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병성 (사단법인 숲생태지도자협회 이사)
오늘 우리는 시멘트 공간에 갇혀 살고 있다. 시멘트로 만들어진 아파트로부터 하루 종일 근무하는 사무실 또한 사방이 시멘트로 이뤄져 있다. 우리의 생활이 시멘트를 떠날 수 없다면 무엇보다 시멘트는 깨끗하고 안전하게 만들어져야한다. 매일 먹는 음식과 같이 우리가 24시간 거주하는 시멘트 공간은 우리의 생명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시멘트는 얼마나 안전할까? 최근 연구 자료들에 의하면 국내 시멘트에는 중금속이 중국산 시멘트에 비해 수십 배에 이르고, 발암물질인 6가 크롬이 일본에 세배가 넘는다고 보고하고 있다.
국내 생산되는 시멘트 안에 왜 중금속과 발암물질이 가득한 것일까? 원래 시멘트의 제조 공정은 석회석에 점토와 규석과 철광석을 일정비율로 섞어 고온에 구워 만든다. 그러나 최근 만들어진 시멘트 중에 천연 연료라곤 오직 석회석 하나만 들어가고, 나머지는 산업생산과정 중에 나오는 산업쓰레기들로 대체되고 있다. 한마디로 각종 쓰레기범벅으로 만드는 것이 오늘의 대한민국의 시멘트라고 할 수 있는 것이다.
발암시멘트가 만들어지는 과정
그러면 어떤 산업쓰레기들이 시멘트에 들어가는지 살펴보자. 제철소에서 나오는 폐주물사, 전기 제련의 부산물인 철슬래그, 하수슬러지, 유리섬유 등을 비롯하여 소각장의 소각재까지 각종 쓰레기가 시멘트의 원료가 된다.
원료의 명목으로 점토와 규석 대신 들어가는 산업쓰레기들 뿐만이 아니라 연료로 사용되는 각종 쓰레기들을 살펴보자. 폐타이어, 폐전선, 폐고무, 폐비닐, 우레탄 등 우리 생활 주변에 발생되는 모든 쓰레기들이 연료라는 명목으로 사용된다. ‘연료’라 하면 우리는 보일러에서 불을 때는 것으로 생각한다. 그러나 시멘트를 만드는 과정의 연료라는 것은 소성로의 온도를 높여주는 연료인 동시에 원료가 된다.
그 과정을 자세히 설명하면 이렇다. 시멘트의 용광로라 할 수 있는 ‘소성로’에서 석회석과 다양한 산업쓰레기들이 섞여 고온의 불에 구워지면서 시멘트가 되는데, 바로 돌이 구워지고 있는 이 소성로에 폐타이어를 비롯해 모든 연소성 쓰레기를 직접 투입하는 것이다.
1000도가 넘는 뜨거운 불속에서 구워지는 소성로 안의 돌가루들과 폐타이어 등이 함께 혼합되면, 폐타이어에 불이 붙어 소성로 안에 온도를 올려주고, 다 타고 남은 재는 자연스레 돌가루들과 섞여 시멘트가 되는 것이다. 보통 한 소성로에 투입되는 폐타이어는 1시간에 무려 450개에서 800개 정도에 이른다.
한마디로 타지 않는 쓰레기는 ‘원료’로, 타는 각종 연소성 쓰레기는 ‘연료’라는 이름으로 사용되고 있는 것이다. 오늘 시멘트 속에 중금속과 발암물질이 높은 이유가 바로 여기 있는 것이다.
시멘트 공장에 들어서면 눈앞에 가득 쌓인 각종 쓰레기들로 인해 내가 쓰레기장에 왔는지 시멘트 공장에 와 있는 것인지 분간이 되질 않는다. 하늘처럼 높이 쌓여있는 폐타이어와 폐전선, 그리고 고무종류를 비롯해 온갖 잡동사니가 뒤섞여 있는 쓰레기 더미들과 그 아래로 시커멓게 흐르는 침출수... 그야말로 이런 쓰레기장도 어디에 없을 것이다. 그러나 이것이 바로 오늘 대한민국 시멘트 공장의 실정이다.
