실태

전하억 | eco@ecomedia.co.kr | 입력 2009-11-03 17:0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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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스킴라일락, 잉거비비추, 구상나무, 나리…. 이 땅을 수천 년 동안 지켜왔지만 우리의 무관심 속에 생물주권을 빼앗겨 어느새 국적이 바뀐 우리 토종이다. 이들은 해외로 반출돼 고부가 생물상품으로 품종이 개량돼 국내에 역수입되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각종 개발 사업에 의한 서식지 훼손, 생물자원의 해외유출, 무분별한 채취 및 밀렵 방치 등 그동안 생물자원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이 낮아 기초자료가 부족하고 생물자원에 대한 관리가 부실한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편집자주

생물자원은 지구 생태계의 중요한 구성원이자 부가가치 또한 엄청나다. 예를 들어 버드나무 껍질로부터 만들어진 아스피린은 대표적인 해열진통제로 100년간 판매되고 있고, 주목에서 만들어진 항암제인 택솔은 연간 12억달러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의약품의 80% 이상이 식물 등 천연물질에서 추출돼 우리의 질병을 치료한다. 1992년 6월 생물다양성협약이 국제적으로 채택되면서 생물자원에 대한 주권이 인정됨에 따라 생물자원을 둘러싼 국가 간 경쟁이 날로 치열해지고 있다.

국내 생물종 3만 여종
현재 우리나라의 생물종 수는 약 10만 종으로 추정되나 현재 약 3만 종만 발굴이 확인된 상태다. 나머지 70%의 생물은 이름조차 얻지 못한 채 서식지를 잃고 하나둘씩 사라지고 있다. 2004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환경통계연감에 따르면 우리나라 전체 생물종은 2만9916종이며, 그 중 포유류 수는 100종으로 나타났다. 이는 다른 나라와 비교해 보면 매우 적은 숫자다.
국내 자생생물로 추정되는 10만종 중에서 한반도 고유 생물종은 고유종 문헌조사 결과 총 2322종으로 확인됐다. 고유종은 자생생물 중에서 우리나라에만 분포하는 종으로 장차 국가 생물주권 확립의 핵심요소가 된다. 고유종에 대한 발굴 및 관리가 점차 중요해지고 있으나 아직까지 확실한 자료조차 없는 실정이다. 다만 연구용역을 거쳐 국내 고유종이 2000여 종이라는 것만 확인했을 뿐이다.

우리나라 생물다양성에 대한 위협
우리나라도 많은 생물종이 멸종위기에 처해 있고, 앞으로도 이러한 추세는 지속될 전망이다. 그 간의 경제성장 과정에서 생태계를 고려하지 않은 개발로 인한 서식지 훼손과 밀렵·남획 등으로 많은 종의 개체수 감소와 개체수가 현저하게 감소하여 멸종위기에처한 야생동·식물 221종을 멸종위기종으로 지정·관리하고 있다.
산림은 최근의 기후온난화 및 산불 등 (’98) 지리산·중부지방의 폭우, (’00)동해안 대형산
불, (’01)봄철 가뭄 (’02)태풍 루사, (’03)태풍 매미, (’04)폭설 피해, (’05)양양 산불, (최근)
황사발생 규모 확대등 자연재해의 빈번한 발생으로 희귀·고유 수종의 서식환경 악화로 산림
생물종 감소추세에 있다. 그러나 국토면적의 64%인 산림이 개발 계획 등으로 매년 감소되
는 추세로 산림생태계 보전에도 효율적이지 못한 실정이다.
농지면적 또한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으며,
‘00~’07년 동안 연평균 14,668 ha가 감소하였으며, 특히 수서생물의 서식지 역할을 하고 있는 논면적(전체 농지의 70%)의 감소가 두드러지고 있다. 이는 도시화·산업화로 인한 건물과 공공시설의 건축(60%)에 기인하며, 농지가 유휴지화(22%)되고 유휴지가 농지로 환원되기 보다는 산업이나 도시건설 용지로 이용될 가능성이 높은 것에서 찾을 수 있다.
이외에도 지난 100년간 6대도시 평균기온은 약 1.5℃ 상승하는 등 우리나라의 기후변화 진행속도는 세계 평균보다 빠른 실정으로 ‘05년 우리나라 온실가스 총 배출량은 5.9억 CO₂톤(전 세계 배출량의 1.7%)으로’ 90년대 대비 98.7% 증가했다. 이에 따라 산불 등 재해
증가뿐만 아니라, 생태계 교란 등 생물다양성이 급격히 감소했다.
봄철 건조일수 증가로 전국 연평균 산불건수는 ‘80년대의 3배, 산사태는’ 70년대의 3배가량 증가, 집중호우 빈발 등으로 ’70년대에 비해 ’00년대에는 산사태발생면적과 복구비가 연평균 3배가량 증가, 산림병해충 발생은 ’04년까지 지속적으로 감소하였으나, ’05년부터 이상기후로 인해 증가추세로 전환되었고, 확산속도가 빨라졌다.
여름철 기온상승으로 증발산량의 증가로 인해 고유특산수종인 지리산·한라산 구상나무 생장율 감소, 토양산성화는‘80년대 pH 5.48에서 ’ 06년에는 pH 4.95로 심화되었다. 특히 자연적 또는 인위적으로 우리나라에 유입된 외래생물은 907종(식물 287종, 동물 620종)이며, 일부 종에 의한 생태계교란 발생하고 있는 실정이다. 실예로 붉은귀거북은 담수산 어류, 수서곤충, 양서류 등을 섭식하며 먹이사슬 교란 큰입배스는 육식어종으로 치어 때는 갑각류를, 성장 후에는 수서곤충·어류 등을 섭식하여 고유종의 서식처 피해를 야기하고 있는 실정으로 생물다양성 보전체계를 강화할 필요가 제기되고 있는 실정이다.

