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세간의 입방아에 오르내리고 있는 한강 노들섬 오페라하우스 건립사업에 거액을 투자하겠다고 한 세계적 금융거인 조지 소로스는 그의 새 연인이 젊은 한인 바이올리니스트라는 소식에 뭇시선을 끌기도 하였는데, 그들의 사랑이 뉴욕의 센트럴파크를 거닐며 점차 애틋해졌다는 기사를 읽은 적이 있다.
센트럴파크는 ‘나 홀로 집에’를 비롯한 많은 영화들의 배경이었고 뉴요커뿐 아니라 가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동경하고 감탄하는 낭만의 공원이기도 하다. 뉴욕을 세계의 뉴욕으로 만든 원동력의 하나가 센트럴파크다. 도대체 센트럴파크의 어떤 면이 뉴욕을 세계의 뉴욕으로까지 각인시키는데 기여했을까? 센트럴파크는 고층건물들이 빼곡하게 들어서 있는 뉴욕 맨해턴-기대하지 않은 그곳에 대규모로 조성된 도심공원(3.4㎢)이다.
도시의 빌딩 숲에 갇혀 사는 소시민에게 일상의 스트레스를 훌훌 털어버리고 내일을 예비하는 에너지를 충전할 수 있는 공간은 필수적인데 그러한 자연공간을 도심 한복판에 갖고 있는 뉴욕은 세계의 뉴욕이 되기에 손색이 없다는 생각이다.
반면 우리 강토는 6.25전쟁을 거치고 6,70년대 이후 산업화·도시화 과정을 거치면서 마구 할퀴어지고 파헤쳐져 자고로 일컬어져 왔던 ‘삼천리금수강산’이란 말이 무색할 지경이다. 바쁜 일과에 찌든 시민들이 찾아 휴식할 만한 생활주변의 안식처는 이제 눈을 씻고 찾아야 할 정도로 우리의 자연환경자원은 열악해져 있다.
국제자연보호연맹(IUCN)에 따르면, 지구상에 서식하는 생물을 적게는 1천만 종에서 3천만 종까지 추산하고 있으며 현재까지 기록된 종은 156만여 종이다. 이중 16천여 종이 멸종위기에 처해 있고 지난 5백년간 멸종이 확인된 것도 844 종에 달하지만, 과학자들은 이보다 훨씬 많은 1만여 종이 지난 100년간 멸종하였다고 보고 있다.
자연환경이 열악해져 동·식물이 떠나면 인간도 이내 떠나야 한다는 것은 자명한 이치이다. 자연환경이 주는 편익은 다양하면서도 위대하고 그 편익에 절대적으로 의존할 수밖에 없는 인간은 연약한 존재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자연환경’이란 자산이 우리 인류에게 주는 수많은 편익 중 대표적인 것 몇 가지만 살펴보기로 한다.
자연환경자원의 대표주자 중 하나는 산림이다. 산림은 목재와 펄프라는 종이의 원료를 제공한다. 인류가 존재하는 한 목재의 사용량은 지속적으로 증가할 것이고, 종이 또한 그 사용량은 인터넷 시대, 전자문서 시대가 도래 했지만 줄어들지는 않을 것이다.
지구의 허파로 불리는 열대우림은 60억 헥타르에서 급감하여 현재는 16억 헥타르만 남아 있고 이마저 50년 내에 소멸될 것으로 우려되고 있는 상황이다. 육림을 잘 하고 본전이 아닌 이자 범위 내에서 산림을 활용하는 나라는 앞으로 전개될 치열한 임산자원 확보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게 될 것이다. 또한 산림은 대기오염물질을 정화하고 산소를 생산하며 그 과정에서 지구를 냉각시켜 지구온난화를 억제한다.
어느 연구에 따르면 높이 8m, 줄기지름 25㎝ 크기의 플라타너스 나무 한 그루가 하루에 이산화탄소를 4㎏ 들이키고 성인 4명분 산소량인 3㎏을 생산한다. 우리나라의 산림 1헥타르는 대략 자동차 1대가 내뿜는 양과 비슷한 1.9톤의 이산화탄소를 연간 흡수하고 7,800명분의 산소량인 5.1톤을 생산하는 꼴이다. 플라타너스 나뭇잎은 蒸散작용으로 수분 360g을 방산하는데, 이에 의해 제거되는 대기 중 열기는 22만㎉(15평형 에어컨 8대를 5시간 가동할 때 제거되는 열량)에 이른다.
