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러스 막을 수 있나

SI, 수족구병 그리고 A형 간염에 이르기까지
편집국 | eco@ecomedia.co.kr | 입력 2009-06-02 13:2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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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존의 바이러스가 변이를 일으켜 생긴 새로운 바이러스. 바로 신종플루다. 현재 전 세계적으로 사람에게 감염을 일으키고 있다. 보건복지가족부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지난 5월 3일 세 번째 감염자가 확인된 이후 국내에서는 아직까지 환자가 나오지 않고 있다. 5월 17일까지 접수된 신고는 520건, 이 중 506건은 비감염이 확인됐고 나머지 14건 중 11건은 검사가 진행 중이며 감염이 확인된 3건은 환자들이 모두 완쾌된 상태다.
돼지가 원인이 아닌 것으로 밝혀진 ‘돼지독감’이지만 돼지에 대한 차가운 시선이 사라진 것은 아니다. 지난해 조류 독감과 구제역을 통해 가축전염병에 민감한 것도 사실이다. 특히 지구온난화로 인한 아열대성 신종질병 발생 시 저항력을 높일 수 없어 큰 피해가 우려되는 상황이다. 항공, 선박, 여행 등을 통한 외래 바이러스 유입이 쉬워진 지금 검역당국의 역할이 중요해졌다. 하지만 현재 방문객이나 수입되는 모든 동물 및 품목에 대한 철저한 바이러스 검역이 이뤄지고 있지 않다.
지난 3월 국립수의과학검역원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이주호 국립수의과학검역원 원장은 “지금과 같은 경제상황하에서 구제역이 발생할 경우 심각한 경제적 타격을 입을 수 있다”고 말했다. 또한 “우리나라는 구제역 청정국이지만 인접국가에서 지속적으로 구제역이 발생하고 있어 방심할 수 없다”고 했다. 또 “AI 역시 계속해서 우리나라를 조여오고 있다”며 “검역원은 AI의 재발을 막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날 손한모, 조현호 사무관은 검역원의 2008년은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HPAI) 발생 등 현안 위주 업무 대응 시 역량강화가 미흡했고 미국산 쇠고기 수입, 멜라민 사태 등으로 국민의 식품안전에 대한 불안이 가중돼 대책 수립의 필요성을 절감한 한 해였다고 평가했다. 이에 방역 및 바이러스 차단, 식품안전 등 국가현안 사안에 적극 대응키 위한 체계적이고 효율적인 시스템 개선이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과연 우리의 검역방식, 바이러스 차단할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이 맴돈다.

<세계적 전염 바이러스 확산>
지난 5월 인플루엔자의 공포가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에 상륙했을 때 중국에서는 12,000여 명의 수족구병이 발생했다. 수족구병은 장 바이러스로 영유아의 손이나 분비물 등이 입으로 들어와 장점막을 통해 혈액을 타고 곳곳으로 돌아다닌다. 바이러스가 피부에 침투해 수족구병이 뇌로 들어가면 뇌수막염을 간에서는 간염을 심장에서는 심근염을 일으키기도 하는 무서운 병이다.
국내 고등학교에서는 A형 간염이 집단 발병했다. A형 간염은 간염바이러스 hepatitis A virus, HAV에 의해 발생하는 간염이다. 주로 급성 간염의 형태로 나타난다. 주로 오염된 음식이나 물을 섭취하면서 전염된다. 주로 개인 위생관리가 좋지 못한 국가들에서 많이 발병되지만 최근에는 위생적인 환경에서 자란 우리나라의 20~30대에서도 발병률이 급증하는 양상이다. 5월 15일 질병관리본부 보고에 따르면 올 1월~4월 전국의료기관 표본조사결과 지난 해 같은 기간의 2배가 넘었다고 했다. 특히 20~39세가 전체의 80%를 차지했다.