동북아 생물자원 소장·연구 허브
우리나라도 생물자원을 확보하고 연구·보존하는 데 점차 많은 관심과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그 같은 관심과 노력의 상징이 바로 2007년 '국립생물자원관(www.nibr.go.kr)' 개관이었다. 국립생물자원관은 '국가 생물자원의 효율적 보전·관리 시스템 구축을 통한 생물주권 구현'을 위해 '국가 생물자원 확보·소장·관리'와 '생물자원 조사·연구' 등의 기능을 수행하고 있다. 1,100만 점 이상의 생물표본을 보관할 수 있는 동양 최대 규모의 수장시설을 자랑하는 생물자원관은 2020년까지 동북아 생물자원 소장·연구 허브로 발돋움한다는 계획이다.
현재 생물자원관이 진행하고 있는 사업 중의 하나가 '전략지역 및 특정분류군 표본 확보 사업'이다. 이 사업의 목적은 기후변화나 국토개발 등으로 인해 사라져 버릴 위험성이 높은 생물의 표본을 미리 확보해 중요한 국가 생물자원으로 이용하기 위한 것이다.
2008년 전략지역은 개발 사업이 활발하게 진행돼 생태계 교란이나 생물 서식환경 변화가 우려되는 한탄강과 평창군, 흑산도 일대였다. 또 확보된 표본의 수가 적거나 많은 조사가 필요한 동굴생물과 양치식물, 어류, 해면동물이 특정분류군으로 선정됐다. 생물자원관은 2만2천여 점(전략지역 2만여 점, 특정분류군 2천여 점)의 생물 표본을 추가로 채집·확보했다"고 밝혔다. 평창 지역에서 처음으로 희귀식물인 연영초가 발견됐고, 한탄강 지역(강부추)과 흑산도 지역(석곡, 밤일엽아재비)에서도 이전까지 채집 기록이 없던 식물이 모습을 드러냈다. 또 경기도 일대의 동굴에서는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유령거미과에 속하는 미기록 거미1종이 확보됐다. 사업을 통해 확보된 표본은 분류학적 연구에 활용될 뿐만 아니라 앞으로 해당 종이 사라질 경우 복원사업에도 활용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는 게 생물자원관의 설명이다.

