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의 중부지역에 동서로 248km에 걸쳐있는 비무장지대. 한국전쟁이 3년이나 계속된 후 정치적, 군사적인 휴전협정에 따라 설정된 이 지역은 전후 50년간 인간의 간섭으로부터 배제된 생태계로 지구상에서 유일한 지역으로 손꼽히는 세계적인 천연보호구역인 셈이다.
이에 본지는 산림특집을 준비하면서 세계인들은 물론, 관심 있는 일반 국민들도 쉽게 접할 수 없었던 자원의 보고, 비무장지대의 생태계를 서정수 자연환경보전연구소장(農學博士)을 통해 조명해 본다.
-편집자주-
동서의 축으로 나뉜 비무장지대는 동해안의 적호(跡湖)로 부터 태백산맥을 넘어 서해안에 이르기까지 험준한 산악지대와 계곡, 그리고 분지와 대지(臺地)가 자리 잡고 있다. 또 북에서 발원하여 동해로 흘러가는 남강, 서해로 흘러가는 북한강과 한탄강 등이 연원(淵源)하는 다양한 지역적 특성을 갖추고 있는 곳이다.
때문에 서정수 자연환경보전연구소장은 “비무장지대가 가지는 생물지리학적인 가치가 매우 중요한 곳”이라고 설명했다.
서 소장은 뿐만 아니라 식물구계지리학적으로 볼 때는 관북(關北), 관서(關西), 갑산(甲山)의 소아구와 중부아구가 교차하는 지역이기도 하기 때문에 많은 북방계식물과 남방계식물이 함께 분포하고 있어 ‘한반도의 식물상을 대표하는 지역’이라고 덧붙였다.
비무장지대의 이러한 특성은 자연히 많은 국내외 관련학자와 관계기관의 관심을 모으게 되어 ’66년도에 미국의 스미소니언연구소와 한국의 한국자연보존연구회(현, 한국자연보전협회)가 공동으로 종합적인 학술조사를 시작한 이래 여러 기관에서 산발적인 자연생태계 조사에 착수하게 되는 등 세계의 이목과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금강초롱쪾칼잎용담등
한국 특산식물 서식지 ‘향로봉’
향로봉은 한반도를 남북으로 뻗고 있는 청량산맥인 태백산맥의 일부다. 해발 1,293m의 험준한 산으로 북에서 유명한 금강산과 남으로는 설악산국립공원을 바라보는 중간 위치에 자리 잡은 명산이다. 이 일대에는 동쪽에 건봉산, 서쪽에 도솔산과 대암산이 둘러싸고 있어 전형적인 산악지대를 이룬다.
특히 이 지역에는 “우리나라 특산식물인 금강초롱, 칼잎용담과 개느삼의 분포 중심지로서 많은 개체를 찾아 볼 수 있는 유일한 곳”이라고 서 소장은 설명했다. “ 이 향로봉 일대에는 고산식물인 체꽃, 꽃쥐손이, 구절초 등의 군락이 잘 발달되어 있으며, 수계에는 1급수에서만 볼 수 있는 산천어와 열목어가 관찰 된다”고 말했다.
봄에는 진달래, 철죽 등 붉은 꽃이 만발하고, 가을에는 활엽수의 붉은색, 노랑색, 갈색의 단풍으로 일대 장관을 이룬다. 그래서 이 지역은 지난 ’73년에 문화재보호법에 의한 천연보호구역으로 지정됐다.
대암산 서북쪽에는 남한 유일의 고층습원인 용늪이 있다. 지형상 국지적으로 직용 직각상의 하계망을 나타내고 있으며, 외국의 전형적인 고층 습원 주변에서 볼 수 있는 침엽수림은 없고 낙엽활엽수림으로 연중 안개 일수가 많은 특이한 위(僞)고층 습원이다.
지질학적으로 특이한 지세와 기후적인 특이성으로 인하여 백두산 중복에 있는 대택, 장지 등의 습원과 유사점을 찾을 수 있는 곳이다. 이곳은 물이끼군락과 식충식물인 끈끈이주걱군락, 백두산에 흔히 분포하는 비로용담, 장백제비꽃과 조름나물 등이 발견된다.
이밖에도 습원내에는 매미목 수서곤충과 물방개, 애물방개, 물땡땡이 등이 발견되어 ’89년에 자연생태계보호구역으로 지정된 바 있다.
두타연 ‘가는오이풀-큰방울새난군락’
국내유일 분포
강원도 양구군 방산면의 산악지대를 북에서 남으로 흘러 파라호로 유입되는 조그만 하천이 수입천이며, 그 상류지역에 두타연이 위치해 있다. 두타연은 넓이가 30㎡ 정도이며 수심이 6.65m인 심연으로 국내 최대의 열목어 서식지로 알려진 곳이다.
이 일대에는 할미밀망, 금강제비꽃, 터리풀, 병꽃나무, 고려엉겅퀴, 죽대 등 한국특산식물과 주저리고사리, 큰방울새난, 검은도루박이 같은 특수식물이 분포한다.
하늘다람쥐, 수달, 사향노루 등의 포유동물들, 붉은배새매, 황조롱이 등의 천연기념물과 희귀조류인 청호반새, 물까치 등이 발견되며, 한반도 중부 특히 남북 한강 상류역의 어류상을 전형적으로 대표하는 보존가치가 높은 지역으로 알려져 있다.
또한 두타연 주변의 평평한 암반위에 형성된 가는오이풀-큰방울새난군락은 규모는 작지만 큰방울새난의 개체수가 밀집되어 있는 곳으로 타 지역에서는 볼 수 없는 국내 유일의 분포지로 학계의 관심도가 높다.
