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 초부터 석면의 공포가 서울 지하철을 뒤덮었다. 지하철 27개 역 가운데 17개 역에서 석면이 검출된 것이다. 특히 방배역과 상왕십리 승강장 천장에서는 석면 성분인 트레몰라이트가 기준치인 1%의 10배 이상인 15%, 14%가 포함되었으며, 시청, 을지로입구, 삼성, 낙성대역 등의 승강장 건물에서도 석면 함유량이 1%가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발암물질 가득한 지하창고가 표면으로 드러난 것이다. 석면은 전동차 운행에 따른 소음과 진동을 줄이기 위해 도포제로 씌여졌는데 지하철 대부분 석면 사용기준 강화 이전에 지어졌기 때문에 다량의 석면을 포함하고 있다.
현재 석면철거에 관해 노동부, 환경부, 건교부, 교육부가 관련법규정을 마련하고 있지만 석면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강력한 법규를 통해 석면피해 예방에 만전을 기하는 선진국에 비해 초보적인 수준에 머물고 있다. 석면의 위험성 및 관계법에서부터 인적제원의 확보까지 가야할 길이 먼 석면철거 정책의 문제점과 개선점에 대해 알아보자.
석면의 위험성
석면(石綿, Asbestos)은 화성암의 일종으로 천연의 자연계에 존재하는 사문석 및 각섬석의 광물에서 채취된 섬유모양의 규산화합물로서 유연성이 있는 광택이 특이한 극세섬유상의 광물이다. 미국 산업안전 보건청(OSHA)은 석면을 `인체에 암을 일으키는 것이 확실한 1급 발암물질 27종 중 하나로 규정하고 있고 국제암연구학회(IARC)도 석면을 1급 발암물질로 분류하고 있다. 석면은 크게 청석면, 갈석면 및 백석면 등으로 구분되며 청석면 및 갈석면은 2001년 1월부터 제조 등의 금지물질(제조, 수입, 양도, 제공 및 사용 금지)로 규정됐으며 악티노라이트 석면, 안소필라이트석면 및 트레모라이트 석면은 2003년 7월부터 금지됐고, 백석면 역시 2009년부터 사용이 전면 금지된다.
석면에 노출되면 피부질환, 호흡기 질환은 물론 10~30년의 잠복기를 거쳐 폐암, 악성중피종, 석면폐 등 모두 치명적인 질병을 유발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특히 폐암은 석면분진을 직접적으로 흡입한 사람들 중에서 상당히 많이 발견되고 있다.
실제로 ILO(국제노동기구) 통계에 따르면 전 세계적으로 연간 10만명이 석면과 관련해 사망하고 있어 단일 산업재해로서는 가장 많은 사망자를 양산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2005년 36세 노동자가 지하철공사 석면 산재판정을 받은 데 이어 작년말 광주·전남에서도 악성 종피종으로 지역의 첫 석면 산재승인을 받은 50대 여성노동자가 올 1월 안타깝게 세상을 떠났다.
외국 연구결과에 따르면 중피종은 대부분 석면 노출 후 30여년이 지난 후에야 발병, 10년 이내에 발병하는 경우는 드물어 앞으로 석면피해 사례는 더욱 가시화될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석면이 주요인인 악성 중피종은 취급하는 특정 직업군 종사자에게만 발병하는 직업성 질환이 아니라 일반인도 일상생활에서 걸릴 수 있는 환경성 질환이라는 것이 더 큰 문제라고 지적한다.
특히 최근에는 지하철 승강장에서 냉·난방 기구나 전기설비, 스크린 도어 설치 등으로 공사가 자주 이뤄지고 있기 때문에 석면이 공기 중에 노출될 가능성이 높다.
석면, 어디에 있을까
우리는 석면에 얼마나 노출되어 있을까. 서울 도심의 어느 회사칸막이에서부터 시골 외딴마을의 슬레이트 지붕까지 석면은 우리 생활 곳곳에 자리하고 있다. 비바람 막아주고, 조각내 고기까지 구워먹던 스레이트 지붕에 인체에 치명적인 1급 발암물질이 있었을 거라고 상상이나 해봤나. 70년대 새마을운동을 타고 활성화된 석면제품들은 내연성, 단열성, 내구성, 절연성, 유연성 등이 뛰어나 건축자재(82%), 자동차부품(11%), 섬유제품(5%)등 우리 생활 곳곳에서 자리하고 있다.
석면은 사무실이나 교실, 지하철 역사 천장에 쓰이는 ‘텍스’에 5% 이상이 함유돼 있으며, 사무실 칸막이로 쓰이는 ‘밤라이트’, 건축물 지붕에 쓰이는 ‘슬레이트’에도 8∼10% 이상 함유돼 있다. 음향설비가 있는 스튜디오 벽면 ‘흡음재’도 석면으로 만들고 일부 자동차 브레이크라이닝도 석면 제품이다. 사무용 빌딩, 오래된 주택가, 학교, 학원 등에는 모두 석면이 함유된 건축자재가 도처에 널려있다는 것이다.