바이러스가 맹위를 떨치고 있는 가운데 멕시코에서 시작된 인플루엔자 A (H1N1) 감염자가 1만 명을 넘어섰다. 미국과 멕시코 유럽을 지나 아시아에 상륙. 일본은 200여 명의 환자가 발생한 상태다. 중국은 집계 자체가 안 되고 있다.
신종바이러스 인플루엔자뿐만 아니라 전염성이 강한 바이러스들이 본격적인 여름을 문턱에 두고 전 세계 보건경계를 무너뜨리고 있다.

<자진신고 아니면 무사통과>
이번 인플루엔자 A형에 대한 정부의 검역체계 허점 논란이 일고 있다. 공항 입국자 검역에서 의심환자를 10% 정도밖에 걸러내지 못한 것이 문제가 됐다. 질병관리본부장도 "공항 검색대에서 인플루엔자 의심환자가 걸러질 확률은 10% 정도에 불과하다"고 밝힌 바 있고, 돼지독감 인체감염증 추정환자로 진단된 50대 여성도 당시에 인천국제공항의 검역대를 무사통과한 사실이 밝혀졌다. 이번 돼지독감을 포함한 대부분의 인플루엔자가 잠복기를 거쳐 증상을 나타내기 때문에 신종 전염병 감염자가 입국 시 감지되지 않아 현재 국내에 더 많은 감염자가 들어왔을 가능성도 있는 것이다.
한국은 현재 검역 시스템에 있어 선진국의 검역 방식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입국자 전원을 상대로 체온 조사나 질병 검사를 실시하는 사례가 없는 만큼 자진 신고를 하지 않고 잠복기 환자가 들어오는 경우는 완벽하게 차단할 수 없다는 것이 현실이다.
보건 전문가들은 중국이나 동남아에서 검역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사고가 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현재까지 의심환자를 추가로 찾아내지 못하고 있는 점이 오히려 더 위험할 수 있다고 한다.
2000년대에 들어서면서 구제역은 아시아와 아프리카 지역을 중심으로 세계적으로 확산돼 2005년에는 47개국, 2006년에는 51개국, 2007년에는 43개국, 작년에는 34개국에서 발생했다. 현황을 보면 발생국가 수는 감소되는 추세를 보이고 있지만 최근 들어 우리나라와 인적·물적 교류가 빈번한 중국, 베트남, 대만 등에서 구제역이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어 국내 유입가능성은 여전히 높은 실정이다.
국내에서도 2000년과 2002년에 소와 돼지에서 구제역이 발생해 발생가축 폐기 등 긴급방역 추진에 따른 직접적인 피해액만 2000년 3006억 원, 2002년 1434억 원에 달하는 손실을 입은 바 있다.

<전염속도 정부도 한몫>
2003년 사스와 지난 해 AI 추정환자 발생 때 질병관리본부는 확진 여부를 판정하는 데만 수개월을 허비했다. 자체 진단을 하지 못해 환자의 바이러스 검체를 미국 질병관리센터(CDC)로 보내 확진 판정을 기다렸기 때문이다. 정부는 이번 50세 추정환자가 발생했을 때도 “미국 CDC에 환자 바이러스 검체를 보내야 하기 때문에 확진까지는 2주일이 걸린다”고 말했다. 한 감염전문가는 “미국 CDC가 4월25일 공개한 신종 인플루엔자 바이러스 염기서열과 추정환자의 바이러스 유전자 염기서열을 PCR 검사를 통해 대조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5시간 정도다. 확진에 왜 이렇게 오랜 시간이 필요한지 이해하지 못 하겠다”며 의문을 제기했다.
