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얼마 전 저녁을 먹던 도중 복통을 호소하며 울어대는 초등학생 딸을 병원으로 급히 데려간 윤 모(35)씨는 의사로부터 의외의 얘길 들었다. 저녁을 먹지 않겠다는 딸을 억지로 식탁에 앉히는 바람에 체한 것인 줄로만 알았는데, 실제로는 식중독에 걸린 것이었기 때문이다. 김 씨의 딸이 엄마 몰래 학교 앞 문방구에서 사 먹은 불량식품이 그 원인이었다.
최근 어린 자녀들에게 안심하고 줄 수 있는 먹거리가 없다는 부모들의 불안감이 높아지면서 ‘어린이 먹거리 안전 대책’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지난 2월 식품의약품안전청(이하 식약청)이 발표한 조사 결과에 따르면 자녀를 둔 부모나 보호자의 6.7%만이 어린이 먹거리가 안전한 것으로 인식하고 있으며, 54%는 불안해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또 설문 응답자의 22.6%는 자녀가 식품 섭취로 인한 사고를 경험한 적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결과는 대부분 문방구, 구멍가게 등 부모의 손이 미치지 못하는 학교 주변에서 판매되고 있는 값싸고 질이 낮은 원료를 사용한 과자 때문. 이외에도 일부 문방구, 노점상 등에서는 냉장고, 식품보관대 등의 위생시설을 갖추지 않은 채 음식을 조리·판매해 어린이들의 식중독 감염을 불러오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와 관련, 부산 식약청은 “초등학교 주변에는 저가(100~200원) 식품이 주로 판매되고 있는데 이 같은 먹거리는 병원성 미생물에 오염됐을 확률이 높아 어린이들이 먹기에는 적절하지 않다”고 설명했다.
또한 학교에서의 단체 급식도 어린이들의 건강에 안전치만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 2003년부터 초등학교에서 급식이 전면 시행됨으로써 어린이의 경우 하루 1끼 이상을 학교에서 먹고 있다. 하지만 이처럼 단체 급식은 양적으로 급성장한 반면 위생과 질적 수준은 미흡한 것으로 지적돼 문제가 되고 있다. 일부 초등학교의 경우 위생상태 및 질적 수준이 기준치보다 낮아 어린이들의 건강을 위협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지난해 6월 바이러스에 오염된 식재료로 인해 식중독이 3000명 이상 동시 발생하는 등 식중독이 대형화됨에 따라 그 문제는 더욱 심각해지고 있다. ‘방학 중 결식아동 부실도시락 사건(2005년 1월)’과 ‘꿀꿀이 죽 사건(2005년 6월)’ 등도 더 이상 어린이들이 먹거리 앞에 안전하지 못하다는 것을 알려주는 부분이다.
어린이들의 학원교육 및 컴퓨터, TV시청 등 도시형 생활습관으로 인해 어린이들의 활동 영역과 시간이 감소되는 등 운동부족이 심화되면서, 과체중 및 비만율도 해결해야 할 과제로 대두되고 있다.
지난 2005년 통계청이 발표한 결과에 따르면 어린이 생활시간 중 TV시청 및 컴퓨터 사용시간은 평일 142분, 일요일 273분인 것으로 나타났다. 또 어린이들이 햄버거, 라면 등 식사대용 패스트푸드, 가공식품을 섭취하는 경우가 예년보다 증가한 부분도 어린이 과체중 및 비만을 부추기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처럼 어린이들의 운동부족과 트랜스지방, 나트륨 등이 많이 함유된 식품의 과잉 섭취로 최근 어린이 과체중 및 비만이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다. 때문에 의학전문가들은 비만의 경우 고혈압, 당뇨병 등 성인병으로 이어질 확률이 높은데, 비만 어린이의 40% 정도는 성인 비만에 걸릴 가능성이 있다고 강조한다.
이와 관련, 보건복지부는 “일부 어린이들은 비만으로 인한 성인병 외에도 칼슘, 철분 등의 섭취량이 평균보다 부족하다”며 “최근에는 이 같은 영양 결핍 문제도 어린이의 건강을 위협하고 있다”고 밝혔다.
어린이 먹거리 대책 시급
어린이들의 식중독·비만·성인성질환 등이 사회적 문제로 지적되면서, 식생활 변화에 맞는 정부의 적극적인 안전 및 영양대책의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이에 따라 일부 단체에서는 ‘학교 안팎 건강저해·저질식품의 유통 차단 및 단체급식 위생과 영양 수준 상승으로 인한 부모의 불안감 해소’, ‘어린이 식습관이 서구화되는 속도가 빨라짐에 따른 체계적인 영양관리 대책 마련’, ‘부모와 자녀가 올바른 식품 선택에 필요한 역량을 갖출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교육·홍보 노력 강화’ 등이 시급하다고 강조하고 있는 실정이다.