정부 각 부처에서 연구 수행
생물자원의 이 같은 중요성에 따라 환경부뿐만 아니라 정부 각 부처 및 연구기관에서도 주요 핵심사업으로 추진하고 있다. 현재 환경부 및 과학기술부를 중심으로 생물다양성 조사, 보전관리 및 지속적 이용에 관한 시책의 수립 및 지원의 확대를 위한 노력을 경주하고 있으며, 일부 대학에서도 연구가 수행되고 있다. 환경부가 생물자원의 현지내 보존을 하고 있다면 과기부는 현지 외 보존의 연구를 하고 있다. 과기부 생물다양성지원사업, 국책 국가유전체정보센터, 국책유전자원 지원 및 활용사업 등이 있다.
생물다양성지원사업은 한국생명공학연구원의 주관으로 생물자원의 조사사업, 편람사업, 연구 및 발간사업을 지원하고 있다. 유전체정보센터는 환국생명공학연구원과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 공동으로 유전체 DB구축, 연구기관간 네트워크 등을 추진하고 있다. 그 외에 국책유전자원 및 활용사업으로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에서는 국내 생물·유전자원의 정보기반 구축을 위한 통합네트워크 구축하고 있다.
농림부 농업생명공학연구원, 농업과학기술원, 한국식품개발연구원 등에서 자생생물자원의 재배기술개발 및 보급을 추진하고 있다. 또 식물 및 미생물 분야의 유전자원을 수입 및 평가하고 있으며, 주요 농작물의 유전공학적 육종을 연구하고 있다. 또 종자은행, 재래종을 보전 관리하는 한편 주요 산림자원의 보전관리를 산림청 임업연구원과 국립수목원 등에서 담당하고 있다. 그동안 농촌진흥청이 관리하고 있는 농업유전자원은 지난해 기준 총 22만4000종으로 미국, 중국, 러시아, 인도에 이어 세계 5위 수준이다. 이 중 종자유전자원은 종자은행에 토종자원 187종 3만869점을 포함해 총 1만7777종 15만2269점을 보존하고 있으며, 버섯자원을 비롯한 미생물은 미생물보존센터에 621종 1만6163점을 보존하고 있다.
해양수산부 한국수산과학원에서는 연안생물, 수산자원개발·보전하고 있으며, 한국해양연구소에서는 해양생물의 생명공학적 이용에 대해 연구하고 있다. 보건복지부 국립안전연구원에서 생물안정성 지침작성, 관리를 하고 생약자원개발 및 관리를 국립보건원에서 하고 있다. 그 외에도 생물다양성협의회, 전북대 부설 한국생물다양성연구소, 경상북도농업기술원 생물자원연구소 등에서도 다양한 연구활동을 벌이고 있다.

국가적인 생물자원의 보존·관리
환경부는 2001년부터 네 차례에 걸쳐 지정된 513종을 국외 반출 승인대상 동식물로 보호·관리해 왔는데 지난해에 309종을 추가로 지정했다. 따라서 국외 반출 승인대상 생물이 모두 822종으로 늘어났다. 2014년까지는 3000종으로 확대해 고유 생물자원의 해외 유출을 방지할 계획이다. 국외 반출 승인 대상으로 지정되면 살아 있는 생물은 물론 알·종자·뿌리·표본 등 그 어느 것도 환경부 장관의 승인 없이 국외 반출이 금지된다.
현재 생물자원을 보전하고 관리하기 위해 종합대책을 추진하는 등의 제도도 최근에 마련해 놓고 있다. 환경부는 2014년까지 생물자원을 체계적으로 관리하기 위해‘생물자원 보전 종합대책’을 수립했다. 10년간 3개 분야 28개 세부과제를 총 4760억원을 투자해 추진할 방침이다. 문제는 종류도 다양하고 숫자도 많은 이 생물을 어떻게 보전해 나가느냐 하는 것이다. 미국의 경우 1176곳의 생물자원관을 운영해 다양한 생물을 보전하고 있고, 생물분류 연구에만도 매년 4억달러 이상을 투자하고 있다. 아시아에서는 일본이 150여 곳, 중국이 20여 곳, 인도가 10여 곳이다. 한국은 2007년 인천에 개관한 국립생물자원관 1곳 뿐이다. 우리의 생물주권을 빼앗길 수밖에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정부는 2013년 경북 상주시에 제2의 생물자원관인 낙동강생물자원관을 짓기로 결정했다는 뒤늦은 정책을 내놓았다. 생물자원관 수만 보더라도 자국의 생물자원에 대한 조사연구가 얼마나 미비한가를 알 수 있다.
자생생물은 매우 귀중한 국가적 재산이다. 그 중요성을 인식하고 대처하는 것이 미래를 준비하는 국가의 선택이다. 정부의 정책이 다소 늦은 감이 있지만 이제라도 생물자원 주권을 확실히 찾아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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