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전자 조작 먹거리는 안전한가

-아무리 큰 사건도 2주면 잊혀진다
편집국 | eco@ecomedia.co.kr | 입력 2007-08-18 13:0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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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과 웰빙(well-being)에 대한 관심이 높아져 신문이나 매체는 식품과 관련된 분야를 다루지 않는 곳이 없다. 먹거리는 이런 관심의 가장 중심에 있으며 소비자의 기호도 변화에 따라 품질의 안정성에 대한 요구도 크게 증가했다. 우리 식탁에 오르는 먹거리가 정말 안전할까? 미국산 쇠고기에서 나온 뼛조각에 대한 보도, 중국산 수입식품의 위해물질 포함여부와 관련된 안전성 논란, 조류독감(AI: Avian Influenza)의 주인공인 닭고기, 밀가루로 오인해 발생한 농약중독 사건 등을 보면 먹거리 안전성은 심각한 수준이다.

먹거리 오염은 왜 생기나
가정에서 접촉할 수 있는 화학물질의 종류와 수가 날로 증가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유통되고 있는 화학물질은 36,000여종, 23,000만톤에 이르고 있으며 해마다 200여종의 새로운 화학물질이 들어오고 있다. 살충제, 방부제, 표백제, 착색제, 방향제, 공기청정제, 방습제, 곰팡이 제거제, 습기 제거제, 세제, 콘택트렌즈 세척제, 가구광택제, 하수구세척제, 유리세척제, 동결 방지제, 접착제 등. 이루 헤아릴 수도 없는 수많은 화학물질에 노출되면서 이들 유해물질 노출로 인한 소비자의 피해가 발생할 위험이 늘 상존해 있는 실정이다. 문제는 이러한 유해물질 노출이 늘고 있음에도 소비자들은 이들 유해물질 노출에 대해서 잘 모른다는 것이다.

어느 직장인의 하루식단
간편한 아침 식단 항생제를 먹여 키운 닭이 낳은 달걀 프라이, 농약성분이 남아있는 쌀로 지은 밥. 유전자 조작 옥수수 와 같은 곡물강화 배합사료로 기른 젖소에서 짜낸 우유, 다이옥신이 함유된 버터를 바른 빵, 농약 성분이 남아 있는 원두커피, 비타민 결핍을 초래할 위험이 있는 종합비타민제를 먹는다.

점심은 양식 반쯤 익힌 안심 스테이크가 광우병 걸린 쇠고기일지 모른다. 공상과학 소설의 암 호명 같은 O-157:H7이나 EHEC과 같은 치명적인 대장균에 오염됐을 수도, 곁들여 먹은 빵에는 공업용 유전자 재조합 옥수수 전분으로 만든 베이킹파우더가, 미각과 분위기를 돋우기 위해 시 킨 포도주에는 상표에 표기되지 않은 첨가물인 아황산염이, 후식으로 나온 아이스크림을 먹으면서도 유화제를 먹는다.

저녁에 직장 동료들과 족발을 안주로 해서 소주를, 인공 사료로 키운 돼지의 뼈 속에 항생물질이 분해되지 않고 남아 있다가 산성물질을 만나면 그대로 배출된다는 사실을 알고 족발을 살충제나 제초제 등 농약이 잔류한 상추에 싸서 즐겨 먹는다. 쌈에 생마늘을 방사능을 쪼인 마늘을 곁들여 저녁을 배불리 먹는다.

2차 필수 코스 노래방 비스페놀-A 에 오염된 캔 맥주로 입가심 한다. 마지막 대장균과 중금속 등이 들어 있는 ‘부적합한 지하수’를 원료로 만든 음료수를 마시고. 귀갓길 택시 안에서 그는 극도의 피로와 취기를 이기지 못하고 쿠션에 기대어 골아 떨어졌다.