쓰레기 시멘트의 유해성 조사 한번 하지 않은 무책임한
환경부
시멘트업계가 생산과정에 산업 폐기물을 사용하기 시작한 것은 99년도부터이다. 환경부에서 쌓여가는 산업쓰레기들을 ‘자원재활용’과 ‘쓰레기 처리 비용의 경제성’이라는 명목으로 시멘트소성로에 사용토록 허가한 것이다.
그러나 수년간 유독성 산업쓰레기들이 시멘트의 원료와 연료로 사용되어 온 과정에서 인체에 미치는 유해성에 대한 연구는 단 한 번도 없었다. 환경부는 인체에 대한 피해 여부를 조사한 후 안전에 대해 문제가 없는 것들만을 시멘트 소성로에 사용토록 허가해야함이 마땅하였음에도 불구하고, 국민의 건강과 생명보다 그저 쓰레기를 치우기에 급급했던 것이다. 어떤 비용을 지불하더라도 국민의 건강이 우선 되어야함에도 불구하고 환경부는 경제 논리를 내세워 국민의 생명을 담보로 한 도박을 하고 있는 것이다. 아니 이것은 도박이기 보다 생명에 대한 범죄라고 말하는 것이 더 옳을 것이다.
그동안 관련 자료들을 조사하면서 슬러지, 소각재, 폐주물사... 등을 시멘트로 어떻게 활용할 수 있는가라는 수많은 연구와 논문들을 찾아볼 수 있었다. 그러나 그 어디에서도 쓰레기를 활용한 시멘트가 인체에 얼마나 영향을 미칠 수 있는가를 연구한 자료들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오직 각종 쓰레기들을 시멘트로 활용키 위한 합법의 과정으로 연구들이 이뤄진 것들뿐이었다.
한 연구논문을 뒤적이다 내 눈을 의심해야했다. ‘산업폐기물 재활용 기술개발 사업’이라는 명분 아래 ‘철강산업슬러지의 복합처리에 의한 실용화 기술 개발’이란 연구에 환경부에서 무려 25억6천6백만원, 민간기업에서 8억9천만원 총 34억6천5백만원의 비용을 지급한 것이었다. 내 눈을 믿을 수 없어 설마하며 몇 번이고 동그라미를 세워보았지만 34억원이 맞았다. 이럴 수가! 단 하나의 산업쓰레기를 시멘트로 활용하기 위한 연구에, 그것도 이미 수년전부터 사용하고 있는 기술에 불과함에도 수십억 원을 제공하면서, 인체의 유해성에 대한 조사에는 단 한 푼도 들인 적이 없었단 말인가?
쓰레기의 총합 = 대한민국 발암 시멘트
최근 환경부에서 발표한 국내 시멘트 중의 6가크롬에 대한 용역 결과(이 용역 결과는 환경부와 양회협회가 함께 했고, 그 비용 6000만원도 양회협회에서 제공한 것이다.)는 일본 시멘트 평균치인 8.1㎎/㎏의 세배가 넘는 25.5㎎/㎏이 검출되었다. 특히 발암물질인 6가 크롬은 폐기물 관리법에 의해 유독성 폐기물로 따로 처리해야하는 ‘지정폐기물’의 기준치인 1.5㎎/ℓ를 대부분 넘고 있었다.
한마디로 시멘트 자체가 지정폐기물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러면 지정폐기물의 유독성을 넘어선 시멘트로 지은 아파트는 무엇이 되는 것일까?
왜 대부분의 시멘트가 지정폐기물보다 더 유독성을 지니고 있는지 지정폐기물에 대하여 설명하고 있는 폐기물관리법을 살펴보면 그 이유를 간단히 알 수 있다.
