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형, 누나 치료하려고 태어난 맞춤아기
맞춤아기란 학술용어가 아닌 대중과학 및 생명윤리 관련 문건에서 주로 사용되는 말로, 생식이나 유전자 기술을 이용해 원하는 대로 선택하거나 재조합된 유전형질을 지닌 아기를 뜻한다. 과거에는 질병 치료의 목적으로, 희귀 유전질환이나 혈액질환을 앓고 있는 자녀를 치료하기 위해 유전형질이 같은 아기를 만들어낸 적이 있다.
최초의 맞춤아기는 지난 2000년 미국 콜로라도 주 잉글우드의 아담으로 선천성 골수결핍증인 팬코니 빈혈증에 걸린 누나 몰리를 치료하기 위해 태어났다. 2003년 영국에서도 비슷한 방식으로 희귀질환인 다이아몬드 블랙팬 빈혈증에 걸린 형을 위해 맞춤아기가 태어났다.
이처럼 원래는 자녀의 세포조직과 완전히 일치하지만 질병 유전자가 없는 정상적인 배아를 골라 줄기세포를 제공할 질병 없는 아기를 낳는 것이었으나 스타인버그 박사는 단순히 질병 없는 아기뿐 아니라 부모가 원하는 성별, 더 나아가 이런저런 외모적 특성을 가진 아기까지 골라 낳을 수 있다고 한 것이다. 이미 6쌍의 부부는 성형 맞춤아기 시술을 신청했고, 내년에 아이가 태어날 예정이라고 한다.
■ 유전자 진단법이면 아기 디자인도 OK
맞춤아기는 과연 가능한 것일까. 지난 2000년과 2003년에 맞춤아기를 만든 핵심 기술은 착상 전 유전자 진단법(PGD)이었다. 스타인버그 박사도 착상 전 유전자 진단법을 기반으로 아기의 눈 색깔까지 마음대로 조절할 수 있다고주장했다. 착상 전 유전자 진단법이란 부부의 난자와 정자를 체외 수정시켜 얻은 수정란을 자궁에 착상시키기 전에 유전자 정보를 검사하는 기술이다. 수정란을 3일 정도 배양해 배아세포가 6~10개에 이르렀을 때 1~2개를 떼어내
유전자 정보를 검사하고, 이를 통해 수정란이 난치성 유전질환이 있는지 알아 낸 후 건강한 수정란만 착상시키는 것이다.
착상 전 유전자 진단법은 낭포성 섬유증, 뒤센 근위축증, 선 종성 폴립증 등의 난치성 유전 질환의 전이를 막기 위해 지난 1990년대 초반 미국 세인트존스 대학 출신의 생물학
자이자 화학자인 마크 휴즈 박사가 개발, 연구했다. 이에 따라 주로 염색체 이상이 있는 부부, 유전질환이 있는 가계, 습관성 유산 여성 등에게 선택적으로 시행됐다.
■ 맞춤아기, 끝없는 논란
첫 맞춤아기 아담의 탯줄혈액을 이식받은 누나 몰리는 3주일 만에 혈소판과 백혈구를 만들어 냄으로써 정상적인 생활을 할 수 있었다. 그러나 이 사실이 알려지자 특정 목적을 위해 맞춤아기를 낳을 수 있다는 긍정론과 생명의 존엄성및 인간 윤리에 배치된다는 비판론이 제기되면서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그 뒤 2003년 4월 8일 영국에서도 유전성 희귀 빈혈을 앓고 있는 4살 난 아들을 치료하기 위해 맞춤아기 출산을 희망해 온 한 부부가 소송을 제기해 영국 고등법원으로부터 '아이의 생명을 구할 수 있다면 맞춤아기 출산은 새로운 기술의 합법적 사용'이라는 판결을 받음으로써 다시 논란이 일기 시작하였다.
맞춤아기는 그 어감 때문에 지금 당장 원하는 그 어떤 형질이라도 갖춘 아기를 낳을 수 있는 것처럼 받아들여지기도하지만 적어도 현재까지의 연구실적을 감안하면 여러 가지 의문이 제기되고 있는 상태다. 더욱이 착상 전 유전자 진단(PGD) 기술이 잘못 사용될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면서 생식기술 전반에 대한 정부 차원의 관리가 필요하다는 여론이 비등해지고 있다.
종교계 등은 생명체가 상품으로 전락할 수 있다며 크게 반발하고 있다. 의료계에서도 그러한 선별적 유전자 선택에 대해 도덕성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맞춤 아기를 만들기 위해서는 수정란 단계에서 유전자 이상이나 조직형 일치 여부를 검사해야 하는데 이 과정에서 치료를 받아야 할 형제, 자매와 조직형이 일치하지 않으면 수정란은 폐기된다. 맞춤아기가‘디자이너 베이비(designer baby)’‘스페어 베이비’(spare baby)로 불리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1991년부터 영국 정부는 체외수정시술과 배아 조작에 대한 법규를 시행하고 있다. 착상될 배아의 수를 제한하고 의학적 이유가 아니고서는 성별 선택이 허용되지 않는다. 그렇다고 PGD 사용 자체를 무조건 금지하지는 않는다. 1978년 세계 최초로 시험관 아기를 출생시킨 영국의 생식기술관리 경험이 높이 평가되기 때문이다.
최근 뉴욕시에서 유전자 진단을 받은 부모의 10%가 큰 키에, 13%가 우수한 지능에 관심을 표명한 것으로 조사되었다. 부모의 설계대로 만든 맞춤아기가 출현하면 인류사회는 영화 '가타카(GATTACA)'(1997)에서처럼 우생학의 소용돌이에 휘말릴 위험성이 높다. 이 영화는 유전자가 보강된 수퍼인간과 그렇지 못한 자연인간으로 사회계급이 양극화된 미래사회를 상상한다. 인간의 가치를 능력에 둔다면 수퍼인간을 생산하는 것은 무지개빛 미래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진정한 인간의 가치는 능력이나 소유를 떠나 인간 내면에서 나오는 윤리적이고 도덕적 가치에서 평가될 수 있다. 맞춤형 아기는 사회적 제도적 문제뿐 아니라 인간의 가치자체를 변질시키는 위험한 발상이라고 볼 수 있다.
[저작권자ⓒ 이미디어.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