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과 동물이 함께 공존하는 방법

편집국 | eco@ecomedia.co.kr | 입력 2007-02-13 16:5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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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드 킬(roadkill) 용어는 생소하지만 차를 운전하는 사람들의 대부분은 로드킬을 목격한 경험을 갖고 있다. 운전을 하고 다니다 보면 차에 치여 죽은 야생동물의 사체를 발견하곤 하는데 사체의 모습은 처참하기 이를 데 없다. 한번 치여 죽은 상태가 아니라 지나가는 차들에 의해 야생동물의 형태가 없어지고 결국은 가죽만 남아 있다.
개발이란 미명 아래 빠른 도로, 직선인 도로를 만들면서 야생동물의 이동통로나 습성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길을 만든 결과이다.


국도를 달리다 보면 간혹 야생동물들이 다닐 수 있도록 만들어 놓은 육교나 터널을 볼 수 있다. 야생동물의 이동 통로를 많은 비용을 들여 만들었지만 위치가 휴게소 바로 옆이라든가, 야생동물의 생태, 습성 등을 고려하지 않고 만들어 놓아 야생동물의 통로 역할을 전혀 할 수 없는 등의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사람들의 안전만 중요하지 다른 생명에는 관심이 없는 인간들의 단면을 보는 것 같다.
도로건설이 생태계에 가장 큰 피해를 주는 것은 도로상에서 운행차량과 야생동물의 충돌로 인한 로드킬(RoadKill)이라고 할 수 있다.
우리나라는 1988년부터 지리산 시암재를 시작으로 생태통로를 설치하기 시작했으며 자연환경보전법이 ’04년 개정돼 개발사업이나 인.허가 등을 시행함에 있어 생태통로 설치 등의 조치를 의무화하고 있다. 또한 생태통로를 설치하는 경우 국고지원을 할 수 있는 법적근거(자연환경보전법 제45조 생태통로 설치 등, 제54조 국고보조)도 마련돼 있다. 한국도로공사에서는 ’05년 9월 ‘로드킬 방지 중·장기계획’을 수립하고 같은 해 12월 ‘고속도로 로드킬 예방 특별대책’을 세워 시행 중이다. 최근 한국토지공사에서 생태통로 표본 조사결과, 야생동물의 이용 흔적이 거의 없는 경우가 많으며 특히 잘못된 노선선정 등으로 야생동물들의 로드킬(Road Kill) 사고가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개선책 마련이 시급하다.

고속도로 로드킬 현황
1998년부터 ’05년까지 고속도로 로드킬 발생건수는 △1998년 105마리 △1999년 158마리 △’00년 254마리 △’01년 429마리 △’02년 577마리 △’03년 940마리 △’04년 2천436마리 △’05년 3천341마리 등 8천140마리이다. 지난 ’03년 이후 고속도로 연장이 급격히 증가하고 통행량이 증가함에 따라 로드킬 발생량이 급증하고 있다.
로드킬 증가 원인으로는 고속도로 연장(최근 7년간 854km 증가)과 교통량 증가(1998년 이후 매년 1억대씩 증가), 천적의 부재로 인한 생태적 불균형, 고라니와 너구리류의 개체수 급증 등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가장 많이 사고가 발생하는 동물은 고라니, 너구리, 멧토끼 순으로 이 중에서 고라니(44%)와 너구리(33%)가 전체 발생량의 78%를 차지하고 있다. 발생시기는 1년중 2/4분기와 4/4분기에 집중돼 있다. 이는 2/4분기의 경우 주요 동물의 출산시기이며 4/4분기는 겨울잠 준비 및 교미 등의 활동을 하는 생태적 특성 때문으로 추정된다.