“지정폐기물이란 사업장 폐기물 중 주변환경을 오염시키거나 인체에 해를 끼칠 수 있는 물질로서 대통령령이 정하는 특정 폐기물로서, 종류는 (1) 폐산 (2) 폐알칼리 (3) 폐유 (4) 폐유기용제(할로겐족, 비할로겐족) (5) 폐합성고분자화합물(폐합성수지, 폐합성고무, 폐페인트 및 폐래커) (6) 폐석면 (7) 슬래그(광재) (8) 분진 (9) 폐주물사 및 샌드블라스트폐사 (10) 폐내화물 및 재벌구이 전에 시유된 도자기편류 (11) 소각잔재물 (12) 안정화 및 고형화처리물 (13) 폐촉매 (14) 폐흡착제 및 폐흡수제 (15) 폐농약 (16) 폴리염화비페닐 함유 폐기물(액상의 것, 액상 외의 것) (17) 슬러지(폐수처리 슬러지, 공정 슬러지) (18) 기타(주변환경을 오염시킬 수 있는 유해한 물질로서 환경부장관이 지정·고시하는 물질을 함유한 것에 한함) 등이다.”
위의 지정폐기물의 목록들 중에 한두 가지를 빼고는 거의 모든 유독성 지정폐기물이 시멘트의 재료로 사용되고 있다. 이런 유해한 지정폐기물의 총합으로 만들어진 시멘트니 당연히 발암물질이 가득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동안 환경부와 시멘트 업계가 시멘트에 산업쓰레기를 사용하면서 내세운 명분은 소성로가 1450도의 고열이기에 모든 중금속이 남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환경부가 발표한 이번 용역 결과에서도 시멘트에 6가크롬이 높은 이유는 폐주물사를 비롯하여 각종 유해한 산업 쓰레기를 사용한 때문이고, 발암물질인 시멘트내의 6가크롬을 줄이기 위해서는 산업쓰레기 사용금지와 대체방안을 모색해야한다고 밝히고 있다. 이는 그동안 소성로의 고열로 쓰레기 속에 포함된 모든 유해성이 사라진다는 주장이 잘못되었음을 증명하는 것이다.
시멘트 업계의 부도덕함과 환경부의 무책임
시멘트업계가 사용하고 있는 산업폐기물을 조사하다 놀라운 사실을 알 수 있었다. 국내 시멘트에 일본의 산업폐기물까지 들여오고 있다는 것이다. 일본의 석탄재와 폐타이어 등이 국내 시멘트 재료로 들어오고, 심지어는 일본에서는 처분이 불가능한 무려 크롬이 7000ppm 넘는 유해성 슬래그까지 돈을 받고 들여와 시멘트에 사용하는 것이다.
그동안 일본의 폐타이어를 가져오면서 일본의 쓰레기를 처리해주는 까닭에 처리 비용을 받았다. 그러나 국내 시멘트 회사들이 서로 가져가려 경쟁하다보니 이젠 유가물로 전환되어 올해부턴 돈을 주고 사오고 있는 실정이다. 석탄재와 슬래그는 일본으로부터 처리 비용을 받고 국내로 들여오고 있는데 그야말로 시멘트 회사는 돈만 된다면 어떤 외국의 쓰레기이든 다 들여오는 것이다. 환경부의 무책임과 돈벌이에 눈먼 일부 시멘트 회사로 인해 이 땅이 일본의 쓰레기장이 되었고, 결국 우리가 살고 있는 집은 일본 쓰레기의 처분장으로 전락한 것이다.
환경부 장관에게 묻고 싶다. 환경부가 산업 쓰레기들을 시멘트의 원료와 연료로 사용토록 한 명분은 자원재활용과 소각장보다 쓰레기처리비용이 경제적이라는 것이었다. 그러면 일본의 유독성 쓰레기를 돈 받고 들여와 사용하는 것은 어떤 측면에서 경제성이 있다는 것인가? 이 나라가 더러워지고 국민은 병들어도 시멘트 회사만 이득이 생기면 경제성이 있는 것인가? 환경부는 눈앞에 쌓인 산업 쓰레기들을 시멘트에 처리하여 지금 당장은 쓰레기 문제가 해결되었을지 모른다.
그러나 시멘트로 지어진 건물의 수명은 길어야 5-60년에 불과하다. 그렇다면 다음 세대가 지정폐기물 수준의 유해성인 콘크리트 건물을 허물 경우는 어떻게 될지를 생각해 보았는가? 환경부의 잘못된 폐기물 재활용 정책으로 인해 전 국민이 병들고, 더 나아가 후손들의 미래까지 도둑질하고 있는 것이다.

