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동강페놀, 인재가 만든 비극

정부, 기업 모두 늑장대처
김낙원 | eco@ecomedia.co.kr | 입력 2008-05-16 10:2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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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동강페놀, 인재가 만든 비극

정부, 기업 모두 늑장대처
이번 낙동강 페놀 검출로 지난 91년 대구 페놀사태와 같은 대형사고가 재현될 뻔한 가운데, 경상북도와 구미시 등 관계당국의 늑장 대처가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김천 코오롱유화공장에서 화재가 발생한 것은 3월 1일 새벽 3시10분쯤.
환경청은 이후 낙동강에 기준치를 초과하는 페놀 성분이 검출되자 당시 화재 진압과정에서 공장 바닥에 있던 페놀 찌꺼기 일부가 소방수(水)에 섞여 유출된 것으로 추정했다.
그러나 구미시 등 관계당국은 화재 진압 후 페놀성분이 코오롱 유화공장 내에 잔재해 있을 것으로 판단하지 못해 결국 페놀이 하수구를 타고 낙동강으로 흘러들어가 제때 방제작업을 하지 못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다행히 낙동강으로 유입된 페놀은 활성탄을 집중적으로 투입해 기준치 이하로 떨어졌지만 관계당국에서 예상되는 페놀성분 유입에 대해 제대로 대처하지 못해 구미 일부 지역에 수돗물 공급이 중단하는 등 구미시민들의 수돗물에 대한 불신감이 커졌다는 지적이다.
구미는 대규모 공단이 집중된 지역으로 수돗물 대신 생수를 먹는 시민들이 늘어나고 있는 터에, 이번 페놀 검출로 구미시민들의 수돗물에 대한 불신이 더욱 커지고 있다.
특히 경상북도는 주일인 2일 이번 페놀 유입사태와 관련, 어떠한 보도자료도 내지 않는 등 구미시와 환경청, 수자원공사 등 유관기관과 정보교환 등이 유기적으로 대처하지 않았다는 비난을 사고 있다.

수질감시 시스템 문제제기
낙동강으로 페놀과 포르말린이 유입된 사실이 잇따라 확인되면서 환경당국의 소홀한 수질감시 시스템이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대구지방환경청 등에 따르면 폭발사고가 난 코오롱유화 김천공장에서 인체 유해물질인 페놀과 포르말린이 낙동강 지류를 거쳐 본류로 유입됐는데도 당국의 초기 수질검사에서는 이들 유해물질이 검출되지 않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대구환경청은 당시 사고지점 하류의 대광천과 선주교, 구미광역취수장 등 3곳에 대해 페놀과 포르말린 농도 측정을 했으나 모두 미검출됐었지만 한국수자원공사 구미권관리단이 같은날 구미광역취수장 상류에서 측정한 수질검사에서는 5곳 중 1곳에서 0.014ppm의 포르말린이 검출됐다.
결국 상황대처를 위해 실시한 환경청의 수질검사가 오염된 강물이 지나간 뒤에 이뤄져 유해물질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을 받고 있다.
이처럼 수질검사가 부정확한 것에 대해 환경당국은 이원화된 수질감시 시스템을 꼽았다.
환경 전반의 관리 감독 의무는 대구환경청이 맡지만 평소 조사와 관리업무는 업체가 위치한 지방자체단체가 담당하고 있어 큰 사안이 발생할 경우 대처능력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사고가 나자 김천시 직원들이 현장에 출동해 유화공장 인근 대광천에 삽으로 임시둑을 만들어 오염된 물의 확산을 막았지만 수질검사는 김천시의 고유업무가 아니었다.
이 때문에 반나절이 넘어서야 환경청 직원들이 현장에서 채수해 수질검사를 실시했으나 이미 강물은 흘러간 뒤였다.
환경당국은 수질검사서 포르말린 불검출을 들어 유입 가능성을 일축하고 페놀의 차단에만 신경 쓰는 사이 극히 일부이지만 포르말린이 낙동강에 유입된 것으로 추정되는등 적절히 대처하지 못한 결과를 낳았다.
앞서 환경당국은 낙동강 유속 추정에도 실패해 당초 3월 4일 새벽 대구 매곡취수장에 도달할 것으로 전망했으나 실제는 3월 3일 오후 검출되는 등 수질오염 관련 사후대응에 있어 문제점이 그대로 노출됐다.
더구나 환경당국은 유화공장 내 페놀과 포르말린 등의 평소 보관량과 사용량 등 관련 현황조차 파악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구환경청 관계자는 대구청이 대구와 경북 뿐 아니라 강원도지역까지 관장하고 있어 사고현장에 출동하면 뒷북치는 경우가 있다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유사시 사고현장에 가장 먼저 출동하는 지자체 환경 담당 공무원에 대한 환경감시 관련 교육을 강화하고 현장에서 시행할 검사 매뉴얼을 만들어 보급하는 방안이 강구돼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하류지역 문제 심각
낙동강 페놀 유입으로 경북 구미에 이어 취수를 중단됐던 대구시가 더 이상 페놀이 검출되지 않음에 따라 3월3일 저녁부터 취수를 재개했다.
대구 경북지역의 수돗물 공급은 완전 정상화됐지만, 이젠 부산 · 경남 하류 지역이 문제다.
낙동강 페놀 유입으로 경북 구미에 이어 대구시도 3월 3일 오후부터 상수도 취수가 전면 중단됐다.
상수도 취수장 바로 상류 지역에서 먹는 물 수질 기준인 0.005 피피엠의 페놀이 검출됐기 때문이다.
이 정도 수치는 고도 정수 처리를 하면 충분히 처리할 수 있지만 대구시는 시민들의 안전을 위해 취수를 전면 중단했다.
대구시 상수도 사업본부측은 현재 고도 정수 처리 시설을 갖춘 대구시 정수장에서 처리하면 충분히 처리할 수 있는 수준이지만 굳이 오염된 물을 정수해 시민들에게 공급할 이유가 없었다며 "깨끗한 물을 받아 정수해 시민들에게 공급하기 위해 일시적으로 취수를 중단했다"고 밝혔다.
취수를 중단한 대구시는 정수장 등에 비축된 수돗물을 우선 공급하는 등 비상 급수에 나서 공급 중단 사태는 빚어지지 않지만 앞으로 부산 · 경남 하류 지역이 문제다.
금호강 물과 합류되면서 페놀 농도가 크게 떨어질 것으로 예상되지만 완전히 빠져나갈 때까지는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다.