무조건 크고 예쁘게 생긴 야채
시장에 가면 무조건 크고 예쁘게 생긴 야채를 습관적으로 골라 담게 된다. 그러나 이제 건강을 생각한다면 되도록 작고 못생긴 야채를 골라야 할 것이다. 크고 먹음직스럽거나 신선해 보이는 것은 유전자 조작식품(GMO)일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지금 전세계적으로 GMO 에 대한 소비자와 농민들의 우려가 높아지면서 반대의 목소리가 점차 거세지고 있다. 그에 따라 세계적인 식품회사들과 유통업체들은 점차 GMO를 사용하지 않겠다고 선언(GMO-free 선언)하고 있는 추세이며, 각국 정부에서도 GMO의무표시제를 포함한 강력한 규제제도를 수립하고 있다.

·유럽
이미 유럽 각국에서는 GMO가 수퍼마켓과 식탁에서 완전히 사라져 버렸다. 유럽의 농민·소비자·환경·사회단체들이 1990년대 중반부터 GMO에 대하여 줄기차게 반대운동을 펼치면서 GMO의 문제점에 대한 인식이 확산되고 괴물이나 먹는 프랑켄푸드라고 배척함에 따라, 식품회사와 대형 유통 업체들이 앞다투어 GMO를 자사제품과 매장에 사용하지 않겠다고 선언한 것이다. 이들은 심지어 GMO 사료를 먹은 쇠고기, 돼지고기, 닭고기 등의 축산물조차도 취급하지 않고 있으며, 이러한 영향으로 유기농축산물의 생산과 소비가 폭증하고 있는 추세다. 각국 정부들과 유럽연합에서도 국민들의 요구와 압력에 따라 이미 1997년부터 다양한 안전조치와 규제를 만들고 있다.

·일본
’01 년부터 표시제가 시행되는 것은 우리나라와 같지만, 일본에서는 생협들을 중심으로 반대운동을 꾸준히 펴 온 결과 된장 등의 장류는 비 GMO 로 만들게 되었으며, 유수의 맥주 회사들(기린, 아사이, 삿포로)과 식품 회사들이 GMO를 사용하지 않기로 선언하고 있다.

·미국
그동안 GMO의 종주국으로서 그에 대해 무관심했던 미국 소비자들도 최근 GMO의 문제점에 대한 인식이 점차 높아지고 있으며, 농민들도 GMO 재배 후 판로확보가 불투명해지자 옥수수 같은 경우에는 올해 처음으로 재배를 축소하고 있으며, 몬산토(미국 최대 유전자 조작 농산물을 이용한 식품을 생산하는 회사)를 상대로 종자독점에 의한 반독점법 위반혐의로 소송을 제기해 놓고 있다. 유아식 업체인 거버와 하인즈는 유아식에 GMO를 사용하지 않기로 선언했으며, 스낵 회사인 프리토레이와 패스트푸드업체인 맥도날드도 각각 GMO옥수수와 감자를 사용하지 않기로 선언하였다.

· 제3세계 국가들
제3세계 국가들도 GMO를 격렬히 반대하고 있다. 스리랑카는 GMO의 수입을 전면 금지하고 있으며, 인도에서는 농민들을 중심으로 “몬산토는 인도를 떠나라”는 시위를 벌이고 있고, 아프리카 국가들은 자신들이 처지를 이용해서 GMO 판촉에 나서고 있는 다국적 기업들을 맹렬히 비난하고 있다.

생명공학안전성의정서(Biosafety Protocol) 채택
이와 같은 국제적인 추세가 반영되어 2000년 1월 28일 캐나다 몬트리올에서 150개국 대표들이 GMO의 국제무역을 규제하는 ‘생명공학안전성의정서’를 채택하였다. 그동안 미국을 중심으로 하는 GMO 수출국들은 GMO 는 과학적으로 안전성이 입증되었다면서 자유로운 수출을 보장하기 위하여 의정서 채택을 방해해왔지만, 유럽과 제3세계, 시민 단체들이 주장하는 ‘사전예방의 원칙’ 논리를 이길 수 없었다. 의정서에는 GMO 의 수출국이 수입국에 관련 정보를 사전에 통보하도록 의무화하고 있으며, 수입국은 확고한 과학적 증거가 없더라도 자국의 이해관계에 맞지 않는다고 판단되면 수입을 금지할 수 있다. 따라서 앞으로 2년 이내에 의정서가 발효되면 GMO 수입국의 입장이 강화될 것이다.

