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얼마 전 엘 고어 전 미국 부통령이 기후변화 문제에 대한 노력으로 IPCC(유엔정부간기후변화위원회)와 공동으로 노벨 평화상을 수상한 사실이 세간의 많은 관심을 끌었다. 그동안 노벨 평화상은 주로 평화와 지역문제 해결에 대한 공로자가 주를 이루었다. 하지만 환경운동가가 올해의 노벨 평화상 주인공이 되었다는 것은 그만큼 환경이 앞으로 지구의 생존과 평화, 그리고 인간 삶에 있어서 핵심적인 요소로 자리 잡고 있다는 강한 메시지를 담고 있다.
이런 뉴스거리가 아니어도 환경에 대한 국민들의 관심과 위기의식은 그 어느 때보다 높다. 지구온난화, 황사 등 국제적 환경문제가 이미 우리 사회·경제에 위협이 되고 있으며, ‘환경이 곧 돈’이라는 새로운 방정식 또한 끊이지 않고 관심의 대상이 되고 있다.
우리의 생활을 돌아보더라도 삶의 질에 대한 관심과 함께 쾌적한 환경 속에서 자연과 더불어 사는 생활공간에 대한 욕구는 점점 높아져 가고 있다. 그리고 주변의 사물들이 우리에게 가져다주는 위협에 대해 연일 걱정한다. 하지만 급속한 도시화와 인구 집중으로 대다수의 국민이 거주하는 도시지역의 생활환경은 크게 개선되지 않고 있다. 그리고 과거 환경용량을 고려하지 않은 개발로 녹지·토양·동식물 등 국토의 생태적 기반은 점점 와해되고 있으며 도시열섬과 재해, 공기오염 등 환경악화를 가져오고 있다.
환경오염과 화학물질 사용 증가는 아토피, 천식 등 국민건강에 대한 위협을 점차 증가시켰고, 이에 따라 최근 EU 화학물질관리제도(REACH) 등 국제 환경규범이 강화되고 있다. 이는 환경에 대한 더 많은 고려와 지속가능한 발전이 우리의 삶의 질과 생존의 문제일 뿐만 아니라 국가경쟁력과 발전의 핵심요소가 되고 있기 때문이다. 세계적 기업들도 ‘친환경이 경쟁력이다’라는 인식하에 환경경영을 통한 기업 경쟁력 강화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러한 국내외의 변화와 국민의 요구에 능동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환경부는 선진 환경정책을 수립하여 추진하고 있으며, 짧은 역사에도 불구하고 큰 발전을 이루었다. 오염물질 처리 위주의 사후대응적 환경관리에서 과학적인 사전예방체계로 환경행정의 큰 틀을 바꾸었고, 단순 매체별 관리에서 수용체 중심 관리로 환경정책의 패러다임을 전환하였다.
수질오염총량제와 대기오염총량제, 그리고 쓰레기 종량제와 생산자 책임재활용제도, 천연가스버스 보급정책, 전략환경평가제도 등은 우리 환경정책의 획기적인 발전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들로, 이러한 노력에 대해 지난해 OECD는 환경성과평가 보고서를 통해 ‘놀라운 진전(striking progress)’이라고 평가한 바 있다.
그러나 아직도 부족하고 노력해야 할 부분이 많다. 어린이, 산모 등 민감 취약계층을 위한 환경보건정책은 이제 막 시작 단계이고, 매체 통합적 환경위해성 관리 또한 초보적인 수준에 불과하다. 대규모 개발사업과 교통 및 에너지 등 국가정책의 환경성을 제고하기 위한 노력이나 기업, 지자체 등 다양한 사회주체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한 노력 또한 충분치가 않다.
국내외 환경과 국민의 욕구 변화는 사회통합과 경제발전을 함께 고려하는 수준 높은 환경정책을 통해 국가발전과 환경복지를 높여나갈 것을 요구하고 있다. 지난 수십 년간 쌓아온 환경정책의 토대 위에서 앞으로 환경정책은 환경과 경제·사회의 균형잡힌 발전과 미래세대에게 쾌적한 환경을 물려주고 사회의 지속가능성을 높이기 위한 방향으로 추진해나가는 것이 필요하다.