70년대 새마을 운동으로 석면은 매우 유용한 건축자재로 권장됐었고 광범위하게 사용되던 당시의 건축물들은 이제 낡아 비산될 가능성 높은 애물단지가 되었다.
석면의 유해성에 대한 인식이 높아지면서 석면 사용 규제 강화로 인해 석면 원자재 수입은 1995년 8만8722t에서 작년에는 6477t으로 감소하였으나, 석면이 함유된 브레이크라이닝, 슬레이트 등 제품 수입은 오히려 10년 새 7932t에서 작년에는 4만7967t으로 6배 정도 증가하는 추세이다.
“가장 시급한 곳은 학교와 병원입니다. 실내공기질 측정으로는 석면결과가 나올 수 없습니다. 일일이 시료측정을 해야 정확한 석면결과가 나오기 때문에 전국에 학교 석면을 분석하고 해체하려면 막대한 자금이 필요합니다. 모든 시설을 조사하기란 불가능하다고 보시면 되는 거죠.” 석면 관계자는 국내 석면조사 작업이 시급하지만 재정적인 문제로 실태파악 조차 어렵다고 얘기한다.
석면관리 인적구성 전문성 확보해야
“석면정책은 과거에 비해 그나마 낳아졌죠. 하지만 국내 전문가는 거의 없습니다. 국내 석면전문서적이나 교육교재도 없으니, 외국의 것에 의존하는 실정입니다.”
석면연구소 박영식 소장은 석면의 심각성과 높아진 석면의식에 비해 국내 석면 전문가 부족한 것이 현실이라고 지적한다. 또한 그는 석면의 분석과 철거는 엄연히 다른 일이라고 강조한다.
국내에서 발행되는 석면관련 자격증이나 면허증이 없는 관계로 국내 석면연구가들은 미국의 석면 면허증을 취득하게 된다. 미국은 분석과 철거 2분야로 나눠 면허증이 나오기 때문에 국내에서 노동부가 인정해주고 있는 해외 면허의 사용도 분석과 철거분야로 나눠 사용되어야 한다. 하지만 국내에선 혼용돼 사용되고 있는 실정으로 석면 철거 면허증을 취득한 사람이 석면 분석을 하고, 이것이 인정되고 있다.
이처럼 국내 석면분석의 결과가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신뢰받지 못하고 있는 현실이다. 본 문제는 국내 석면관련 교육기관 하나 제대로 없는 현실과도 맞닿아 있다. 국내 사정을 고려한 적당한 교육기관 설립이 필요한 것이다.
현재 한국산업안전공단에서 소개하고 있는 국내 전문분석기관은 7개로 석면의 위험성을 생각한다면 매우 부족한 실정이다. 분석과 철거의 신뢰도 높이기 위해선 교육기관을 설치해 석면관련 전문가 육성 및 분석기관을 확대하고 이를 관리할 수 있는 별도의 기구를 만드는 것이 필요하다.
석면 철거업체 인허가제도 마련해야
현재 철거업체에 대해 어떠한 관리가 이루어지고 있을까. 등록제, 허가제, 신고제? 답은 간단했다. 전혀 없기 때문이다. 석면철거 철거업체의 전문가 보유 여부와 철거장비의 성능, 교육에 대한 규정 제시가 미비한건 물론이고 관리감독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방진복과 방진마스크를 착용하긴 합니다. 하지만 이 옷과 마스크가 얼마만큼 나를 지켜줄지는 모릅니다.” 석면철거업에 종사하고 있는 김모씨는 “석면이 들어 있는 자재를 해체하고 제거할 때 작업 장소를 밀폐하고 근무자 전원에게 방진마스크와 방진복이 제공되지만 이에 대한 성능검사는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며 “더욱이 관리감독관이 불충분해 현장에서는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다”고 말한다.
일본은 헤파필터 등 석면전용 집진기 등 완벽한 시설과 장비를 갖추고 제거하도록 강제하고 있는 것과 비교되는 부분이다.
석면은 2009년 수입이 전면 금지됨으로써 1급 발암물질 석면의 확산을 막을 수 있게 됐다. 하지만 앞으로 우리가 만든 죽음의 그림자 석면을 해체해야 하는 숙제를 안고 있다. 죽음의 먼지에 노출되어 있는 국민들과 철거 노동자를 지켜야 하는 것은 정부의 몫이 제일 크다.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 석면을 안전하게 처리하기 위해선 부족한 전문가를 양성시키고 관련법규를 제정비, 관리감독은 더욱 철저히 해야 할 것이다. 박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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