우리나라의 현실
우리나라에서는 1996년 이래로 아무런 조치나 표시 없이 콩, 옥수수 등의 GMO를 먹어왔다. ’04년부터 표시제가 시행되어 그나마 우리들이 GMO를 피할 수 있는 방법은 일부 마련되었지만, 아직도 다른 나라들과 비교하면 우리 국민들은 GMO에 대한 인식이 낮고, 정부의 대응도 미흡하다. 이는 생명공학 전반에 대하여 우리 사회가 갖고 있는 환상이 매우 크기 때문이다. 또한 유럽과 미국, 홍콩 등지에서는 GMO를 사용하지 않기로 선언한 기업들(네슬레, 거버, 하인즈, 켈로그, 프리토레이, 맥도날드 등)이 정작 우리나라에서는 아무런 대응도 하고 있지 않은 실정이다.

식탁의 안전을 위협하는 일들은 재배와 사육, 가공, 포장, 유통, 판매 과정에서 전방위적으로 일어나고 있다. 살충제와 제초제 등 농약의 과다 살포, 유전자 조작, 항생제·인조 사료의 사용, 인공 색소·감 미료 등 각종 첨가물과 방부제의 남용, 음식점의 비위생적인 처리 등이 그것이다. 우리가 일상적으로 섭취하는 모든 식·음료품이 위험에 노출돼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한마디로 ‘먹을 게 없다’는 얘기다.

우리의 먹거리를 안전하게 하는 방안
식탁의 위험은 무엇보다 자연의 섭리를 거스르는 농작물 재배 및 가축 사육 방식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유전자를 조작하고 채식동물에게 육식 사료를 먹이고 고강도의 제초제 와 비육제, 성장 촉진제 등도 같은 맥락이다. 그 다음은 관리의 문제다. 식품의 유해 성분을 파악하고, 허용 기준치를 마련하고, 검역· 검사 체계를 강화하는 것이다.

독일 <슈피겔>지 편집인 출신 한스 울리히 그림은 그의 저서 <더 이상 먹을 게 없다>(오은경 역, 모색)에서 “죽기 위해 먹는다”라 는 표현까지 쓰고 있다. 그는 아울러 이러한 유해음식 문화가 인간 개체의 생존뿐만 아니라 종족 보존까지 위협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비닐팩, 청과류, 육류 등 도처에 존재하는 환경호르몬이 원흉이다.

환경호르몬은 여성에게는 조기 성숙을, 남성에게는 생식 기능 저하 를 초래하는 게 일반적이다. 세 살짜리 여야의 유방이 볼록해지고 성기에 거웃이 나는 것은 요즘 희귀한 현상이 아니라는 게 그의 주장이다.

환경호르몬 때문에 영국·독일간 미묘한 갈등을 빚는 해프닝이 벌어 지기도 했다. 1999년 독일의 한 신문이 “영국인 정자의 품질이 저하되 대륙에서 정자를 수입해야 한다”는 연구 결과를 보도한 적이 있다. 그러자 영국 언론은 “독일 사람들이 영국 남성을 중상모략하 고 있다” “영국인의 혁대 바로 밑을 공격한 베를린발 폭탄”이라며 분개했고, 영국 정부는 정자 수입 계획을 즉각 철회했다. 실제로 영국의 한 학자는 “남성의 성기가 점점 작아지고 있다”며 “남성 의 세계가 뿌리째 흔들리고 있다”는 연구 결과를 내놓기도 했다.

이제까지 정부의 환경정책이 소비자의 건강과 환경 보호라는 실질적인 효과를 지니기에는 미진한 바 많으며, 정부의 정책이 아직도 성장위주의 정책을 답습할 뿐, 지속가능한 사회를 달성하기 위한 구체적인 정책 노력이 부족하다고 아니 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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