또 이들 단체들은 ‘미국이 기존 어린이 영양법’을 ‘어린이 영양 증진 및 학교급식 보호법’으로 개정하는 등 영양 관리 및 정크푸드 규제 강화한 것과 영국 식품기준청(FSA)이 오후 9시 이전 지방, 당, 소금이 많이 함유된 음식의 광고를 전면 금지한 것, 프랑스가 고지방, 고당식품에 대해 어린이 TV 방송 중 광고를 금지하고, 음료나 식품회사 광고예산의 1.5%를 건전한 식습관 촉진 운동을 위한 비용으로 국가기관에 납부하도록 규정한 것을 본보기로 삼는 등 국제 수준으로 어린이 식품에 대한 규제를 강화해야 한다고 밝히고 있다.
이에 대해 식약청은 “과자·패스트푸드 등 기호식품과 단체 급식의 유통·소비환경을 개선해 유해성분, 식중독, 비만 등으로부터 어린이 건강을 보호하기 위한 대책을 마련, 어린이 건강관리에 주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식약청, 어린이 먹거리 안전 대책 수립
어린이들의 먹거리 안전이 심각해짐에 따라 식약청은 지난 2월 ‘어린이 먹거리 안전 2010 로드맵’을 수립, 범정부적 차원에서 ‘어린이 먹거리 안전 정책’을 추진할 계획이다.
식약청이 마련한 어린이 먹거리 안전 종합 대책 핵심 과제는 다음과 같다.
◇ 식품안전보호구역 지정관리=학교 주변지역(200m)을 식품안전보호구역(Green Food Zone)으로 지정해 건강 저해 어린이 기호식품 규제 강화 및 학교 주변의 비위생적인 식품 판매 시설 개선을 위한 지원 강화
◇ 어린이 기호식품 광고 등 규제 강화=건강을 저해하는 성분이 일정 기준 이상 들어 있는 패스트푸드, 과자 등의 광고는 제한 또는 금지 및 외식업체나 패스트푸드점에서도 영양성분을 표시하도록 추진
◇ 당·나트륨·트랜스 지방 등 영양 위해 성분 저감화=오는 2010년까지 당·나트륨 섭취를 10% 이상 줄이도록 추진 및 트랜스지방은 2010년까지 1% 미만으로 낮춰 제로화 추진
◇ 어린이 기호식품의 첨가물 사용 규제 강화=식품첨가물에 대한 섭취량 및 안전성 평가를 강화해 어린이 다소비·기호식품의 첨가물에 대한 안전관리 강화 및 어린이 다소비 식품에 사용하는 타르색소 사용기준 강화
◇ 영양 강화 및 영·유아용 식품의 안전관리=어린이가 즐겨 먹는 식품의 영양 강화 추진 및 영·유아를 위한 식품의 영양·위생·안전성 확보 대책 추진
◇ 어린이 단체급식 지원체계 구축=어린이 단체급식용 식재료의 안전관리 기준 설정 및 집단 급식 시설에 식재료를 공급하는 업종을 법적 관리화하고 관계기관간 합동 점검 강화, 각 지자체의 집단 급식소 지도 관리를 강화하기 위해 ‘어린이 급식관리 지원센터’ 설치·운영
◇ 식품안전·영양 교육 및 홍보 강화=식품안전 및 영양교육에 대한 정부 책임 명시 및 식품 안전·영양 교육을 체계적으로 뒷받침하기 위해 식품 안전·영양 평가원 설치 운영
◇ 우수한 제품에 대한 소비자 접근성 제고=어린이와 부모 등이 영양성분 함량을 보다 쉽게 알 수 있도록 가공식품의 영양성분 신호등표시제 도입 및 우수한 제품이나 선도업체에 대한 소비자가 쉽게 알아 볼 수 있도록 인증마크 등의 인센티브 부여
◇ 어린이 식생활안전관리특별법 마련=가칭 ‘어린이 식생활안전관리특별법’을 제정해 어린이 먹거리 대책 제도화
◇ 어린이 먹거리 안전·영양수준 평가·관리=주관적인 인식도와 객관적인 지표를 포괄할 수 있는 어린이 먹거리 안전·영양 평가체계 구축 및 시·군·구의 어린이 먹거리 환경개선 노력을 평가해 공개, 먹거리 대책의 실효성 확보. 박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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