과거 경제성장 일변도의 국가 정책이 참여정부에서 사회투자의 확대와 복지증진으로 발전하였다면, 앞으로는 경제성장의 결실이 환경개선에 활용되어 환경복지국가 실현이 21세기 환경정책의 비전이 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환경투자와 서비스 확충이 지속적으로 이루어져야 하며, 대기, 물, 자연생태 등 기본적인 생활환경 개선이 필요하다. 그리고 환경오염의 위협으로부터 국민건강을 지키며 안전하고 쾌적한 생활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러한 미래 환경비전의 달성과 전략의 구체화를 위해 환경부는 먼저, 사회통합과 국가 균형발전을 이룰 수 있는 환경정책을 발전시켜 나갈 계획이다. 도시지역에 비해 상·하수도 등 환경 인프라와 서비스 제공이 취약한 비도시지역에 환경투자를 강화하고, 무분별한 개발로 위협받고 있는 생태우수지역에 대해서는 체계적인 보전을 통해 국토 전체의 환경수준을 높여나갈 것이다. 또한 환경투자에 대한 인센티브와 친환경 생산·소비의 확산, 금용기관의 환경성과 평가 등 시장기능을 최대한 활용하는 다양한 정책 수단을 통해 기업의 환경성과를 강화하고 지속가능한 기업경영을 유도해 나갈 것이다.
특히, 국제 환경규범의 강화와 기업간 환경관리의 불균형을 해소하기 위해 상대적으로 취약한 중소기업의 환경관리를 지원해 나갈 것이다. 환경분야에 대한 사회적 일자리 창출과 환경산업을 통한 고용 창출을 통해서도 노령화, 실업증가 등 사회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제시해 나갈 것이다.
두 번째, 미래 환경정책 방향은 환경정의의 실현과 환경오염으로부터 사회안전망을 강화해 나가는 것이다. 최근 환경오염으로 인한 아토피, 천식 등 환경성 질환이 급증하고 있으며, 그로 인한 사회적 비용이 연간 4조 원을 넘는다고 한다. 이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환경보건 정책기반의 확대와 취약계층 건강보호 대책을 통해 환경성 질환에 강한 사회구조를 만들어 내는 것이 급선무이다.
넘쳐나는 유해화학물질뿐만 아니라 석면, 라돈 등 특정유해물질에 대한 관리기반도 강화해 나가야 한다. 또한 물과 공기 등 국민생활과 직결되는 생활환경의 개선을 통해 국민의 권리로서의 환경권을 보장해 나가야 한다. 이를 위해 환경부는 2011년까지 대도시의 공기질을 선진국 수준으로 개선하고, 2015년까지는 90%이상의 국민에게 좋은 물(BOD 기준)을 공급한다는 목표를 세우고 차근차근 준비해 나가고 있다.
셋째로, 국가경쟁력과 삶의 가치를 제고하기 위한 환경정책을 펼쳐 나갈 계획이다. 무엇보다도 도시지역의 생태적 건전성을 회복하고 쾌적한 정주환경 조성을 위해 도시하천의 생태복원, 도시내 생태공간 확충과 국토의 생태축 연결을 위한 대책을 마련하여 지속적으로 추진해나갈 것이다. 매력적인 도시 공간 창출을 통해 사회투자와 인적자원을 유인하고, 도시 생태설계를 통해 경쟁력 있는 도시 창출에 일조해 나갈 것이다. 지금껏 선진적인 환경제도의 시행에도 불구하고 아직 생활환경의 개선효과는 더디게 진행되고 있다. 환경문제가 도시생활의 가장 큰 불만족 사유라는 조사가 발표되기도 하였다.
앞으로 환경부는 악취, 소음, 실내공기질 등 기본적인 정주생활 환경문제를 해소하고 쓰레기의 원천적 저감 및 재활용 증가를 통해 도시의 쾌적성을 높임과 동시에 지속가능한 자원순환 사회를 정착시켜 나갈 것이다.
최근 국제적인 환경규범 강화는 한편으로 우리에게 새로운 시장창출의 기회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러한 흐름 속에서 추종자 역할만 한다면 비용만 부담하고 국내외 시장을 선진국에게 고스란히 양보해야 할 상황이 올지도 모른다. 환경과 경제의 선순환 관계 정착을 위해 국가 전략을 수립하고 환경이 국가의 성장 동력이 될 수 있도록 준비해 나가야 한다.
아직 우리나라의 지속가능발전 수준은 경제성장에 비해 낮은 실정이다. 이를 위해 정부의 환경관리 역량 제고는 물론 에너지, 교통, 토지이용의 환경성 제고를 위한 더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 정부는 선진 환경정책의 발굴과 시행을 통해 국민들이 체감하는 환경질 개선에 최선의 노력을 다하고, 이에 못지않게 이를 이행하고 실천해야 하는 기업, 지자체, 국민 개개인도 환경인식과 실천의지를 높여 나가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러한 노력들이 모일 때 비로소 과거 환경이 개발정책과 경제정책의 부수적 영역이었던 것에서 벗어나 경제·사회·환경의 통합발전을 꿈꾸는 지속가능한 사회로의 선도적 역할을 다할 것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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