의심환자에 대한 초기 진단과 진료에도 개선의 여지가 많다. 질병관리본부는 “신종 인플루엔자와 관련된 증상이 나타나면 즉시 각 병·의원과 보건소를 찾아가 다른 환자보다 우선적으로 진료” 받도록 안내하지만 현재 1차 의료기관 중, 신종 인플루엔자 바이러스를 제대로 차단하는 N-95 마스크가 비치된 곳은 거의 없다. 신종 인플루엔자는 특히 비행기와 건물 내부 등 밀폐된 공간에서 확산 속도가 무서울 정도로 빠르다. 만일 실제 환자가 병·의원을 방문한다면 다른 사람뿐 아니라 의료진도 감염시킬 수 있다. 따라서 바이러스 차단 장비가 확실하게 구비되고 격리 수준이 높은 병·의원과 보건소를 각 시·군·구에 몇 군데 정한 뒤 의심 증상이 나타난 환자는 별도의 진료실에서 문진하는 시스템 도입이 절실하다.

<백신과 치료는 가능한가>
인플루엔자의 대유행을 조기에 막을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백신을 개발해 국민에게 미리 예방접종하게 하는 것이다. 보건복지가족부 유영학 차관은 지난 4월30일 국회에서 “6개월 이내에 650만 명 정도가 치료받을 수 있는 신종 인플루엔자 백신을 생산하겠다”고 장담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실현 불가능한 것이라 한다. 국내에서 독감백신을 생산하는 곳은 녹십자 화순공장이 유일하다. 유 차관의 발언이 있기 사흘 전인 4월27일 녹십자는 WHO 협력기관인 영국국립생물기준통제연구소(NIBSC)에 신종 인플루엔자 백신 제조용 균주를 요청해 3주 안에 공급받기로 했다. 그런데 문제는 균주를 주입해 이를 인공배양할 무균 유정란(달걀)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는 데 있다. 녹십자가 올해 말까지 가용할 수 있는 유정란은 200만명분으로, 계절성 일반 독감 수요를 맞추기 위해 주문해놓은 것이 전부다. 유정란 생산기술을 가진 벤처기업은 국내에 한 곳밖에 없어 그 많은 무균 유정란을 6개월 이내에 추가로 생산한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또한 대유행 인플루엔자 백신은 일반 백신과 달리 1인당 2회 접종해야 하므로 650만명분은 충분하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더욱이 보건복지부는 녹십자와 구입 단가도 협상하지 않은 채 대유행 인플루엔자 백신 구입용 예산으로 182억 원 정도를 마련했다고 하지만 이는 터무니없이 낮은 가격이다. 녹십자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보건당국의 연락을 받은 바 없다. 만일 올해 안에 대유행 인플루엔자 백신 200만명분을 생산하려면 일반 독감백신 생산을 포기해야 할 상황”이라고 밝혔다. 유정란이 확보된다고 해도 여기에서 어느 정도 백신이 나올지, 균주의 배양이 제대로 될지, 임상실험 결과가 어떻게 나올지도 예측할 수 없는 상황이다.
다른 대안은 빠른 시간 안에 치료제인 항바이러스 제제를 충분히 확보하는 것이다. 질병관리본부는 4월27일 “수일 안에 250만명분의 비축량 외에 추가로 250만명분을 확보하겠다. 비축분과 추가 확보 분을 합하면 전 국민의 10%분을 확보하는 셈으로 이 정도면 충분하다”고 말했다. 현재 신종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에 효과를 보이는 항바이러스 제제는 ‘타미플루’와 ‘리렌자’ 두 가지이다. 하지만 제약 관계자는 “정부와 논의하고 있지만 수량은 확인된 게 없다. 6개월 이내에 공급할 수 있을지도 확실치 않다”고 말했다. 더불어 “아직 확정된 것이 없다. 주문이 들어오면 선착순 원칙에 따라 공급하겠다”고 밝혔다.