발암시멘트, 산업자원부도 책임이 크다
시멘트가 그 자체로 발암물질이 된 원인은 환경부뿐만 아니라 산업자원부에도 있다. 요즘 모든 공산품에는 무엇으로 만들어졌는지 첨가물과 성분을 표시하게 되어있다. 아이들의 과자뿐 아니라 심지어 개 사료에도 성분 표시를 의무적으로 하고 있다. 그러나 시멘트는 KS 규격만 맞추면 성분 표시가 필요 없고, 무엇으로 만들었는지 밝히지 않아도 된다.
문제는 시멘트 KS 규격에 중금속과 6가크롬 등 유해성분 표시 규정이 단 하나도 없다는 것이다. 오직 얼마나 빨리 잘 굳는가라는 압축강도 규정만 맞추면 시멘트 안에 인체에 유해성분이 얼마나 많이 들어 있는지 아무 상관이 없다. 이런 법적인 미비점 때문에 지금까지 각종 쓰레기로 범벅이 된 시멘트가 만들어 질 수 있었던 것이다. 보다 깨끗하고 안전한 시멘트가 만들어지기 위해서는 시멘트 규격 안에 유해성분 규정을 두어야 하며 무엇으로 만들었는지 첨가물과 성분 표시를 해야 함이 마땅하다.
지난해 5월 산업자원부가 발표한 공산품 안전관리제도에 의하면 안전관리대상으로 지정되어 있지 않은 공산품 중에서도 안전성 조사 결과 유해화학물질 또는 내분비계 장애 물질 등이 함유되어 생명에 위해를 미치는 제품에 대해서는 판매금지.개선.수거.파기를 권고하고 이를 이행치 아니하는 경우 그 사실을 공표할 수 있도록 ‘신속조치제도’를 신설하였다.
국내 시멘트에 발암물질인 6가크롬이 다량 포함되어 있음이 온 세상에 알려졌다. 산자부는 법에 따라 발암물질인 6가크롬을 다량 포함한 시멘트에 대해 마땅한 법적인 조치를 해야 할 것이며, 하루빨리 시멘트 KS 규격 안에 유해 성분 기준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시멘트 소성로 관리를 위해 새로운 협의체 설립해야
쓰레기범벅으로 만든 발암시멘트의 문제가 지난해부터 언론에 제기되고 환경부의 국정감사에서도 많은 국회의원들이 시정을 요구하였다. 지금까지 발암시멘트를 만들어 국민의 건강을 해치도록 방치한 것은 무엇보다 환경부의 잘못된 정책에서 기인한다. 환경부는 자신들의 잘못을 깨닫고 개선의 의지를 가지고 있을까?
지난 4월 25일 환경부에서‘시멘트 소성로 관리 기준 개선계획 설명회’가 열렸다. 발암시멘트가 생산되는 시멘트 소성로의 관리 기준을 개선하겠다는 자리인데, 이 날 환경부에서 나온 개선 계획에는 근본적인 개선책은 단 하나도 들어있지 않았다. 깨끗하고 안전한 시멘트를 만들기 위해서는 시멘트 소성로 굴뚝에 배출가스 중에 각종 유해가스와 중금속이 규제가 되어야 하고, 시멘트에 들어가는 쓰레기의 사용 기준이 마련되어야 마땅했다. 이날 자리는 언론의 비난을 피하기 위해 개선 대책을 마련했다는 생색내기용 자리에 불과하였던 것이다.
이젠 깨끗한 시멘트를 위한 대책을 더 이상 환경부에 맡길 수는 없다. 아직도 환경부는 쓰레기를 치워주는 시멘트 업계와 유착되어 국민의 건강은 뒷전으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잘못된 정책을 펴온 환경부에 올바른 개선책을 마련하라고 하는 것 자체가 잘못이다. 깨끗하고 안전한 시멘트를 만들기 위해 전문 교수와 시민단체와 시멘트 공장이 있는 지역의 주민대표가 참여하는 새로운 협의체가 설립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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