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 정부, 개발과 보전의 대립과 선택
국민의 정부(이하 DJ 정부)가 들어서면서 우리는 과거에 접하지 못한 새로운 유형의 환경문제를 접하게 된다. 국민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그린벨트 구역 조정 및 해제 조치가 강행되었고, 동강댐 건설 안이 범국민적 저항에 못 이겨 2000년 지구의 날을 즈음하여 결국 백지화되었으며, 국민적 논란이 거듭되던 새만금 간척사업은 재추진키로 방침이 정해졌고, 2000년부터는 수도권을 중심으로 국토의 난개발이란 환경문제의 새로운 화두가 떠오르게 되었다.IMF위기를 극복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출범한 DJ 정부는 시장경쟁의 원리를 우선하는 국정운영을 펼쳐야 했고, 그 결과 그 어느 정부보다 경제 우선주의를 반영하는 정책적 입장을 띄게 되었다. 그러다가 2000년의 환경의 날을 맞이하여 대통령은 ‘새천년 국토환경비전’을 선언하면서 환경보전을 사후적으로 추스르는 정책적 입장으로 선회했다. 이는 DJ정부의 환경철학과 정책이 그만큼 개발과 보전의 쌍곡선이 날카롭게 교차하고 있는 내부구조를 가지고 있었다는 것이다. DJ 정부가 들어서면서 부각된 환경문제의 쟁점은 국토개발과 관련된 것이 압도적이다. 출발점은 무엇보다 DJ 정부의 100대 정책과제 중 우선 순위의 하나로 그린벨트 제도의 합리적 조정이 무리하게 추진되었다는 점이다. 개발독재하에서 불합리하게 도입된 그린벨트 제도를 합리적으로 조정한다는 원칙은 좋았지만, 그 기조가 보전보다 개발의 논리를 우선적으로 반영함으로써, 제도 조정의 좋은 점이 크게 위축되기도 했다.
DJ 정부의 환경정책에서 또 다른 중요한 변화는 환경과 경제를 연동시키는 측면이 두드러지고 환경과 경제의 연동은 일차적으로 환경을 경제적 가치 창출의 수단으로 삼거나 활용하는 것을 의미하며, 이차적으로 경제 원리에 맞추어 환경관리 혹은 정책을 펴는 것을 의미한다. 전자와 관련하여, 환경을 경제적 가치재로 만드는 것의 전형은 환경산업(ET)이다. DJ 정부의 정책에서 환경산업은 정보산업(IT산업), 생명산업(BT)과 함께 국가전략산업으로 선정되어 육성되었으며 환경 산업의 진흥으로 성장동력을 확충해 환경과 경제를 함께 살리는 것을 목적으로 한 것이었다. 이를 위해 환경산업 관련 유망 벤처기업을 육성하고 차세대 핵심 환경기술의 개발에 중점 투자하여 환경산업과 환경기술의 발전을 도모하면서 이를 통해 국가경제의 경쟁력 강화에 기여하고자 했다. 이를 위해 DJ 정부는 10여년간 환경기술개발에 1 조원을 투자한다는 계획 하에 2001년 예산에 500억 원을 책정하였다. 특히 동강댐 건설에 대한 논란이 일면서 DJ 정부 하에서 물정책이 긍정적인 방향으로 전화되는 계기가 이루어졌다. 그간 15조 원이라는 막대한 재원을 투입하고도 기대치를 밑도는 상수원 수질을 개선하기 위해, 지금까지의 사후 처리 위주의 수질 개선 대책에서 벗어나 사전 오염 방지에 주안점을 두는 4대 강 수질 개선 특별 대책이 마련되었다. 그 첫 번째로 한강수계 수질개선 특별정책이 1999년에 시행되었는데, 거기에는 수변구역의 지정, 오염총량관리제, 물이용부담금제 등과 같은 혁신적인 내용이 포함되어 있다. 또한 유사한 내용의 대책이 낙동강, 금강 및 영산강 수계에 대해서도 마련되었다. 그간의 물 관리가 공급위주 정책이었다면 DJ 정부의 새로운 정책은 수요관리에 역점을 두고, 물 부족 문제를 근원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절수기기의 설치, 중수도 설치의 의무화, 수도요금의 점진적 현실화, 노후 수도관 교체 등을 종합적으로 강구하고 있었다.
수변관리에서 오염의 총량 규제에 이르는 수자원 오염의 근원적 관리, 시설개선을 통한 물이용의 효율화, 물이용부담제를 통한 수자원 혜택의 공평한 배분 등을 입체적으로 담고 있는 물관리 종합대책은 선진적인 환경관리 기법을 입체적으로 추구했다. 괄목할만한 것은 환경산업 및 환경기술의 육성책이다. 환경기술은 선진국의 30-60% 수준, 청정기술 및 생태기술은 10-30% 수준에 불과해, 그 낙후성을 극복 하기 위해 환경기술 발전 10대 과제를 선정해 신기술의 입찰 혜택 등 환경기술 발전을 환경정책의 역점 사업으로 추진했다는 것이다. 또한 환경관리를 위한 규제 수단들이 대폭 정비되고 새로운 관리제도들이 도입 운용되고 그 동안 개발정책의 면죄부로 간주되었던 환경영향평가제도의 실효성을 제고하기 위해 영향평가 시기를 개발사업의 실시단계에서 기본계획 입안단계로 조정, 환경·교통·인구·재해 영향 평가 절차를 통일하고 영향평가서 작성도 단일화하는‘환경·교통·재해 등에 관한 환경영향평가제’를 도입 이와 연계 환경정책기본법 상에 명기된 사전환경성 평가를 위해 전략 환경영향평가제도를 도입·실시 하는 등 그밖에 대통령직속 지속가능발전위원회를 설립하여 정부가 국토개발을 추진할 때 환경문제를 사전에 체크할 제도적 장치를 마련했다.