코오롱, 책임지겠다
낙동강 페놀 유입 사고와 관련해 당초 원인을 제공한 코오롱측에 따가운 시선이 몰리고 있다.
구미시 등에 따르면 낙동강에 페놀이 유입되면서 구미광역취수장의 가동이 중단돼 구미 일대에 수돗물 공급이 끊기는 사태가 발생한 1차적 원인은 김천의 코오롱유화공장에서 화재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합성수지 재료를 만드는 이 공장에서 폭발과 함께 불이 나면서 탱크에 있던 페놀 등의 위험물질이 소방용수에 섞여 낙동강으로 유입되는 동안 코오롱측은 사실상 아무런 대응책을 내놓지 못했다.
공장 화재 진압에 집중할 수밖에 없었다고는 하지만 최소한 관계기관에 페놀 등 위험물질의 유출 가능성을 통보했어야 함에도 현재까지 드러난 정황상 코오롱측은 소방당국이나 관할 지방자치단체에 아무런 얘기를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초기에 좀 더 빨리 대응했다면 낙동강에 페놀이 유출돼 하류 지역 주민들이 불안해할 필요가 없었다는 점에서 코오롱측의 대응이 아쉬운 부분이 여기에 있다.
그럼에도 코오롱 고위 관계자는 “경찰의 수사가 진행되고 있는 상황이어서 (통보여부를) 말할 단계가 아니다” 라면서도 상식적으로 봤을 때 원료가 어떤지 신고는 다 돼 있다고 말해 소방당국와 지방자치단체측에 책임을 떠넘기는 태도를 보였다.
처음 페놀 유출 사실이 언론에 보도된 뒤 코오롱측은 화재로 인한 가능성이 있다고 했을 뿐 또한 “적극적으로 책임을 인정하지 않았고 이후 포르말린이 유출됐을 수 있다는 보도에도 처음엔 가능성이 없다”라며 일축하기도 했다.
뒤늦게 페놀 등의 유출 가능성을 시인하긴 했지만 코오롱측은 초기부터 적극 대응하기보다는 변명에 급급한 자세를 보인 셈이다.
일각에서는 페놀과 포르말린 뿐만 아니라 화학공장의 특성상 다른 유해물질이 낙동강에 유입됐을 수도 있다는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어 코오롱측은 이리저리 곤궁한 처지에 놓여 있다.
이와 관련해 김천YMCA 등 구미.김천지역 사회단체들은 “최근 성명서를 내고 코오롱유화는 화재로 인한 페놀 유출 원인을 제공했고 대처매뉴얼도 소방 당국과 협의하지 않았다”며 사과를 요구하기도 했다.
코오롱측은 “이번 사태와 관련해 제일 큰 책임은 우리한테 있다며 사태가 일단락되면 입장을 표명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이번 사태를 지켜본 시민들은 정부와 기업이 모두 결정적임 책임을 피하고 있다며 처벌문제는 둘째치더라도 두 번이나 페놀사태가 일어난 낙동강에 다시는 이런일이 없도록 철저히 대비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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