그 결과 녹지의 기온이 裸地보다 2.6℃ 내지 6.8℃ 낮아져 열섬(Thermal island)문제, 나아가 지구온난화 문제의 해결에 도움을 준다. 모 국립연구기관은 산림의 공익적 가치를 2003년 기준 59조원, 국민 1인당 123만원으로 평가한 바 있다.
자연환경자원의 주 구성원인 생물종은 90년대 이후 급신장하고 있는 바이오산업의 원료다. 세계 바이오시장은 연평균 10%이상 성장하고 있다. 천연물 의약품의 세계시장은 금년 3,700억 달러에 이를 것이라는 전망이다. 로슈사가 개발하고 세계보건기구가 공인한 유일한 조류 인풀루엔자 치료제인 타미풀루는 중국 토착식물인 스타아니스에서 추출한 성분으로 만드는데 1명분 가격이 60 달러 선이다. 로슈사 공장을 완전가동해도 10년 걸려야 세계 인구의 20%에게 공급할 수 있다 하니 로슈사가 벌어들일 수익은 가히 짐작할 수 없을 정도다.
미국의 경우 처방 약의 25%를 식물 추출물에서 얻고 있고 3천여 종의 항생제는 미생물로부터 추출하고 있다. 개도국 인구의 8할 이상은 동식물에서 의약품을 얻고 있고, 동양 전통의약품은 5천여 종의 동식물을 원료로 하고 있다. 자연환경자원인 생물종이 줄어들면 인류는 의약품을 얻지 못해 減壽를 甘受해야 한다.맛 좋고 생산성이 우수한 농작물이나 축종, 어종을 개발하고 활용함에 있어서도 생물종 자원의 뒷받침 없이는 불가능하다.
따라서 자연환경자원은 미래의 국가경쟁력을 결정짓는 주요 인자의 하나가 될 것이다. 이러한 고려에서 환경부는 거액을 투자해 ‘국립생물자원관’을 금년 중 완공하고 내년부터 생물자원을 체계적으로 확보해 보존하고 자원화해 나갈 예정이다. 조금 늦은 감이 있으나 잘된 일이다.
자연환경자원은 관광상품으로서도 매우 중요한 위치를 점하고 있다. 세계관광산업매출은 9%대의 고속성장을 하고 있고 2001년 기준 3조 5천억 달러에 이른다 한다. 사람들이 즐겨 찾는 관광지는 문화유적지 다음으로 휴식을 취할 수 있는 수려한 자연환경지역을 들 수 있을 것이다. 자연경관이 수려하기로 이름난 스위스의 경우 연간 8백만 명 정도가 찾고 있고 2005년 관광수입만도 112억 달러에 이른다 한다.
굴뚝 없는 무공해 산업인 관광산업의 우리 성적표는 초라하기 짝이 없다. 금년 들어 8월 말까지 어학연수, 유학 등을 제외한 순수 여행수지는 55억 달러 적자다. 땀 흘려 만든 상품의 수출로 벌어들인 외화로 여행수지 적자를 메우고 있는 형국이다. 이렇듯 여행수지 적자를 면치 못하는 원인은 관광자산, 곧 자연환경자산과 문화자산의 대외경쟁력이 부족한 데서 찾아야 할 것이다.
18세기 말 독일의 과학자이자 계몽주의 사상가인 리히텐베르크가 꾼 이상한 꿈 이야기를 읽은 적이 있다. 그는 꿈속에서 모든 물체의 본성에 대해 알 수 있다고 자랑했다. 그런데 갑자기 어디선가 노인이 나타나 호주머니에서 공 모양의 물체를 꺼내더니 한번 분석해보라고 했다. 그는 그 구를 분석해 탄소, 수소, 산소, 질소, 황, 인 등의 원소로 구성되어 있다고 열거했다. 이에 노인은 “잘 했네. 하지만 이 둥근 것이 바로 지구라네.”라고 일러주었다. 리히텐베르크는 비로소 자신이 창조주와 대면하고 있으며, 물리적 측면만 고려한 나머지 지구를 파괴했음을 깨달았다 한다.
이 땅은 현세대뿐 아니라 우리의 후손들이 살아가야 할 땅이다. 미래 세대들이 치열한 국제경쟁에서 이겨낼 수 있도록 배려하는 것은 先代의 당연한 의무이다. 빈터에 집 짓는 것보다 헌 집 헐어 내고 집짓기가 더 어려운 법이다. 현세대의 단견으로 미래세대의 경쟁력을 좀먹는 우를 범하지 않기 위해서는 삼천리금수강산의 자연환경자원을 잘 보전해 후대에 반환해 주어야 할 일이다.
윤성규 국립환경과학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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