감염 전문가들은 2004년 조류 인플루엔자(AI) 발생 이후의 대유행 인플루엔자에 대한 시뮬레이션 결과와 정부 용역조사 보고서 등을 인용하면서 “적어도 전 국민의 20%분은 확보해야 한다”고 줄곧 강조했다. 하지만 국회의 계속된 예산삭감 조치로 지난 해 겨우 국민의 5%인 250만명분을 확보했다. 현재 미국은 전 국민의 50%, 영국은 30%, 일본은 25%분을 확보해놓고도 이번 사태가 터지자 항바이러스 제제를 추가 주문해놓은 상태이다. 반면 우리 정부는 아직 제약사와 구입 수량조차 결정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전염병 창궐 시기인가>
5월 들어 수족구병에 A형 간염까지 마치 전염병이 창궐하는 듯하다. 하지만 질병관리본부측은 A형 간염은 감염자가 좀 늘기는 했지만 특별한 정도는 아니라는 입장이다. 교통·무역의 발달로 세계 각국의 인적, 물적 교류가 활발해져 언제라도 전염병이 유입될 수 있는 상황이다. 보건체계나 국민 위생수준이 선진국 수준이 되면 전염병 발생이 줄어드는데, 우리나라는 선진국으로 가는 과도기에 있어 전염병이 발병된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수족구병은 첫 사망자가 나왔는데, 보건당국의 대책이 부적절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사망자가 나왔고 바이러스가 중국형이라는 사실 외에는 밝혀진 게 없는 상황이다. 공식적인 발표를 하기에는 부족한 감이 있어 발표를 늦춘 것이 오해를 발생한 것도 사실이다. 통계가 있거나 역학조사를 통해 감염경로가 밝혀진 것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A형 간염은 더 확산될 가능성이 있다. 환자가 얼마나 늘어날지 예측하는 것이 중요한데, 이를 위해서는 환자 동향이나 통계가 잘 파악돼 있어야 한다. 법정전염병으로 지정돼야 조사도 강제로 하고 보호, 격리도 할 수 있지만 A형 간염은 아직 법정전염병이 아니어서 확산될 경우 속수무책일 수 있다.

에볼라 같은 치명적인 바이러스가 창궐하면 통제가 가능할까. 상당히 많은 시설과 장비가 필요한데 지금은 미흡한 게 사실이다. 에볼라를 다루려면 ‘생물안전성 4단계’급 실험실이 필요한데 국내에는 없다. 한국 기후가 아열대 기후로 바뀌면서 과거에 없던 황열·댕기열·열대성 말라리아 같은 질병들이 토착화될 가능성이 높다. 에볼라바이러스도 요즘은 오지에 다녀오는 사람도 많아 국내 상륙은 시간문제다.
국내 질병관리체계는 바뀌어야 한다. 지역사회 내 질병 발생이나 역학적 관계 등 거시적인 관점에서 질병관리가 이뤄지고 있는 현실이다. 앞으로는 건강관리와 같은 질병 예방사업에 더 많은 투자가 돼야 한다. 예방사업은 국가가 인프라를 잘 만들어야 하지만 등한시돼 왔던 것이 사실이다.
가축전염병도 소홀히 다뤄서는 안 된다. 지구 온난화로 인해 아열대성 신종질병 발생 시 국내가축은 저항력이 없어 큰 피해가 우려되므로 신종질병 예찰 강화 및 진단법 개발이 필요하다. 질병관리본부 및 국내대학 등은 네트워크 구축 확대가 필요하다. 또 생명공학산업 육성 지원 및 성장동력 창출 연구 확대방안으로 유전자 분석 등 수의생명공학 연구기반 확충 및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바이오칩, 줄기세포 활용 첨단 독성검색 질병진단법 개발 및 천연물질 이용, 신약 후보물질 선발로 수출유망품목을 개발해야 한다.
‘아프면 치료해서 나으면 된다’는 생각보다는 사전에 사회시스템을 바꿔 ‘아예 아프지 않는’ 건강한 사회로 만들 필요가 있는 것이다. 이런 부분은 보험이나 의료기술로 해결되는 부분이 아니다. 좀 더 투자가 필요한 분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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