무엇이 문제인가?
한국도로공사가 생태통로 설치 등 야생동물 로드킬 방지 대책을 시행하고 있지만, 실제 로드킬은 감소하지 않고 오히려 빠른 속도로 증가하고 있다.
도로공사가 지난 ’01~’05년에 165억 원을 들여 생태통로 17개소, 유도펜스 116km를 설치하고 수목 6만 주를 식재하는 등 야생동물 로드킬 방지 대책을 시행하고 있지만 로드킬 감소에 영향을 미치지 못하고 있다
’10년까지 559억원을 투입해 생태통로 49곳, 유도펜스 228km, 수목 25만주를 추가로 식재하는 중장기 계획을 추진할 계획이다. 그러나 로드킬이 줄지 않는 이유는 불충분한 생태조사, 생태통로의 잘못된 조성 방식, 로드킬 방지시설 설치시기의 문제, 전문가 평가 미실시 등이다. 이는 생태통로 조성에 가장 기본이 되는 생태조사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으며, 최대한 자연환경에 가깝게 시공돼야 하는데 콘크리트가 그대로 드러난 부분도 있는 등 조성 방식에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도로공사도 중장기 계획에 전문적인 연구를 포함시켜 로드킬을 실질적으로 감소시킬 수 있는 종합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건설교통부의 지침
건설교통부의 지침을 보면, 도로가의 동물 보호 울타리에서 30㎝ 높이까지는 개구리·뱀 등 작은 양서·파충류들이 빠져나오지 못하도록 0.4×0.4㎝의 작은 격자망을 만들도록 했다. 높이 1m까지는 족제비·너구리 등 소형 동물이 출입하지 못하도록 2.5×5㎝의 격자망을 치도록 했고, 멧토끼·오소리 등 땅을 파는 습성을 지닌 동물에 대비해 울타리 밑에 깊이 20㎝ 이상의 콘크리트 구조물을 묻도록 했다.
멧돼지·삵 등의 출몰지역에는 울타리 높이를 1m까지, 사슴·고라니 등 잘 뛰어오르는 동물이 많은 지역엔 2m까지 높여 설치하도록 했다. 이밖에 도로의 차량에서 흘러나온 기름이나 윤활유 등이 주변의 하천에 바로 들어가지 않게 도로 옆에 이중의 완충 저류조를 설치하도록 했다. 또 방음효과를 높이기 위해 도로 바깥쪽에만 설치하던 방음벽을 도로 중앙에도 설치할 수 있는 조항도 신설됐다.
이것이 야생동물이 차량과의 충돌로 도로위에서 죽음을 맞이하는 도로치사(로드킬)을 줄일 건설교통부의 ‘도로건설 지침’이다. 그러나 건설교통부에서 제시한 방안을 보면 도로에 울타리를 치는 것에 역점을 두고 있다는 인상을 준다.

전국 생태통로 설치 현황(’06. 8월말 현재)
‘자연환경보전법’ 제45조 및 시행규칙 제28조의 규정에 의거 도로 등 개발사업 시행시 생태통로 설치 의무화(’06.1.1부터 시행)로 총 178개소(육교형 65, 터널형 107, 기타 6 / 국도 84, 지방도 77, 고속국도 17), 1,312억원 소요된 전국생태통로에 대한 환경부 ’05년 백두대간내 생태통로(12개소) 모니터링결과 9개소의 이동통로가 문제가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는 야생동물의 접근이 힘든 급경사에 설치되어 있거나, 사람의 이동로나 등산로로 이용되고 있어 야생동물의 이용이 저조한 실정이다.

생태축 단절 현황
도로 노선에 의한 생태축 단절 현황은 노선 종류별로 대간 및 정맥 관통 현황을 조사한 결과, 고속국도, 일반국도, 지방도 노선 상에서 총 315 지점이 대간 및 정맥을 관통하고 있다. 백두대간(50지점) 다음으로, 호남정맥(48지점), 금북정맥(44지점)이 도로건설로 인하여 많이 훼손된 것으로 파악되고있다. 노선 종류별 단절 현황에 있어서 총 315개 지점 중 고속국도가 41개 지점(13%)인 반면, 일반국도와 지방도가 각각 137개지점(43.5%) 및 지방도 133개지점(42.2%) 등 총 270개 지점으로 85.7%을 차지하였으며, 토지이용현황별 훼손에 있어서 총 315지점 중 산림과 산림 단절이 168개지점(53.3%), 농경지와 농경지 단절이 75지점(23.8%), 농경지와 산림단절이 48개지점(15.2%)으로 나타났다.