참여정부, 환경부 주도 환경과 경제의 상생실현 정책 추진 출범 2년이 끝날 무렵인 2004년 12월 위기의식을 느낀 환경단체들은‘환경비상시국’을 선언. 이에 노무현 대통령은 청와대 내 환경담당 비서관을 신설했고 2005년 6월5일 환경의 날을 맞이하여 ‘국가지속가능발전비전’을 선포했다. 참여정부(이하 노무현 정부)의 국정방향은 12대 국정과제에 제시되어 있지만 환경부문은 12대 국정과제에 포함되어 있지 않다. ‘참여복지와 삶의 질 향상’이란 과제 속의 7가지 세부과제 중 하나인‘지속가능한 발전과 쾌적한 환경조성’부문이 환경관련 내용을 담고 있다. ‘지속가능한 발전과 친환경적 조성’에는‘국가정책의 환경친화성 구현(지속가능발전위원회 기능강화, 전략환경평가제 도입실시)’,‘ 수도권 대기질 개선’,‘ 환경친화적인 에너지세 재 개편(환경세 도입)’, ‘물부족문제의 친환경적 해결’이란 4개의 하위과제가 포함되어 있다. 이렇듯 노무현 정부의 국정과제 설정에서 환경부문은 처음부터 주변적으로 다루어진 것이다. 사실 환경부가 담당하는 환경행정 혹은 정책만 놓고 본다면 노무현 정부의 환경정책이 퇴행했다고 할 수 없다. 다만 현실에서 더 시급하게 추진해야 하는 정책우선 순위 때문에 환경 부문을 시민들이 바라는 만큼 중심적으로 다루지 않았을 뿐 환경부가 전담하고 있는 환경정책은 여러 면에서 개선되었다.
노무현 정부 출범 이래 환경부는 다양한 환경정책들을 도입해 추진했다. 백두대간보호에관한법률제정 (2003.12)을 통한 백두대간보호대책의 도입, 야생동 식물 보호법제정(2004.2)을 통한 야생동식물 보호대책의 강화, 자연환경보전법개정을 통한 자연경관보전 대책의 강화, 환경정책기본법 개정을 통한 전략환경 평가제의 도입, 국민신탁법 제정(2006년 2월 예정)을 통한 시민보전활동의 지원, 500억 이상의 국책사업에 대한 사전환경성검토의 실시, 수도권대기환경개선에관한특별법 제정(2003.12)을 통한 수도권 대기관리 체제의 가동, 생산자책임재활용제도의 추진강화, 친환경상품구매촉진에관한법률의 제정(2004.12)을 통한 환경순환사회의 구축, 전략적 환경기술개발프로젝트의 추진을 통한 환경산업의 육성, 환경보건행정의 강화, 교토의정서 발표(2005.2)에 따른 범정부적 대책마련 등이다. 이러한 정책들은 하나하나 보면 모두 중요한 것들로 우리 사회 전반에 환경성을 증진하는데 적잖은 기여를 했다.
문제는 환경부의 환경정책이 노무현 정부의 다른 정책과 협력 내지 경쟁관계 속에서 얼마만큼 영향력을 행사하면서 국정전반에 친환경성을 선도해 낼 수 있었느냐 였다. 노무현 정부의 핵심국정과제인 ‘국가균형발전’, ‘지방분권’, ‘행정도시(구 신행정수도)건설’ 정책 등은 하나같이 노무현 정부의 개혁의지가 실려 있으면서 국토공간구조와 한반도 생태환경 전반에 심대한 영향을 줄 것으로 예견되었지만 환경성 혹은 지속가능성에 대한 배려는 전반적으로 불충분했다는 것이다.
전반적으로 볼 때 노무현 정부의 환경정책은, 환경행정(협의의 환경정책) 영역에서 일정한 진전과 개선이 있었다 하더라도, 국토환경의 미래를 좌우하는 산업경제정책이나 국토정책과 같은 노무현 정부의 선도 정책(광의의 환경정책) 측면에선 오히려 퇴행했다고 할 수 있다. 그것은 환경정책 자체의 퇴행이라기보다 노무현 정부의 신개발주의 국정운영이나 핵심정책들에서 초래된 이유 때문이다. 그러나 노무현 정부에서 환경부 주도로 환경과 경제의 상생을 실현하기 위한 다양한 정책(예, 차세대 핵심환경기술개발, 우수환경기술보급, 환경경영사업 추진, 친환경기업확대, 에너지 세재 개편, 친환경상품 구매촉진법제정, 환경규제개선 등)들이 추진되었다.
이외 지속가능한 국토관리방안, 백두대간보호대책, 국책사업에 대한 사전환경성검토, 자연경관보전대책과 같은 친환경적 국토관리 제도가 노무현 정부 하에서 강구되었지만 국정과제를 포함한 노무현 정부의 중심정책에서 환경정책은 제대로 발휘하지 못했지만 여러 면에서 개선되었고 환경과 경제의 상생을 실현하기위한 다양한 환경정책들이 도입 추진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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