독수리 서식지,
한반도 지질변천史 ‘철원평야 일대’
이 지역은 과거의 경작지가 오래 방치되어 습지화 됨으로써 두루미, 재두루미 등 세계적인 희귀 조류 등이 찾아와 월동·서식하고 있는 철새의 낙원으로 오래 전부터 세계적인 관심의 대상지로 부각되어 온 곳이며, 이미 천통리 철새도래지는 천연기념물로 지정되어 있다.
철원평야는 추가령열곡내에 자리하고 있으며, 오리산에서 분출한 현무암에 의하여 형성된 용암평원으로 여러 개의 단층으로 구성된 단층계곡이다.
이 지역의 지형 변천과정은 약 27만 년 전의 용암유출에 의해 형성된 용암평원의 생성을 전후하여 용암유출 이전의 선지형과 원지형, 오늘에 이르기까지 차지형에로의 개석(開析)으로 구분된다. 따라서 이 지역은 한반도에서 제4기 지질과 지형의 변천과정을 연구하는데 귀중한 표식지로도 각광받고 있다.
이 지역은 ’53년 이후 ’70년대에 이르기까지 그대로 방치되어 휴전선 남방 완충지대 및 인접 지역의 논과 밭은 초지와 관목림으로 크게 바뀌었으며, 철원평야 북방 지역은 소택지를 포함하는 다양한 초지군락지로 자연스럽게 형성되었다.
평야지대인 관계로 오래전 특유의 생태계는 파괴 되었지만 금꿩의다리, 매자나무, 매화말발도리, 풀싸리, 지리오갈피, 참배암차즈기, 병꽃나무, 벌개미취, 분취 등의 한국특산식물과 세계적 희귀조류인 흰날개해오라기의 서식과 번식이 확인된 곳이다.
또한 붉은배새매, 새매, 두루미, 재두루미 등의 천연기념물이 서식하는 곳으로 최근 독수리가 집단 서식하는 관계로 더욱 관심이 고조되는 곳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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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화 갯벌지역, 국제적인 보호조류 대규모 서식
섬의 대부분이 해안선과 주변의 갯벌로 이루어져 있는 강화도는 독특한 생태계를 구성하고 있다. 아울러 한강과 서해를 경계로 북한과 대치하고 있어 인간간섭이 비교적 덜했던 지역으로 야생 동식물이 온전하게 남아 있는 곳이기도 하다.
특히, 인근에 산재해 있는 도서에는 세계적 희귀 조류의 번식지가 속속 밝혀지고 있으며, 광활한 갯벌 생태계 자체만으로도 그 가치는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높게 평가되고 있다.
국제적인 보호조이며, 천연기념물인 두루미와 재두루미, 붉은배새매, 참매, 황조롱이, 소쩍새, 솔부엉이 등이 전 해안에서 관찰된다. 또한 국제자연보존연맹(IUCN)의 적색자료목록에 등록되어 있는 노랑부리백로는 볼음도에서 40여 마리가 관찰되기도 해 국제 조류 학계의 비상한 관심을 모은 바도 있다.
한강의 끝 종점에 해당하는 유도에는 우리나라에 불규칙하게 서식하는 조류로 알려진 백로과의 해오라기 200여개체가 백로류와 함께 번식하고 있다. 특히 전 세계에 200여 마리밖에 없다는 저어새가 번식하고 있음도 확인되고 있다.
한강 하류와 인접한 이 지역은 상류로부터 운반된 토사에 의해 삼각주가 형성되거나 모래펄갯벌이 발달 되었으며, 여기에는 기수 및 해수성 생물들이 풍부하게 서식하고 있어 연안 생태계의 출발점이 되기도 한다.
이러한 생물들은 우리들에게 중요한 먹거리를 제공함과 동시에 이들을 먹이로 하는 물새와 철새들에게도 중요한 먹이가 되고 있다. 따라서 오랫동안 사람들의 출입 제한과 각종 환경오염이 없는 탓에 계절에 따라 다양한 철새들의 에너지 보급을 위한 중간 경유지로서도 그 중요성이 더해 가고 있는 곳이다.
‘훌륭한 인재는 영검 있는 땅에서 난다’
“지금까지 철저하게 통제되어 분단의 아픔을 더 해 왔던 지역들이 반세기만에 지구상에서 유일한 분단지역의 생태계를 대표하는 곳이라는 현실이 아이러니하다”고 서정수 소장은 말했다.
최근 남북간의 화해무드에 힘입어 남북을 연결하는 도로와 철도가 개설되는 등 반세기에 걸쳐 이루어낸 생태계 보고가 하루아침에 파괴되는 상황은 우리를 매우 당혹하게 만들고 있다. 그 문제가 아니더라도 얕은 지방재정을 충당하기 위하여 생태계의 보고(寶庫) 옆에 관광 도로를 개설하여 수입을 올리려는 지자체도 등장하고 있다고 서 소장은 비판한다.
그는 “아픔의 반세기를 이기고 지켜온 온전한 자연을 그 어떤 값비싼 댓가를 치루고 서라도 지켜야 하는 것은 우리의 도리”라고 말했다.
또한 “아름다움과 깨끗함이 서린 이 산천의 정기가 사랑스럽고 총명할 후손들에게 전해질 때 비로소 오늘을 사는 우리들의 삶이 진정한 의미를 지닐 수 있게 될 것”이라며, 자연환경사랑의 참다운 의미를 역설했다.
‘훌륭한 인재는 영검 있는 땅에서 난다’는 「인걸(人傑)은 지령(地靈)」이라는 말의 뜻이 새롭게 느껴진다는 서 소장의 모습에서 자연환경보전의 진정한 의미가 물씬 풍겨 나왔다.
취재 / 이유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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