국립공원 11개소 야생동물 이동통로 전무!
야생동물 이동통로가 전무한 국립공원 11개소의 로드킬이 전체의 76% 차지하고 있다. 우원식 의원실에 따르면 국립공원내 관통도로는 56개노선 연장 496.2km이며, 이중 생태이동통로는 총 10개소로, 8.9km 당 생태이동통로가 한개 있는 실정이라고 밝히고 있다. 국립공원 11개(주왕산, 태안해안, 다도해 해상, 치악산, 월악산, 북한산, 변산반도, 계룡산, 한려해상, 내장산, 가야산)는 야생동물 이동통로가 전혀 없는 것으로 조사되었고, ’05년~’06년(1-9월) 국립공원관리공단에서 조사한 국립공원 내 관통도로의 로드킬은 총 3,173개체에 해당하는데, 야생동물 이동통로가 없는 11개 국립공원의 관통도로상의 로드킬이 2,411개체(76%)에 이르고 있다. 가장 로드킬 개체수가 많이 발생한 월악산의 경우 전체 로드킬 개체수의 71.4%(총 2,266개체, ’05년 1,449, ’06년 817)임에도 야생동물 이동통로가 전혀 없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우원식 의원은 국립공원관리공단 국정감사에서 로드킬이 많은 국립공원(월악산, 오대산, 지리산, 속리산 등) 관통도로에 대한 별도의 대책 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도로 계획단계부터 환경영향 고려
환경친화적인 도로건설을 위해서는 첫 계획단계부터 환경평가(전략환경평가와 환경영향평가)를 적용하고 구체적인 환경목표를 설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또 지속적인 모니터링과 유지관리를 통해 자료를 GIS화하거나 데이터베이스화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지적이다. ‘환경친화적인 도로건설 국제 세미나 - 도로와 환경의 공존 Ⅱ’ 세미나 (‘환경친화적인 도로건설 포럼(위원장 이무춘)’ 주최)에서 독일의 해버트 교수는 “친환경적인 도로건설을 위해서는 자연의 피해와 영향을 최소화시킨다는 관점에서 벗어나 자연과 사람이 함께 공존을 모색해야 한다”며 “도로건설을 계획하는 단계에서부터 환경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친환경적인 도로건설을 위한 국가적 기준과 평가 시스템이 필요하며 수치지도, GIS 등 과학적 데이터를 축적해 지속적인 유지관리를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미도리 박사는 일본의 로드킬 현황과 각종 대책을 구체적인 사진과 자료를 통해 소개하고 “로드킬을 줄이기 위해서는 생태통로, 유도펜스, 수목식재는 물론이고 일반인들에게 친환경 도로에 대한 홍보를 강화하는 등 종합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연세대 이무춘 교수는 “우리나라의 경우 도로건설을 확정한 후 환경영향 저감방안을 찾기 때문에 NGO 등에서 도로건설의 타당성에 이의를 제기하면 답하기가 어렵다”며 “도로계획 수립 초기 단계에 환경영향을 고려해 공간적으로 발생하는 환경갈등을 파악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국토연구원 김선희 연구위원은 “우리나라 도로건설에 있어서 환경을 고려하는 비중이 3%에 불과한데 이것을 10%까지 끌어올려야 한다”며 “유지관리 역시 상당히 미흡한 수준인데 지속적인 모니터링을 통해 자료를 축적하고 GIS화, 데이터베이스화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한국도로공사 권혁 환경관리팀장은 우리나라 고속도로 로드킬 현황과 대책을 발표했다. 권 팀장은 “2008년까지 고속도로 전 노선의 생태조사를 완료하고 2010년까지 총 720억을 투입해 야생동물 보호시설 설치를 완료할 것”이라며 로드킬 감소를 위한 전문가 양성, 외국사례의 국내 도입을 위한 검증 작업, 야생동물 보호시설의 지속적인 유지관리, 친환경시설의 국산화 등을 추진과제로 꼽았다. 야생동물의 도로치사율을 줄일 수 있는 최선의 도로건설 지침은 고가도로 중심의 도로 설계와 시공을 늘여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사람들의 발길에 망가진 산길에는 널로 만든 보행 통로(데크)를 지상과 띄워 짓는 것이 고가도로 건설과 같은 맥락이다. 그러나 고가도로 건설은 막대한 비용을 문제 삼아 꺼리는 방법이다. 그러나 자연상태에 가까운 생태환경을 보장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바로 이것이다. 또한 흔히 문제 삼는 비용 문제 또한 손실이 아니라 이득을 가져다주는 방편이 될 수 있다. 생태환경보장은 동물을 위해서만 좋은 것이 아니라 인간을 위해서 더욱 유익하다. 그렇다면 고가도로라는 최선책을 포기한다면 생태통로라는 차선이라도 찾아야 한다. 건교부가 제시한 20Cm이상의 생태통로가 멧토끼, 오소리 등의 이동을 도울 수 있겠지만 야생노루나 멧돼지의 이동을 돕지는 못할 것이다. 생태 통로는 생태조사를 마친 후 합리적인 설계로 만들어져야 할 것이다. 해당 도로 주변에 자주 출몰하는 동물 종류와 빈도를 파악하고 지형에 대한 이해를 해야 한다. 이를 바탕으로 다양한 크기와 형태의 생태 통로를 만드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도로 밑으로 최단거리로 가로지르는 통로만을 떠올릴 것이 아니라 경우에 따라서는 대각선으로 건너는 통로도 필요하고 장마철에 물이 차올랐을 경우를 대비해 높이를 달리하는 2,3단 통로도 필요하다.
로드킬을 줄이기 위해 유도울타리만을 설치하는 것은 바람직한 방향이 아니며 유도울타리 설치와 함께 겸용생태통로 발굴, 유도식재, 모니터링, 생태환경조사 등의 연구사업과 전문인력 양성, 친환경시설 산업화 등이 장기적으로 병행돼야 한다. 또한, 로드킬이 고속도로에서만 일어난다는 왜곡된 시각에서 벗어나 국도, 지방도, 마을길 등 자동차가 있는 모든 곳에서 일어난다는 것을 인식하고 거시적 관점에서 로드킬에 대한 조사 및 연구에 대한 투자가 이뤄져야 한다. 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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